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급박한 순간이긴 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생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조연아는 비로소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죽도록 미운 백장미의 딸이지만 어느새 조하율을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조연아였다.조하율이 병실로 옮겨지고 그 옆에 서있던 조연아는 잔뜩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지율이랑 백장미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추준이 날 죽이려 했고... 백장미는 결국 자살했어.’단 하룻 동안 일어난 세 건의 사고.‘이게 우연일 리가 없어.’“선생님, 저희 동생 괜찮은 거예요?”“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절입니다. 별 문제 없으니 푹 쉬고 안정을 취하세요.”한숨을 푹 내쉰 의사가 말을 이어갔다.“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무렇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다른 가족들이 더 마음을 보듬어주셔야 합니다.”“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사가 병실을 나서고 조연아는 깊게 잠든 조하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대표님, 여긴 제게 맡기시고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대표님도 많이 놀라셨잖아요. 하율 씨는 제가 지키겠습니다.”“그럼... 잠깐 집에 들렀다 올게요.”탁.병실을 나선 조연아의 시야에 다친 몸으로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켰던 민지훈의 모습이 들어왔다.“오늘... 고마웠어.”‘운 건가?’민지훈의 손이 조연아의 얼굴을 향했지만 그녀는 매정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어색하게 허공에 멈춘 손을 거둔 그가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아니야. 내가 알아서...”“어머님 유품, 내 차에 있어.”“...그래.”잠시 후, 민지훈이 그녀를 위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타.”“운전 내가 할게. 당신 다쳤잖아.”“별거 아니야. 운전 내가 할 수 있어.”“아니, 그냥 내가 한다니까...”“말 들어.”억지로 조수석으로 그녀를 밀어 넣은 민지훈은 안전벨트까지 매주었다.“우리 엄마 물건, 얼른 줘.”“앞에 열어봐.”달칵.조심스레 나무상자를 연 조연아의 입가에 어느새 미소가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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