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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작가: 유리
안 그래도 깊은 눈매를 지닌 나상준이었는데 어둑한 조명 속에 있으니 더욱 깊어 보여 차우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을 졸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긴장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예은이한테 물어볼게.”

차우미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나예은에게로 돌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은아, 팝콘 먹을래? 아니면 감자튀김? 아니면 나중에 먹을까?”

나예은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커다란 눈은 스크린에 고정되어 깜빡이지 않았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이미 영화 속으로 완전히 몰입한 상태였다.

외부의 모든 소리 심지어 차우미의 목소리까지도 차단한 듯했다.

차우미는 완전히 몰두한 나예은의 작은 얼굴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스크린으로 눈길을 돌렸다.

‘당분간 간식 생각은 하지 않겠네.’

그렇게 생각한 차우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상준에게 답하려 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자신을 바라보던 나상준은 어느새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에게 질문 한 기억조차 까먹은 듯 애니메이션에 집중한 그의 모습은 뜻밖이었다.

어른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나상준처럼 냉철하고 품위 있는 사람이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사실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애니메이션에 푹 빠진 듯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이른 아침에 신문을 읽는 사람처럼 매우 진지하고 몰입한 모습이었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의 손에 들린 팝콘과 감자튀김에 시선을 옮겼다.

‘고고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손에 든 주전부리들이랑 정말 안 어울리네. 식욕 없는 신선이 음식을 들고 있는 것처럼 어색해 보이기 짝이 없어.’

차우미는 자신이 대신 들어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려 했던 그녀는 조용해진 영화관을 의식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나상준에게 타자로 의도를 전했다.

그녀는 메시지 창을 열고 메시지를 보내는 대신 입력한 내용을 나상준에게 보여주었다.

나상준의 시선은 스크린을 향해 있지만 정신은 차우미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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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863화

    큰 손바닥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큰 손에 감싸진 순간, 차우미의 손끝마저 나상준의 손에 감싸졌고 그녀의 핸드폰도 함께 들어갔다.차우미는 의아한 시선으로 자신의 손을 감싸 쥔 나상준을 바라봤다.그와 동시에 바로 손을 빼려는 생각도 했다.하지만 손을 빼려는 순간, 나상준은 더 강하게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차우미는 눈을 크게 뜨며 다시 눈을 뜬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애니메이션은 상영 중이었고 바뀌는 화면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고 있어 차우미는 나상준의 뚜렷한 눈썹과 이목구비를 똑똑히 바라볼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비추는 불빛으로 인해 그의 이목구비는 더 깊어 보였고 깊은 눈매는 심금을 울릴 듯했다.차우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여 나상준을 바라보았다.깊은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고 어둠 속을 밝히는 불빛은 손을 빼려던 생각마저 잊게 했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빼기도 전에 나상준이 먼저 손을 풀어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빼갔다.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며 공허해진 손바닥을 바라보았다.자기 손을 덮었던 손도, 손바닥에 움켜쥐고 있던 핸드폰도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차우미는 본능적으로 다시 나상준을 돌아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었다.차우미는 핸드폰 빛이 비추는 나상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차우미는 그제야 평정을 되찾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감정이 솟아올랐다.‘조금 전에 봤던 상준 씨와 모든 게 현실이 아닌 허상 같네.’나상준은 이내 핸드폰에 몇 글자를 입력하고는 차우미에게 건넸다.핸드폰을 건네받은 차우미는 입력된 메시지를 확인했다.[나한테 가까이해서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차우미는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옆에 앉아 있는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가 자신과의 거리를 두려고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나랑 그 선배를 대하는 게 다르네.’차우미는 본능적으로 부인

  • 봄날   제864화

    이전의 차우미는 나상준의 눈빛에 담긴 감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두 눈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항상 가늠할 수 없었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그의 눈빛에 담긴 뜻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오히려 주저했다.차우미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나상준의 시선을 마주하며 입술을 달싹였다.그의 시선에는 공평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핸드폰에 다시 새로운 메시지를 입력해 나상준에게 보여주었다.하지만 나상준은 시선을 옮기지 않은 채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그녀 외에는 보기 싫다는 듯 말이다.또한 공평한 대우 외에는 그 어떠한 변명도 듣지 않겠다는 듯이 그 단어에만 집착하고 있는 듯했다.차우미는 더 이상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나예은에게 했던 것처럼 나상준의 귓가에 말을 속삭이고 싶지 않았다.너무 다정한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두 사람을 차별한 것도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차우미는 한참이나 나상준을 바라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몸을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기울였다.그 순간 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는 고개를 돌며 몸을 의자에 기대며 전방의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가 나예은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다가와 말 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옆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지금은 다들 영화 보고 있으니 길게 얘기하면...”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된다고 말하려던 순간 그녀는 말을 멈췄다.나상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순간, 차우미의 입술이 차가운 나상준의 입술과 맞닿았다.찰나의 순간에 불과한 접촉이었지만 차우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부드러운 감촉과 차가운 느낌이 그녀의 입술을 스치자 마치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샘이 터지듯 그 시원함이

  • 봄날   제865화

    다만 나상준이 입술을 움직이고 그의 큰 손이 차우미의 가는 허리를 감싸는 순간 가까이 있던 입술은 더 멀리 떨어졌고 가까이 있던 몸은 그에게서 벗어나 원래 자리도 돌아갔다.오히려 원래보다 더 멀리 떨어졌다.나상준은 그 자리에 앉아 기울였던 몸을 멈춘 채 팔은 여전히 허공에 들고 있었다.그는 그렇게 멍하니 자신에게서 멀어진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의 심장은 경험해 본 적 없는 속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고 생각은 마구 엉켰다.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지럽고 복잡한 상태임을 느꼈다.마음이 혼란스럽고 생각도 엉망인 그녀는 정상적인 사고를 이어갈 수 없었다.하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었다.나상준이 입술을 움직였을 때, 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렸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 멀리했다.심지어 그녀는 긴장된 상태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한 번의 입맞춤, 예상치 못한 입맞춤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한 듯했다.그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깨뜨리고 뒤집어 놓았다.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만 같았고 그 과정을 극복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만 같았다.‘제일 중요한 건 침착함을 되찾는 거야.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자세히 생각해보자. 이건 잘못됐어. 상준 씨랑은 거리가 있었기에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고 해도 입술이 맞닿을 리는 없어. 하지만 닿았지... 내가 거리를 잘못 계산한 건가? 아니면 정말 모든 게 우연이라고? 우연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지?’어떠한 이유가 됐든 차우미는 지금의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혼란스러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지만 나상준과 멀어지자 차우미는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꽉 마주 잡은 채 빠르게 생각을 이었다.그녀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나상준은 미간을 찡그리고 입술을 꽉 다물고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평온하고 부

  • 봄날   제866화

    차우미는 여전히 방금 일어난 그 뜻밖의 사건에서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나상준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그의 표정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고 나예은이 요구한 팝콘을위해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술을 움직였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한 나상준의 모습에 차우미는 손을 뻗어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셔츠 끝을 살짝 잡아당겼다.다시 나상준에게 다가가 대화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렇다고 핸드폰으로 대화를 시도하면 그에게서 또 다른 반응이 있을까 두려웠다.그래서 그녀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차우미는 매우 조심스럽게 긴장한 상태로 떨며 그에게 닿지 않은 채 얇은 옷감만을 잡아당겼다.나상준은 손에 팝콘과 감자튀김을 든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미세한 당김을 느끼지 못한 듯했다.더 큰 힘을 주어 그에게 조금이라도 닿는다면 더 쉽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다시 한번 나상준의 옷깃을 가볍게 끌어당겼다.그가 느끼고 고개를 돌릴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나상준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가 느끼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차우미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상준 씨.”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전보다 조금 더 강한 힘으로 옷깃을 끌어당겼다.그러다 의도치 않게 그의 팔에 손끝이 닿았다.뜨겁고 단단한 팔의 감촉에 차우미는 이내 손끝을 거뒀다.가는 손끝이 나상준의 팔을 그칠 때, 그는 그녀의 손길이 마음을 스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그 순간 나상준은 마침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을 삼킨 듯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처럼 느껴지는 그의 시선은 속절없이 차우미의 마음을 흔들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리며 옷깃을 당기던 손도 거둬들였다.도망치는 것처럼 말

  • 봄날   제867화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영화관 안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다른 것 같았다.하지만 차우미는 별생각 없이, 나상준의 손에서 팝콘을 받아 들고 예의 있게 말했다.“고마워.”차우미가 팝콘을 받은 다음 나예은에게 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이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다.조금 전에 팝콘을 먹고 싶다고 하더니 완전히 까먹은 것 같았다.고도로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나예은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생각이 없었고 차우미는 그런 모습을 보며 귀여워서 미소를 지었다.긴장했던 마음도 순식간에 평온을 찾았다.차우미는 사소한 일에도 긴장하고 마음이 흔들렸는데 자칫하면 잘못할까 봐 엄청 마음을 졸였다.하지만 조금 전에는 분명 예상 외의 사고일 뿐 다른 건 아니었는데 나상준도 개의치 않아 하는 표정을 했다.나상준도 차우미도 고의는 아니었다.그렇다면 그녀가 굳이 계속 생각하며 우연으로 발생한 일에 집착하며 괴로워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인데 생각만 바꾸면 별거 아닌 것으로 된다.차우미는 조금 전의 상황에서 빠져나와 마음을 가라앉히고 팝콘을 집어 나예은의 입가에 가져갔다.나예은은 팝콘의 버터 향을 맡고 본능적으로 입을 벌렸는데 커다란 두 눈은 여전히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나상준도 차우미가 팝콘을 건네는 모습과 나예은의 반응을 보고는 긴장을 풀고 평온을 다시 찾았다.나상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차우미가 여전히 자기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얼굴을 보고 입꼬리를 치켜올리면서 조금 전에 느낀 긴장감을 떨쳐냈다.그리고는 커다란 감자튀김통을 들고 차우미한테서 시선을 거두고 스크린을 보았는데 깊은 눈동자에서는 욕망이 들끓었다.영화는 두 시간 반 동안 상영되었는데 나예은도 두 시간 반 동안 영화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예상 밖의 사고 때문에 시간을 조금 낭비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나예은에게

  • 봄날   제868화

    차우미는 영화가 의미도 좋고 내용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 라인은 물론이고 기승전결도 확실하게 구성되어서 그녀는 100점이 만점이라면 90점을 주고 싶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손을 잡고 걷다가 나예은 말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나예은의 얼굴에는 감동과 분노가 있었고 또 마음이 아팠는지 눈과 코끝이 빨갛게 되었고 여전히 영화의 스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 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맞아. 고향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는 건 우리도 따라 배워야 해. 그리고 우리 역시 환경을 아끼고 지구를 보호하여 우리 모두의 고향을 지켜야해.”차우미의 말을 듣고 나예은은 고개를 들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맞아요. 우리는 우리의 고향을 지켜야 하고 지구를 보호해야 하며 환경도 보호해야 해요. 절대 나쁜 물건들이 우리의 고향을 파괴하게 해서는 안 돼요. 끝까지 물리쳐야 해요.”나예은은 엄청나게 엄숙하고 진지하게 주먹을 꽉 쥐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차우미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그래. 예은이 말이 맞아.”차우미가 인정해 주자 나예은은 기분이 훨씬 좋아졌는데 마침내 더 이상 영화 스토리에 집중하지않았다.영화 내용을 뒤로하더니 이제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나예은은 차우미의 얼굴을 보고 손으로 만지더니 크고 동그란 두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큰엄마,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자기 얼굴을 만졌는데 평소와 다른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아까 키스 때문이다.’워낙 부끄럼을 잘 타는 성격이었기에 그런 일을 당하고 아무런 반응도 없을 리가 없었다.다만 우연이었고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신경 쓰지 않았다.그래서 차우미는 자기 몸의 반응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키스 때문에 얼굴이 이렇게 화끈거릴 줄을 몰랐다.차우미는 잠깐 당황해하다가 곧바로 나예은을 보며 설명했다.“방금 영화를 볼 때 더워서 그래.”말을 마치자마자 차우미는

  • 봄날   제869화

    나상준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나예은의 말을 끊었다. 차우미가 깜짝 놀라며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전혀 모르고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상준이 나예은 옆이 아닌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그녀의 옆에서 속도를 맞추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지만 차우미를 보지 않고 줄곧 나예은만 보고 있었다.‘그런데 왜 더웠다고 한 거지?’나상준은 그의 어머니를 닮아서 황색이 아닌 아주 깨끗하고 하얀 피부였는데 더워서 붉게 달아오는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 땀방울도 없을 뿐만 아니라 평소와 같이 하늘이 무너져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런데도 더웠다고 하는 건 차우미를 도와 나예은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 분명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를 도와 이런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상상도 못 했기에 무척 의외였다.나예은은 나상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고 나상준을 보았는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땀방울 하나 안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작은 입을 벌리고 할 말을 잃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덥지 않으면서 고의로 더웠다고 하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리고 나상준의 눈빛에서 그만 얘기하라는 신호를 받은 나예은은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졌는데 주위 사람들은 나상준의 옆을 지나가다가 모두 고개를 돌려 나상준과 차우미, 그리고 나예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인물도 몸매도 기질도 월등한 나상준은 어딜 가든 주목받는 존재였다.이틀 동안 그는 다니는 곳마다 모두의 시선을 끌었는데 같이 있는 차우미와 나예은도 따라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주변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지만 세 사람 모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는데 나상준은 주변의 시선에 익숙했고 차우미와 나예은은 그의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잠깐의 침묵이 지난 후, 차우미가 먼저 말했다.“예은아, 배고프지 않아?”나예은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손을 배에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큰

  • 봄날   제870화

    차에 탄 차우미는 창문을 열어 창밖의 밤바람이 들어와 자신의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주게 했다.그녀는 수줍어서 빨개진 것이 아니라 나예은이 꼬치꼬치 물어보는 바람에 조금 전의 사고 장면이 떠올라서였다.차우미는 그 순간 마치 옆에 있는 나상준에게 그 사고로 인해 자신이 변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통제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나상준이 이외였던 것은 그녀를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그녀는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어찌 됐든 나상준에게 고마웠다.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결혼하고 3년 동안 회성에서 겪었던 나상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나상준을 알게 된 느낌이다.단 하나는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나상준은 예전에도 지금도 매우 훌륭하고 좋은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차는 평온하게 달리며 창밖의 밤바람이 들어와서 차우미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바람 때문에 그녀는 눈을 지그시 뜨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었다.나상준은 백미러로 뒷좌석의 차우미를 보았는데 어두웠지만 달빛과 가로등에 비쳐서 밤에 피는 달맞이꽃 같았다.쿵, 쿵, 쿵...순간 나상준은 가슴이 세차게 요동치고 혈액도 들끓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영화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중국 식당을 선택했다.그들은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고 바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식사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빈자리가 많았는데 레스토랑 직원이 그들을 창가 옆으로 안내했고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했다.차우미는 우선 나예은에게 선택하라고 했고 그다음은 나상준이 요리 몇 가지를 더 주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식전 에피타이저와 샐러드를 먼저 가져왔다.세 사람은 먼저 애피타이저를 먹으면서 다른 요리들을 기다렸고 식사를 끝내자, 시간은 거의 9시가 되였다.“와~ 예은이 너무 많이 먹었어요.”나예은은 충분히 먹고나서 어린이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볼록 나온 배를 보며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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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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