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와이프가 땡김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290 챕터

제121화

하율의 허약한 목소리에 조연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지금 어디야?”“그... 그게...”수화기 저편의 소음에 하율의 목소리가 그대로 묻혀버렸다.“하율아, 너 지금 어디냐고? 지금 내 목소리 들려?”하지만 그 뒤로 조연아가 아무리 하율의 이름을 불러봐도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마음이 조급해진 조연아는 통화를 끊지 않은 채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섰다.“대표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십니까?”만두가 다급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하율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뭐라고요?”만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저랑 같이 가시죠.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여전히 응답없는 통화 화면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입을 열었다.“하율아, 걱정하지 마. 언니가... 언니가 얼른 갈게.”이 목소리가 하율에게 닿길 바라고 또 바라며.이때 수화기 저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조하율 씨 가족 되십니까?”“네! 제가 언니에요.”드디어 목소리가 들리자 조연아가 다급하게 대답했다.“경찰입니다. 조하율 씨와 어머니분이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지금 임천병원으로 이송됐으니 어서 가보세요.”“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교통사고?’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초조하기만 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병원으로 가죠.”잠시 후, 병원.수술실 앞을 초조하게 지키는 매니저 김재준을 발견한 조연아가 부랴부랴 달려갔다.“하율이... 어떻게 됐어요?”한편, 다급한 와중에도 갑자기 나타난 조연아의 존재가 꽤 당황스러웠는지 김재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조, 조연아 대표님? 대표님께서 여긴 어떻게... 저도 방금 전에 도착한 거라 무슨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그와 동시에 수술실 문이 열렸다.“조하율 환자 보호자분 계십니까?”“저요. 제가 조하율 환자 언니입니다.”그녀의 대답에 김재준의 눈은 더 커다래졌다.“조하율 환자 수술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오른쪽 팔이 골절되었고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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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웃는 모습만 비슷한 줄 알았더니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떠안으려는 성격마저 닮았다는 말에 조연아의 가슴 한구석이 시큰해졌다.‘그런 건 닮지 말지...’“대표님, 솔직히 지금 하율이 상황이 좋지 않아요. 대중들이 볼 때에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노예계약에 거의 회사를 혼자 먹여살리는 소녀 가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소처럼 일하면 뭐 합니까. 아마 정산도 제대로 못 받았을걸요?”"하긴 하율이 회사는 조하율이라는 연예인 한 명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엔터회사니까."“회사 쪽에서도 돈 벌어오라 닦달만 할 뿐 뭐 딱히 하는 것도 없습니다. 다행히 하율이 연기력을 좋게 봐준 제작자들이 꾸준히 좋은 대본을 보내주고 있긴 합니다만... 이러다간 하율이 몸이 버텨나지 못할 겁니다.”“그런데 왜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말없이 걷기만 하던 조연아가 우뚝 멈춰섰다.“솔직히 매니저님은 회사 소속 아닌가요? 하율이야 계약 끝나면 더 좋은 회사로 옮기면 그만이지만 매니저님은 아니잖아요. 회사 편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글쎄요... 하율이 좋은 아이라는 거 아시잖아요. 언제부터인가 하율이가 친여동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나 봐요. 하율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길 바랐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 항상 답답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분이 스타엔터 대표라니. 하율이도 참 바보라니까요. 남들은 돈 주고도 못 사는 조건을 이용할 줄도 모르고...”김재준의 진심어린 말에 조연아가 싱긋 웃었다.“하율이가 회사 복은 없어도 매니저 복은 확실하네요.”“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김재준이 고개를 저었다.“사고 나고 하율이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이 대표님이라면서요. 말은 안 해도... 언니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이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조연아가 말없이 병실 문을 열었다.“언니...”초췌한 얼굴로 그녀를 부르는 하율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밀려들었다.“괜찮아. 많이 다친 거 아니래.”“엄마는요? 엄마는 괜찮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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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일단 무사하다고 SNS부터 올려야겠네. 그리고 병원 앞에 모인 팬들한테는 간식이라도 사주고 얼른 집으로 돌려보내 줘. 나 괜찮다는 소식도 전해 주고.”“응, 그건 오빠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몸 회복에만 신경 써.”“고마워, 오빠.”“그럼 언니랑 얘기 나눠. 난 상처 받은 팬들 마음 좀 보듬고 올 테니까.”김재준이 병실을 나서자 조연아가 물었다.“갑자기 교통사고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그게...”조하율이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엄마랑 같이 집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골목길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튀어나왔어. 뭐 피하고 어쩔 새도 없이 바로 전복됐어. 골목길에서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니... 왠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을 한 것 같달까... 뭐 안티팬의 복수 그런 건가?”다시 생각해도 아찔한지 조하율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사고낸 사람 얼굴은 확인했어?”“아니.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워낙 정신이 없어서...”그녀의 대답에 조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한여름에 차 안에서 마스크? 뭔가 수상한데...’“하율아! 하율아!”이때 병실문이 벌컥 열리고 조학찬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하율아, 교통사고라니. 이게 다 무슨 일이래?”“아빠, 저 괜찮아요. 엄마는요? 엄마는 보고 오셨어요?”“응, 엄마도 괜찮아. 네가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다행이야... 우리 가족 다 무사해서 다행이야...”넋이 나간 얼굴로 다행이라는 말만 중얼거리는 조학찬을 바라보고 있던 조연아가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가족?’어느 순간부터 조학찬을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았던 그녀지만 왠지 그녀 혼자만 외부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조연아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려던 그때.조학찬이 그녀를 불러세웠다.“너지! 네가 낸 사고 아니야? 장미가 풀려났다는 게 고까워서 사고라도 내려던 거 아니냐고! 너... 어떻게 이런 짓까지...”일그러진 얼굴로 다짜고짜 그녀를 범인으로 모는 조학찬을 보고 있자니 방금 전 느꼈던 소외감이 부질없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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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대, 대표님.”“만두 오빠도 왔네요!”만두를 발견한 조하율이 활짝 웃었다.“아, 입원하면 필요할 게 많을 것 같아서... 좀 챙겨왔습니다. 먹을 것도 좀.”그 달콤한 미소에 얼굴을 붉히던 만두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진짜요?”쇼핑백을 받아든 만두가 눈을 반짝였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오셨네요. 고마워요.”“아,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말을 할 수록 얼굴이 빨개지는 만두를 바라보던 조연아가 풉 웃음을 터트렸다.‘덩치는 산만해서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꼭 사춘기 남학생 같네.’조하율도 의식을 회복했겠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녀가 돌아서던 그때, 조학찬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연아야, 미안하다. 그게, 아까는 아빠가...”“사과하지 마세요. 뭐, 어차피 익숙한 일인걸요.”“연, 연아야...”전혀 상처받지 않은 듯한 딸의 의연한 모습에 조학찬은 그저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조연아가 병실을 나서고 곧바로 그 뒤를 따른 만두가 그녀를 불렀다.“대표님.”“만두 씨는 여기서 남아서 하율이 곁에 있어줘요.”“네? 제가요?”만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사고... 우연히 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하율이 만두 씨가 지켜줘요.”조연아의 설명에 만두가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께서는 누군가 일부러 사고를 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아직은 추측일 뿐이에요. 만두 씨는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도 있고 덩치도 좋으니까 이번 일에 제 격일 것 같아서요.”“알겠습니다.”만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 있어도 하율 씨 지켜내겠습니다.”자신만만한 그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조연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병실을 돌아보았다.‘제발... 그저 내 기우이길...’“하율아, 많이 먹어. 많이 먹어야 빨리 낫지.”한편, 병실.조학찬이 만두가 포장해 온 음식을 조하율의 입에 떠넣어주고 있다.“아빠, 전 괜찮으니까 엄마한테 가보세요.”“너, 뭐 몸매 관리한답시고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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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천천히 발걸음을 늦춘 조연아는 옆에 주차된 차량 사이드미러로 뒷쪽을 살폈다.검은색 모자, 검은색 마스크.딱 봐도 수상한 차림의 남자가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어딘가 눈에 익은데. 누구지?’불안감에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하고 조연아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코너를 도는 순간, 하이힐을 다른 쪽으로 벗어던진 조연아는 주차장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역시나 남자는 다른쪽으로 달려가고 그 틈에 조연아는 빠르게 차를 세워둔 차를 향해 맨발로 달려갔다.‘어서...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하지만 그녀가 차문을 열려던 순간.탕!귀청이 찢어질 듯한 총소리와 함께 급박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입술을 깨문 채 그녀를 향해 돌진하는 남자를 바라보던 조연아는 차를 방패막 삼아 날카로운 총알을 막아냈다.‘상대는 총을 가지고 있어. 어쩌지... 어떻게 하지...’급박한 와중, 조연아는 운전석 문을 일부러 크게 연 뒤 미친 듯이 뒤편ㅇ르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저 앞이 바로 관리실이야. 경비원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 해.’한편, 총을 든 채 차문을 벌컥 연 남자는 텅 빈 차안을 발견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젠장.”주차장 주위를 둘러보던 그가 말을 이어갔다.“이 건방진 계집애가 날 가지고 놀아? 좋아. 숨바꼭질을 하시겠다? 그래, 한번 도망쳐 봐.”하지만, 불이 켜져있는 관리실을 향해 달려가던 조연아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유리창에 가득 묻은 피와 의자에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는 경비원을 발견한 조연아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비명소리를 삼켜냈다.‘그래. 아까 총소리를 듣고도 경비원이 달려오지 않았을 때 진작 눈치채야 했어야 했는데...’깊은 한숨을 내쉰 조연아는 일단 급한 대로 경비실 뒤편에 몸을 숨겼다.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휴대폰을 꺼낸 조연아는 이미 수십통의 부재중전화가 와있음을 발견했다.바로 그때,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고...오래전 지웠지만 익숙한 번호에 조연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민지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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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조연아, 네가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힘 빼지 말고 나와. 넌 오늘 무조건 죽을 테니까.”남자의 목소리가 텅 빈 주차장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그 소리에 조연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추준?’방금 전 어딘가 눈에 익은 그 남자가 그녀의 사촌오빠 추준일 줄이야.충격에 몸이 덜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조연아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을 꽉 틀어막았다.한편, 추준은 지하주차장을 이리저리 누비며 혼잣말을 이어갔다.“조연아, 내 자랑스러운 사촌동생. 이쁘고 똑똑한 내 동생. 널 죽이려니까 이 오빠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그런데 어떡해. 너 때문에 내가 백억이 넘는 빚을 지게 생겼는데. 게다가 날 상대로 소송? 하, 널 죽이고 내가 스타엔터 대표가 될 거야. 그럼 빚도 갚을 수 있겠지.”깊은 숨을 들이쉬던 추준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였다.“그래. 넌 어려서부터 재수가 없었어. 뭐라도 된 것처럼 고고한 그 눈빛이 얼마나 역겨웠는 줄 알아? 너도, 네 엄마처럼 재수가 없어서 그렇게 빨리 뒤지는 거야.”추준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소송 소식을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초조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던 조연아의 시야에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천천히 몸을 옮긴 조연아가 스위치를 내리고...탁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주차장은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빠졌다.‘지금이야.’추준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지금이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 조연아는 빠르게 출구를 향해 달려갔다.한편, 그녀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 추준은 어둠 속에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탕! 탕!“꺄악!”죽음의 공포에 참았던 비명소리가 결국 터져 나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팔목을 홱 잡아당겼다.그리고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익숙한 향기에 휘둥그레진 그녀의 시야에 어렴풋이 민지훈의 모습이 들어왔다.우습게도 그의 존재만으로 공포로 경직되어 있던 몸에 힘이 풀렸다.“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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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이제 곧 오민이 경호원들과 함께 도착할 것이다.그 사이에 시간을 벌려면 추준을 유인해야 할터, 민지훈은 기꺼이 자신을 미끼로 사용하기로 다짐했다.하지만 두 손으로 그의 팔을 꼭 잡은 조연아가 고개를 저었다.“안돼... 너무 위험해. 저 자식 총까지 가지고 있다고.”두려움으로 떨리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던 민지훈은 어이없게도 미소가 흘러나왔다.‘그래도... 내가 걱정되긴 하나 보지?’“괜찮으니까 얼른 놔.”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해도 민지훈을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의 위협이라는 걸 알고 있는 조연아는 눈물 섞인 눈동자로 고개를 저었다.“민지...”하지만 애써 그녀의 손을 뿌리친 민지훈은 단호하게 문을 닫아버렸다.새카만 통제실, 조연아는 좁디좁은 문틈 사이로 멀어져가는 민지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울지 마... 지금 울면 민지훈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거야.’조연아는 아직 민지훈의 체온이 남아있는 손으로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바로 그때.타다닥.민지훈의 인기척에 이끌린 추준이 어느새 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안돼.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추준이 죽이려는 건 나야.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는 건 죽어도 싫어.’뭔가 결심한 듯 입술을 굳게 깨문 조연아는 휴대폰으로 차량의 위치를 확인했다.발걸음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확인한 조연아는 허리를 숙인 채 빠르게 차가 주차된 방향으로 달려갔다.“후우.”놀라운 직감으로 단번에 차에 탄 조연아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동 버튼으로 향하는 조연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여기서 시동을 거는 순간, 그녀의 위치가 바로 노출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더는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부르릉.차에 시동을 건 조연아는 있는 힘껏 엑셀을 밟았다.지하주차장을 질주하던 조연아의 시야에 드디어 민지훈의 모습이 들어오고...조수석 문을 연 조연아가 그를 향해 외쳤다.“어서 타!”탕! 탕!추준의 짧은 욕설과 함께 총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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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설마... 추준인 건가?’조연아가 다시 액셀을 밟으려던 그때.“연아 씨, 저 오 비서입니다!”다급한 오민의 목소리에 핸들을 꽉 부여잡았던 핸들을 손에 힘이 턱 풀렸다.“연아 씨, 저희 대표님 만나셨습니까?”차에서 내린 오민이 다급하게 물었다.“지금 제 옆에 있어요. 다쳐서 얼른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네? 대표님께서 다치셨다고요?”조수석 문을 벌컥 여니 창백한 안색의 민지훈이 모습을 드러냈다.피로 물든 흰 셔츠를 바라보던 오민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표정 짓지 마. 별일 아니니까.”“대표님, 얼른 병원으로 가시죠.”오민이 그를 부축하려던 그때, 민지훈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식은땀으로 차갑게 식은 조연아의 손을 살짝 잡았다.“아직 완전히 안전해진 건 아니야. 그러니까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마.”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해주는 듯한 그의 눈빛에 조연아의 가슴이 파르르 떨려왔다.“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한시가 다급한 상황에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다급해진 오민이 조연아를 설득했다.“연아 씨, 부탁드릴게요. 저희 대표님 성격 아시잖아요. 지금 거절하시면 저희 대표님 절대 치료 안 받으실 거예요. 제발... 제가 무릎이라도 꿇겠습니다.”조연아가 무릎을 꿇으려는 오민의 팔을 붙잡았다.“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일단 병원으로 가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아 씨...”의사가 총알을 꺼낼 때까지 민지훈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의사도 살다살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지만 환자가 민하그룹 민지훈 대표이니 안 된다는 소리는 못하고 애원어린 눈으로 조연아를 바라볼 뿐이었다.“휴.”한숨을 내쉰 조연아가 어린 아이를 달래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민지훈, 이 손 좀 놔. 선생님께서 곤란해 하시잖아.”“꼭 놓아야 해? 나 무서워. 아프면 어떡해?”이게 무슨 억지란 말인가?어이가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를 구하려다 다쳤으니 이를 악물고 애써 짜증을 밀어냈다.“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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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이에 조연아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확신해요. 사촌오빠의 목소리를 착각할 리가 없으니까요.”지하주차장에 울리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해 조연아의 몸이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네,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부탁드리겠습니다.”경찰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조연아가 여전히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민지훈을 노려보았다.“도대체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건데?”“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민지훈!”짜증을 내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귀여운지.민지훈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똑똑똑.이때, 오민이 병실로 들어왔다.“대표님.”“어떻게 됐어?”민지훈의 질문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대포폰이라 신분을 알아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두 사람의 대화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조연아가 물었다.“대포폰? 그게 무슨 소리예요?”“아, 아직 모르셨습니까? 오늘 정체불명의 남자가 대표님께 전화를 걸어 연아 씨가 위험하다고. 어서 임천병원 지하주차장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상대가 총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대표님께서 그렇게 여러 번 전화를 거셨던 겁니다.”“그랬군요...”‘그래서 부재중통화가 그렇게 많이 와있었던 거구나. 그리고 내가 문자로 위치를 보내자마자 바로 도착한 것도 미리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어. 누구지? 그 사람은 내가 위험해질 거라는 걸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이때 오민이 말을 이어갔다.“전화번호를 추적해 봤는데 대포폰이더군요. 꽤나 신중한 상대인 것 같습니다. 뭐, 연아 씨가 무사하니 다행이지만요.”이때 조연아를 잡은 민지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추준이 널 죽이려는 이유가 뭐야?”“그러니까요. 가족끼리 서로 죽고 죽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기막힌 사건에 경찰들도 혀를 끌끌 차던 모습을 떠올리며 오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연아 씨... 왜 그렇게 가족운이 없으실까.’“연아 씨가 스타엔터를 빼앗은 게 고까워서 그런 걸까요?”오민의 질문에 조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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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오 비서님.”민지훈의 시선이 오민에게로 향했다.“추준, 그 사람의 행적에 대해 조사해 보세요.”“네.”고개를 끄덕인 오민이 돌아서던 그때, 190센치의 거구가 병실 문을 벌컥 열어제쳤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백장미 ... 그러니까 하율 씨 어머니께서... 병실에서 자살했답니다.”“뭐라고요?”충격적인 소식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조연아가 휘청거리고 민지훈이 그녀를 부축했다.순간 안색이 창백해진 조연아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만두가 말을 이어갔다.“저기... 병원 주차장에서 하마터면 큰일 나실 뻔했다면서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전 괜찮아요.”고개를 저은 조연아는 애써 이성의 끈을 부여잡았다.“언제... 발견된 건데요?”“15분 전, 병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하율이는? 하율이는 이 사실 알고 있어요?”이에 만두가 고개를 저었다.“아직 하율 씨에겐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도 도착했으니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겠죠.”“알겠어요.”고개를 끄덕인 조연아가 백장미의 병실로 향하려던 그때, 민지훈이 그녀를 붙잡았다.“같이 가.”“아니야. 당신은 푹 쉬어. 그리고... 오늘 구해줘서 고마워.”“널 혼자 보내고 내가 두 다리 뻗고 쉴 수 있을 것 같아?”지하주차장에서 하마터면 사촌오빠 손에 죽을 뻔한 것도 모자라 새엄마의 자살 소식까지.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 하루, 지금 사건 현장을 목격한 조연아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고집 좀 그만...”민지훈의 고집을 꺾을 시간 따위 없다는 생각에 조연아는 말끝을 흐리고 돌아섰다.‘뭔가 이상해.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그럴 리가 없어.’잠시 후, 조연아 일행이 6층에 도착했을 땐 먼저 온 경찰이 복도 전체를 봉쇄한 뒤였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전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입니다. 사망자... 가족이기도 하고요.”“아, 현장 상황만 봐서는 자살로 보입니다. 유서에 조연아 씨의 어머니인 추현 회장님을 살해한 과정이 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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