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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응.”온이샘은 엘리베이터로 가느라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대답을 듣고 말했다.“선배, 여기까지 올 필요 없어. 나 정말 괜찮아.”온이샘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와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근데 어쩌지? 우미야, 네 말을 믿고 싶은데, 지금 이런 상황에 믿을 수 없을 것 같아.”“말해. 너 지금 어디야?”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지하 1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를 기다렸다.휴대전화를 꽉 쥐고 눈빛은 확고해서 엘리베이터를 보고 있었다.차우미가 괜찮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차우미는 말이 없어졌다.온이샘의 확고함을 그의 말에서 알아들었고, 자신을 두 눈으로 보지 않으면 정말 불안해할 것이라고도 알았다.차우미는 원래 오늘 밤 상황을 사실대로 말해주면 온이샘이 안심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말을 하고 나니 오히려 더 걱정했다.차우미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온이샘도 말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말이 없어지고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차우미는 휴대전화에서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자 말했다.“선배, 믿어주면 안 돼?”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온이샘이 밖으로 가려고 했지만, 걸음을 떼자마자 그녀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의 걸음이 멈추었다.차우미는 그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이어 말했다.“정말 거짓말 아니야. 내 목소리만 들어도 알 거 아니야.”“선배, 나 정말 괜찮아.”차우미는 괜찮은 척, 센 척을 잘 하지 않는다. 설령 하더라도 목소리가 부드러워서 압박감이 전혀 느끼지 못한다.그러나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정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온이샘은 손을 움켜쥐고 말했다.“우미야, 우리는 친구야. 지금 너 혼자서 청주에 있는데, 나도 청주에 있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는 게 맞아.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아주머니 아버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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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그러나 결국 말을 하지 않았다.온이샘의 받아들이는 말이 귀에 들어오자 차우미는 눈썹이 약간 움직이고 손을 움츠리며 말했다.“선배...”차우미는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하고 입을 열었다.그러나 소리를 내자마자 하려던 말을 멈췄다.지금 이런 상황에다가 오늘 밤에 생긴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 말하기 적합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움츠린 손을 약간 풀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고마워.”방금 온이샘의 마음은 순간 얼음 조각이 돼버린 것처럼 얼었고 마음이 덜덜 떨리는 것 같았다.차우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차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했다.겁을 먹은 것이다.잔뜩 무서워했다.그러나...차우미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감사하다는 말뿐이었다.긴장해서 굳어 있던 마음과 몸이 한순간에 풀려서 마음을 놓았다.온이샘은 눈을 감고 덜덜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한참을 지나서야 말했다.“괜찮아.”“네가 괜찮으면 됐어.”“우리 친구잖아. 네가 괜찮다고 하면 나도 괜찮다고 믿고 안심할게.”온이샘은 친구라는 말을 계속 강조해 나중에 그녀와 친구 사이도 될 수 없을까 봐 걱정했다.친구라도 되지 않으면 정말 기회가 없을 것이다.친구 사이라면 그래도 온이샘에게 기회가 있다.차우미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회복되는 것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선배, 난 나를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해. 내 일에 책임질 거고 가족한테도 책임질 거야. 걱정 안 하게 내가 스스로 잘 챙길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녀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와 온이샘의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한순간에 온이샘의 마음을 녹이고 치유해줬다.“그럼 다행이고.”“너 믿을게.”“항상 믿어줄게.”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선배, 일찍 쉬어. 시간 있으면 연락할게.”“그래.”더는 말하지 않고 차우미는 전화를 끊었다.온이샘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휴대전화에서 전화가 끊기는 소리를 듣고 입가의 미소가 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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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차우미는 전화를 끊고 한참을 서 있다가 허영우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나예은은 아이 방에서 아주 잘 자고 있었다. 손은 이불 속에서 꺼내놓고 이불도 배 위까지 까져있었다. 남은 반쪽 이불로 몸을 덮고 있었고 작고 귀여운 발 한쪽도 꺼내놓았다.나예은이 더워서 이러는 게 분명했다.차우미는 이 장면을 보고 눈에 웃음꽃이 피어나면서 예상했던 것 같았다.예전에 유치원 선생님이었을 때 아이들이 낮잠을 자면 이불을 발로 차기도 하고 잠자는 자세도 여러 가지였다.지금 꿀잠을 자는 나예은의 자세도 마냥 반듯하지만은 않았다.차우미는 조용히 걸어가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보일러 온도를 조금 낮게 조절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그녀는 오늘 밤 여기서 머물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지낼 수밖에 없었다. 찜질방 같은 날씨에 씻지 않으면 찝찝해서 견디기 힘들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고 간단하게 씻기만 했다.차우미는 내일 아침 일찍 호텔로 가서 샤워하고 옷도 갈아입으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전제는 나상준이 돌아오는 것이다.나예은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양지숙도 괜찮다.다만, 지금은 너무 늦어서 나상준이 언제 돌아올지 확신할 수 없고, 나상준에게 전화해서 양지숙이 올 수 있는지 물어볼 수도 없으니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내일 아침에 어떻게 해서든 일찍 일어날 것이다. 정말 안 된다면 서혜지와 나준우가 나예은을 데리고 갈 때까지 딱 내일 하루만 참으면 된다.차우미는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면서 다 씻고 나예은 옆에 가서 누웠다.나예은도 옆에 사람이 누운 것을 감지한 듯 차우미가 눕자 그녀 곁으로 다가가 안겼다. 작고 귀여운 두 손을 차우미의 얼굴에 얹었다.차우미는 품에 안긴 나예은을 보며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 눈빛이 아주 부드러웠다.정말 사람들의 귀여움을 사는 아이다.차우미는 이불을 당겨서 얼굴만 조금 남긴 채 나예은에게 잘 덮어주고, 그녀를 안고 눈을 감았다.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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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나상준이 회사에 도착할 때쯤 의사도 회사에 도착했다.곧이어 의사가 떠났고 허영우는 의사를 밖까지 바래다주고 떠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 그러고 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했다.이 모든 걸 다 마련하고 나서야 들어왔다.다만, 그가 들어오자마자 휴대전화에서 띵 하는 소리가 나서 보는데 한 통의 메시지가 전해왔다.허영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메시지를 확인했다.[사모님.]차우미의 메시지였다.허영우는 시간을 한번 보고 메시지를 읽었다.[의사가 뭐라고 했나요? 무슨 상황인 거죠? 심각한 상황인지 아닌지 알려주세요. 문자 보면 답장해주세요. 그래도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서요.]허영우는 메시지를 읽고 앞만 바라보고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은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약을 바르면서 불편함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금 불편했다.가슴에 뭐가 박힌 것처럼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존재감은 확실히 있었다.허영우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고 바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나상준은 그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에 시선을 돌렸다.“뭐라고 했는데?”허영우는 아예 휴대전화를 나상준에게 주고 직접 보라고 했다.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받아 메시지 내용을 읽은 후, 잠시 숨을 돌리더니 시간을 보았다.“답장하지 마.”“네.”나상준은 휴대전화를 허영우에게 돌려주었다. 허영우는 차우미가 방금 한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오늘 밤에 댁에 돌아가지 않다고 하십니다. 따로 숙소를 마련해 드릴 필요가 있습니까?”나상준 명의로 된 부동산이 적지 않았다. 청주만 해도 아주 많았다.잘 곳이 없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고, 어디에서 자고 싶은지를 물어보는 것이다.나상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로 돌아갔다.“아니. 내일 아침에 별장으로 돌아갈 거야.”“알겠습니다.”허영우는 알아들었다. 나상준이 자리에 돌아가 앉은 것을 보고 업무를 처리하려는 듯해서 그에게 후속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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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별장 안은 밝았고 특히 거실 안이 아주 밝았다.큼직하고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별장 전체를 눈부시게 빛나게 하여 별장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화사하게 비추었다.주혜민은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를 실눈을 뜨고 보는데, 아주 차갑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어젯밤 나상준의 눈빛에 주혜민의 마음을 주눅 들게 하고 다가갈 용기조차 없어졌다.그래서 돌아왔다.나상준에 다시 갈 수도 보러 갈 수도 없었다. 나상준의 차가운 시선을 또 보게 될까봐 무서웠다.그 눈빛이 두려운 건 나상준이 그녀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나상준이 자신에게 어떠한 이성적인 감정도 없고, 사랑하지 않다는 눈빛이었기에 두려운 것이었다.어떻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지?이건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다.주혜민은 이 사실을 영원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어젯밤에 나상준 집에서 떠난 후 나상준을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다급해 하지 않고 얌전해졌다.주혜민은 자신이 돌아온 후 일어난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분명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를 대신해 나상준의 마음을 차지한 그 사람만 생각난다.그 사람 말도 다른 사람이 없다.바로 그 여자 때문이다. 그 여자한테 홀려서 그런 것이다.틀림없다.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주혜민은 나상준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둘 사이의 거리도 점점 멀어졌다.원래 나상준이 그냥 일시적인 감정 때문이고 그 감정이 사라지면 자신에 대한 마음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짝퉁은 어떻게 해도 짝퉁이기 마련이다.가짜는 영원히 가짜이고 진짜가 될 수 없다.주혜민은 나상준이 자기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그녀에게 마음이 끌려서 더는 주혜민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이러면 안 된다.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고,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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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주혜민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화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그러나 지금 화를 내도 소용이 없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찾지도 못하는데 화를 낼 곳도 없다.이 순간, 주혜민은 휴대전화를 뚫어지라 보는데 눈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분노가 가득했다. 휴대전화를 태우고 튀기고 잿더미로 만들고 싶었다.“딩동.”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와 정적을 깨뜨렸고, 주혜민의 분노도 가라앉았다.실눈을 뜨고 휴대전화를 뚫어지라 보고 있던 눈빛도 마침내 변화가 생겼다.길게 심호흡을 하고 오랫동안 쌓이고 폭발할 뻔한 분노를 가라앉힌 다음, 휴대전화에 있는 CCTV 앱을 키고 문밖에서 누가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지 확인했다.지금 이 시간에 그녀를 찾을 사람이 없을 텐데, 단...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휴대전화 화면에 대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깔끔한 양복 차림에 또렷한 이목구비인 진현이 문밖에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밤하늘과 어우러져 잘생기고 얄밉지 않았다.주혜민은 휴대전화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얼굴에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지금 같이 나상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이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진현 말고는 없었다.진현은 주혜민과 나상준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두 사람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다. 진현이 도와주면 주혜민이 나상준 마음속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처음처럼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진현은 이미 예전의 진현이 아니다.예전의 진현은 주혜민이 시키는 대로 다 했고, 하는 일마다 모두 그녀가 즐겁고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주혜민은 진현 마음속의 공주고 여왕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주혜민도 진현 같은 따까리가 필요했다.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그 일 이후로 진현은 완전히 달라졌다.더는 주혜민 곁에서 시키는 일을 무작정 하지 않았고 듣지도 않았다. 그녀를 멀리했고 심지어 반박하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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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거실에서 주혜민은 이미 소파에 앉아 있지 않았고, 핸드폰도 탁자 위에 내팽개친 채였다. 그녀는 바 테이블 앞에 서서 열린 와인병을 앞에 두고,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 와인을 마구 들이켜고 있었다. 진현이 들어와서 본 광경은 그녀가 잔을 기울여 와인 반 이상을 들이켜는 모습이었다. 그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주혜민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잔을 비우자마자 와인병을 다시 들어 와인을 가득 채운 뒤, 또다시 꿀꺽꿀꺽 들이켰다. 지금 그녀의 감정은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는 듯했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격한 감정을 조금도 진정시킬 수 없는 것 같았다. 진현은 그녀의 자학적인 듯한 해소 방식을 그저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 말리거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주혜민의 마음속에 있던 분노는 그녀가 문을 열고 나서면서 이미 사라졌었지만, 진현이 들어온 뒤 그녀를 제지하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계속 지켜보기만 하자 억눌렸던 분노가 다시금 치솟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와인 한 병이 거의 비었고, 여전히 아무 말도 없는 진현에 대한 주혜민의 분노는 끝내 폭발했다. 그녀는 손에 든 와인잔을 바닥에 내던졌고, 와인병도 뒤이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쨍그랑! 고요한 밤을 가르는 유리 깨지는 소리에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팽팽해졌다. 주혜민은 진현을 노려보며 외쳤다. “당신 여기 온 게 내 꼴이 우스워서지?!” “이미 다 알고 있었지, 그렇지?” “그 사람이 내 대타를 택하는 한이 있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당신은 기뻤겠지. 당신 뜻대로 돼서 얼마나 좋겠어?” 주혜민은 고개를 들어 당당하게, 분노에 휩싸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마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주변 모든 것에 화풀이하는 성난 암사자 같았다. 진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입을 열었다. “네 뜻대로 된 거지, 내 뜻이 아니라.” 주혜민의 동공이 흔들리며 순식간에 분노가 폭발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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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못 하겠다면, 꺼져. 난 구애자가 모자라지 않으니까.” 주혜민은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나가버렸다. 진현은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 한마디와 떠나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상준은 너를 좋아한 적도, 사랑한 적도 없었어.” “그 사람이 너를 곁에 두는 이유는 너를 좋아해서가 아니야.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너의 존재를 허락한 거야.” “너는 나상준이 널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상준은 한 번도 너를 고려한 적 없어. 그 사람이 신경 쓰는 건 언제나 나야.” “나상준에게 너는 나 진현만큼의 의미조차 없어.” 주혜민은 계단을 향해 올라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꽉 쥐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냉정한 말들이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 진현은 돌아서서 분노와 현실의 잔혹함을 마주하며 몸을 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면 그 여자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랑은 매우 드물어.” “난 과거에 널 위해 뭐든 할 수 있었어. 왜냐하면 내가 널 사랑했으니까, 너는 그럴 가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는 말을 멈추며 주혜민 앞으로 걸어 나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봤다. “지금의 너는 그만한 가치가 없어.” “사람은 늘 얻지 못한 걸 원하고 집착하게 돼. 나도 지금 너한테 집착이 있어, 그래서 널 원해. 하지만 예전처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줄 생각은 없어.” “예를 들어 네가 나에게 뭘 부탁하든 그게 가치가 있고, 나에게 이득이 있어야만 움직일 거야.” “이득이 없다면 내가 왜 움직이겠어?” 주혜민은 앞에 서 있는 진현을 증오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화가 치밀어 계속 변했고 마침내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진현, 내가 너 같은 구애자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진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 필요 없지.” “하지만 네가 원하는 걸 다른 구애자들이 해줄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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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새벽이 밝아오고, 조용히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차우미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고, 옆에 있던 어린아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차우미는 흐릿한 눈으로 핸드폰을 집어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한 후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고 아직 다섯 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차우미는 일부러 알람을 일찍 맞췄다.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려는 것도 있었고, 호텔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잠든 탓인지, 이른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쉽지 않았다.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몽롱했다. 그런데 차우미 품에 있던 어린아이가 알람 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작고 가녀린 몸을 움직였다. 차우미는 품속에서 잠든 채로 뒤척이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아이는 이내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깨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 차우미는 미소를 짓게 되었고 그 덕에 조금 더 정신이 들었다. 차우미는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린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준 후, 욕실로 가 간단히 세수하고 하품을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너무 늦게 잠들고 너무 일찍 깬 탓에 씻고 나서도 정신이 맑지 않았다. 차우미는 하품을 연달아 하며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몽롱한 상태라 아래층에 차가 들어오는 소리도, 문 앞에 멈추는 소리도 전혀 듣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느낌이 이상해져서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차우미의 걸음이 멈췄다. 전날 밤 닫혀 있던 대문이 열려 있었고, 이제 막 동이 터오는 새벽에 그가 어젯밤 입고 있던 셔츠와 캐주얼 팬츠 차림으로 그녀의 시야에 서 있었다. 차우미는 하품하던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멈춰버렸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엔 외투를 걸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몇 초 동안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 하던 하품을 멈추고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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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나상준은 밤을 새우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시간을 확인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속에 걱정하는 이가 있으니 오래 밖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새벽 네 시인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돌아왔다.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하품을 하며 잠에 겨운 상태로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몽롱한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어, 그는 문 앞에 서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그녀는 비록 졸려 보였지만 차근차근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그녀가 갑자기 그를 발견하고 그쪽을 바라보다 한 발을 헛디뎠다. 발을 헛디뎌서 금방이라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듯한 순간, 그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망설임 없이 달려가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아 그녀를 지탱해주었다. 그녀가 안전하게 그의 앞에 서서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엔 억누르기 힘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최소한 가벼운 부상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가 진짜로 그렇게 떨어졌다면, 자신이 그녀를 받아낼 수 있었을지도 불확실했다. 그는 그 생각만으로도 속에서 화가 치솟았지만, 그녀가 멍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 화는 꾹꾹 눌러야 했다. 그는 손가락에 힘을 더 주어 그녀의 팔을 더욱 단단히 붙잡았고, 화가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이 덜 깬 상태라 무디게 반응하던 차우미는 그의 무서운 눈빛에도 전혀 느낌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그가 왜 이렇게 빠르게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강렬한 기운과 급격히 변하는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그녀도 점차 그가 품고 있는 감정을 감지하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팔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이 점점 더 세게 힘을 주었고, 그 압박감에 팔이 아파지자 그녀는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차우미는 본능적으로 그가 쥐고 있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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