현시우는 그녀의 흑백이 분명한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널 보고 싶어 해.”유월영은 전에도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를 보고 싶어 하셔? 난 시우 씨 어머님을 만나 본 적이 없는데?”“넌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네가 아기였을 때 본 적이 있으셔. 그리고 그동안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하셨거든.”김 의사도 아까 두 가문이 오랜 친분이 있다고 했으니 두 집안의 안사람도 서로 친구일 것이고 고인의 딸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인지상정이었다.“당신 그 상처가 다 나으면 그때 날 당신 어머님께 데려다줘.” 그녀도 친부모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었다.“그래.”그 후 며칠 동안 유월영은 현시우에게 더 이상 승마나 활쏘기를 가르쳐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영에 관한 부분만 배우기로 했으며 서재가 그들의 교실이었다.유월영이 현시우가 방금 설명한 논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한세인이 문을 두드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한세인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현시우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전화가 왔습니다.”현시우는 일어나 서재를 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돌아왔다. 어젯밤 책을 너무 늦게까지 봐서 피곤했는지, 유월영은 책상에 엎드려 있었고 잠시 졸고 있는 모양이었다.현시우가 무릎 담요를 들고 다가가 그녀에게 덮어주려 하는 순간, 담요가 몸에 닿자마자 유월영이 고개를 들었다.현시우는 허리를 굽힌 채 담요을 들고 있다가 유월영이 고개를 들자 그녀의 머리가 정확히 그의 턱에 부딪혔다.현시우의 끙 소리와 함께 유월영이 깜짝 놀라 살폈다.“괜찮아?”한세인은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고개를 내밀었다.현시우의 입술은 터져 피가 나고 있었다. 그는 아픈지 손등으로 상처를 만지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자고 있는 줄 알았어.”“아니야. 방금 설명해 준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어.”그의 피부는 희고, 입술 색은 연했으며 붉은 피가 그 위에 핀 꽃처럼 선명하고 눈에 띄었다. 유월영은 그의 입술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한세인은 복도로
현시우가 그녀를 바라보자 한세인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월영이는 반드시 해내야 해.”유월영은 밤 12시가 넘도록 자료를 다 읽어보고서야 SAM 회사의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그녀는 현시우가 한 얘기가 농담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시험 과제는 너무나도 엄격했다.SAM은 주로 수제 가죽 회사로 지갑, 핸드백, 가방, 구두 등을 취급했으며 이미 이름있는 명품 브랜드 중 하나였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하락세를 타고 있었고 시장에서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먹을 것이 있다고 SAM 그룹은 그래도 투자할 만한 회사였다. 레온 그룹은 명품 가죽 자회사가 필요했고 SAM을 인수하면 발판 삼아 바로 수제 가죽 업계에 진출할 수 있었다.이렇게 하면 새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SAM은 대대로 이어온 가족 기업이고 이사회부터 부서 고위층까지 모두 혈연관계가 있는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외부 자본의 유입을 '모독'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인수를 완강히 거부했다.상업적인 수단은 많았고 레온 그룹도 강제로 SAM 회사를 인수할 방법은 많았지만 이렇게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첫째로, 그 한국 회사가 레온 그룹이 강경한 수단을 쓰는 것을 본다면 그 역시 강경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며 양측의 경쟁은 SAM의 인수 가격을 허황하게 높일 것이고, 이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았다.둘째로,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레온 그룹에서 SAM을 인수하려던 초기 목적이 무의미해질 수 있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이미 구축된 SAM 브랜드의 이미지와 지위이기 때문이었으며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면 소비자들도 외면할 것이었다.결국, 명품을 소비하는 고객 대부분은 고액 자산가들이며, 소비자들이 ‘SAM이 그렇게 되었는데, 더 이상 사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이 두 가지 이유가 레온
정장을 입은 남자는 이 동양인 여성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유월영은 자신을 소개했다. “레온 그룹에서 왔습니다.”그 순간 정장을 입은 남자는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벌떡 일어나 분노하며 외쳤다.“우리는 절대 당신들의 인수에 동의하지 않을 거야! 이 강도 같은 놈들아!”유월영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오늘 제임스 씨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SAM이 인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예요. 아마도 우리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 합의를 이룬다면 SAM의 현재 위기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정장을 입은 두 남자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편으로는 레온 그룹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었지만, 유월영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유월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서 매일 앉아 신과 조상에게 기적을 기도하는 것보다는 저를 제임스에게 데려가는 것이 승산이 더 클 겁니다.”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그녀가 타고 온 차에 레온 가문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이 진짜 레온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제임스가 있는 데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제임스는 의외로 교회에 있었다.그는 검은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기도하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는 그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말했다. “삼촌, 이분이 레온 가문에서 온, 삼촌을 만나고 싶다고 한 사람입니다.”제임스는 이미 70대 중반이었고 흰색 수염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유월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당당하게 그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그가 불어로 말했다. “당신은 레온 가문의 누구이신가요? 저와 무슨 할 얘기가 있나요?”유월영은 불어를 할 줄 몰랐고 한세인이 낮은 목소리로 번역해 주었다. 하지만 유월영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제임스를 평가하듯이 바라보았다.이런 눈빛은 유럽의 신사들에게는 물론이고 가장 대범한 미국인이나 러시아인에게도 모욕감을 줄 수 있었다.제임스는 당연히 기분이 나빠 영어로
교회를 나온 후, 한세인은 할 말이 있는 듯 유월영을 바라보았다. 유월영이 입을 열었다.“한 비서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해도 돼요.”한세인은 미간에 미세하게 주름이 잡혔다.“월영 씨, 아까 그렇게 말하건...좀 너무 직설적이지 않았나 싶어서요.”유월영이 말했다. “그런 고집불통의 보수파에게는 좋은 말로 설득해 봐야 소용없어요.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해요.”“만약 정신을 못 차리면요?”한세인은 이런 방식의 협상을 본 적이 없었다. “그를 화나게 하면 앞으로 인수 과정이 더 어려워질 거예요. 저는 오늘 월영 씨가 제임스를 만나서 그를 차분하게 잘 설득할 줄 알았어요.’“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해요?”한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유월영은 미소를 지었다.“우리는 상관, 부하 관계가 아니니까, 사실대로 말해도 돼요. 한 비서님의 생각은 어떤가요?”한세인은 입술을 깨물다가 말했다. “제임스의 성격은 고집스러워요. 월영 씨가 말한 것들은 이전 협상에서도 레온 그룹 사람들이 완곡하게 설득하려고 했지만, 그의 태도는 시종 단호했어요. 설득되지 않았죠.”그래서 그녀가 만약 드라마처럼 두 마디 욕을 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어 매력을 발산하면 상대방이 주인공의 용기에 탄복하여 인수를 받아들이는 그런 상황은 있을 수 없었다. 유월영은 한 번 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를 돌아보았다. 이곳은 마르세유 주교좌 성당으로, 5세기에 지어졌으며‘바실리카 성당’으로도 숭배받는 상징적인 장소였다.유월영이 말했다.“정말 장인 정신이 느껴지네요.”그건 교회를 칭찬하는 거면서 동시에 제임스를 칭찬한 거였다. 비록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고집스럽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만약 이들이 거의 병적일 정도로 고집하지 않았다면 전통적인 수공업과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장인 정신은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건 또 안타까운 일이니까.’유월영은 이번에 온 주된 목적은 제임스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유월영은 이미 저택으로 돌아와 서재에 있었다. 그녀는 한세인에게 말했다. “SAM 주주 명단을 찾아줘요. 제임스가 굳건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건 아니니까.”한세인은 점점 그녀의‘전략’을 이해하게 되었다.“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려는 거군요. 18%만 되면 SAM의 최대 주주가 되니까요.”그렇게 되면 유월영은 SAM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고, SAM을 레온 그룹에 합병시키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그러면서 레온 그룹이 가장 꺼리던 두 가지 문제도 완벽히 피할 수 있었다.첫째, 그 한국 회사를 자극하여 서로 인수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둘째, SAM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이것은...정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일거양득이였다.유월영은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현시우의 이름을 담보로 투자 은행에서 돈을 빌렸으며 그리고 SAM을 인수한 후에는 레온 그룹이 돈을 내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때면 레온 그룹도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한세인은 여전히 유월영이 왜 굳이 제임스를 화나게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후의 계획이 매우 깔끔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한세인은 이제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알겠어요. 바로 준비할게요.”유월영은 다시 밤을 새우며 명단을 연구했다. ‘어떤 주주부터 접근하지?’옆에서 자료를 조사하던 한세인이 감탄했다.“월영 씨, 며칠밖에 공부 안 했는데 이렇게 큰 전략을 세우시다니 정말 대단해요.”유월영은 손가락 사이로 만년필을 돌리며 미소 지었다.“원래 조금은 알고 있었어요. 게다가 현 대표가 잘 가르쳐 줬고요.”만년필이 약지의 반지에 부딪혀 탁자 위로 떨어졌다.반지를 바라본 유월영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마르세유는 밤이었고 신주시는 낮이었다.봄이 끝나고 초여름이 다가와 기온은 쾌적했다. 연재준은 서지욱과 함께 골프를 치고 있었다.푸른 잔디 위에서 하얀 운동복을 입은 서지욱이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멀리 보냈다. “며칠 전
“그런 세세한 부분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서지욱은 우연히 재미있는 일화가 떠올라 연재준에게 얘기해준 것뿐이며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말을 마친 후 자신의 골프 공에게 걸어갔다.연재준은 그 후 몇 번 더 샷을 날렸지만, 이미 마음은 다른 데에 있었다.그는 햇빛에 눈이 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들어서 서지욱을 바라보며 갑자기 입을 열었다. “SAM은 나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레온 그룹에는 그렇지 않아. 이렇게 노골적으로 서로 얼굴을 붉혔는데 다음 단계가 없을 수 없지...더 이상 못 치겠다.”그는 골프채를 캐디에게 넘겨주고, 돌아서서 걸어가며 장갑을 풀었다.서지욱은 답답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말하면서도 기어코 SAM을 빼앗으려 하는 게 맞잖아. 그러고도 현시우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연재준의 사업적 직감은 예리했다. 그는 골프장을 떠난 후 바로 회사로 돌아가 하정은과 조형욱을 불러들였다.두 비서의 능력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연재준이 휴게실에서 양복으로 갈아입고 나왔을 때, 그들은 이미 조사 내용을 파악한 상태로 SAM 프로젝트 담당 매니저와 함께 책상 앞에 서 있었다.조형욱이 먼저 보고했다. “SAM의 주주 중 한 명인 데이빗은 우리 회사와 관계가 괜찮은데, 그가 말하길 레온 그룹 사람이 그에게 비밀리에 접촉하여 주식을 주당 60달러에 매입하려 했으며, 나중에 실권도 주겠다고 약속했답니다.”“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레온 그룹은 같은 방식으로 다른 주주들과도 접촉했으며 이미 일부는 주식을 매각하기로 동의했다고 합니다.”연재준이 자리에 앉자 하정은이 태블릿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 위에는 SAM의 주가 변동이 표시되어 있었다. 연재준은 손목시계를 차며 그 화면을 바라보았다.하정은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회사에 근본적인 타격을 줄 거예요. 그들은 매우 은밀하게 일을 진행하여 제임스와 남은 주주들이 미처 반격할 기회도 없을 겁니다.”매니저도 심각하게 말했다.“대표님,
매니저는 이 상황에서 연재준의 농담을 따라 웃을 수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그가 책임지고 있었으며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큰일 날 상황이었다. 그는 긴장하며 물었다. “대표님, 레온 그룹이 이미 SAM의 많은 지분을 몰래 사들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 정도 규모의 인수합병은 원래 연재준이 직접 나설 일이 아니었지만 상대가 레온 그룹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들이 조용히 일을 진행하려 한다면 그들을 ‘뉴스 일간지’의 헤드라인으로 만들어주지. 그리고 바로 해당 기관에 그들이 법률적 허점을 파고들어 불법행위를 한다고 신고해.”정말 연재준의 말대로 진행한다면 레온 그룹의 '지혜로운 인수'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을 터였다.“그들이 비열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갚아주면 돼.”“알겠습니다!” 연재준이 다리를 꼬고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제임스가 어르고 달래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제는 강경하게 대할 수밖에.” 그들은 2차 시장에서 SAM의 주식을 꽤 많이 매입해 두었기 때문에 레온 그룹이 가지고 있는 지분과 거의 비슷했다. 이제 이 싸움의 결과는 SAM이 누구의 손에 넘어갈지에 달려 있었다. ...곧, 레온 그룹이 SAM을 비밀리에 ‘매수'한 일이 신문 헤드라인에 오르게 되었다. SAM은 큰 충격을 받았고 바로 당일 법원에 레온 그룹이 악의적인 인수를 시도하고 있으며, ‘증권거래법’과 ‘회사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사건을 받아들였고 레온 그룹은 별다른 반응하지 않았다. 소식이 퍼지자 투기자들은 기회를 포착하고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몇 달 동안 침체되었던 SAM의 주가는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했다.밖은 난리였지만 다니엘 저택에서의 유월영은 방금 일어나 아침을 먹으려 내려왔다. 현시우는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고 유월영이 오자 가정부들이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 참치 크루아상, 구운 소시지, 구운 감자, 프라이드 에그와 채소 샐러드, 그리고 라떼 아트가 그려진 카푸치노 한 잔이 차려졌다. 현시우는 손가락으로
유월영은 당연히 대책이 있었다.“먼저 변호사팀을 보내 그들과 협상하세요. SAM이 우리를 ‘증권거래법’과 ‘회사법’을 위반하고 악의적인 인수를 시도했다고 고소했는데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죠?”“5% 이하의 지분 거래는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법 조항에 나와 있어요. 선물 계약도 상투적인 상술이고요.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그리고 상호 간의 합의에 따라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어요.”“우리는 법에 따라 모든 절차를 밟았어요. SAM이 '약자의 논리'로 우리를 함부로 비방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어요. 이 소송은 제대로 대응해야 합니다.”한세인이 이해했다. “네, 변호사들이 이미 응소를 준비 중입니다. SAM이 우리를 고소한 것도 사실 시간을 끌기 위해서죠. 하루라도 더 시간을 벌면 그들에겐 도움이 되니까요.”이것이 첫 번째 단계였고, 유월영은 두 번째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이미 공개된 상황이니 숨기지 말고 SAM 주주들이 우리에게 주식을 팔겠다고 하면 즉시 매입하세요. 시장에서 SAM의 유통 주식도 가능한 한 많이 사들이고요.”한세인이 잠시 당황했다.“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라고요? 그렇게 되면 그 한국 회사도 우리와 경쟁하게 될 거예요. 그들 역시 14%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에요. 두 회사가 경쟁하면 SAM의 주가가 상승할 텐데 결국 우리가 이기더라도 손해가 클 겁니다.”레온 그룹은 원래 무모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SAM을 강제로 인수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돌고 돌아 유월영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 시험과제에 성공할 수 있을지 한세인은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유월영은 여전히 침착한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 말대로 하면 돼요.”한세인은 그녀의 결정에 당황했지만, 그녀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알겠습니다.”유월영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지만 얼굴에는 자신감 있는 미소가 번졌다. 한세인은 갑자기 유월영이 예전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