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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Author: 유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15 19:00:00
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서혜지에게 이틀 동안 나예은이 얼마나 말을 잘 듣고 울지도 않고 잘 놀았는지를 얘기하고 있다가 서혜지의 갑작스러운 말에 입을 다물고 표정이 굳어졌다.

차우미는 약간 놀라고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서혜지를 바라보았다.

‘예은이 얘기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화제가 나상준으로 가지?’

서혜지는 차우미의 표정을 개의치 않아 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정말이에요. 아주버님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 아주버님은 분위기가 너무 차가워서 말을 꺼내기도 무서웠어요. 한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전에 아주버님은 예전과 완전히 달랐어요. 아주버님한테서 온기가 느껴지고 가족 같은 느낌도 있고 낯설지도 않았어요.”

서혜지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네, 변한 것 같아요. 그건 다 예은이 때문이예요.”

“네?”

서혜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차우미를 바라봤는데 그녀가 알기로 나상준의 변화는 분명 나예은 때문이 아니라 차우미 때문이다.

두 사람이 조금 전에 같이 서 있으면서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전에 볼 수 없던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예전의 차우미와 나상준은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 사이로 살았다면 지금의 두 사람은 사랑으로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로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사자들은 못 느끼겠지만 제3자인 서혜지는 한눈에 알아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두 사람 모두 변했다.

사실 서혜지는 호기심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차우미가 나상준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 나상준은 지금 이혼한 걸 후회하고 다시 재혼하고 싶어 한다.

나상준은 차우미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차우미는 그런 서혜지의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럴 생각이 아예 없었다. 왠지 현재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남녀 간의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

차우미는 서혜지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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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무슨 결정이든 충동적으로 하지 않는데 성격 자체도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다.때문에 매번 결정할 때마다 신중하게 모든 것을 생각하는 편이다.나상준과의 이혼도 차우미는 사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방면으로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다.그리고 일단 결정했기에 절대 다시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때문에 한 번 이혼했으면 절대 같은 사람과의 재혼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지금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에는 위로의 흔적은 없고 오로지 진정한 마음뿐이었는데 차우미가 만약 다시 결혼한다면 자기를 선택할 것을 바랄 뿐이었다.나상준은 지금 농담으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지금 나온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진심이다.차우미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알았어. 그런 날이 온다면 잘 생각해 볼게.”이혼 전에는 언젠가 또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온이샘과 부딪히면서 그녀는 조금 망설이게 되었다.적합한 배우자를 찾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그렇다고 또 아무 사람이나 찾을 생각이 없었고 또 그럴 거면 오히려 혼자 사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나상준이 이렇게 말하니 그녀는 만약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면 나상준과 비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이번에 정말로 좋은 상대가 아니면 아예 재혼을 안 할 거라고 다짐했다.나상준은 차우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동의한 걸로 알고 있을게. 오늘 한 말을 기억해.”말을 마치고 그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차우미는 흠칫 놀라더니 바로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들고 그를 따라 나갔다.그녀는 당연히 기억할 것이다. 결혼은 아이의 장난이 아니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기에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만둣가게를 떠나 대기실 쪽으로 갔다.같은 시각 대기실에서 온이샘은 세 번째 줄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차우미의 캐리어와 여행 가방이 있었다.온이샘은 휴대폰으로 회사 직원이 보낸 업무용 이메일을 보

  • 봄날   제930화

    차우미는 현재 차분한 대화와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하고 느낌이 좋았다.나상준은 차우미 눈가의 미소를 보았는데 그녀가 편안하고 홀가분해하는 모습에 약간 놀라웠다.“어울려.”차우미가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어? 어울린다고?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나상준은 자기의 주제를 잘 알고 있다는 차우미의 눈빛을 바라보며 나지막하지만 강력하고 확신의 목소리로 말했다.“차우미는 온이샘에게 충분히 어울려. 다만 두 사람 함께하는 건 적합하지 않아.”“...”차우미는 오늘의 나상준이 너무 낯설었다. 하는 말이 너무 모호하여 그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었지만,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여 그녀는 처음에 당황해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웃어버렸다.뭔지 모르지만 그냥 웃고 싶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한 말을 이어서 물었다.“어울린다면서 왜 또 적합하지 않다는 거야?”이 질문에는 다른 뜻은 없고 그냥 단순하게 나상준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그렇다, 차우미는 간만에 너무 궁금했다.나상준은 차우미 눈빛의 변화를 지켜보며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두 사람의 성격이 너무 비슷해.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마치 또 한 명의 본인과 생활하는 것과 같을 거고 그렇게 일생을 살기에는 너무 따분하고 재미가 없을 거야. 그러니 재혼하려면 차라리 나를 선택해.”차우미는 깜짝 놀라 의아해하며 나상준을 바라봤다. 특히 맨 마지막 한마디에 편안했던 그녀의 마음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어버렸다.‘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거야?’나상준이 했던 조금 전의 말로도 충분히 놀랐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짜로 충격을 주는 건 여기에 있었다.차우미는 지금 순간의 모든 것이 정말 현실이 아니라 꿈처럼 느껴졌다.나상준의 말들 때문에 차우미는 마음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했는데 너무 혼란스러웠다. 이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몇 번 심호흡하여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우미는 오히려 피식 웃었다.그녀는 초승달

  • 봄날   제929화

    차우미는 나상준의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깜짝 놀랐다.공항의 번잡함은 한시도 멈추지 않았고 오가는 사람들도 여전했으며 주변의 모든 것이 차우미가 들어올 때와 똑같았다.차우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상준을 바라봤는데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나상준이 한 말은 본인이 아니라 차우미를 본 적이 없는 제3자가 하는 말 같았다.심지어 눈앞에서 당사자를 응시하면서 얘기를 하는데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에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상준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는 마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차우미의 응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주변이 아무리 북적거려도 두 사람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번화한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안식처 같았다.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간은 마치 멈춘 것 같았다.“띵.”갑자기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하는 소리가 두 사람의 정적을 깨뜨렸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고개를 숙여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메시지 도착 소리가 그녀의 가방에 났기 때문이다.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온이샘이었다.아마도 티켓팅을 하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클릭했다.온이샘은 두 개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하나는 대기실에서의 위치를 알려주는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자였다.[우미야, 나는 대기실에 왔어. 방금 사진 속에서 세 번째 라인에 있는 자리에서 기다릴게.]차우미는 대기실의 사진과 그 위에 보이는 표지판을 확인하고 답변을 보냈다.[알았어.]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온이샘이 곧바로 웃는 얼굴 이모티콘을 답장으로 보내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고 웃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보았다.조금 전에 나상준이 한 말은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었으며 평소 같지 않아서 차우미는 도저히 나상준이 한 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차우미가 아무리 믿기지 않고 잘못 들었을까 의심도 했지만, 현실은

  • 봄날   제928화

    ”가현이와 서흔이가 연애할 때 서로 같이 놀면서 알게 되었어. 비록 같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계속 같이 어울리다 보니 졸업할 때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가 되었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 도시에서 몇 개월 근무하다가 안평시로 돌아갔고 선배는 그때 학업과 일 때문에 많이 바빴는데 나중에 출국한 거로 알고 있어. 구체적으로 언제 출국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사실이야. 그 후로 서로 같은 도시에 있지 않으면서 연락이 끊겼어. 그리고 나는 상준 씨를 알게 되었고 결혼을 했고 그 동안 선배와는 전혀 연락이 없었어.”예전에 차우미는 이런 일을 나상준에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오늘의 일 때문에 얘기해야 한다고 느꼈다.어떤 일과 말은 얘기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차우미는 서로의 오해가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나상준은 한없이 평온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차우미의 눈에 담긴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았다.그의 마음은 현재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무런 불안도 위험 요소도 없었다.차우미는 잠시 멈췄다가 계속해서 말했다.“나 결혼한 3년 동안 선배와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어. 선배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나도 선배와 연락한 적이 없었어. 우리가 다시 연락하고 만나게 된 건 이혼한 후 내가 안평으로 돌아간 지 2개월 정도 되었을 때야. 어느 날 선배가 내가 일하는 곳에 와서 도와달라고 하면서 다시 연락된 거야. 나 결혼 기간 동안 주변에 남성 친구도 없었고 선을 넘는 행동도 절대 하지 않았어.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이혼은 우리 자신의 문제이지 선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선배에 대해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차우미는 말하면서 나상준의 표정을 살폈는데 아무런 흔들림 없이 차분했다.그녀는 나상준에게 숨기는 거 없이 모두 사실대로 말했고 자기를 믿어 주기를 바랐으며 또 모든 상황을 들은 후 온이샘에 대한 편견이 없이 예전과 같기를 바랐다.차우미는 두

  • 봄날   제927화

    나상준이 물었기에 차우미는 억지로 먹을 수 있는 척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그러자 나상준은 아무 말도 안 하고 남은 4개에서 2개를 더 가져가고 2개만 남겼다.한 그릇 가득하던 만두가 순식간에 외롭게 2개만 남겨졌다.차우미는 만두 그릇을 내려다보며 이제는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안도했다.따라서 그녀의 미간도 펴졌고 긴장했던 표정도 사라졌다.“고마워.”손을 뻗어 나상준 앞으로 간 만두 그릇을 가져오려고 하자 나상준이 잽싸게 그릇을 차우미 앞에 가져다 놓았다.그녀는 손을 거두고 숟가락을 들어 몇 개 남지 않은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나상준이 전혀 싫어하지 않는 것을 보고 차우미는 의외라고 생각했다.나상준은 약간의 결벽증이 있고 청결을 좋아했다.차우미도 그 부분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 자신 그릇의 만두를 개의치 않아 하며 가져가는 모습에 약간 놀라웠다.차우미는 아마도 회성에서 일을 했던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대 나상준이 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조금 변한 것 같았다.그런 생각을 하며 차우미는 숟가락으로 만두를 먹었다.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하게 식사했는데 공항은 여전히 활기차게 북적거렸다.오가는 사람들의 목소리, 라디오 소리, 음악 소리가 끊기지 않고 울려 퍼졌다.나상준과 차우미는 정상적인 부부처럼, 연인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인 같았다.아무리 천천히 먹어도 만두 3개를 먹는 건 금방이었는데 차우미가 다 먹었을 때 나상준은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차우미는 티슈를 가져다 입을 닦은 다음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했다.현재 4시 전이었기에 아직 시간이 충분해서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고 나상준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봤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했다.그녀는 오늘의 상황을 나상준과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나상준은 서두르지 않고 식사를 했는데 식사하는 일거수일투족에서 뿜어나오는 명문의 수양은 보기 좋았고, 보는 사람을 매료시켰다.나상준은 눈을

  • 봄날   제926화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있었는지 마치 차우미를 당장이라도 삼킬 듯했다.차우미가 말했다.“알았어, 만두 가게로 가자.”차우미는 나상준이 밥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만두를 선택해서 조금 의외였다.만두 가게는 조금 더 앞에 있었는데 그들은 가게 앞에 도착해서 메뉴판을 확인하고는 차우미가 물었다.“만두가 여러 가지 있는데 어떤 걸로 할 거야?”“삼선 만두로 해.”차우미가 묻자마자 나상준은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대답했다.나상준의 대답에 차우미는 순간적으로 회성에서 나상준과 같이 만두를 먹을 때가 떠올랐는데 그때도 삼선 만두를 먹었었다.아마도 그때 먹었던 삼선 만두가 입맛에 맞아서 이번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선택한 것 같았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이어서 주인을 보며 말했다.“삼선 만두 한 그릇 주세요. 그리고 파는 빼주세요.”“네. 5000원이에요.”“두 그릇 주세요.”차우미가 계산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나상준이 말했다.차우미는 동작을 멈추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다.그가 또 주인에게 말했다.“한 그릇은 그대로 주시고 한 그릇은 파를 빼주세요.”그의 말을 듣는 순간 차우미는 그의 뜻을 알아챘다.“상준 씨, 나는 점심을 먹었어.”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조금 더 먹어.”차우미가 살짝 멈칫하고 말했다.“점심때 너무 많이 먹어서 지금도 배가 불러.”차우미는 12시에 점심을 먹고 이제 세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세 시간 동안 줄곧 차 안에 앉아 있어서 전혀 소화되지 않았다.그녀는 정말로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가 없었다.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그럼 내가 먹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차우미는 의아한 눈빛을 지었다.‘보고 있지 않으면 같이 먹자는 거야?’나상준이 또 말했다.“네가 먹는 걸 보고 있으면 나 제대로 먹을 수 없어.”“...”나상준이 끝까지 삼선 만두 두 그릇을 시켜서 함께 먹자고 하는 바람에 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테이블 앞에 앉아 뜨거운 김이 모

  • 봄날   제925화

    이건 분명 자기는 모른다는 뜻이다.차우미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자리를 뜨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움찔하다가 무언가 생각하더니 온이샘을 보고 말했다.“선배, 캐리어는...”“먼저 들어가. 캐리어는 내가 챙길 거니까 대기실에서 만나자.”차우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이샘이 먼저 차우미가 익숙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로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온이샘은 시종일관으로 차우미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불쾌감도 없었다.그리고 절대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할 수가 없었다.온이샘은 그런 차우미의 표정을 보며 더 크게 미소를 지었다.“가봐.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면 불편할 거니까 나한테 맡겨. 괜찮아.”이어서 또 무언가 생각하더니 눈을 지그시 뜨고 말했다.“아니면, 나도 같아 가?”이 말은 농담 같기도 하고 진심인 것 같기도 했다.진심인지, 농담인지 헷갈렸지만 그의 눈에 온통 차우미 뿐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차우미가 말했다.“선배, 우리 그냥 대기실에서 다시 만나자.”온이샘의 눈에는 상실감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알았어.”말을 마치고 온이샘은 캐리어를 가지고 진서원에게 말했다.“그 여행 가방도 저 주세요.”진서원은 줄곧 자기가 말할 자리가 아닌 걸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있는 듯 없는 듯 방관자로 옆에서 세 사람 지켜보다가 온이샘이 자기와 말하자 대답했다.“네.”여행 가방까지 건네받은 온이샘이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가자.”차우미는 나상준과 함께 식사하러 갈 생각도 없고 자신의 짐을 온이샘에게 들게 할 생각도 없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녀의 생각대로 할 수가 없었다.“응, 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나상준은 공항 입구의 유리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차 뒤쪽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었는데 눈동자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움직였다.온이샘은 캐리어를 가지고 먼저 탑승수속을 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 봄날   제924화

    3시가 넘어서 인지 공항에는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밖에서 전화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차들도 끊임없이 들어와서 공항 입구까지 줄을 서 있었다.한마디로 엄청 시끄러웠다.그때 벤츠 차의 뒷부분에는 커다란 검은색 캐리어가 있었는데 진서원이 뒤에서 차우미의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고 캐리어의 좌우로 두 명의 남자가 버티고 있었다.그들은 앞장서서 캐리어 바를 잡고 있었는데 서로 마주 보며 아무도 잡고 있는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금방 뒤에 차량의 경적이 들려왔고 차우미는 곧바로 앞으로 가서 말했다.“내가 할게.”그렇다, 캐리어는 트롤리 바도 있고 바퀴도 달려 있어서 충분히 직접 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두 남자의 긴장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손을 뻗어 캐리어를 잡으려 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차우미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여전히 놓을 생각 없이 한 쪽씩 꽉 잡고 있었다.차우미는 골격이 불쑥 튀어나올 정도로 힘 있게 잡고 있는 두 남자의 손을 보며 허공에 뻗은 손을 어찌할지 몰랐다.다행히 차우미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두 사람을 보았는데 아무도 차우미를 보지 않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두 남자의 눈빛이 너무나 평온해서 오히려 불안했다.차우미는 표정은 평온하지만 미소가 없는 온이샘을 보다가 또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의 나상준을 보다가 말했다.“상준 씨.”그렇다, 그녀는 온이샘이 아닌 나상준을 먼저 불렀다.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자, 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는데 순식간에 깊은 곳에 있던 어두운 기운이 솟구쳤다.온이샘도 표정이 살짝 흠칫했는데 그는 나상준 눈빛의 변화를 분명 보았다.순식간에 너무 음산했다.차우미도 주변 기운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말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그녀가 나상준을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 진지했다.공항 주변은 북적거렸지만 지금 순간 세 사람은 다른 공간에 있는 듯했다.번잡하고 뜨거운 바깥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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