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봄날 / 제835화

공유

제835화

작가: 유리
별장 안은 밝았고 특히 거실 안이 아주 밝았다.

큼직하고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별장 전체를 눈부시게 빛나게 하여 별장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화사하게 비추었다.

주혜민은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를 실눈을 뜨고 보는데, 아주 차갑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나상준의 눈빛에 주혜민의 마음을 주눅 들게 하고 다가갈 용기조차 없어졌다.

그래서 돌아왔다.

나상준에 다시 갈 수도 보러 갈 수도 없었다. 나상준의 차가운 시선을 또 보게 될까봐 무서웠다.

그 눈빛이 두려운 건 나상준이 그녀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나상준이 자신에게 어떠한 이성적인 감정도 없고, 사랑하지 않다는 눈빛이었기에 두려운 것이었다.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지?

이건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주혜민은 이 사실을 영원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젯밤에 나상준 집에서 떠난 후 나상준을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다급해 하지 않고 얌전해졌다.

주혜민은 자신이 돌아온 후 일어난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분명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를 대신해 나상준의 마음을 차지한 그 사람만 생각난다.

그 사람 말도 다른 사람이 없다.

바로 그 여자 때문이다. 그 여자한테 홀려서 그런 것이다.

틀림없다.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주혜민은 나상준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둘 사이의 거리도 점점 멀어졌다.

원래 나상준이 그냥 일시적인 감정 때문이고 그 감정이 사라지면 자신에 대한 마음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짝퉁은 어떻게 해도 짝퉁이기 마련이다.

가짜는 영원히 가짜이고 진짜가 될 수 없다.

주혜민은 나상준이 자기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그녀에게 마음이 끌려서 더는 주혜민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면 안 된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고,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봄날   제836화

    주혜민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화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그러나 지금 화를 내도 소용이 없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찾지도 못하는데 화를 낼 곳도 없다.이 순간, 주혜민은 휴대전화를 뚫어지라 보는데 눈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분노가 가득했다. 휴대전화를 태우고 튀기고 잿더미로 만들고 싶었다.“딩동.”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와 정적을 깨뜨렸고, 주혜민의 분노도 가라앉았다.실눈을 뜨고 휴대전화를 뚫어지라 보고 있던 눈빛도 마침내 변화가 생겼다.길게 심호흡을 하고 오랫동안 쌓이고 폭발할 뻔한 분노를 가라앉힌 다음, 휴대전화에 있는 CCTV 앱을 키고 문밖에서 누가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지 확인했다.지금 이 시간에 그녀를 찾을 사람이 없을 텐데, 단...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휴대전화 화면에 대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깔끔한 양복 차림에 또렷한 이목구비인 진현이 문밖에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밤하늘과 어우러져 잘생기고 얄밉지 않았다.주혜민은 휴대전화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얼굴에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지금 같이 나상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이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진현 말고는 없었다.진현은 주혜민과 나상준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두 사람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다. 진현이 도와주면 주혜민이 나상준 마음속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처음처럼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진현은 이미 예전의 진현이 아니다.예전의 진현은 주혜민이 시키는 대로 다 했고, 하는 일마다 모두 그녀가 즐겁고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주혜민은 진현 마음속의 공주고 여왕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주혜민도 진현 같은 따까리가 필요했다.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그 일 이후로 진현은 완전히 달라졌다.더는 주혜민 곁에서 시키는 일을 무작정 하지 않았고 듣지도 않았다. 그녀를 멀리했고 심지어 반박하기까

  • 봄날   제837화

    거실에서 주혜민은 이미 소파에 앉아 있지 않았고, 핸드폰도 탁자 위에 내팽개친 채였다. 그녀는 바 테이블 앞에 서서 열린 와인병을 앞에 두고,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 와인을 마구 들이켜고 있었다. 진현이 들어와서 본 광경은 그녀가 잔을 기울여 와인 반 이상을 들이켜는 모습이었다. 그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주혜민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잔을 비우자마자 와인병을 다시 들어 와인을 가득 채운 뒤, 또다시 꿀꺽꿀꺽 들이켰다. 지금 그녀의 감정은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는 듯했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격한 감정을 조금도 진정시킬 수 없는 것 같았다. 진현은 그녀의 자학적인 듯한 해소 방식을 그저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 말리거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주혜민의 마음속에 있던 분노는 그녀가 문을 열고 나서면서 이미 사라졌었지만, 진현이 들어온 뒤 그녀를 제지하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계속 지켜보기만 하자 억눌렸던 분노가 다시금 치솟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와인 한 병이 거의 비었고, 여전히 아무 말도 없는 진현에 대한 주혜민의 분노는 끝내 폭발했다. 그녀는 손에 든 와인잔을 바닥에 내던졌고, 와인병도 뒤이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쨍그랑! 고요한 밤을 가르는 유리 깨지는 소리에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팽팽해졌다. 주혜민은 진현을 노려보며 외쳤다. “당신 여기 온 게 내 꼴이 우스워서지?!” “이미 다 알고 있었지, 그렇지?” “그 사람이 내 대타를 택하는 한이 있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당신은 기뻤겠지. 당신 뜻대로 돼서 얼마나 좋겠어?” 주혜민은 고개를 들어 당당하게, 분노에 휩싸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마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주변 모든 것에 화풀이하는 성난 암사자 같았다. 진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입을 열었다. “네 뜻대로 된 거지, 내 뜻이 아니라.” 주혜민의 동공이 흔들리며 순식간에 분노가 폭발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 봄날   제838화

    “못 하겠다면, 꺼져. 난 구애자가 모자라지 않으니까.” 주혜민은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나가버렸다. 진현은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 한마디와 떠나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상준은 너를 좋아한 적도, 사랑한 적도 없었어.” “그 사람이 너를 곁에 두는 이유는 너를 좋아해서가 아니야.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너의 존재를 허락한 거야.” “너는 나상준이 널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상준은 한 번도 너를 고려한 적 없어. 그 사람이 신경 쓰는 건 언제나 나야.” “나상준에게 너는 나 진현만큼의 의미조차 없어.” 주혜민은 계단을 향해 올라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꽉 쥐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냉정한 말들이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 진현은 돌아서서 분노와 현실의 잔혹함을 마주하며 몸을 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면 그 여자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랑은 매우 드물어.” “난 과거에 널 위해 뭐든 할 수 있었어. 왜냐하면 내가 널 사랑했으니까, 너는 그럴 가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는 말을 멈추며 주혜민 앞으로 걸어 나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봤다. “지금의 너는 그만한 가치가 없어.” “사람은 늘 얻지 못한 걸 원하고 집착하게 돼. 나도 지금 너한테 집착이 있어, 그래서 널 원해. 하지만 예전처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줄 생각은 없어.” “예를 들어 네가 나에게 뭘 부탁하든 그게 가치가 있고, 나에게 이득이 있어야만 움직일 거야.” “이득이 없다면 내가 왜 움직이겠어?” 주혜민은 앞에 서 있는 진현을 증오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화가 치밀어 계속 변했고 마침내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진현, 내가 너 같은 구애자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진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 필요 없지.” “하지만 네가 원하는 걸 다른 구애자들이 해줄까?” “아니

  • 봄날   제839화

    새벽이 밝아오고, 조용히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차우미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고, 옆에 있던 어린아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차우미는 흐릿한 눈으로 핸드폰을 집어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한 후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고 아직 다섯 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차우미는 일부러 알람을 일찍 맞췄다.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려는 것도 있었고, 호텔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잠든 탓인지, 이른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쉽지 않았다.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몽롱했다. 그런데 차우미 품에 있던 어린아이가 알람 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작고 가녀린 몸을 움직였다. 차우미는 품속에서 잠든 채로 뒤척이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아이는 이내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깨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 차우미는 미소를 짓게 되었고 그 덕에 조금 더 정신이 들었다. 차우미는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린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준 후, 욕실로 가 간단히 세수하고 하품을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너무 늦게 잠들고 너무 일찍 깬 탓에 씻고 나서도 정신이 맑지 않았다. 차우미는 하품을 연달아 하며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몽롱한 상태라 아래층에 차가 들어오는 소리도, 문 앞에 멈추는 소리도 전혀 듣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느낌이 이상해져서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차우미의 걸음이 멈췄다. 전날 밤 닫혀 있던 대문이 열려 있었고, 이제 막 동이 터오는 새벽에 그가 어젯밤 입고 있던 셔츠와 캐주얼 팬츠 차림으로 그녀의 시야에 서 있었다. 차우미는 하품하던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멈춰버렸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엔 외투를 걸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몇 초 동안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 하던 하품을 멈추고 입을

  • 봄날   제840화

    나상준은 밤을 새우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시간을 확인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속에 걱정하는 이가 있으니 오래 밖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새벽 네 시인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돌아왔다.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하품을 하며 잠에 겨운 상태로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몽롱한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어, 그는 문 앞에 서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그녀는 비록 졸려 보였지만 차근차근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그녀가 갑자기 그를 발견하고 그쪽을 바라보다 한 발을 헛디뎠다. 발을 헛디뎌서 금방이라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듯한 순간, 그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망설임 없이 달려가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아 그녀를 지탱해주었다. 그녀가 안전하게 그의 앞에 서서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엔 억누르기 힘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최소한 가벼운 부상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가 진짜로 그렇게 떨어졌다면, 자신이 그녀를 받아낼 수 있었을지도 불확실했다. 그는 그 생각만으로도 속에서 화가 치솟았지만, 그녀가 멍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 화는 꾹꾹 눌러야 했다. 그는 손가락에 힘을 더 주어 그녀의 팔을 더욱 단단히 붙잡았고, 화가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이 덜 깬 상태라 무디게 반응하던 차우미는 그의 무서운 눈빛에도 전혀 느낌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그가 왜 이렇게 빠르게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강렬한 기운과 급격히 변하는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그녀도 점차 그가 품고 있는 감정을 감지하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팔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이 점점 더 세게 힘을 주었고, 그 압박감에 팔이 아파지자 그녀는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차우미는 본능적으로 그가 쥐고 있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

  • 봄날   제841화

    차우미는 말을 마친 후, 자신의 부탁이 조금은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상준 역시 이제 막 돌아온 참이었으니까. 그렇게 마음이 쓰여 차우미는 무심코 그의 옷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였고, 평소와 다르게 주름이 져 있어 깔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워도 하지 않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걸까? 밤새 쉬지 않았던 것일까? 순간적으로, 차우미는 어젯밤 내내 신경이 쓰였던 그의 손이 떠올랐다. 생각이 미치자마자 그녀는 급히 물었다. “손은 괜찮아? 혹시 삐끗한 건 아니야? 많이 다쳤어? 병원엔? 다녀왔고?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셔?” 차우미의 시선은 이미 나상준의 손으로 고정되었고, 그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안에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그녀의 말에 따라 감정의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나상준의 표정이 여러 차례 변화했다. 그는 그녀가 온전히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손에 주었던 힘을 천천히 풀었다. 화도 어느새 조금씩 사라지고 깊은 눈동자 속의 격한 감정도 차츰 가라앉아 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손을 놓지 않은 채, 그는 짧게 대답했다. “살짝 삐끗했을 뿐이야. 괜찮아.” 차우미는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게 눈에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작은 부상이라고?’그녀는 나상준이 진실을 숨기고 상황을 생략해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우미는 입술을 움직이며 물었다. “병원엔 갔어?” “응, 갔어.”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 이 질문에는 나상준은 잠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앞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듯 그의 상태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모습은 그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차우미는 나상준의 답변을 기다리며 조용히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는

  • 봄날   제842화

    “응.” 차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안 돼. 지금 예은이는 아직 자고 있지만 집에 사람이 꼭 있어야 해.” “우리 둘 다 집을 비우면 안 되잖아. 게다가 난 택시 타고 가면 돼. 호텔에서 옷 갈아입고 곧 돌아올 테니까 굳이 바래다줄 필요 없어.” 나상준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특히 지금 그녀의 눈 아래에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이 하얀 피부 위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어젯밤 그녀는 늦게 잠들었고, 심한 수면 부족이 그녀의 피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진서원이 집에 있어.” 차우미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예은이는 서원 씨를 모를 거야. 혹시 예은이가 깨어났는데 우리가 없고 낯선 사람만 있으면 무서워할 수도 있잖아. 그래도 당신이 집에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제안했다. “차라리 호텔에 가지 않고 여기서 아침 식사용 과자와 빵을 준비할게. 그러면 그때쯤 예은이도 깨어날 테니까 두 사람이 먼저 식사해. 그 후에 내가 호텔에 다녀와도 충분해.” 어차피 하룻밤을 참고 버텼으니 몇 시간 더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상준은 그녀의 계산적인 눈빛을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그녀의 생각에는 결국 변함없는 대답 하나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짧게 말했다. “방 카드 줘.” “어?” 차우미는 그의 말을 따라잡지 못했다. 왜 갑자기 방 카드를 달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나니, 분명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우미는 그를 믿고 있었기에 그가 방 카드를 왜 필요로 하는지 모르더라도 잠시 망설인 후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나상준은 방 카드를 건네받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며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컸고 빠르게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의 낮고 진중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진 기사가 데리러 갈 겁

  • 봄날   제843화

    이른 아침의 공기가 만물의 소생과 함께 서서히 서늘함에서 따스함으로 바뀌어 갔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따스한 기운이 온 청주에 퍼져나갔다.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별장 구역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우미는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들어낸 빵과 과자를 틀에 맞춰 찜통에 올려놓았다.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며 뜨거운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차우미는 모든 것을 찜으로 요리했기에, 기름에 튀기거나 오븐에 굽는 번거로움이 없어 그나마 손이 한결 가벼웠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시간을 확인하려 했지만 빈손이었다. 휴대폰을 부엌에 들고 오지 않은 것이었다. 생각하던 중 차우미는 손을 간단히 씻고 물기를 닦은 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시간은 이미 6시를 넘고 있었는데 이미 한 시간이 흘렀다. 차우미는 위층을 올려다보았다. 나상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아이의 움직임도 없었다. 별장 안은 고요한 아침의 적막에 잠겨 있었다.나상준은 쉬러 간 걸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이 고요함으로 보아, 아마도 나예은은 아직 깨지 않은 듯했다. 어젯밤 늦게 잠들었으니 7시쯤에나 일어날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차우미는 휴대폰을 다시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조심스레 위층으로 향했다. 나예은이 혹시 이불을 차고 자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했다. 차우미는 발소리를 죽이며 아이 방문 앞에 서서 조용히 문손잡이를 돌렸다. 방 안은 아주 고요했다. 나예은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차우미는 아이가 잠든 모습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따스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문이 열리면서 보이는 침대와 그 위에서 이불을 덮고 평온하게 자고 있는 나예은뿐 아니라, 그녀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나상준이었다. 그는 이미 한결 깔끔한 캐주얼 차림으로 갈아입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최신 챕터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