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영화관 안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다른 것 같았다.하지만 차우미는 별생각 없이, 나상준의 손에서 팝콘을 받아 들고 예의 있게 말했다.“고마워.”차우미가 팝콘을 받은 다음 나예은에게 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이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다.조금 전에 팝콘을 먹고 싶다고 하더니 완전히 까먹은 것 같았다.고도로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나예은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생각이 없었고 차우미는 그런 모습을 보며 귀여워서 미소를 지었다.긴장했던 마음도 순식간에 평온을 찾았다.차우미는 사소한 일에도 긴장하고 마음이 흔들렸는데 자칫하면 잘못할까 봐 엄청 마음을 졸였다.하지만 조금 전에는 분명 예상 외의 사고일 뿐 다른 건 아니었는데 나상준도 개의치 않아 하는 표정을 했다.나상준도 차우미도 고의는 아니었다.그렇다면 그녀가 굳이 계속 생각하며 우연으로 발생한 일에 집착하며 괴로워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인데 생각만 바꾸면 별거 아닌 것으로 된다.차우미는 조금 전의 상황에서 빠져나와 마음을 가라앉히고 팝콘을 집어 나예은의 입가에 가져갔다.나예은은 팝콘의 버터 향을 맡고 본능적으로 입을 벌렸는데 커다란 두 눈은 여전히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나상준도 차우미가 팝콘을 건네는 모습과 나예은의 반응을 보고는 긴장을 풀고 평온을 다시 찾았다.나상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차우미가 여전히 자기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얼굴을 보고 입꼬리를 치켜올리면서 조금 전에 느낀 긴장감을 떨쳐냈다.그리고는 커다란 감자튀김통을 들고 차우미한테서 시선을 거두고 스크린을 보았는데 깊은 눈동자에서는 욕망이 들끓었다.영화는 두 시간 반 동안 상영되었는데 나예은도 두 시간 반 동안 영화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예상 밖의 사고 때문에 시간을 조금 낭비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나예은에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