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잔잔한 숨소리만 들렸다.입맛이 없는 듯 얼마 먹지도 않은 밥이 한쪽에 그대로 놓여 있다.유시아는 침대에 눈을 반쯤 감고 멍해서 창밖의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올해 겨울은 그녀가 감옥에서 보냈던 겨울보다도 더욱 춥게 느껴졌다.마취가 풀리자, 그녀의 아랫배는 생리통보다 더 아프게 욱신거렸다.‘작은 생명을 잃는 게 이런 느낌인가보다.’유시아도 이렇게 아픈데,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짓눌려 피범벅이 될 때 느꼈을 고통을 그녀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그녀는 첫사랑도 놓치고, 배 속의 아이까지 지키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쓸모없게 느껴졌다.‘그래서 다들 날 떠난 거야, 난 정말 그들에게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야.’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모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에서 보냈던 시간도 지금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그녀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현실은 그런 그녀를 비웃기라도 한 듯 점점 더 나쁘게 흘러갔고 이제는 감당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때마침,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지만, 유시아는 광고 메시지라는 생각에 보지 않았다.아랫배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자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휴대폰을 본 순간, 임재욱에게서 보내온 사진이 보였다. 사진 속에는 그와 정유라가 함께 있었다.한 장은 정유라가 키스 마크가 찍힌 하얀 어깨를 드러낸 채 수줍은 듯 임재욱의 목덜미에 파묻혀 있는 거였다.다른 한 장은 임재욱이 머리가 헝클어진 채 정유라와 격렬한 키스하는 거였다.유시아는 임재욱이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한심했다. 그건 바로 임재욱은 자기가 임신하고 유산까지 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그래, 이렇게 된바 평생 모르는 게 좋겠어!’유시아는 사진을 지우고 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그러고 나서는 임재욱의 연락처를 차단해 버렸다.정유라는 임재욱의 품에 안겨 그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유시아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고 만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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