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날 밤, 호텔은 시끌벅적했고 분주했다. 임재욱이 퇴근할 때는 이미 늦은 시각이었다.그가 새로 만든 볶음면을 들고 유시아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이미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등에는 큼직한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마치 누가 훔쳐 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임재욱이 그녀를 툭 치자마자 유시아는 벌떡 깨어났다. “음, 재욱 오빠, 퇴근했어요?”임재욱은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의 바로 앞에 볶음면 한 접시와 일회용 젓가락 놓았다. “미안해. 호텔에 딱히 먹을 게 없어서 볶음면을 갖고 왔어. 이거라도 먹어.”배가 고팠던 유시아는 그 볶음면을 보더니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오빠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거예요? 맛있어 보여요!”“셰프님한테 해달라고 했어.”이 말에 유시아는 입을 삐죽거렸다.“오빠는 어쩌면 거짓말조차 할 줄 몰라요? 이러다가 나중에 여자 친구가 없겠어요!”“꼬맹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빨리 먹기나 해.”임재욱은 비록 그녀보다 한 학년 위였지만, 유시아가 또래들 보다 일찍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그보다 나이가 세 살이나 어렸다. 그는 기분이 좋을 때면 어른 행세를 하곤 했다.꼬맹이, 이건 임재욱이 시아를 가장 따뜻하게 불렀던 한 번이었다.그날 밤, 유시아는 볶음면을 만족스럽게 먹은 후 트림까지 했다. 그리고 즉시 자신의 모자와 목도리를 집어 들었다.“재욱 오빠, 우리 함께 새해를 맞이하러 가요. 오빠한테 줄 선물도 가져왔어요!”임재욱이 물었다.“무슨 선물?”유시아는 자신의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두드리며 말했다.“폭죽이요. 우리 불꽃놀이 하러 가요!”이 말을 들은 임재욱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전에 그는 유시아가 조금 바보 같다고만 생각했었지, 섣달그믐날 밤에 가족을 두고 그를 찾아올 정도로 어리석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인화성 물건을 가방에 넣어서 메고 오다니!감동받은 임재욱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가 들게 줘 봐.”“네에.”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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