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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작가: 유리
온이샘은 여가현과 강서흔이 나올 줄 몰랐지만, 동료들과 작별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이샘은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고 시선을 거두고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돌아섰다.

여가현은 온이샘에게 다가가 바로 물었다.

“봤어?”

온이샘은 여가현이 무슨 뜻인지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봤어.”

여가현은 온이샘의 모습을 보고 차우미가 나상준, 그리고 한 명의 아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봤다는 걸 알았다.

그 모습은 온이샘과 같은 차우미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차우미는 결혼한 적이 있고, 어떤 상황들은 싱글때와 달랐다.

순간, 여가현은 차우미가 왜 자신이 온이샘과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일은 정말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있다.

“알았어. 그럼 무슨 일 있으면 강서흔에 전화해.”

여가현은 더 할 말이 없고, 온이샘을 도울 수도 없었다.

온이샘이 차우미가 자신과 어울리는지, 정말로 좋아하는지 스스로 깨닫고 탐구해봐야 했다.

결혼이라는 게 결국 큰일이고 장난이 아니다.

강서흔은 여가현이 온이샘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서둘러 따라갔다. 그러나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둘이 대화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

이때, 두 사람의 모스 부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대화하는 것을 듣고 또 안색이 어둡게 변한 온이샘을 보며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 생겼을 거로 생각했고 직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여가현이 한마디로 대화를 끝내는 것을 들은 강서흔은 그대로 얼었다.

‘뭐야?’

‘이게 끝이야?’

강서흔은 멍한 표정으로 여가현과 온이샘을 돌아가며 쳐다보았다.

오히려 온이샘은 여가현의 말을 듣고 평소와 같은 안색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여가현에게 말했다.

“늦었으니 너희들도 일찍 돌아가.”

말을 마친 온이샘은 강서흔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서흔에게 할 말이 없었고, 그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다.

온이샘은 아까 차우미와 나상준의 모습을 보고 자신만의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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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813화

    여가현과 강서흔은 차에 오르고 나서 여가현의 집으로 향해 달려갔다.여가현은 요 몇 년 동안 돈을 벌어서 청주에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강서흔과 재결합한 후 강서흔 집에 살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집에 살고 있다. 강서흔은 네가 우리 집에 오지 않으면 내가 가겠다는 생각으로 뻔뻔하게 여가현을 쫓아다녔다.그래서 두 사람은 그동안 여가현의 동네에서 살았다.차에 탄 후, 여가현은 말을 하지 않았고 안색도 안 좋아 보였고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강서흔은 여가현이 온이샘이 차우미를 만난 일을 알려주지 않아서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현아, 무슨 영화 보고 싶어? 새로 개봉한 그 로맨스 영화 보러 가는 건 어때?”“요 며칠 바빠서 시간도 없었는데, 마침 오늘 저녁에 시간도 있는데 보러 가자.”강서흔은 운전을 하면서 수시로 여가현의 눈치를 살피며 태도가 매우 좋았다.여가현은 강서흔의 말을 듣고 그에게 눈짙하며 말했다.“집에 가.”“네! 알겠습니다! 가현이가 집에 가자고 하면 집에 가야지!”“가현이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가현이가 내 전부이고 내 우주야. 하라는 대로 하고 가현이의 지시대로 움직이겠어!”강서흔은 입만 열면 뺀질뺀질하고 여자들을 홀리게 하는 멘트뿐이었다.여가현은 이런 멘트들을 몇 년을 들었는데, 아직도 듣기 좋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강서흔의 말에 여가현의 안색은 점점 좋아졌고, 무엇보다 정말로 강서흔을 탓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강서흔이 잘했다고 생각했다.결혼은 서로 맞춰가야 하고, 아무리 좋은 두 사람이라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온이샘과 차우미는 지금 미리 맞춰가고, 해결해야 할 일들을 미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여가현은 두 사람이 결혼해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차우미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했다.강서흔은 여가현의 안색을 살피고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고 서둘러 잘못을 인정했다.“가현아, 화내지 마. 난 그냥 내 친구랑 같이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을 뿐이야. 우리 두 부부가 같이 식을 치르면 상상만

  • 봄날   제814화

    “뭐?”강서흔은 멈칫하다가 여가현을 바라보았다.“불편하다고? 왜? 가현아, 어디 아파?”강서흔은 먼저 여가현의 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순간 긴장했다.그러더니 황급히 앞을 둘러다 보며 물었다.“병원 가자. 당장 병원으로 가자!”강서흔은 마음이 다급해져서 머리를 빠르게 굴고 어느 병원으로 가는 게 제일 빠른지 생각했다.여가현은 강서흔의 말을 듣고 바로 욕했다.“서흔아, 너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나 우미 얘기하잖아. 내가 언제 나라고 얘기했어. 내가 아프길 바라는 거야?”강서흔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바로 말했다.“아니!”“내가 어떻게 네가 아프기를 바라겠어? 내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인데 건강한 것만으로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네가 아프길 원할 수 있겠어?”“가현아, 날 왜 그렇게 생각해?”“나 너무 슬퍼...”강서흔은 핸들을 꺾고 병원으로 가려 했는데 여가현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너무 상처받았고 마음이 아팠다.여가현은 코웃음을 웃었다.“누가 알아?”말을 마치고 조금 전 화제로 돌아갔다.“우미 다 좋은데, 나상준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강서흔은 아직도 상처받아서 속상하고 있는데, 여가현은 이미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고 속상해야 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강서흔은 억울한 채로 여가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가현이 말이 다 맞아...”그의 불쌍하고 억울한 소리를 듣고 여가현은 그를 보는데 마치 강아지가 안아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녀는 보자마자 웃으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됐어. 농담이야. 왜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맥이 없어졌어.”여가현의 손이 강서흔 얼굴에 대려고 하는데 강서흔이 얼굴을 내밀어 비볐다. 정말 강아지 같았다.여가현의 말을 듣자 바로 말했다.“당연하지!”“난 네가 제일 소중한데! 그 누구도 널 따라갈 수 없어. 널 잃으면 세상을 잃은 것과 다를 것 없어. 난...”“알았어, 알았어.”강서흔의 입에서 멘트들이 나오려

  • 봄날   제815화

    여가현은 말을 하지 않았다.강서흔의 말에서 온이샘이 강서흔이 부른 것이 아니라 원래 달빛 레스토랑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밤 넷이 다 같은 레스토랑에 모였단 말인가?‘이런 우연이?’‘실화야?’‘설마 무슨 음모가 있는 건 아니겠지?’여가현은 직업상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게 되고, 그 어떠한 상황도 이상할 것 없다.이렇게 공교로운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음모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나상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순간, 여가현의 얼굴이 방금 나상준을 봤을 때와 같은 안색이 되었다.강서흔은 여가현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나상준과 차우미가 같이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두 사람 모두 조용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뒤 여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거 잘못됐어. 조사해봐야 할 거 같아.”...차우미는 여가현과 강서흔이 지금 무슨 마음인지 모르고 온이샘의 마음도 모른다. 그녀는 차에 오른 후 조용히 앞만 보고 생각에 잠겼다.차우미와 나상준 둘 다 말이 없었다. 낮이면 나예은이 재잘재잘 말해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겠지만, 오늘 밤은 어쩐지 나예은도 조용해져서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았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눈을 크게 뜨고 수시로 나상준과 차우미를 바라보며 눈에는 호기심과 의심으로 가득했다.나예은은 무슨 이상한 느낌을 느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서 두 어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조용하게 달려 관강동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나예은은 신나서 말했다.“다 왔다!”나상준은 나예은의 안전벨트를 풀고 안아서 차에서 내렸다.차우미도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나상준은 나예은을 안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고 차우미를 무시했다.차우미는 아무렇지도 않았고 나상준을 따라 들어갔다.나상준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모르고 싶어도 어려웠다.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거실에 들어서자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수정 빛 등이 

  • 봄날   제816화

    발걸음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서혜지는 웃으면서 말했다.“형수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죄송해요. 아이를 형수님이랑 아주버님께 돌봐달라고 두고 가서 폐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서혜지는 일도 말도 예쁘게 잘해서 차우미와 맞는다.“아니에요. 지금은 일이 끝나신 건가요?”욕실에서 나온 나준우를 바라보던 서혜지가 말했다.“오늘 일은 다 끝났어요. 바빠서 호텔에 막 도착해서 답장할 시간도 없었어요. 죄송해요, 형수님.”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답장 안 한 거 보고 아마 바쁘고 계신다고 생각했어요.”말을 하면서 앞에 계속 쳐다보고 있는 나예은을 보고 말했다.“예은이랑 얘기하실래요? 저희도 방금 돌아왔어요.”차우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 나예은의 눈이 번쩍 띄었다. 심지어 나상준의 품에서 일어나 꼿꼿이 서 있었다.이때 나상준의 발걸음이 멈추고, 나예은의 등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웃으며 나상준 옆으로 다가가 나예은에게 말했다.“엄마 전화야.”“엄마?”아직 휴대전화를 주지도 않았는데, 나예은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전화기 너머 서혜지는 딸의 소리를 듣자마자 마음이 아팠다.아이를 차우미와 나상준에게 맡기는 것이 안심되었지만, 엄마로서 당연히 보고 싶고 떨어지기 싫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듣고 서혜지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차우미는 서혜지 쪽 사정을 모르고 나예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를 나예은에게 주었다.나예은은 휴대전화를 받아 귓가에 가져다 댔다.“엄마!”아이의 부름에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나준우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다가 서혜지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전화하고 있는지 바로 알았다.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러 갔다가 서혜지를 보고는 눈시울이 붉어져 울먹이는 모습을 보았다.나준우는 서혜지가 울 때 제일 속상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지금 그녀가 우는 모습에 당황해서 잔을 내려놓고 그녀 옆

  • 봄날   제817화

    “예은이 말도 잘 듣고, 밥도 잘 먹고 있어요! 엄마 오르골 사준다고 하신 거 잊으시면 안 돼요!”나예은은 서혜지에게 약속을 했었다.나상준과 차우미에게 아이를 한 번도 맡긴 적이 없었고, 게다가 같이 자기까지 해야 해서 나예은이 울까 봐 요 며칠 동안 울지 않고 잘 지내면 돌아가서 선물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었다.그 선물이 바로 나예은이 보기만 해도 환장하는 오르골이었다.나예은의 말에 서혜지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당연하지. 엄마가 언제 예은이 속인 적 있어?”“하하하. 아니요!”“...”둘이 즐겁게 통화하는 모습을 나상준 옆에 서서 보고 있는 차우미는 나예은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따라 웃었다.정말 해피바이러스가 따로 없다. 어딜 가나 기쁨을 주고 볼 때마다 그녀의 환한 미소에 주저 없이 웃게 된다.나상준은 나예은을 안고 옆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는데, 밝은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녀의 또렷한 눈매를 보며 마음속의 불쾌함이 점점 사라졌다.차우미는 나예은을 보며 그녀의 미소에 마음이 녹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그런데 문득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나상준의 눈과 마주쳤다.그의 눈동자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한 느낌이었고 눈빛은 사연 있는 사람처럼 진지했다.차우미는 1초 동안 숨이 멎더니 시선을 돌렸다.“큰엄마! 엄마 할 말이 있대요!”휴대전화를 차우미에게 돌려줬다.차우미는 웃음을 되찾았다.“알았어.”휴대전화를 받아든 그녀가 말했다.“혜지 씨.”서혜지가 웃으며 말했다.“형수님, 오늘 정말 아주버님이랑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종일 데리고 놀 줄은 몰랐어요. 얘가 노는 데 환장해서요...”차우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예은이랑 놀려고 청주에 왔는데요.”서혜지는 눈동자를 굴리고 말했다.“그럼 하루만 더 신세 지겠습니다. 아주버님이랑 하루 만 더 고생해야겠어요.”“아니에요, 일 보세요. 예은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보고 싶으면 전화나 영상통화 하시고요.”“괜찮아요. 형수님이랑 아주

  • 봄날   제818화

    나준우가 말을 하지 않자 서혜지는 그의 어깨에 다시 기대어 목소리를 낮추었다.“준우 씨, 아주버님 거짓말 너무 잘하시는 거 같아요. 아니다. 꾼이라고 해야 하나? 형수님은 우리가 놀러 나온 줄 모르고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있어요.”오늘 차우미가 서혜지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둘이 놀러 왔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나준우는 생각하더니 말했다.“형 여자를 쫓아다닌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형수님을 이렇게까지 속이는 걸 보니 정말 좋아하나 봐. 좋아하면 당연히 신경 써야지.”역시 남자가 남자의 마음을 잘 안다.서혜지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런데, 방금 형수님 말을 듣는데, 내일 예은이 데리고 가면 형수님도 가시는 거 같은데요.”“간다고?”나준우는 서혜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말했다.“방금 형수님이 예은이랑 놀려고 청주에 오셨다고 했거든요. 예은이 월요일이면 학교에 가야 하는데 차우미가 계속 같이 있을 수도 없고 분명 돌아갈 거예요.”“말을 들어보니까 청주에 머물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아주버님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서혜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나준우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서혜지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며 불확실한 듯 말했다.“형수님... 형수님은 아주버님한테 별 감정이 없는 것 같아요...”서혜지는 더듬거리면서 말을 했는데 그도 확실하지 않았다.나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형이 차우미랑 3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그래도 옛정이라는 게 남아 있겠지.”그렇다. 3개월도 3일도 아닌 3년이라는 긴 시간이다.천여 일 가까스로 수많은 일이 생기고 시간도 쌓여서 정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서혜지가 말했다.“맞긴 하는데요. 하지만 방금 차우미의 말을 듣는데, 아주버님에게 어떤 감정인지 확실히 느껴지지 않았어요. 형수님이 예전에 아주버님을 바라보는 눈빛과 말투와 아주 달랐다는 것을 몰라서 그래요.”“아주버님을 좋아하는 것

  • 봄날   제819화

    서혜지와 나준우 쪽은 알콩달콩 깨를 볶고 있는데, 나상준은 아직 발걸음을 내딛는 것도 힘겨웠다.전화를 끊고 나상준은 시선을 돌려 나예은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집에 처음부터 아이 방이 두 칸이나 있었다.나중에 차우미가 들어온 후 미래의 아이를 생각해 조금씩 아기용품과 옷들을 구입했었다.그러나 결혼생활 3년 동안 아이 방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나예은이 쓰게 될 줄은 몰랐다.아이 방은 안방 바로 옆에 있었다. 문이 열리자 나예은은 와 하며 신났다.“너무 이뻐요!”나상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차우미는 미래의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몰라 모두 파스텔톤으로 꾸몄고 포인트로 초록색과 파란색을 더했다.초록색과 파란색의 장식품이 방안의 생기를 더해주었다. 방안은 아이 용품으로 가득 차서 인형도 있고, 동화책도 진열돼 있고, 장난감도 몇 개 있는데 매우 아기자기했다.그런데 침구 세트만 핑크색으로 바꾸었다. 차우미가 꾸민 게 아니라 나상준이 한  게 분명하다.침구류 외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차우미가 떠날 때 모습이랑 똑같았다.차우미는 하나도 바꾸지 않은 방안을 보고 약간 멈칫했다.나예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큰엄마랑 같이 씻을까?”집에 돌아오니 나상준도 잠시 미룬 업무를 볼 수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에게 손을 내밀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벌리고 차우미에게로 몸을 기울였다.나상준은 멍하니 나예은을 차우미에게 안겼다.그녀는 나예은을 껴안고 나상준에게 말했다.“가서 일 봐. 여긴 내가 있으면 돼.”나상준은 아이 방에 온 적이 없었다. 이혼하기 전에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었고, 삶에서 아이가 나타난 적도 없었다.그래서 아이 방이 이렇게 꾸며있을 줄은 몰랐다.오늘 나예은이 자기 집에서 지낸다고 해서 허영우에게 사람을 불러 아이 방을 꾸미라고 시켰다.그러고는 상관하지 않았다.그런데 방금 들어와서 한껏 꾸며있는 아이 방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벽, 그리고 커튼 색까지 맞추고 카펫 위에

  • 봄날   제820화

    나상준은 욕실에서 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데, 침을 삼키며 간신히 참고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어떤 일은 틀렸으면 틀린 것이다.바꿀 수 없다. 그럴 때는 앞만 보고 직진하는 게 답이다.차우미는 나예은을 씻기고 아침에 준비한 공주님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로션을 발라줬다.나예은은 완전 협조적이었고 즐기는 듯했다. 공주 잠옷을 입고 나서 예쁜 짓을 하면서 정말 공주와 같았다. 신나서 침대에 서서 치맛자락을 잡고 춤을 추며 노래를 했다.차우미는 나예은이 낮에 많이 자서 지금 잘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서 같이 힘들 때까지 놀아주고 나서야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동화책 한 권을 열어 읽어주었다.나예은은 한참을 놀다가 지쳐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차우미가 동화책을 읽어주기를 기다렸다.그렇게 눈을 감도 듣는데 갑자기 눈을 떠서 졸음은 전혀 없어졌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서 차우미를 바라보았다.“큰엄마, 예은이랑 같이 자요!”차우미는 멍하니 웃으며 말했다.“예은이 평소에 엄마랑 같이 자?”나예은은 고개를 저었다.“평소엔 엄마랑 같이 안 자고 혼자 자는데, 오늘 밤엔 큰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요.”그러더니 일어나 앉아 차우미의 손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큰엄마, 예은이랑 같이 자요! 네? 예은이 큰엄마랑 같이 자고 싶단 말이에요!”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큰엄마 동화책 못 읽어주는데?”“아... 그렇군요...”나예은은 생각지 못한 듯 어리둥절하더니 얼굴을 찡그리더니 생각에 잠겼다.차우미는 나예은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자. 큰엄마가 동화책 읽어줄게.”나예은은 고개를 저었다.“싫어요!”“동화책 안 듣고 싶어요. 큰엄마가 안아줘야 잘 수 있어요.”말을 마치자 나예은은 바로 차우미의 손을 잡고 코알라처럼 몸을 기대고 뭐라 해도 놓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예은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매달릴 줄은 몰랐다.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곧 웃음기가 짙어졌다.“알았어. 큰엄마 안 읽고 예은이랑 같이 자 줄게.”차우미는 동화책

최신 챕터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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