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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485 챕터

제281화

아팠다, 그리고 어둡고 추웠다...임재욱의 어두운 얼굴, 신서연의 표독스러운 목소리에 소현우의 부드러운 얼굴까지, 불길한 느낌과 함께 눈앞에 자꾸 아른거리는 익숙한 얼굴들이 뒤섞여 유시아를 미치게 했다.병상에 누운 유시아는 마취 후 깊은 수면 상태에 빠졌음에도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간호사는 유시아의 곁에서 섬세하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병실을 왔다 갔다 하며 한서준은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한서준은 꿈에도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야생가는 본디 별별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한서준의 야생가에 대한 관리는 매우 엄격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손님이 때리든 욕하든 아무런 반격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하지만 만약 그의 직원들이 도가 넘는 피해를 본다면 서준 또한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고 안전요원들을 불러 그들을 내치기도 했다.그 때문에 오늘날까지 영업을 이어온 야생가에서 직원들이 받은 수모는 많았어도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었다!두 놈은 자신들이 사고를 저질렀음을 알아차린 뒤 도망쳤으나 그들이 찍힌 CCTV로 한서준은 사람을 풀어 두 놈을 잡으러 갔다.유시아는 오늘부로 야생가에서 일할 생각이 없었기에 유니폼이 아닌 자기 옷을 입었다.이렇게 생각하니 두 놈들이 매우 의심쩍었다.한서준은 룸 안의 CCTV를 여러 번 돌려본 후 그놈들이 유시아를 덮치려 한 것보다 이를 핑계 삼아 배 속의 아이를 없애려 한 것이 목적임을 확신했다.이런 일은 여우같은 정유라만이 할 수 있는 짓이었다!정유라와 임재욱 간의 사이로 볼 때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크게 비난할바가 못 된다. 다만 정유라가 자신의 계획을 망친 걸 받아들일 수 없는 한서준이었다.한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오늘 빚은 꼭 되갚아 줄게!’창가에 서서 휴대폰 속 임재욱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려던 그때, 병실 쪽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한서준은 이미 깬 유시아를 발견했다.유시아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입술은 핏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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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러면 감사해야지!”한서준은 손을 뻗어 유시아의 이불을 정리해 주며 그녀의 휴대폰을 베개 옆에 놓아주었다.“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도 돼.”이 말을 남기고 한서준은 몸을 돌려 떠났다.밖에서는 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 내린 도시는 하얀 백지장 같았고 동화 세상인 것처럼 깨끗했다.눈길이라 조심스레 운전한 탓에 병원에서 가로수길까지 한서준은 40분이나 걸렸다.가로수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칠성급 호텔에는 대문짝만한 현수막이 붙어있었다.[건대 그룹 정건호 회장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한서준은 호텔 문앞에 잠깐 차를 멈췄다가 가벼운 웃음소리를 흘리고 떠났다.정건호의 생일은 정운의 각 계 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모두 모일 만큼 스케일이 컸다. 그곳에는 내로라 하는 수많은 수재들과 아름다운 여인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하기 그지없었다.정건호의 일남일녀 자녀중 올해 18세가 된 아들 정은석은 줄곧 미국에서 유학하다가 아버지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귀국했다. 정유라는 정건호의 장녀였다.정유라는 하늘색 롱 캐시미어 원피스를 입었다. 뚜렷한 이목구미에 적절한 메이크업까지 더해져 그녀의 미모는 아름다운 바비인형을 연상케 했다.정유라는 한 손엔 와인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임재욱의 팔짱을 끼고 화사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이번은 아마도 정유라와 임재욱이 결혼한 지 1년 만에 처음으로 부부의 모습으로 나타난 행사일 것이다. 이런 등장은 둘의 불화설을 말끔히 잠재울 수 있었기에 정유라는 그들의 관계가 화목하게 보이게끔 임재욱의 팔짱을 더욱 단단히 꼈다.생일파티의 손님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독한 술도 마시게 된 재욱은 얼마 지나지 않아 피로감을 느꼈다.“재욱씨...”정유라는 살뜰하게 임재욱을 부축했다.“당신, 어디 아파요? 너무 힘들었죠? 내가 나빴어요, 당신이 바쁜 걸 알면서도 아빠의 생일파티에 데리고 온 내 잘못이에요.”임재욱은 정유라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그치만 당신 얼굴빛이 안 좋아요,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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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병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잔잔한 숨소리만 들렸다.입맛이 없는 듯 얼마 먹지도 않은 밥이 한쪽에 그대로 놓여 있다.유시아는 침대에 눈을 반쯤 감고 멍해서 창밖의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올해 겨울은 그녀가 감옥에서 보냈던 겨울보다도 더욱 춥게 느껴졌다.마취가 풀리자, 그녀의 아랫배는 생리통보다 더 아프게 욱신거렸다.‘작은 생명을 잃는 게 이런 느낌인가보다.’유시아도 이렇게 아픈데,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짓눌려 피범벅이 될 때 느꼈을 고통을 그녀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그녀는 첫사랑도 놓치고, 배 속의 아이까지 지키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쓸모없게 느껴졌다.‘그래서 다들 날 떠난 거야, 난 정말 그들에게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야.’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모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에서 보냈던 시간도 지금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그녀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현실은 그런 그녀를 비웃기라도 한 듯 점점 더 나쁘게 흘러갔고 이제는 감당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때마침,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지만, 유시아는 광고 메시지라는 생각에 보지 않았다.아랫배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자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휴대폰을 본 순간, 임재욱에게서 보내온 사진이 보였다. 사진 속에는 그와 정유라가 함께 있었다.한 장은 정유라가 키스 마크가 찍힌 하얀 어깨를 드러낸 채 수줍은 듯 임재욱의 목덜미에 파묻혀 있는 거였다.다른 한 장은 임재욱이 머리가 헝클어진 채 정유라와 격렬한 키스하는 거였다.유시아는 임재욱이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한심했다. 그건 바로 임재욱은 자기가 임신하고 유산까지 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그래, 이렇게 된바 평생 모르는 게 좋겠어!’유시아는 사진을 지우고 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그러고 나서는 임재욱의 연락처를 차단해 버렸다.정유라는 임재욱의 품에 안겨 그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유시아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고 만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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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유라 씨가 왜 여기 있어요?”임재욱이 차가운 표정과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하면서 말했다.“유라 씨,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줘요!”어젯밤 임재욱은 인사불성이 되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이 멀쩡했던 정유라가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뭔 설명이 필요한 거죠?”정유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재욱 씨,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임재욱이 되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재욱 씨가 어제 술에 취해서.”정유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조적인 태도로 말했다. “재욱 씨가 어젯밤 그 여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날 침대로 끌어당겼어요. 내가 다른 사람의 대체품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비참하네요!”정유라가 말하는 그녀가 누구인지 임재욱도 알아챘다.임재욱에게 있어서 유시아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사람 같았다.임재욱이 유시아를 그리워도 하고, 심지어 그녀가 다시 자기 품으로 돌아와 주길 바랐던 적도 있지만, 어떻게 술에 취해 정유라를 그녀로 착각해 흔들리는 마음을 달래려고 한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정신 멀쩡한 상태에서의 임재욱은 이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었지만, 술에 취한 그는 자신조차도 믿을 수가 없었다.“미안해요, 재욱 씨.”정유라는 처량함과 자책감으로 뒤덮인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제가 어제 재욱 씨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밀어냈어야 했어요.”정유라는 침대 옆 카펫 위에 있는 겉옷을 주워서 몸에 걸치고 맨발로 화장실을 갔다.드리워진 이불 속 흰 침대 시트에는 빨간 핏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임재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어젯밤 술에 취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욕실 안에서는 금세 쏴- 하는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임재욱은 이 상황이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손으로 눌렀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생기자, 그는 많이 난감해했다.임재욱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정유라를 대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몇 분 뒤, 정유라는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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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화 

방에서 나와 텅 빈 복도를 바라본 정유라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이윽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마침 임재욱의 할아버지인 임태훈과 마주쳤다.임태훈은 고개를 들어 정유라를 바라보며 물었다.“유라야, 재욱이는? 꽤나 오랫동안 걔를 못본것 같아서 말이야.”장인어른의 생일파티에 임재욱이 어찌 모습을 보이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좀 지쳐보여서 제가 방에 올라가 좀 쉬라고 했어요.”정유라는 대답하는 동시에 임태훈의 발걸음을 급히 따라갔다. 그리고는 임태훈의 팔짱을 껴 부축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요즘 재욱씨 매일 야근해요, 업무 스트레스도 상당한데 그 와중에 없는 시간 쪼개서 저랑 같이 우리 아빠 생일파티까지 참석하려니 많이 힘이 드나봐요. 할아버님, 오빠 조용히 쉬고 있는데 우리 그냥 내려갈가요?”임태훈은 손자인 임재욱한테 불만이 있었지만 쾌활하고 너그러운 손자며느리를 봐서라도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조용히 정유라를 따라 발걸음을 돌렸다. 정건호의 생일파티는 오후가 되어서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임재욱은 아직까지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정유라는 임태훈에게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 곁에 있고 싶다는 뜻을 내비추자 임태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임태훈이 떠난 뒤 정유라는 호텔의 손님들을 다 배웅한뒤 운전대를 잡아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유시아는 의사가 말한 퇴원날을 채 기다리지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걷기가 가능할 때 바로 조용히 짐을 싸 병원을 떠나버렸다.한서준은 그녀를 자신의 도구로 삼으려 하였고, 임재욱은 와이프 곁에 있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녀는 이 기회에 멀리 달아나 두남자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정운시는 갑자기 며칠간 내린 눈 때문에 교통까지 불편해졌다.밤이 되면 조명과 하얀 눈이 겹쳐져서 정운시로 하여금 더욱 반짝이게 하였다. 도로 양쪽에 있는 가게들도 하나둘 영업을 시작해 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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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6화

유시아가 문앞에서 서성이자 결국 낯익은 보안대장이 안에서 나와 말했다.“들여보내세요, 그녀는 이 별장주인 안사람되는 분입니다.”보안대장은 아직까지도 유시아를 기억하고 있었다. 결혼당일 신랑이 차사고로 사망하고 그녀 혼자 외로운 생활을 하는 불쌍한 사람이라는것을.유시아는 보안대장을 향해 미소지으며 한손으론 트렁크를, 다른 한손으론 구름이를 안고 별장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항상 집 관리비를 제때에 납부한 유시아였기에, 집안에 수도와 전기는 끊기지 않아 모든건 유시아가 떠나기전과 다름이 없었다. 하나 있다면 장시간 사람이 없어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다는 것이였다.구름이도 이 곳을 기억하고 있는것 같았다. 애완동물 외출가방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윗층에 있는 구름이의 집으로 달려나갔다.동시에 유시아는 뜨거운 물 한 대야와 그 물에 깔끔히 씻은 걸레를 들고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윗층에 있는 소현우의 서재로 올라갔고 곧이어 그곳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유시아는 미술을 전공하였기에, 소현우가 살아있을 때 그녀를 위해 관련 방면의 그림책과 서적들을 사주었다. 덕분에 서재 한켠에 놓여져있는 다양한 책들은 유시아만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 되여 언제든 그녀가 맘편히 독서를 즐길수있게 관리해왔다.그때 소현우의 가장 큰 로망은 바로 큰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소현우는 서재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유시아는 옆에 조용히 앉아 독서를 하는것이였다.그렇게 되면 그녀 몸에서 풍기는 책 냄새가 소현우한테서 나는 냄새를 씻어주고, 소현우의 경제력으로 그녀를 보호할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가정의 분위기속에서 태여난 아기는 그 어떠한것도 부족함이 없을것이다.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유시아는 손에 들고 있는 책들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역시 너무 아름다운 물건과 훌륭한 사람은 항상 오래 붙잡고 있기가 힘든가보다.반월별장으로 돌아간 다음날, 용재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시아야, 요즘 어때? 괜찮니?”유시아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익숙한 남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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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화

정건호의 생일파티가 끝난 뒤로 임재욱은 쭉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집사람들도 이젠 다들 익숙해졌는지 그에게 연락 한통 하지 않았다. 마치 철저히 임재욱을 외면하듯이 말이다.설이 다가오자 정유라는 그제야 임재욱에게 전화를 걸어 곧 명절인데 할아버님과 시누이, 그리고 정유라의 부모와 동생한테 새해 선물을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임재욱은 명절에 대해 별로 개념이 뚜렷하지는 않은 사람이거니와 명절을 싫어하는 사람중 한명 이였다. 명절엔 꼭 집으로 돌아가 임태훈과 임청아랑 밥을 먹어야 했으니까.하지만 정유라의 부탁에 마음이 약해진 임재욱은 어쩔수없이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다 사고 정유라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에 눈치가 빠른 그녀는 임재욱에게 차에서 내려 함께 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재욱씨, 명절때 집으로 돌아가요. 가서 밥이라도 같이 먹고 오세요. 아니면 할아버님 많이 속상해 하실거예요. 연세도 높으신 분이 자꾸 화내시면 안좋잖아요.”가만히 듣고만 있던 임재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응.”정유라는 임재욱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홀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크고 작은 짐들을 챙겨 저택으로 걸어갔다.임씨 저택 안팍은 모두 명절분위기로 한바탕 장식을 끝마친 후였다. 임태훈은 이러한 장식들을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그는 세개의 두둑한 세뱃돈까지 준비하였는데 하나는 손주며느리, 다른 두개는 각각 두 손녀의 몫이였다.임청아는 오늘 유난히 예쁘게 차려입은것 같았다. 빨간색 프라다 벨벳 겨울치마에 하얀 조끼, 그리고 정교한 화장까지 더해져 인형이 따로 없는 모습이였다.임청아는 임태훈이 준 두둑한 세뱃돈을 받고는 임태훈의 옆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 점심을 다 먹으면 저 좀 나갔다 올게요.”그녀의 말을 들은 임태훈은 순간 표정이 굳더니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명절이라 모든 상가들 거의 다 문을 일찍 닫을텐데 밖에 나가 뭐하게?”“일이 좀 있어서요.”임청아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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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8화

그러던 임청아는 그녀의 아버지와 큰오빠 임진욱이 세상을 뜬 후로부터 중성적인 옷을 좋아하기 시작하더니 성격도 변해갔다. 마치 일부러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하지만 최근 며칠사이 임청아의 옷차림은 다시 예전 그 사랑받던 시절 공주와 소녀 스타일로 바뀌었다.정유라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하던 임태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음...청아에게 연인이 생긴 가능성이 매우 크겠구나.]그는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아있는 정유라와 임재욱을 보며 말했다.“너희들은 청아의 오빠이자 형수니 잘 알아보거라, 특히 남자의 집안과 인성 같은것 말이다. 절대 순진한 청아가 그 남자에게 속아 나서는 안된다.”정유라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임태훈의 말에 대답했다.“네, 할아버님 염려마세요. 저희가 잘 알아볼게요.”정유라는 몸을 일으키며 말을 이어갔다.“저 주방에 가서 점심준비는 거의 다 된 건지 보고 올게요.”말을 끝낸 정유라는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정유라마저 떠난 거실에는 임태훈과 임재욱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정유라의 모습이 멀어지자 임태훈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너도 유라한테 잘해, 좋은 여자인 것 같구나. 우리 임씨 집안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거야, 너는 유라 남편인데 네가 유라한테 막 대하면 유라 마음은 점점 차갑게 식어 갈 테니 조심해.”임태훈의 말을 가만히 듣던 임재욱은 알겠다는 한마디만 하고 소파에 기대여 앉았다. 그는 임태훈의 말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듯 했다.할아버지가 정유라에 대해 말을 꺼낼 때 마다 무의식적으로 유시아 생각이 나는 임재욱이였다.오랜 시간 동안 그에게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는 유시아는 마치 임재욱의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처럼 조용했다.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임재욱은 더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밤이 돼서 임태훈과 저녁을 먹고는 그가 잠들기만을 기다렸다가 차키를 들고 떠날 채비를 하였다.“재욱씨...”임재욱이 정원에 거의 도착할때쯤 정유라는 문앞에 서서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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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화

임주란은 임재욱을 아래 위로 쭉 훑어보더니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유시아랑은 어떤 사이시죠?”“전 유시아 친구입니다. 유시아가 안보이네요?”“아, 친구시구나.”임재욱의 대답을 듣던 임주란은 살짝 웃으며 하려던 말을 계속 했다.“유시아에 관해서는 한 대표님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저희는 잘 몰라요.”유시아는 야생가 직원들 중 가장 미스테리한 존재였다, 어느날 갑자기 유생가로 들어와 소리 소문 없이 떠난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 유시아가 한서준과도 관련돼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직원들은 더더욱 유시아에 관한 말을 꺼내기 꺼려하는 눈치였다.잠시 멍해있던 임재욱은 한적하고 구석진 곳으로 가 한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야생가에 있습니다, 근데 유시아가 안 보이네요?”5분후, 어느 한 넓고 호화로운 사무실안에서 임재욱의 목소리가 들렸다.“유시아는 어디로 간 거죠?”한서준에게 따지듯 묻는 임재욱의 낯빛은 많이 어두워보였다.“저 대신 유시아를 잘 지켜주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지금 유시아가 안보이냐는 말입니다.”초조해 보이는 임재욱과는 달리 한서준은 몹시 평온한 모습이였다.그는 사무실 의자에 기대앉아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왜요? 유시아가 찾아가지 않았나보죠?”“말 좀 똑똑히 하세요.”임재욱은 한서준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임재욱의 대답을 들은 한서준은 더 이상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손을 뻗어 서랍 안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임재욱 앞에 내밀었다.“이것부터 보시죠.”그에 말에 임재욱은 고개를 숙여 봉투를 바라보았다. 봉투 위에 크게 적혀져있는 [정안시 산부인과] 일곱 글자를 보자 그의 가슴은 순간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더니 두 손도 떨려왔다.[석 선생님이 분명 유시아는 임신이 불가능한 몸이라고 하셨는데... 설마?]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진 임재욱은 가까스로 봉투를 찢어 확인하려는 순간 두 손에 힘이 풀려 쥐고 있던 봉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허리를 숙여 주으려고 하는 임재욱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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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0화

“생각 치 못한 변수 일뿐입니다.”한서준은 대답하며 고개를 들어 임재욱을 향해 씩 웃었다.“그리고 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겁니다. 만약 24시간동안 꼭 붙어 보호한다면 재욱씨가 질투할게 뻔하잖아요.”한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무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그리고 어떤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서준씨, 옥상에서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왜 안와요? 뭐해요? 한참 기다렸는데...”두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임청아였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안에 있던 두 남자를 보고 얼굴이 단번에 빨개졌다.“오빠...”임재욱은 임청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아까 낮에 정유라가 임태훈에게 슬쩍 했던 말이 떠올랐다.[역시 여자는 여자가 안다 더니 정확하구만.]“청아야, 네 오빠가 나한테 볼 일이 좀 있다네? 그래서 얘기중 이였어.”한서준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당당히 임청아한테로 가더니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사무실 안으로 들여온 다음 자신의 두 손을 임청아의 얼굴에 갖다댔다.“미안해, 일이 조금 많아서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 줄도 몰랐어. 많이 추웠지?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한서준이 아까와는 달리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청아는 곧장 한서준의 손을 자신의 얼굴에서 떼 낸 다음 멍한 표정으로 임재욱을 바라보았다.임재욱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진단서들과 USB영상을 챙겨 나갈 채비를 하였다.“임청아, 너 따라 나와.”한서준은 고개를 돌려 임재욱을 쳐다 봤고 그와 동시에 임청아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다가 임재욱의 뒤를 따라나섰다. 한서준은 따라나서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청아야, 너 말을 원래 이렇게 잘 들었나?”“오빠가 할아버지한테 이를가봐요.”임청아는 한서준의 손을 뿌리치며 대답했다.“잠간만 기다려줘요. 제가 알아서 잘 얘기하고 돌아올게요. 오래 안 걸려요.”임청아는 말을 끝내자마자 임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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