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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서혜지의 메시지가 차우미의 휴대폰에 떴을 때, 차우미와 나예은 그리고 나상준은 이미 동물원에 와 있었다. 주말이라 동물원은 사람들로 붐볐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북적였다. 당연히 시끄러웠고 특히 사람 많은 곳에서는 더 그랬다. 그래서 차우미는 메시지가 온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게다가 나상준이 나예은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모든 신경은 그의 손과 나예은에게 쏠려 있었다. 나상준의 손목이 삐끗했기에 차우미는 원래 그를 동행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끝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녀가 아이를 혼자 데리고 있는 걸 걱정한 것 같았다. 함께 왔으니 차우미는 자신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걷거나 안아서 그의 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사람 많은 동물원에서 작은 아이를 손잡고 걷기는 어려웠고, 차우미가 안아주려 하자 나상준은 말없이 나예은을 바로 들어 올렸다. 손목 상태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차우미는 그가 왼손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그나마 안심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놓이지 않아 그의 손과 아이를 계속 살폈다. 혹시나 손목 상태가 악화되거나, 아이가 그의 품에서 장난치다 손목을 건드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사실 필요 없었다.나상준은 자신의 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작은 부상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하지만 차우미가 마치 그가 큰 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걱정하고 신경 쓰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차우미의 이런 걱정과 애정 어린 눈길은 그가 특별히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에. 나예은은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신이 나서 오로지 동물만을 바라보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 차우미의 걱정 따윈 눈치도 채지 못하고 동물들을 보며 웃고 떠들었다. 그 모습에 차우미도 점차 나예은의 밝은 기운에 감화되어 그의 손을 신경 쓰는 대신, 아이와 함께 동물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즐겁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새 오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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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차우미가 말하면서 빨갛게 무르익는 체리를 따려고 손을 뻗을 때 그녀의 뒤에서 기다란 팔이 갑자기 뻗어 나오더니 바로 나뭇가지를 당겨줬다.순식간에 수많은 새빨간 체리들이 차우미 눈앞에 나타났는데 심지어 그녀의 코끝에서 체리 향이 맴돌았다.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려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는 그녀의 뒤에 바싹 붙어서 힘 있는 팔로 체리 나뭇가지를 잡고 있었는데 초록색 나뭇잎과 빨간 체리들 아래에서 깊은 눈동자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때는 오후 3시가 넘어 태양이 제일 강력할 때이고 체리 나무들이 산 사이에서 뿌리를 내려 가지를 뻗어서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의 우산처럼 강렬한 햇빛을 막아주었다.하지만 체리 나무들이 모든 빛을 막을 수는 없었다.햇빛은 초록색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어와 먹음직스러운 체리에는 물론 그의 몸과 얼굴을 내리비췄다.붉은빛과 초록빛이 바람에 산들산들 움직이며 여름을 뽐내고 있었고 햇빛은 그의 얼굴을 더 멋있게 비추었고 깊은 눈동자는 더욱더 매혹적이었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나예은은 체리를 따서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 절박했지만 차우미가 따주겠다는 말에 손을 거두고 빨간 체리만 바라보며 차우미가 따주기를 기다렸다.커다란 손이 체리 나무를 당기는 순간 수많은 체리가 자기와 더 가까워지자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지도 않았다.나뭇가지가 자기 가까이에 오면 바로 체리를 따서 먹으려고 했는데 체리들이 갑자기 허공에서 멈추고 꼼짝하지 않았다.나예은은 두 눈을 깜빡이며 차우미가 입만 벌리면 먹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체리를 보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나예은이 의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봤는데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나상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나예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보자 그도 역시 꼼짝하지 않고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시간이 마치 멈춘 것 같았는데 나예은은 큰아빠, 큰엄마가 뭘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평소 같았으면 두 사람 사이의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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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코를 찌르는 짙은 체리 향은 먹지도 않았는데 마음에 달콤함이 느껴졌고 즉시 먹어보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다.하지만 차우미는 곧바로 먹지 않고 눈앞에 있는 붉은 체리를 보고 또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체리는 날개가 달려서 그녀에게 온 것이 아니라 나상준이 주는 거였는데 입만 벌리면 먹을 수 있었다.차우미는 살짝 놀란 마음을 누르고 말했다.“고마워.”그녀는 손으로 나상준이 건네준 체리를 받아 허리를 굽히고 나예은의 입에 넣어줬다.나예은은 조금 전에 먹은 체리가 한창 부족해서 줄곧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체리를 따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체리는 주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그런데 나예은을 더 어리둥절하게 한 건 차우미가 나상준이 주는 체리를 먹지 않고 자기 입에 넣어줬다는 것이다.크고 달콤한 체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입에 들어가자, 나예은은 너무 행복했다.‘이건 큰아빠가 큰엄마에게 준 건데 큰엄마는 왜 나에게 주시지?’나예은은 아무리 어려도 방금 자기가 먹은 체리는 나상준이 자기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차우미에게 주는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이 자기를 멍하니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안 먹어?”분명 체리를 좋아해서 조금 전에 따 준 체리를 맛있게 잘 먹던 나예은이 조용히 있으니 의아했다.나예은은 짙고 촘촘한 속눈썹을 연신 깜빡거리며 차우미와 나상준을 번갈아 보았다.나상준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깨끗이 씻은 체리를 한가득 들고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예은이 자기를 보는 찰나 그도 시선을 돌려 서로 눈빛이 마주쳤다.그 순간, 나예은의 작은 머릿속에 빛이 번쩍했는데 곧바로 자기 입가에 있는 체리를 받아서 차우미의 입술에 넣어주며 말했다.“큰엄마도 드세요.”체리는 그렇게 차우미의 입술과 부딪혔는데 물에 씻어서 조금 차가웠고 또 체리만의 향기가 그녀의 오감을 가득 채웠다.나예은의 돌발적인 행동에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큰엄마, 체리 엄청나게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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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지금은 저녁 식사 시간이기에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나상준이 프런트에 가서 티켓을 구매했다.아이와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이기에 어른들의 영화가 아닌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고 어떤 영화를 볼지는 오는 길에 나예은이 선택했다.나상준은 곧바로 영화 이름을 말하고 티켓 세 장을 구매했다.차우미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결혼 전에는 대부분 여가현과 같이 영화 보러 다녔고 나상준과 결혼한 후에는 거의 혼자 다녔다.차우미는 영화관에 혼자 다니는 것을 개의치 않아 했다. 워낙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녀는 독립적이고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든 없든 모두 혼자서 해냈고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나상준이 티켓 구매하는 것을 보더니 나예은은 곧바로 작은 손가락으로 팝콘과 감자튀김을 가리키면서 나상준에게 말했다.“큰아빠, 예은이 팝콘과 감자튀김을 먹고 싶어요.”나상준은 직원이 찾아주는 거스름돈을 받던 중 나예은이 팝콘과 감자튀김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대답했다.“사.”그리고 차우미를 보며 물었다.“뭐 먹고 싶어?”영화 볼 때 팝콘과 감자튀김이 필수이긴 하지만 나예은이 배가 불러서 못 먹고 낭비할까 봐 차우미는 처음에 사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나예은이 주동적으로 먹겠다고 하니 아직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게다가 과일을 먹은 것만으로 2시간 동안의 영화를 보려면 배가 고플 수 있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며 눈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다가 말했다.“중간 사이즈 팝콘과 큰 사이즈 감자튀김 한 통씩 하고 밀크티 두 잔이면 될 것 같아.”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보며 물었다.“밀크티 마실 거야?”나상준이 대답하기 전에 차우미가 또 말했다.“밀크티가 싫으면 다른 음료도 있고 생수도 있어.”차우미의 생각에 나상준은 밀크티를 마셔본 적이 없기에 마실 것 같지 않았지만 자기와 나예은 것을 주문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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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오후 5시가 되자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도시 곳곳의 가로등들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어둠을 밝혀주었다.화성 별장에서 온이샘은 뒷마당에 있는 화원에서 휴대폰을 들고 자기가 보낸 메시지와 보낸 시간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어젯밤에 온이샘은 차우미에게 가지 않고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온밤을 뒤척이다가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다.잠이 든 후에는 자는 내내 계속 꿈을 꾸었다.꿈에서 온이샘은 제일 보고 싶지 않았던 차우미와 나상준이 같이 있는 장면을 보았다.그런데 그들 사이에 심지어 아이가 있는 것이다. 그 아이는 나씨 가문의 아이가 아니고 나상준과 차우미의 아이였다.꿈에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잠에서 깨어날 때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생각을 많이 하면 꿈을 꾼다고 온이샘은 자신이 차우미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그런데 예전에 좋아할 때는 불안하지 않았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왠지 자꾸 불안하고 정서적으로도 극도로 긴장되었다.경쟁 상대가 나상준이어서 질까 봐 무서워서일까?만약 다른 남자였다면 온이샘은 무조건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건데, 나상준은 왠지 자신이 없었다.예전에 차우미가 결혼한다고 할 때 나상준에 대해 조사를 했었는데 모든 면에서 너무 훌륭했다.가정은 물론이고 배경, 성격, 외모, 학업 등 모든 면에서 그를 초월했다.그 때문에 온이샘은 비록 차우미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너무나 훌륭한 사람과 결혼하기에 방해하지 않고 축복해 주었다.이제 나상준과 차우미가 헤어졌기에 온이샘은 진심으로 차우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차우미가 행복하면 그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3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차우미는 행복은커녕 청춘만 낭비했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온이샘은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았다. 만약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면 자기가 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온이샘은 한 번 기회를 놓였기에 이번에는 하느님께서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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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이번에도 차우미가 아이와의 약속을 이행할 때 나상준은 쉽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온이샘은 안 된다.여기에서 온이샘은 큰 위기감을 느꼈다.지금 온이샘의 입장으로는 차우미와 나상준의 관계에 대해 뭐라고 할 권리가 없을뿐더러 간섭할 수도 없다.온이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꼈다.아침 일찍 일어난 온이샘은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좋은 생각, 나쁜 생각을 번갈아 가며 하더니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온이샘은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전력을 다할 것이다.때문에 그는 아무리 나상준과 차우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도 억지로 참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하지 않았다.너무 집요하게 차우미를 찾다가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차우미가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온이샘은 차우미가 항상 평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녀의 취향과 모든 선택을 존중한다.온이샘의 사랑은 차우미가 절대 다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궁금해도 하루 동안 꾹 참고 있다가 저녁 식사 시간에 처음으로 메시지를 보냈다.원래는 차우미가 일이 끝난 다음 먼저 연락할 때까지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기다리고 싶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온이샘은 하루가 이렇게 견디기 힘들 줄을 몰랐다. 그에게 오늘 하루는 몇십 년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메시지를 보내고 그는 휴대폰을 손에 꼭 들고 답변을 기다렸는데 이 시간마저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온이샘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는데 모두 별로 좋지 않은 장면들이었다.그의 마음은 부글부글 통제되지 않았다.“이샘아, 밥 먹자.”뒤에서 진문숙의 목소리와 함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시선을 돌리더니 휴대폰을 들고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온이샘의 인품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진문숙은 아주 훌륭하고 현명한 어머니이다.진문숙은 온이샘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데 온이샘이 잘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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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비록 걱정은 하지만 진문숙은 온이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말하지 않았다.온이샘이 감정상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이 보였지만 진문숙은 아들이 자기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묻지 않았다.이런 일은 급하다고 해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진문숙과 온이샘이 이야기를 나누며 거실에 도착하자 온정국이 손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온이샘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했다.온정국은 오랜만에 아들을 봐서 너무 기뻤다.“이샘아, 어서 와. 밥 먹자.”온정국은 말투도 온화하고 성격도 좋았는데 온이샘의 성격이 온정국을 딱 닮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온정국도 조금은 외향적으로 변했다.다시 말해서 현재 온이샘의 성격이 곧바로 젊은 시절의 온정국이다.비록 온정국과 진문숙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지만, 온이샘의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온이샘은 손을 씻고 식탁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다 같이 식사한 지가 오래된 것 같네요. 오늘 저녁 많이 먹어야겠어요.”온정국이 웃었다.“그래, 많이 먹어. 네가 집에 왔다는 얘기 듣고 나도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돌아왔어. 오랜만에 우리 세 식구 같이 식사하는 시간인데 빠지면 안 되잖아.”진문숙은 온이샘의 맞은편에 앉아 부자에게 국물을 준비하면서 온정국의 말을 듣더니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신선을 돌려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너의 아버지가 젊었을 때 얼마나 바빴는지 알아? 그때 나이가 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점점 더 바쁜 거 있지. 그럼데도 집에 제때 돌아와서 내가 지금까지 참고 사는 거야.”진문숙은 말하며 국물을 온이샘의 앞에 놓았다.온이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지가 일찍 돌아오셨잖아요.”“당연히 와야지. 아니면 집에 못 들어오게 했을 거야.”진문숙의 말을 들은 온정국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무조건 돌아와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왔을 거야.”“당연하지. 우리 집에서 누구든지 모두 내 말을 들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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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진문숙은 진작에 온정국에게 온이샘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때 온이샘의 외할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려서 두 사람 모두 할 일이 많아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얼마 전에는 진문숙이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청주에 온 것을 봤다고 했고 온이샘의 외할머니 상황도 안정되어서 이제 아들의 감정 문제를 관심해 보려고 했다.게다가 오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진문숙은 온정국을 붙잡고 온이샘이 감정상에 문제 생긴 것 같다며 꼭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엄마와 아들은 아무리 친해도 못할 말이 있기에 진문숙은 자기가 물어보면 온이샘이 무조건 대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빠와 아들은 다르다. 같은 남자이기에 온정국이 물어보면 온이샘이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때문에 온정국은 오랜만에 산책하자는 핑계로 온이샘을 데리고 나가서 직접 물었다.온이샘은 온정국이 일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화제를 바꿔서 자신의 감정을 물어볼 줄을 몰랐었기에 깜짝 놀라며 걸음까지 멈추었다.온정국은 온이샘이 발걸음마저 멈추며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감정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왜? 해결이 잘 안 되니?"온정국은 겪어본 사람으로서 온이샘의 표정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온이샘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온이샘의 대답을 들은 온정국은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그는 온이샘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나한테 얘기해 봐. 너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온씨 가족은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모여 앉아 공유하고 의논하는 분위기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없었다.말을 마친 온정국이 먼저 앞으로 걸어갔고 온이샘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온정국의 평온한 말투에 온이샘은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온이샘은 서둘러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생각했다.온정국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온이샘이 스스로 말하기를 기다렸다.밤이 점점 어두워지고 주변은 더 조용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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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온정국과 진문숙은 온이샘을 굳게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혼한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걸 무조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특히 진문숙은 더 힘들어할 것이다.사회적으로 여자에게 불공평한 일이 많은 건 사실이다. 상황을 얘기하고 또 온이샘이 좋다고 하면 진문숙도 최종적으로 동의를 하겠지만 절대 쉽지는 않을 것이다.온이샘은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나중에 차우미가 안평시에 돌아간 다음 다시 집에 와서 온정국과 진문숙에게 그녀와 자기에 대한 모든 일들을 얘기하려고 했다.그는 시기적으로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온정국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온이샘의 얼굴을 봤는데 너무나도 진지하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표정이었고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온이샘의 눈에서 진지하고 엄숙하며 확고한 의지가 보였다.온정국은 마음속으로 살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잘 판단할 거라 믿는다. 넌 무슨 일이든 확실하게 처리하여 우리를 실망하게 한 적 없었잖아. 나와 너의 엄마는 너를 믿는다.”온이샘이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그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확고했다.“좋아, 아버지는 너를 믿는다.”온정국은 온이샘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가자.”“네.”두 사람은 다시 앞으로 걸었다.그러다가 온정국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샘아, 너도 이제 커서 더 이상 엄마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해결이 안 되는 일이나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우리는 가족이고 서로 같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을 거니까 절대 혼자서 힘들어하지 마.”“네, 알았어요. 그럴게요.”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분위기는 다시 예전처럼 편안해졌다.그리고 30분쯤 지나서 진문숙이 합류하여 함께 산책했다. 세 식구는 저녁 식사할 때처럼 이야기하고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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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이샘이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못 느꼈어? 나는 그 얼굴을 보는 내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아? 아들은 분명 우리가 걱정할까 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은 거잖아. 그래서 두 남자들끼리 얘기를 해보라고 시간을 준 건데 왜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한 거야?”진문숙은 만들어준 기회를 망쳐버린 온정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이번 기회를 놓쳤으니 언제 또 물어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온정국은 온이샘을 걱정하는 진문숙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이샘이 성격은 당신도 알잖아. 우리 아들은 절대 우리가 걱정하는 일을 하지 않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자꾸 물어보면 이샘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거야. 그러니 우리 조용히 기다리자. 아들 마음이 정리되면 우리한테 다 얘기해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침착해!”진문숙은 화원에서 본 온이샘의 표정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는데 만약 아들의 성격을 잘 모른다면 진작에 물어봤을 것이다.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을뿐더러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온정국의 모습을 보고 진문숙은 화가 나서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온정국 씨, 이샘이는 우리 유일한 아들이야. 그런데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아? 그러고도 당신이 아버지라고 할 수 있어?”진문숙에게 온이샘이 어떤 존재인 걸 알기에 온정국은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는 차분하게 진문숙의 손을 잡고 다독였다.“나도 걱정돼. 그런데 우리끼리 아무리 걱정해도 아들이 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 그렇다고 이샘이를 강요할 수 없잖아. 당신이 물어본다고 해도 이샘이가 얘기를 할 것 같아?”온정국의 말에 진문숙은 할 말이 없었다.진문숙은 화를 내며 온정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당신은 자기 일밖에 몰라. 언제나 일이 제일 중요하지. 아들 일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 알았으니까, 당신은 당신의 중요한 일이나 해. 내 아들은 내가 챙길 거야.”말을 마친 진문숙은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온정국은 진문숙을 달래지 못하면 밤에 침실에도 들어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서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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