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지의 메시지가 차우미의 휴대폰에 떴을 때, 차우미와 나예은 그리고 나상준은 이미 동물원에 와 있었다. 주말이라 동물원은 사람들로 붐볐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북적였다. 당연히 시끄러웠고 특히 사람 많은 곳에서는 더 그랬다. 그래서 차우미는 메시지가 온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게다가 나상준이 나예은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모든 신경은 그의 손과 나예은에게 쏠려 있었다. 나상준의 손목이 삐끗했기에 차우미는 원래 그를 동행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끝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녀가 아이를 혼자 데리고 있는 걸 걱정한 것 같았다. 함께 왔으니 차우미는 자신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걷거나 안아서 그의 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사람 많은 동물원에서 작은 아이를 손잡고 걷기는 어려웠고, 차우미가 안아주려 하자 나상준은 말없이 나예은을 바로 들어 올렸다. 손목 상태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차우미는 그가 왼손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그나마 안심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놓이지 않아 그의 손과 아이를 계속 살폈다. 혹시나 손목 상태가 악화되거나, 아이가 그의 품에서 장난치다 손목을 건드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사실 필요 없었다.나상준은 자신의 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작은 부상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하지만 차우미가 마치 그가 큰 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걱정하고 신경 쓰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차우미의 이런 걱정과 애정 어린 눈길은 그가 특별히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에. 나예은은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신이 나서 오로지 동물만을 바라보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 차우미의 걱정 따윈 눈치도 채지 못하고 동물들을 보며 웃고 떠들었다. 그 모습에 차우미도 점차 나예은의 밝은 기운에 감화되어 그의 손을 신경 쓰는 대신, 아이와 함께 동물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즐겁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새 오후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