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차우미는 창문을 열어 창밖의 밤바람이 들어와 자신의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주게 했다.그녀는 수줍어서 빨개진 것이 아니라 나예은이 꼬치꼬치 물어보는 바람에 조금 전의 사고 장면이 떠올라서였다.차우미는 그 순간 마치 옆에 있는 나상준에게 그 사고로 인해 자신이 변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통제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나상준이 이외였던 것은 그녀를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그녀는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어찌 됐든 나상준에게 고마웠다.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결혼하고 3년 동안 회성에서 겪었던 나상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나상준을 알게 된 느낌이다.단 하나는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나상준은 예전에도 지금도 매우 훌륭하고 좋은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차는 평온하게 달리며 창밖의 밤바람이 들어와서 차우미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바람 때문에 그녀는 눈을 지그시 뜨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었다.나상준은 백미러로 뒷좌석의 차우미를 보았는데 어두웠지만 달빛과 가로등에 비쳐서 밤에 피는 달맞이꽃 같았다.쿵, 쿵, 쿵...순간 나상준은 가슴이 세차게 요동치고 혈액도 들끓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영화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중국 식당을 선택했다.그들은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고 바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식사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빈자리가 많았는데 레스토랑 직원이 그들을 창가 옆으로 안내했고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했다.차우미는 우선 나예은에게 선택하라고 했고 그다음은 나상준이 요리 몇 가지를 더 주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식전 에피타이저와 샐러드를 먼저 가져왔다.세 사람은 먼저 애피타이저를 먹으면서 다른 요리들을 기다렸고 식사를 끝내자, 시간은 거의 9시가 되였다.“와~ 예은이 너무 많이 먹었어요.”나예은은 충분히 먹고나서 어린이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볼록 나온 배를 보며 미소를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조용했기에 나예은과 나상준도 전화가 걸려 오는 소리를 들었다.나상준은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다가 차우미가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부터 차우미의 표정 변화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리는 지금은 찻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조용히 찻잔을 문질렀다.나예은은 휴대폰이 울리자 즉시 누구 전화인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반짝이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랐다가 서혜지인 걸 확인하고는 웃으면서 아마도 서혜지와 나준우가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수락 버튼을 클릭했다.차우미는 전화를 받으며 호기심에 자기의 옆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다리는 나예은을 보고 웃었다.“여보세요. 혜지 씨.”전화가 연결되자 차우미가 부드럽게 말했다.“형수님, 지금 레스토랑에 있어요?”공항 직원의 안내 방송과 함께 들리는 서혜지의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는 미소를 지었다.“네. 지금 막 저녁 식사가 끝났고 아직은 레스토랑에 있어요.”“네. 준우 씨랑 저 금방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그런데 형수님, 시간을 봤는데 공항에서 거기까지 거리가 꽤 먼 것 같아요. 형수님과 아주버님께서 예은이 데리고 관강동 별장으로 가시고 저희 그쪽으로 가면 어떨까요.”차우미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그래요. 예은이 데리고 관강동 별장에 가서 기다릴게요.”공항에서 지금 있는 레스토랑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라 확실히 너무 멀었다.하지만 공항에서 별장까지는 1시간 정도이고 레스토랑에서 별장까지는 40분 정도 거리이기에 시간상으로도 적합하고 또 레스토랑에서 1시간 넘게 서혜지와 나준우를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차우미의 캐리어가 현재 관강동 별장에 있어서 어차피 가지러 가야 했다.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관강동 별장에 가서 서혜지와 나준우를 기다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서혜지는 차우미의 답변을 듣고 웃었다.“알았어요. 그럼, 먼저 끊을게요. 이틀 동안 예은이 돌보느라 아주버님이랑 고생
공항에서 서혜지와 나준우는 택시를 타고 관강동 별장으로 출발했다.나준우는 조금 전에 서혜지와 차우미가 대화할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택시를 타자 물었다.“세 사람 저녁 식사 끝났대?”서혜지는 줄곧 웃는 얼굴로 택시를 타고는 친밀하게 나준우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댔는데 이틀 동안 둘만의 여행을 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엄청나게 좋아졌다.나준우의 질문에 서혜지는 꿀을 먹은 듯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금방 식사를 마쳤대요. 아직 레스토랑에 있다고 해서 별장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아마 지금쯤 출발해서 별장으로 가고 있을 거예요.”“별장으로 가라고 했다고? 우리가 레스토랑으로 가면 되지, 왜 번거롭게 해?”나준우는 자기들이 곧바로 레스토랑으로 가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했다.서혜지는 나준우의 말을 듣자마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당연히 별장으로 가야죠. 형수님은 절대 아주버님과 같이 있지 않으려고 할 건데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예은이를 픽업하면 두 사람은 각자 헤어져서 갈 거잖아요. 내가 형수님을 별장으로 가게 한 것은 아주버님께 형수님을 별장에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거예요.”서혜지의 말을 들은 나준우는 그제야 모든 걸 알았다는 듯 말했다.“그런 거였어? 잘했어.”나준우도 서혜지의 생각에 동의하자, 그녀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또 말했다.“당연하죠. 내가 누군데요.”서혜지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나준우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렇지. 그쪽으로는 대단하지.”이건 사실이다. 서혜지의 계략이 없었다면 나준우는 절대 그녀에게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다.밤은 점점 더 깊어졌고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예은과 함께 별장에 도착하자 거의 10시가 다 되었다.나예은은 서혜지와 나준우가 자기를 데리러 온다는 말을 듣고 별장으로 오는 동안 차 안에서 좋아하더니 낮잠을 자지 않아서인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차가 멈춰도 나예은은 여전히 깨어날 기색이 없이 곤히 자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이 달콤하게
차우미가 말했다.“혜지 씨와 준우 씨가 금방 도착할 거야. 내려가서 기다리자.”“응.”역시나 아주 간단한 한 글자 답변이었고 나쁜 감정은 하나도 없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동의할 것 같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이 예전과 다르게 분위기가 온화하고 고분고분한 것 같다고 느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나상준도 그녀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주변의 분위기는 너무나 고요했다.두 사람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적막이 두 사람을 둘러쌌고 발걸음 소리만 집안에 맴돌았다.사실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서혜지와 나준우가 나예은을 데리러 온다고 하니 그 전에 이틀 동안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방을 나온 후, 차우미는 말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갈 때 나상준도 그녀의 옆에서 천천히 내려갔는데 차우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1층 거실에 내려가서 어두워진 밤하늘을 보는 순간 차우미는 지금 나상준과 단둘이 있다는 걸 느꼈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돌려 자기 옆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나상준도 걸음을 멈추었는데 그의 눈은 줄곧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조였는데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왠지 이틀 내내 나상준이 계속 자기만 보는 것 같았는데 매번 그녀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의 눈과 마주쳤었다.‘나의 착각인가? 설마 정말로 계속 나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머릿속에 문뜩 떠오르는 의문에 대해 차우미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또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차우미는 나상준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혜지 씨와 준우 씨가 조금 있으면 올 거야. 그들이 예은이를 데려가면 내가 예은이와 한 약속도 끝나. 이틀 동안 고마웠어.”차우미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예전에 어찌했던 좋은 건 좋은 것이고 나쁜 건 나쁜 것이다. 이틀 동안 나상준은 정말로 흠집 하나 잡
“뭐라고?”난데없는 한마디에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돌봐달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기승전결이 없는 나상준의 한마디에 차우미는 황당하고 의아했다.나상준이 이어서 말했다.“어제 손을 다쳤잖아. 생활하는데 불편해서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해. 당신 말고 다른 여자가 하는 건 싫어.”차우미는 그제야 어젯밤에 자기 때문에 나상준이 손을 상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즉시 주머니에 넣은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오늘 하루 동안 평소와 똑같게 행동했기에 손을 다쳤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나상준이 직접 다친 걸 얘기하니 상태가 심각한 건지 궁금했다.‘예은이 노는데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참은 건가?’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추측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럼, 정말로 내가 돌봐줘야 하나?’나예은과의 약속이 끝나면 그녀는 정말로 다시는 나상준과 아무런 관계가 없이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었다.그런데 자신 때문에 다쳤는데 상관하지 않으면 너무 무정한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엮이면 두 사람에게 모두 좋지 않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영우 씨한테 남자 간병인을 찾아달라고 하면 되잖아.”“...”나상준은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따라서 주변 분위기도 순식간에 소름 돋을 정도로 조용해졌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뿐더러 불만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차우미는 다시는 나상준과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는데 이대로면 정말로 끝이 없을 것 같았다.때문에 나상준이 기분이 나쁘고 화를 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한 것이다.그녀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결심하고 말했다.“나는 안평에 돌아가면 바로 출근할 거고, 매일 정상적으로 출퇴근해야 해. 휴가를 낼 수도 없고 또 손을 다친 데 관련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 모르니 전문 인력을 구하는 게 제일 좋아. 아니면 내가 영우 씨에게 연락해서 상준 씨 상황을 얘기하고 전문 인력을 구하라고 할게. 그리고 간병인 비용은 내가 영우 씨에
나준우는 택시 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서혜지가 먼저 문을 열고 내렸다.기사는 돈을 받고나서 트렁크에서 짐을 내렸고 나준우가 넘겨받았다.택시를 떠나보내고 서혜지가 초인종을 누르려고 돌아서자, 문이 덜컥 열리면서 안에서 키가 훤칠한 남자가 걸어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나상준이었다.서혜지는 눈썹을 치켜들고 입꼬리를 올리며 나준우의 팔짱을 끼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거실 안에서 먼저 창밖으로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확인했다.서혜지와 나준우인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밖으로 걸어 나가는 나상준을 따라갔다.“아주버님, 형수님, 저희 왔어요.”“형, 형수님.”서혜지와 나준우는 나상준과 차우미 앞에 와서 두 사람이 이혼하지 않은 듯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불렀다.특히 서혜지는 나상준과 차우미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다.나상준이 간단하게 대답하자, 차우미가 말했다.“예은이는 방에서 자고 있어요.”서혜지가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안고 가면 돼요.”나준우도 말했다.“형, 형수님, 이틀 동안 고생하셨어요.”나상준이 나준우를 보며 말했다.“아니야. 고생 없었어.”나지막한 말소리는 예의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나준우는 나상준의 눈빛에서 이틀 동안 너무 만족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그는 나상준의 눈에서 이런 진심 어린 표현을 처음 봤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서혜지가 웃으며 말했다.“아주버님, 형수님, 이틀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저희가 식사 초대하려는데 언제 시간이 되세요?”서혜지는 말하면서 미소 가득한 얼굴로 차우미와 나상준을 번갈아 보았다.차우미가 말했다.“나중에...”“다음에요.”차우미는 옆에서 자기 말을 끊은 나상준을 쳐다보았다.나상준은 그녀를 보지 않고 서혜지를 보고 있었는데 표정으로 초대에 응한다고 말했다.서혜지는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리고 차우미가 거절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아챘다.다만 나상준은 앞질러 동의한다는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서혜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
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서혜지에게 이틀 동안 나예은이 얼마나 말을 잘 듣고 울지도 않고 잘 놀았는지를 얘기하고 있다가 서혜지의 갑작스러운 말에 입을 다물고 표정이 굳어졌다.차우미는 약간 놀라고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서혜지를 바라보았다.‘예은이 얘기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화제가 나상준으로 가지?’서혜지는 차우미의 표정을 개의치 않아 하며 계속해서 말했다.“정말이에요. 아주버님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 아주버님은 분위기가 너무 차가워서 말을 꺼내기도 무서웠어요. 한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전에 아주버님은 예전과 완전히 달랐어요. 아주버님한테서 온기가 느껴지고 가족 같은 느낌도 있고 낯설지도 않았어요.”서혜지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네, 변한 것 같아요. 그건 다 예은이 때문이예요.”“네?”서혜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차우미를 바라봤는데 그녀가 알기로 나상준의 변화는 분명 나예은 때문이 아니라 차우미 때문이다.두 사람이 조금 전에 같이 서 있으면서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전에 볼 수 없던 것이었다.간단하게 말하면 예전의 차우미와 나상준은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 사이로 살았다면 지금의 두 사람은 사랑으로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정말로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당사자들은 못 느끼겠지만 제3자인 서혜지는 한눈에 알아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나도 강력했다.두 사람 모두 변했다.사실 서혜지는 호기심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차우미가 나상준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다.그렇다, 나상준은 지금 이혼한 걸 후회하고 다시 재혼하고 싶어 한다.나상준은 차우미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하지만 차우미는 그런 서혜지의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럴 생각이 아예 없었다. 왠지 현재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남녀 간의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서혜지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나상준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마치 잔잔한 호수에 갑자기 파동이 일어나듯 심장이 두근거렸고 눈빛이 흔들렸다.나상준은 너무 직설적으로 차우미를 원한다고 고백했다.그 어떤 여자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절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텐데 차우미는 심지어 나상준을 좋아했던 사람이다.하지만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차우미는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꽉 잡으며 침착하게 말했다.“그런데 나는 상준 씨를 간호하고 싶지 않아.”워낙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거절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상준의 고집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나상준에서 3년 동안의 부부 관계는 다른 사람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습관이 되어버린 듯했다.만약 회성에서 모든 것을 끝내지 않았다면 동의할 수도 있었을 건데 지금은 모든 것이 끝났고 두 사람 사이는 마침표를 찍었다.때문에 차우미는 이제 그 어떤 일로도 나상준과 다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비록 손을 다치게 된 것이 그녀와 관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싫었다.“...”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예전 같았으면 차우미의 직설적이고 무정한 거절에 이미 분노했을 건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조금의 이질감도, 조금의 분노도 없을뿐더러 밤하늘의 고요한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의 평온한 모습을 보면서 차우미는 순간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나상준이 화를 냈으면 마음이 괜찮았을 건데 침묵으로 그녀만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차우미는 왠지 잘못된 결정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예은이와의 약속을 지켰으니 나는 이제 안평으로 돌아가서 출근해야 해. 상준 씨 업무는 대부분 해외에 있고 국내 업무가 있다고 해도 절대 내가 있는 작은 도시가 아닐 거잖아. 상준 씨가 내가 있는 도시로 오거나 내가 상준 씨 있는 데로 가는 것은 서로 불가능한 일이잖아. 어젯밤에 나를 도와준 것은 정말 고마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치게 된 건 미안해. 하지만 아무리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