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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Author: 유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17 19:00:00
차우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채 나상준은 차 키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 손이 걱정되면 당신이 운전해. 예전에 당신이 타던 차니까 익숙하지.”

차우미는 눈앞에 있는 아우디 차 키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차는 확실히 그녀가 예전에 계속 타고 다니던 차인데 하얀색이고 이 집에서 제일 저렴한 차였고 당연히 익숙하성우는 초기 화면으로 돌아온 휴대폰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했다.

차우미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오늘 밤 나상준의 반응이 모두 생소하고 적응이 되지 않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키에는 그가 손수 만든 안전을 기원하는 나무 재질의 조각품이 그대로 달려 있었는데 그 아래에 달린 빨간 액세서리가 밤하늘 아래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순간 많은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래, 알았어.”

시간이 너무 늦은 지금 당장 마음속의 수많은 의심을 해결할 수도 또 그럴 필요도 없고 나상준이 회사에 일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손을 다친 나상준이 운전하다가 더 심각해질까 봐 차우미는 자기가 운전하기로 했다.

차 키를 건네받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나상준은 차우미의 진지한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는 처음으로 차우미가 운전하는 차에 타는 거였다.

아우디는 차우미가 출근하거나 평소 외출할 때 타던 거여서 내부 설정 등 모든 것에 너무 익숙하였다. 비록 이혼하고 아우디 차를 만지지 않은 시간이 몇 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핸들을 잡는 순간 조금 낯설었다. 이건 시간이 가져다 주는 필연이다.

하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 낯선 것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우미는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핸들을 돌리며 별장을 나갔다.

나상준은 조수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차우미의 손을 바라보았는데 밤하늘의 가로등이 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을 따뜻함으로 감싸주는 듯했다.

차우미는 나상준의 회사로 가본 적이 있어서 곧바로 회사로 향했는데 도착한 다음 내려서 택시 타고 호텔에 가려고 했다.

호텔 방은 아직 퇴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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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번에 차우미도 신속하게 반응했는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릇을 잡으며 말했다.“유리 씨, 괜찮아요. 저 먹을 수 있어요.”차우미는 온이샘에게 자기가 먹다 남은 음식을 줄 수 없었다.유리는 차우미가 자기의 손에서 그릇을 가져가려고 하자 그 손을 뿌리치고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이 정도면 됐어.”말을 마치고 유리는 또다시 젓가락을 들고 차우미의 그릇에 요리를 산처럼 담은 다음 차우미 앞에 놓았다.그녀의 모든 동작은 매우 빨랐고 성격처럼 시원시원했으며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너무 당연해 보였다.“됐어요. 예의를 차리지 말고 많이 들어요.”차우미는 앞에 산더미와 같은 요리들을 보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유리의 열정은 정말 말릴 수 없었다.온이샘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다 못 먹으면 나한테 줘.”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이샘 학생에게 주면 돼요.”“...”차우미는 어릴 적부터 음식을 남긴 적이 없었기에 아무도 그녀가 남긴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다.때문에 그녀는 온이샘의 밥그릇에 있는 자기의 밥을 보다가 말했다.“선배, 그냥 저한테 줘요.”차우미가 손을 뻗어 온이샘의 밥그릇에 넘겨 놓은 밥을 다시 가져가려고 했지만 온이샘은 자기 그릇에 온 것을 절대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그는 차우미가 남긴 것을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때문에 서둘러 차우미의 손을 잡고 말했다.“괜찮아. 다 못 먹으면서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 내가 먹을 수 있어. 낭비하면 안 되잖아.”온이샘은 마치 두 사람만 있는 듯 진지하게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그녀가 남긴 거면 뭐든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건 강요가 아니라 원해서 하는 것이다.온이샘은 무의식적으로 따뜻한 손으로 차우미의 손목을 꽉 잡고 제지했다.차우미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바로 손을 거두려고 했다.온이샘은 그제야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차우미의 손목을 잡았다는 것을 깨닫고 손을 놓으며 사과했다.“미안해. 너무 급해서 그만...”차우미는 손을 거두고

  • 봄날   제910화

    온이샘은 유리가 화동의 요리 실력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뭔가 결심했는데 그 순간 화동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온이샘은 정신을 가다듬고 화동을 보며 대답했다.“조금 밖에 몰라요.”화동이 말했다.“배우고 싶으면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두 남자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뜻을 이해했는데 온이샘이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있다가 연락처를 추가해요.”“그래요.”두 남자가 농담처럼 오가는 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차우미는 왠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온이샘은 바빠서 요리를 배울 시간이 없는 사람인데 또 농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하지만 그 생각도 눈앞에 있는 산더미 같은 요리를 보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열심히 맛을 음미하며 먹기 시작했는데 비록 많지만 너무 맛있고 화동과 유리의 성의여서 맛있게 다 먹으려고 노력했다.그들은 예전의 재미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식사했는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온이샘은 꽃게, 새우 등 껍질을 까야 하는 음식을 모두 직접 손질해서 차우미에게 주었다.생선도 가시를 하나하나 따서 차우미의 그릇에 건넸다.평소 차우미의 식사량은 아주 적었는데 적지 않은 밥과 접시에 있는 요리면 이미 그녀에게 충분했다.그런데도 온이샘이 쉬지 않고 그에게 요리를 건네자 차우미가 말했다.“나만 챙기지 말고 선배도 먹어. 나는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온이샘은 비록 요리는 못하지만, 챙겨주는 건 너무나도 잘했다.이건 진심이어야 되는 것이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것을 보고 자란 사람만이 몸에 배어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하지만 이런 대우는 아무 사람에게나 해주지 않는다.온이샘의 이런 대우는 그의 어머니와 가문의 후배, 그리고 차우미 밖에 없다.오늘 식탁에는 주요하게 해산물이어서 모두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었기에 온이샘은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요리들을 손질해서 차우미에게 건넸다.온이샘이 차우미를 챙기기 시작하

  • 봄날   제909화

    온이샘은 순간 차우미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 연인이 된 것 같았다.유리는 차우미의 말을 듣고 눈에서 빛이 나는 온이샘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그녀는 여자를 대하기를 냉정했던 청월세자의 이런 표정을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맞아요. 우리 이제 모두 친구네요.”유리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유리의 특이한 웃음소리의 전염력은 곧바로 차우미까지 전염시켜 같이 웃게 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웃고 떠들며 산책하다가 식사하러 오라는 화동의 전화를 받았다.유리가 전화를 끊고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되었다.“남편이 전화가 왔는데 다 되었대요. 우리 식사하러 가요.”“네, 좋아요.”세 사람은 걷지 않고 세발자전거를 타고 곧바로 식당으로 돌아갔다.이제 점심시간이기에 아침 사러 오는 사람도 없어서 주관규도 주방에서 나와 그들이 식사할 식탁에 수저들을 준비하고 있었다.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주관규가 말했다.“이샘아, 우미 양, 어서 손 씻고 와. 밥 먹자.”온이샘이 공손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오늘 저희 때문에 수고하셨어요.”“그게 무슨 말이야? 넌 우리 유리의 동창이고 또 은인인데 여기를 찾아주면 나야 기쁘지.”유리도 상 차리는 것을 도우며 말했다.“우리 할아버지 웃는 모습을 좀 봐봐. 얼마나 기뻐하시냐.”“하하하, 그래 우리 유리가 내 마음을 잘 알지.”“당연하죠. 저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손녀잖아요.”“하하하, 그렇지.”모두 웃었고 차우미와 온이샘도 손을 씻고 식탁으로 와서 자리에 앉았다.식탁에는 이미 수많은 요리가 차려져 있었는데 해산물도 있고 또 현지의 유명한 요리는 물론 찜 요리 등등 너무 풍부했다.차우미는 요리의 가짓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접시마다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는 순간 여전히 충격을 받았다.“왜 그러고 있어요. 어서 드세요.”유리는 차우미가 멍해 있는 것을 보고 큰 꽃게를 집어서 차우미의 그릇에 올려주었고 그 외에 새우와 다른 요리들도

  • 봄날   제908화

    어떤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차우미도, 온이샘도 모두 이해하기에 차우미는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온이샘을 막을 수도, 거절할 권리도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그리고 어떤 일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둘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말을 들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항공권 구매도 멈추지 않았다.비록 차우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를 막지 못한다.이번에 안평으로 가면 온이샘은 나상준 옆에 있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고 차우미의 곁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었다.“다 됐어. 이제 가자.”항공권을 예매하고 확인 메시지를 받은 다음 온이샘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전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우미를 바라봤다.차우미는 그의 미소를 보며 말했다.“그래.”차우미가 자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포기하자, 온이샘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두 사람이 얘기하고 있을 때 유리는 옆에서 전화하느라 바빴다.조금 전에 차우미가 통화할 때 유리와 온이샘은 얘기하면서 계속 차우미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녀도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판단했다.때문에 차우미가 전화를 끊자마자 온이샘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고 유리는 화동에게 전화했다.유리는 차우미가 다른 일이 있는 것 같으니, 화동에게 빨리 서두르라고 했다.그녀는 차우미와 온이샘이 점심 식사는 약속대로 하겠지만 식사 후에는 곧바로 떠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유리는 두 사람 모두 한가한 사람이 아니고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온이샘과 차우미가 다가오자, 유리도 전화를 끊었다.유리는 두 사람의 표정을 살폈는데 특히 차우미의 상태를 각별히 신경 쓰다가 두 사람 모두 조금 전의 표정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 시름을 놓았다.그녀는 간만에 동창과 식사하려는데 두 사람이 일 때문에 점심 식사도 못 하고 가면 너무 서운할 것 같았는데 그것이 아니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통화를 마친 유리는 두 사람 옆으로 돌아가서 조금 전과 같이 차우미

  • 봄날   제907화

    “왜? 무슨 일 있어?”번잡한 거리에서 갑자기 맑은 시냇물처럼 청명한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차우미는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는데 온이샘이 어느새 가까이에 와 있었다.그녀는 자기와 일정한 거리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옆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아마도 자기가 전화할 때의 표정을 보고 온이샘이 그녀가 전화 끝은 다음 곧바로 다가왔을 거라고 생각했다.차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온이샘이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상준 씨가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안평으로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해.”어떤 말은 차우미도 솔직하게 온이샘과 할 수가 없었는데 똑똑한 온이샘은 이 한마디를 듣자마자 그 이유를 알아챘다.‘나상준 씨 행동이 빠르네.”온이샘이 흠칫하더니 말했다.“급해?”그는 추호도 불안하고 불쾌해하지 않고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마치 차우미가 한 말이 아주 간단하고 일상적인 것처럼 말이다.차우미는 기분의 변화가 없이 평소와 같은 온이샘을 보더니 그날 그녀와 나상준이 나예은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 충격을 받았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소 놀랐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기의 말을 들었을 때 분위기가 달라지며 이혼한 여자라는 현실을 인식하고 다시 신중하게 결정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추측과 달리 너무 차분했다.“왜 그래?”차우미가 아무 반응 없이 멍하게 자기를 바라보고 있자, 온이샘은 따뜻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눈빛으로, 무조건 차우미를 이해했다.그녀의 마음을 온이샘이 모를 리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이샘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우미를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나상준이 차우미의 곁에 접근한다는 것은 온이샘에게 위기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차우미가 이제 싱글이기에 온이샘은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추구할 수 있다.이 부분에서 나상준은 온이샘을 막을 수 없고, 온이샘 역시 나상준을 막을 수 없다.지금부터 두 사람은 선후 순서가 없이 같

  • 봄날   제906화

    나상준이 신속하게 차에 오르자 진정국도 운전석에 올라타고 별장을 나갔다.바깥쪽에 있는 조각 철문은 그들의 차가 가까이 가자 열렸다가 떠나자 다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별장은 또다시 전체가 고요해졌다.차우미가 없는 몇 달 동안 나상준이 한 번도 별장에 오지 않았던 것처럼 또 그 상태가 되었다.비록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별장 안에는 차가운 기운이 맴돌아 사람들이 가까이할 수 없게 했다.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들고 나상준의 말을 듣고 있다가 무언가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나상준은 자기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차우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바탕화면으로 돌아온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상준에게 데리러 올 필요 없이 비행기 시간이 확정되면 공항에서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차우미는 본인이 두 사람 항공편을 예약하고 나상준은 시간에 맞춰 바로 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나예은과 같이 보내는 이틀 동안 나상준이 돈을 많이 썼기에 이번에 비행기 티켓은 자기가 사려는 생각이었다.이 내용들은 차우미가 나상준과 같이 할아버지 뵈러 가겠다고 대답할 때 모두 생각했다.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었다.나상준의 계획대로 오늘 간다면 아마 저녁에 늦어서 할아버지 댁에 도착할 것이다.차우미는 너무 늦으면 안 되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휴식을 취하기 전에 도착하려면 청주에서 일정을 빨리 끝내고 안평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마음속으로 여기에서 2시 정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갔다가 바로 공항으로 가면 3시가 될 것이고 공항에서 이것저것 수속을 밟으려면 6시의 비행기를 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곧바로 휴대폰으로 관련 앱를 클릭하고 6시 출발 항공권을 검색했다.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상준이 또 허영우에게 자기 것까지 예약하라고 지시할 것 같았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나상준이 시간을 물어보던 상황이 생각났다.‘설마 벌써 영우 씨에게 예매하라고 지시한 건 아니겠지?’나성준의 성격상 이미 진

  • 봄날   제905화

    차우미와 나상준은 원한이 없기에 함께 조부모님을 만나서 이혼했지만 두 사람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보여주면 조부모님도 시름을 놓을 것이다.나상준은 생일 얘기를 하고 나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우미가 침묵하고 휴대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나상준은 여전히 휴대폰을 잡고 번잡한 길거리 소리를 듣고 있었다.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오래된 관계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무시할 수 없었다.나무에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하듯이 한 가문에 자손이 많고, 기반이 깊고, 관여하는 범위가 넓으면 그중의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진다고 해도 다음 해에는 또 새로운 것이 자라는 법이다.이처럼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는 차우미가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그런 관계이다.차우미가 차씨 성을 가지고 있는 한 그녀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연계가 있을 것이며 숨으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안될 것이다.나상준의 표정은 너무 평온하여 정서적인 감정을 한치도 알아볼 수 없었다.그는 침묵했던 차우미의 목소리를 듣고 유유히 대답했다.“오늘 시간이 돼.”차우미가 대답했다.“그럼, 오늘 할아버지 뵈러 가겠다는 거야?”“응.”나상준은 생일날 당일에 가면 할아버지가 화를 낼까 봐 전에 뵈러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생일 당일에 화를 내면 좋지 않기 때문이다.“그래, 알았어. 나 여기 일이 오후에 끝날 것 같으니 그때 다시 연락할게. 괜찮지?”“몇 시쯤 끝날 것 같아?”차우미는 잠깐 생각하고 대답했다.“늦어도 3시까지 연락할게.”“응, 끝나면 연락해. 데리러 갈게.”말을 마치고 나상준은 곧바로 휴대폰을 끊었다.그는 고개를 들고 창밖의 밝은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하늘 높이 떠오른 불같은 태양이 대지를 불태우려는 듯 내리쬐고 있었다.햇빛은 나상준의 눈동자에도 밝은 빛을 비추어 심오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휴대폰을 다시 들고 진정국에게 전화했다.“본가로 갈 거니까 준비해 주세요.”“알았어, 나 대표.”전화를 끊고 나상준은 자리

  • 봄날   제904화

    “우미야, 우리 협의해서 이혼한 거지 원수는 아니잖아. 지금까지 할아버지 생신 때마다 줄곧 함께 참석했는데 이번에도 함께 가야지.”차우미가 알고 있던 나상준이었다면 그녀의 말에 이미 화를 냈을 건데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을뿐더러 아주 차분하고 이성적인 말투로 말했다.정말로 평소의 나상준답지 않았다.하지만 차우미는 그의 말투와 정서에는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생일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했다.맞다, 며칠 후면 차우미 할아버지의 생일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차우미는 나상준과 같이 생일에 참가했는데 3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다.때문에 가문의 어른들은 나상준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하지만 이제 두 사람 이혼했기에 모두의 마음이 다를 것 같았다.차우미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할아버지 생일이라면 그가 참여하는 것도 두 가문의 관계상 정상이고 그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도 그의 할머니 이혜정이 가라고 할 것이다.나상준 역시 방금 이혜정의 뜻이라고 했다.그 순간 차우미는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나상준이 이토록 함께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이혜정 때문이었다.이혜정은 아주 자상하고 지혜가 뛰어난데 모든 일에서 트집을 찾아볼 수 없게 완벽하게 처리하셔서 가족은 물론이고 친척과 친구들 모두 그녀를 존중했다.차씨 가문과의 왕래에 대해서도 매번 특별히 신중하게 챙기셨고 차우미도 엄청나게 예뻐하셨다.때문에 이번에도 분명 이혜정이 특별히 나상준에게 명령했을 것이다.비록 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을 했지만, 이혜정은 줄곧 나상준과 나씨 가문에서 차우미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이번에 차우미 할아버지 생일에 나상준한테 반드시 차우미와 함께 참석하라고 한 것도 두 어른께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라고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결혼 생활 3년 동안에 차우미는 이혜정의 성격을 대략 요해했는데 무슨 일이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자기의 잘못부터 말씀하셨다. 때문에 지금 이런 상황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건 분명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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