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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811 - 챕터 820

956 챕터

제811화

나상준은 말이 없어졌다.운전석에 앉아 있는 진서원도 백미러를 통해 나상준을 보고 웃었다.모처럼 나상준이 다른 남자를 견제하고 있다.진서원도 건너편에 서 있는 온이샘을 보고 또 시선을 돌려 나상준을 보았다.솔직히 다 잘생겼다.그냥 다르게 잘생겼을 뿐이다.차우미는 차 안에 무슨 일이 생긴 줄 모르고, 온이샘과 작별을 하고 길 건너 건너편으로 다가갔다.그러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다만 뒷좌석에 앉은 눈을 감긴 채 무표정인 나상준을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 말했다.“내가 앞에 탈게.”차우미는 나상준이 앞 좌석에 탈 줄 알았는데 나예은 옆에 앉을 줄은 몰랐다.나예은 때문이기도 하다. 차우미도 곁에 없어서 옆에서 돌봐줘야 했었다.차우미는 문을 닫고 앞 조수석에 가려고 했다.그러나 차 문을 닫으려 하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앉아.”나상준은 눈을 뜨고 문밖에 서 있는 차우미를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 말했다.“뒤에서 같이 앉기에는 너무 비좁아. 내가 앞에 탈게.”나상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차 문을 닫고 앞 조수석에 앉았다.나상준은 차 문이 그의 앞에서 쾅 닫히는 것을 지켜보았다.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나상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차우미는 차에 올라타서 진서원에게 말했다.“가시죠.”“네, 사모님.”진서원은 백미러에 비친 무서운 얼굴을 보고 감히 두 번 쳐다볼 수 없어서 깜빡이를 켜고 액셀을 밟았다.차는 순조롭게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온이샘은 건너편에 서서 차우미 쪽 상황을 보고 있었다.차우미가 뒷좌석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이자 무슨 말을 주고받으며 조수석으로 향해 가는 것을 똑똑히 봤다.그녀가 차 안에 있던 사람과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조수석에 타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그러나 온이샘의 눈에서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차우미를 따라 나상준 집까지 가고 싶었고 그녀와 함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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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온이샘은 여가현과 강서흔이 나올 줄 몰랐지만, 동료들과 작별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이샘은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고 시선을 거두고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돌아섰다.여가현은 온이샘에게 다가가 바로 물었다.“봤어?”온이샘은 여가현이 무슨 뜻인지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봤어.”여가현은 온이샘의 모습을 보고 차우미가 나상준, 그리고 한 명의 아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봤다는 걸 알았다.그 모습은 온이샘과 같은 차우미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큰 타격이었다.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차우미는 결혼한 적이 있고, 어떤 상황들은 싱글때와 달랐다.순간, 여가현은 차우미가 왜 자신이 온이샘과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어떤 일은 정말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있다.“알았어. 그럼 무슨 일 있으면 강서흔에 전화해.”여가현은 더 할 말이 없고, 온이샘을 도울 수도 없었다.온이샘이 차우미가 자신과 어울리는지, 정말로 좋아하는지 스스로 깨닫고 탐구해봐야 했다.결혼이라는 게 결국 큰일이고 장난이 아니다.강서흔은 여가현이 온이샘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서둘러 따라갔다. 그러나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둘이 대화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이때, 두 사람의 모스 부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대화하는 것을 듣고 또 안색이 어둡게 변한 온이샘을 보며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 생겼을 거로 생각했고 직감이 좋지 않았다.그리고 여가현이 한마디로 대화를 끝내는 것을 들은 강서흔은 그대로 얼었다.‘뭐야?’‘이게 끝이야?’강서흔은 멍한 표정으로 여가현과 온이샘을 돌아가며 쳐다보았다.오히려 온이샘은 여가현의 말을 듣고 평소와 같은 안색이었다.고개를 끄덕이며 여가현에게 말했다.“늦었으니 너희들도 일찍 돌아가.”말을 마친 온이샘은 강서흔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서흔에게 할 말이 없었고, 그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아까 차우미와 나상준의 모습을 보고 자신만의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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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여가현과 강서흔은 차에 오르고 나서 여가현의 집으로 향해 달려갔다.여가현은 요 몇 년 동안 돈을 벌어서 청주에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강서흔과 재결합한 후 강서흔 집에 살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집에 살고 있다. 강서흔은 네가 우리 집에 오지 않으면 내가 가겠다는 생각으로 뻔뻔하게 여가현을 쫓아다녔다.그래서 두 사람은 그동안 여가현의 동네에서 살았다.차에 탄 후, 여가현은 말을 하지 않았고 안색도 안 좋아 보였고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강서흔은 여가현이 온이샘이 차우미를 만난 일을 알려주지 않아서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현아, 무슨 영화 보고 싶어? 새로 개봉한 그 로맨스 영화 보러 가는 건 어때?”“요 며칠 바빠서 시간도 없었는데, 마침 오늘 저녁에 시간도 있는데 보러 가자.”강서흔은 운전을 하면서 수시로 여가현의 눈치를 살피며 태도가 매우 좋았다.여가현은 강서흔의 말을 듣고 그에게 눈짙하며 말했다.“집에 가.”“네! 알겠습니다! 가현이가 집에 가자고 하면 집에 가야지!”“가현이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가현이가 내 전부이고 내 우주야. 하라는 대로 하고 가현이의 지시대로 움직이겠어!”강서흔은 입만 열면 뺀질뺀질하고 여자들을 홀리게 하는 멘트뿐이었다.여가현은 이런 멘트들을 몇 년을 들었는데, 아직도 듣기 좋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강서흔의 말에 여가현의 안색은 점점 좋아졌고, 무엇보다 정말로 강서흔을 탓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강서흔이 잘했다고 생각했다.결혼은 서로 맞춰가야 하고, 아무리 좋은 두 사람이라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온이샘과 차우미는 지금 미리 맞춰가고, 해결해야 할 일들을 미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여가현은 두 사람이 결혼해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차우미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했다.강서흔은 여가현의 안색을 살피고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고 서둘러 잘못을 인정했다.“가현아, 화내지 마. 난 그냥 내 친구랑 같이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을 뿐이야. 우리 두 부부가 같이 식을 치르면 상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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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뭐?”강서흔은 멈칫하다가 여가현을 바라보았다.“불편하다고? 왜? 가현아, 어디 아파?”강서흔은 먼저 여가현의 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순간 긴장했다.그러더니 황급히 앞을 둘러다 보며 물었다.“병원 가자. 당장 병원으로 가자!”강서흔은 마음이 다급해져서 머리를 빠르게 굴고 어느 병원으로 가는 게 제일 빠른지 생각했다.여가현은 강서흔의 말을 듣고 바로 욕했다.“서흔아, 너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나 우미 얘기하잖아. 내가 언제 나라고 얘기했어. 내가 아프길 바라는 거야?”강서흔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바로 말했다.“아니!”“내가 어떻게 네가 아프기를 바라겠어? 내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인데 건강한 것만으로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네가 아프길 원할 수 있겠어?”“가현아, 날 왜 그렇게 생각해?”“나 너무 슬퍼...”강서흔은 핸들을 꺾고 병원으로 가려 했는데 여가현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너무 상처받았고 마음이 아팠다.여가현은 코웃음을 웃었다.“누가 알아?”말을 마치고 조금 전 화제로 돌아갔다.“우미 다 좋은데, 나상준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강서흔은 아직도 상처받아서 속상하고 있는데, 여가현은 이미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고 속상해야 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강서흔은 억울한 채로 여가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가현이 말이 다 맞아...”그의 불쌍하고 억울한 소리를 듣고 여가현은 그를 보는데 마치 강아지가 안아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녀는 보자마자 웃으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됐어. 농담이야. 왜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맥이 없어졌어.”여가현의 손이 강서흔 얼굴에 대려고 하는데 강서흔이 얼굴을 내밀어 비볐다. 정말 강아지 같았다.여가현의 말을 듣자 바로 말했다.“당연하지!”“난 네가 제일 소중한데! 그 누구도 널 따라갈 수 없어. 널 잃으면 세상을 잃은 것과 다를 것 없어. 난...”“알았어, 알았어.”강서흔의 입에서 멘트들이 나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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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여가현은 말을 하지 않았다.강서흔의 말에서 온이샘이 강서흔이 부른 것이 아니라 원래 달빛 레스토랑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밤 넷이 다 같은 레스토랑에 모였단 말인가?‘이런 우연이?’‘실화야?’‘설마 무슨 음모가 있는 건 아니겠지?’여가현은 직업상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게 되고, 그 어떠한 상황도 이상할 것 없다.이렇게 공교로운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음모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나상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순간, 여가현의 얼굴이 방금 나상준을 봤을 때와 같은 안색이 되었다.강서흔은 여가현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나상준과 차우미가 같이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두 사람 모두 조용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뒤 여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거 잘못됐어. 조사해봐야 할 거 같아.”...차우미는 여가현과 강서흔이 지금 무슨 마음인지 모르고 온이샘의 마음도 모른다. 그녀는 차에 오른 후 조용히 앞만 보고 생각에 잠겼다.차우미와 나상준 둘 다 말이 없었다. 낮이면 나예은이 재잘재잘 말해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겠지만, 오늘 밤은 어쩐지 나예은도 조용해져서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았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눈을 크게 뜨고 수시로 나상준과 차우미를 바라보며 눈에는 호기심과 의심으로 가득했다.나예은은 무슨 이상한 느낌을 느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서 두 어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조용하게 달려 관강동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나예은은 신나서 말했다.“다 왔다!”나상준은 나예은의 안전벨트를 풀고 안아서 차에서 내렸다.차우미도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나상준은 나예은을 안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고 차우미를 무시했다.차우미는 아무렇지도 않았고 나상준을 따라 들어갔다.나상준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모르고 싶어도 어려웠다.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거실에 들어서자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수정 빛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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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발걸음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서혜지는 웃으면서 말했다.“형수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죄송해요. 아이를 형수님이랑 아주버님께 돌봐달라고 두고 가서 폐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서혜지는 일도 말도 예쁘게 잘해서 차우미와 맞는다.“아니에요. 지금은 일이 끝나신 건가요?”욕실에서 나온 나준우를 바라보던 서혜지가 말했다.“오늘 일은 다 끝났어요. 바빠서 호텔에 막 도착해서 답장할 시간도 없었어요. 죄송해요, 형수님.”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답장 안 한 거 보고 아마 바쁘고 계신다고 생각했어요.”말을 하면서 앞에 계속 쳐다보고 있는 나예은을 보고 말했다.“예은이랑 얘기하실래요? 저희도 방금 돌아왔어요.”차우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 나예은의 눈이 번쩍 띄었다. 심지어 나상준의 품에서 일어나 꼿꼿이 서 있었다.이때 나상준의 발걸음이 멈추고, 나예은의 등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웃으며 나상준 옆으로 다가가 나예은에게 말했다.“엄마 전화야.”“엄마?”아직 휴대전화를 주지도 않았는데, 나예은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전화기 너머 서혜지는 딸의 소리를 듣자마자 마음이 아팠다.아이를 차우미와 나상준에게 맡기는 것이 안심되었지만, 엄마로서 당연히 보고 싶고 떨어지기 싫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듣고 서혜지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차우미는 서혜지 쪽 사정을 모르고 나예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를 나예은에게 주었다.나예은은 휴대전화를 받아 귓가에 가져다 댔다.“엄마!”아이의 부름에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나준우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다가 서혜지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전화하고 있는지 바로 알았다.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러 갔다가 서혜지를 보고는 눈시울이 붉어져 울먹이는 모습을 보았다.나준우는 서혜지가 울 때 제일 속상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지금 그녀가 우는 모습에 당황해서 잔을 내려놓고 그녀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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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예은이 말도 잘 듣고, 밥도 잘 먹고 있어요! 엄마 오르골 사준다고 하신 거 잊으시면 안 돼요!”나예은은 서혜지에게 약속을 했었다.나상준과 차우미에게 아이를 한 번도 맡긴 적이 없었고, 게다가 같이 자기까지 해야 해서 나예은이 울까 봐 요 며칠 동안 울지 않고 잘 지내면 돌아가서 선물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었다.그 선물이 바로 나예은이 보기만 해도 환장하는 오르골이었다.나예은의 말에 서혜지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당연하지. 엄마가 언제 예은이 속인 적 있어?”“하하하. 아니요!”“...”둘이 즐겁게 통화하는 모습을 나상준 옆에 서서 보고 있는 차우미는 나예은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따라 웃었다.정말 해피바이러스가 따로 없다. 어딜 가나 기쁨을 주고 볼 때마다 그녀의 환한 미소에 주저 없이 웃게 된다.나상준은 나예은을 안고 옆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는데, 밝은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녀의 또렷한 눈매를 보며 마음속의 불쾌함이 점점 사라졌다.차우미는 나예은을 보며 그녀의 미소에 마음이 녹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그런데 문득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나상준의 눈과 마주쳤다.그의 눈동자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한 느낌이었고 눈빛은 사연 있는 사람처럼 진지했다.차우미는 1초 동안 숨이 멎더니 시선을 돌렸다.“큰엄마! 엄마 할 말이 있대요!”휴대전화를 차우미에게 돌려줬다.차우미는 웃음을 되찾았다.“알았어.”휴대전화를 받아든 그녀가 말했다.“혜지 씨.”서혜지가 웃으며 말했다.“형수님, 오늘 정말 아주버님이랑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종일 데리고 놀 줄은 몰랐어요. 얘가 노는 데 환장해서요...”차우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예은이랑 놀려고 청주에 왔는데요.”서혜지는 눈동자를 굴리고 말했다.“그럼 하루만 더 신세 지겠습니다. 아주버님이랑 하루 만 더 고생해야겠어요.”“아니에요, 일 보세요. 예은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보고 싶으면 전화나 영상통화 하시고요.”“괜찮아요. 형수님이랑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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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나준우가 말을 하지 않자 서혜지는 그의 어깨에 다시 기대어 목소리를 낮추었다.“준우 씨, 아주버님 거짓말 너무 잘하시는 거 같아요. 아니다. 꾼이라고 해야 하나? 형수님은 우리가 놀러 나온 줄 모르고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있어요.”오늘 차우미가 서혜지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둘이 놀러 왔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나준우는 생각하더니 말했다.“형 여자를 쫓아다닌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형수님을 이렇게까지 속이는 걸 보니 정말 좋아하나 봐. 좋아하면 당연히 신경 써야지.”역시 남자가 남자의 마음을 잘 안다.서혜지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런데, 방금 형수님 말을 듣는데, 내일 예은이 데리고 가면 형수님도 가시는 거 같은데요.”“간다고?”나준우는 서혜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말했다.“방금 형수님이 예은이랑 놀려고 청주에 오셨다고 했거든요. 예은이 월요일이면 학교에 가야 하는데 차우미가 계속 같이 있을 수도 없고 분명 돌아갈 거예요.”“말을 들어보니까 청주에 머물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아주버님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서혜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나준우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서혜지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며 불확실한 듯 말했다.“형수님... 형수님은 아주버님한테 별 감정이 없는 것 같아요...”서혜지는 더듬거리면서 말을 했는데 그도 확실하지 않았다.나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형이 차우미랑 3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그래도 옛정이라는 게 남아 있겠지.”그렇다. 3개월도 3일도 아닌 3년이라는 긴 시간이다.천여 일 가까스로 수많은 일이 생기고 시간도 쌓여서 정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서혜지가 말했다.“맞긴 하는데요. 하지만 방금 차우미의 말을 듣는데, 아주버님에게 어떤 감정인지 확실히 느껴지지 않았어요. 형수님이 예전에 아주버님을 바라보는 눈빛과 말투와 아주 달랐다는 것을 몰라서 그래요.”“아주버님을 좋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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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서혜지와 나준우 쪽은 알콩달콩 깨를 볶고 있는데, 나상준은 아직 발걸음을 내딛는 것도 힘겨웠다.전화를 끊고 나상준은 시선을 돌려 나예은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집에 처음부터 아이 방이 두 칸이나 있었다.나중에 차우미가 들어온 후 미래의 아이를 생각해 조금씩 아기용품과 옷들을 구입했었다.그러나 결혼생활 3년 동안 아이 방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나예은이 쓰게 될 줄은 몰랐다.아이 방은 안방 바로 옆에 있었다. 문이 열리자 나예은은 와 하며 신났다.“너무 이뻐요!”나상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차우미는 미래의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몰라 모두 파스텔톤으로 꾸몄고 포인트로 초록색과 파란색을 더했다.초록색과 파란색의 장식품이 방안의 생기를 더해주었다. 방안은 아이 용품으로 가득 차서 인형도 있고, 동화책도 진열돼 있고, 장난감도 몇 개 있는데 매우 아기자기했다.그런데 침구 세트만 핑크색으로 바꾸었다. 차우미가 꾸민 게 아니라 나상준이 한  게 분명하다.침구류 외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차우미가 떠날 때 모습이랑 똑같았다.차우미는 하나도 바꾸지 않은 방안을 보고 약간 멈칫했다.나예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큰엄마랑 같이 씻을까?”집에 돌아오니 나상준도 잠시 미룬 업무를 볼 수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에게 손을 내밀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벌리고 차우미에게로 몸을 기울였다.나상준은 멍하니 나예은을 차우미에게 안겼다.그녀는 나예은을 껴안고 나상준에게 말했다.“가서 일 봐. 여긴 내가 있으면 돼.”나상준은 아이 방에 온 적이 없었다. 이혼하기 전에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었고, 삶에서 아이가 나타난 적도 없었다.그래서 아이 방이 이렇게 꾸며있을 줄은 몰랐다.오늘 나예은이 자기 집에서 지낸다고 해서 허영우에게 사람을 불러 아이 방을 꾸미라고 시켰다.그러고는 상관하지 않았다.그런데 방금 들어와서 한껏 꾸며있는 아이 방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벽, 그리고 커튼 색까지 맞추고 카펫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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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나상준은 욕실에서 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데, 침을 삼키며 간신히 참고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어떤 일은 틀렸으면 틀린 것이다.바꿀 수 없다. 그럴 때는 앞만 보고 직진하는 게 답이다.차우미는 나예은을 씻기고 아침에 준비한 공주님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로션을 발라줬다.나예은은 완전 협조적이었고 즐기는 듯했다. 공주 잠옷을 입고 나서 예쁜 짓을 하면서 정말 공주와 같았다. 신나서 침대에 서서 치맛자락을 잡고 춤을 추며 노래를 했다.차우미는 나예은이 낮에 많이 자서 지금 잘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서 같이 힘들 때까지 놀아주고 나서야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동화책 한 권을 열어 읽어주었다.나예은은 한참을 놀다가 지쳐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차우미가 동화책을 읽어주기를 기다렸다.그렇게 눈을 감도 듣는데 갑자기 눈을 떠서 졸음은 전혀 없어졌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서 차우미를 바라보았다.“큰엄마, 예은이랑 같이 자요!”차우미는 멍하니 웃으며 말했다.“예은이 평소에 엄마랑 같이 자?”나예은은 고개를 저었다.“평소엔 엄마랑 같이 안 자고 혼자 자는데, 오늘 밤엔 큰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요.”그러더니 일어나 앉아 차우미의 손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큰엄마, 예은이랑 같이 자요! 네? 예은이 큰엄마랑 같이 자고 싶단 말이에요!”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큰엄마 동화책 못 읽어주는데?”“아... 그렇군요...”나예은은 생각지 못한 듯 어리둥절하더니 얼굴을 찡그리더니 생각에 잠겼다.차우미는 나예은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자. 큰엄마가 동화책 읽어줄게.”나예은은 고개를 저었다.“싫어요!”“동화책 안 듣고 싶어요. 큰엄마가 안아줘야 잘 수 있어요.”말을 마치자 나예은은 바로 차우미의 손을 잡고 코알라처럼 몸을 기대고 뭐라 해도 놓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예은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매달릴 줄은 몰랐다.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곧 웃음기가 짙어졌다.“알았어. 큰엄마 안 읽고 예은이랑 같이 자 줄게.”차우미는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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