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1206 챕터

제31화

“어머, 듣고 보니 그렇네요.”“당연한 거 아냐? 어디 부잣집 사모님이 회사에서 비서 일이나 하고 있겠어?”“하지만 전 이해가 안 돼요. 왜 가짜 결혼까지 하는 걸까요.”“아마 이유가 있겠지. 듣기로는 심 비서와 대표님이 어릴 적부터 같이 컸대. 심씨 가문이 망하고 나서는 대표님이 심 비서와 결혼했지. 내가 보기엔 심 비서님 도와주려는 것 같아. 이봐, 지금 아무도 심 비서님 못 괴롭히잖아?”“그런 거라면 저희 대표님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내가 듣기로는 대표님은 출국한 강소영을 기다리고 있었대. 정말 순정파라니까. 역시 우리 대표님이야.”윤아가 그들의 뒤에서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신나게 떠들어대는 직원들. 윤아는 생각보다 평온했다. 마치 그들이 말하는 상대가 자신이 아닌 듯 덤덤한 표정이다. 그때, 강찬영의 차가 유유히 다가오더니 그들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창문을 열더니 그의 훈훈한 얼굴을 드러내며 말했다.“얼른 타.”사람들의 시선이 심윤아에게 집중됐다. 윤아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강찬영의 차에 올라탔다.깜짝 놀라 황당해하고 있던 직원들은 강찬영의 차가 떠나간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아까... 심 비서님이었죠...?”“응, 아마도.”“저희가 하던 얘기 다 들었으면 어쩌죠?””들어도 뭐 어쩌겠어. 우리가 지어낸 것도 아니고 그냥 들은 얘기인데. 그리고 설령 우리가 한 얘기면 또 뭐 어때? 다 사실인데. 아니면 반박을 했겠지. 분명 찔리는 게 있어서 말 못 하는 거야.”“어떻게 반박할지도 모르는 거 아닐까요? 방금 대표님 차에 그 여자가 타고 있었잖아요.”멀어지는 차를 보며 그들은 쑥덕거리기 바빴다.윤아는 묵묵히 창문을 올리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 시들어가는 나뭇잎과 회색빛 건물들을 보며 그의 두 눈도 색이 바래가는 것 같았다. 그의 귓가에는 아직도 직원들이 하던 말들이 맴돌았다. 그리고...방금 전 스쳐 지나갔던 검은 카이엔까지...“왜 그래? 넋 나간 사람처럼.”강찬영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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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강찬영은 더 말을 잇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는 이미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윤아가 안쓰러웠다.윤아는 강찬영이 임신에 관한 일을 모른다는 것에 안도했다. 알았다면 그의 말투는 지금보다도 더 날카로웠겠지.윤아가 대답하지 않자 강찬영도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윤아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윽고 주문을 마치고는 자리를 뜨는 강찬영.“여기서 10분만 기다리고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네.”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하러 가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알아볼 기운도 없었다.10분 뒤, 정체 모를 봉지를 들고 오는 강찬영.“받아.”“이게 뭐예요?”“약. 너 아프다며? 그 나이 먹고 아직도 비상약들 안 챙겨놓으니 원. 가져갔다 아플 때 먹어.”윤아는 잠시 멍해졌다.“하지만 저 이제 다 나았는데요?”“그래도 챙겨.”“알겠어요.”윤아는 봉지를 받아들었다. 안에는 갖가지 상비약들로 가득했다.“고마워요. 찬영 오빠.”“고맙긴.”찬영이 손을 뻗어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한테는 못해도 나한테는 편하게 굴어.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알겠어요.”두 사람은 잠시 훈훈한 듯하더니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묵묵히 밥을 먹던 찬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설마 강소영 벌써 만났어?”그의 질문에 멈칫하던 윤아,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이래? 귀국하고 바로 진수현을 찾으러 간 거야? 인제 와서 뭐 다시 만나기라도 하자는 건가?”윤아는 다시 만난다는 말이 유난히 가슴에 박혔다.“다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인제 와서 둘 사이에 무슨 옛 인연이 있겠어요.”비록 진수현이 예전에 여러 얘기를 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둘은 사귀지 않았다. 사실 윤아도 모르겠는 것투성이다.‘그때 왜 수현 씨는 강소영과 사귀지 않았을까? 자신의 옆자리는 늘 강소영일 거라는 말까지 할 정도면 강소영도 수현 씨를 사랑한다는 걸 텐데. 둘은 원래 사귀는 사이여야 하지 않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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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강찬영은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고 눈앞의 그 여자를 봤다. 간단한 차림에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하늘거렸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청초한 분위기를 풍기며 보호 욕구를 자극했다. 강찬영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자신은 진수현과 비교도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심씨 가문이 망했을 때 그도 여기저기 발로 뛰며 방법을 찾아봤지만 그의 미미한 힘으로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 당시 한 기업의 대표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강찬영 씨, 당신은 우수한 사람이죠. 저도 당신 능력은 아주 좋게 보고 있어요. 하지만 심씨 가문은 이제 망했습니다.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잘 알겠죠. 우리 회사로 와요.”당시 그가 도움을 청한 기업들에서는 손을 뻗어주기보단 그를 스카우트해가려는 곳이 더 많았다.“심씨 가문은 이제 다시 일어설 수 없어요. 설령 누군가 도움을 준다 해도 심씨 가문은 전과 같을 수 없어요.”“충고 하나 하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심씨 집안 사람이 아니에요. 그 집의 사위도 아니죠. 그러니 이렇게까지 발 벗고 나설 필요 없지 않나요?”그때 강찬영의 마음은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정말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윤아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있는 곳으로 데리러 간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가 윤아가 있는 곳으로 갔을 땐 진 씨 그룹의 둘째 아들이 그의 친구들과 함께 윤아를 모욕하고 있었다.“심씨 가문의 큰아가씨, 네 집안이 잘 나갈 때나 도도한 아가씨였지. 이젠 다 망했는데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나? 뭐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안될 것도 없긴 하지. 대가는 하룻밤 정도면 되는데.”그들은 말이 끝나자 낄낄대며 웃어댔다. 강찬영은 그 순간 저놈들을 모조리 패 죽이고 싶었다. 올 때 했던 자신의 미래에 관한 생각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그에게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절대 심씨 가문을 버리고 내 살길을 찾으려 하면 안 되겠구나. ‘그러나 그는 진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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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이어지는 윤아의 답장.“출근하기 전에는 돌아갈게.”이윽고 그는 핸드폰을 끄고 찬영을 향해 말했다.“알았어요. 찬영 오빠.”강찬영의 시선이 그녀의 핸드폰에 머물렀다.“그 사람이야?”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찬영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둘은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왔다.강찬영은 윤아를 바래다주고는 슬며시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갔다. 뒤늦게 찬영을 발견하고 묻는 윤아.“어디 가게요?”두 사람의 사무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강찬영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 찾으러. 마침 보고할 것도 있고.”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강찬영은 손목의 시계를 한 눈 보고는 말했다.“출근 시간까지 10분 남았으니까 지금 대표님을 찾아가는 건 실례겠지?”윤아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제 사무실에 잠깐 있다 가요.”“응”윤아의 사무실은 진수현의 사무실을 지나칠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이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강소영이 출근한 뒤였다. 임연수는 바로 몸을 일으켜 두 사람에게 커피를 타줬다.“고마워요.”강찬영은 커피를 받아 들고는 연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대표님은 다녀가셨어요?”연수는 잠시 갸웃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혼자 오셨어요? 아니면...”연수는 말이 없었다. 순간 사무실에는 어색하고 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10분 후, 찬영은 컵을 내려놓고는 일어섰다.“시간이 됐으니 난 대표님을 찾으러 가야겠어.”사무실 문을 열던 그는 고개를 다시 돌리더니 윤아를 보며 말했다.“윤아야, 어제 그 프로젝트 보고서 말이야. 네가 좀 도와줘야겠는데. 같이 가자.”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하지 않는 윤아를 보고 찬영이 물었다.“윤아야?”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같이 가요.”그녀는 원래 강수현과 강소영을 피해 다닐 생각이었다. 그날 나의 카톡에는 답장도 안 하더니 강소영이 나한테 통화로 그이가 집에 안 올 거라고 말하게 시켰으니 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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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그의 서늘한 눈빛에 윤아는 몸 둘 바를 몰랐다.‘그나저나 점심에 분명 강소영과 함께 회사에 오지 않았나? 왜 강소영은 안 보이지?’이러한 생각에 잠겨있던 윤아는 강찬영의 질문에 후다닥 정신을 가다듬고 보고를 도왔다. 보고를 끝낸 강찬영이 사무실을 나가려 하자 진서현의 시선은 더욱 노골적으로 그녀를 향했다. 그전에는 강찬영의 뒤에 서 있었지만 이젠 그가 없으니 윤아는 온몸으로 그의 시선을 받아내야 했다.그때,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강찬영이 고개를 돌려 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윤아야, 내일 점심에도 데리러 올까?”그의 말에 윤아는 잠시 움찔했다. 진서현도 무언가 의식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 저와 윤아 씨가 한두 마디 정도 나눠도 괜찮죠?”윤아는 입술을 깨물었다.‘지금 뭐 하려는 거지.’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현은 이미 불쾌한 듯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업무시간엔 자제하지.”“네?”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강찬영은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잇는 찬영.“그렇다면 퇴근 후에 다시 찾아와야겠네요.”강찬영은 말을 마치고 사무실을 떠났다. 그가 떠난 후 사무실은 얼어붙은 듯 고요해져 숨소리마저 유독 크게 들려왔다. 진서현은 불쾌한 듯 윤아를 서늘하게 쳐다봤다.“점심에 같이 나간 사람이 저 사람이었어?”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찬영과의 관계는 떳떳하니 감출 필요가 없었다.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둘이 나가서 뭐 했는데?”“그냥 밥 먹었어. 어제 업무 얘기도 좀 하고.”업무 얘기에 잔뜩 구겨졌던 그의 인상이 살짝 풀렸다. 둘 다 진 씨 그룹 직원이니 업무적인 대화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진서현은 그래도 어딘가 불쾌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심윤아. 밥 먹을 때도 일 얘기라니. 누가 들으면 내가 널 괴롭히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그의 말에 윤아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안 괴롭힌 줄 아나.”윤아의 한마디에 둘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윤아는 자신의 혀를 확 깨물어버리고 싶다는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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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그게 아니면 그저 없던 일인 척하려는 건가.“왜 말을 안 해?”진수현은 생각에 잠긴 윤아를 보고 그녀의 턱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왜?”진수현은 가자미눈을 하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윤아는 눈앞의 익숙한 그의 얼굴을 보며 선홍빛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결국 입을 떼지 않는 그녀. 사실 윤아는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막상 물으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을 했다가 그가 한심하게 쳐다보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네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모르는 척 해주는 거야. 심윤아, 왜 이렇게 눈치가 없지?”‘이렇게 말하면 어떡하지?’윤아의 뇌리에는 이미 최악의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윤아는 이대로 둘 다 없었던 일인 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것도 아니야.”고개를 젓는 윤아. 그런 윤아를 바라보는 진수현의 검은 눈동자는 어쩐지 평소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그녀는 매번 이런 식이다. 슬픈 듯 보이다가도 다가가면 선을 긋는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둘 사이 거리는 더 멀어져 있었다. 윤아는 매번 그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어느덧 둘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기류는 사라졌다. 진수현은 윤아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몸을 뒤로했다.“그럼 난 이만 가볼게.”“잠깐.”몸을 돌려 나가려던 윤아를 다시 불러세우는 진수현.“왜?”“올해 연차 아직 안 썼지?”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응”“내일부터 쉬어.”“내일?”“응. 너 요즘 몸 안 좋잖아. 연차 쓰고 한동안 쉬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그래.”진수현은 요즘 윤아의 기분이 안 좋은 걸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열까지 났으니 미리 쉬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아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윤아가 매년 이때 연차를 쓰진 않는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앞당겨 쉬게 하려는 건...‘일종의 경고인가? 이참에 아이를 처리하라는...’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터라 윤아는 진수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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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윤아의 말에 현아도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았다. 몇 년 지기 친구다 보니 그녀도 윤아를 잘 알고 있었다. 윤아는 충분한 생각 후에 행동하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이런 결과도 그는 사실 진작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아는 윤아가 안쓰러웠다.현아는 걱정스레 말했다.“하지만... 넌 그래도 괜찮아?”“내가 안 괜찮다고 해도 뭘 어쩌겠어.”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사실 괜찮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지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무정하게도 그녀의 망상을 깨부숴버렸다.“내일 시간 있어? 나랑 병원 좀 같이 가줄래?”잠시 멈칫하는 윤아,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혼자 가기 싫어서.”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네 유일한 베푼 데 시간 없어도 같이 가줘야지. 이런 걸 뭘 물어? 그냥 같이 가자고 하면 되는걸.”윤아는 그녀의 말에 싱긋 웃었다.“밥 먹어.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쉬고.”슬픈 내색 하나 없이 침착함을 유지하는 윤아를 보며 현아는 코가 시큰거리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심씨 가문이 망했을 당시 윤아는 이런 모습이 아녔다. 전형적인 재벌 아가씨답게 모든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었다. 분노, 증오, 슬픔까지…. 하지만 지금의 윤아는 끊임없이 절제하고 자신을 감췄다. 그때는 윤아를 감싸주는 든든한 심씨 가문이 있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돛대 없이 바다 위에 외로이 떠도는 작은 배 같았다.“윤아야, 힘들면 울어도 돼. 이 방에 우리밖에 없어. 난 네 절친이잖아, 약한 모습 보여도 돼.”현아의 말에 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울어?’집안이 망한 뒤 그녀는 사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우는 건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눈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그저 남들에게 짓밟힐 웃음거리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윤아는 다시는 남들 앞에서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 결심했다. 그 사람이 설령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라 해도.윤아는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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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윤아는 완전히 뻗어버린 진수현을 부축해 간신히 방에 도착했다. 이제 막 침대에 눕히려던 그때, 술에 취한 탓인지 아니면 힘이 빠져서인지 그만 중심을 못 잡고 넘어져 버리는 윤아. 그는 그대로 수현의 품에 폭 안겼다. 그 순간, 어느 포인트에서 진수현의 불씨가 타올랐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큼지막한 손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를 감싸왔다. 이윽고 몸을 돌려 윤아의 위로 올라탔다. 그는 슬림하면서도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체중을 실어 윤아의 몸을 꾹 누르는 수현. 알코올의 작용인지 윤아의 얼굴은 어느새 붉게 열이 올랐다. 윤아는 수현을 밀어내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수현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에게 닿았다. 윤아는 머리가 멍해지는 걸 느꼈다.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어느새 수현과 맞닿아 있는 윤아의 입술도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윤아는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윤아도 이미 수현을 허락했다. 수현은 메말라 있던 물고기처럼 그녀를 탐했고 온 힘을 다해 품에 안았다.그날 밤, 윤아는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렸다.다음 날 윤아가 수현의 품에서 눈을 떴을 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수현이 보였다. 윤아가 깬 것을 보자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 모습을 본 윤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어제는 둘 다 많이 취해있었으니까 그냥 실수였던 걸로 하자.”그의 말에 진수현의 눈동자에 묘한 감정이 언뜻 스쳤다.“실수?”“그래. 그냥 실수였던 거야.”사실 실수가 맞긴 하지. 둘은 원래 계약관계기에. 어떠한 속박이라도 생긴다면 현재 그들의 관계는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윤아는 진수현이 그가 흑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고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냥 실수였다고 생각하자는 윤아의 말에 진수현은 순간 얼굴이 구겨졌다. 한참 뒤에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입을 떼는 수현.“여자 쪽이 손해지. 뭐 갖고 싶은 거 있어?”그의 쌀쌀맞은 말에 윤아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내가 뭘 달라고 할 거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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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병원에 도착한 후 주위를 둘러보던 현아는 의아한 듯 윤아에게 물었다.“왜 큰 병원에 안 가고 여기에 왔어? 이런 작은 곳에서 했다가 몸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해?”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큰 병원은 불편해서.”사실 큰 병원에는 큰 사모님이 아시는 분이 계셔서 가기가 불편한 거였다. 저번에는 임신일 줄 모르고 갔었던 거지만 이번엔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것이니 그곳엔 갈 수 없었다. 만약 큰 사모님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윤아는 작은 병원에서 진행하려던 것이다. 수납은 현아가 윤아 대신 마치고 둘은 의자에 앉아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무슨 일인지 이따금 고개를 돌려 윤아를 바라보는 현아. 그렇게 몇 분 내내 몇십 번을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현아에 윤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왜 자꾸 쳐다봐?”현아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너 언제 이렇게 매정해졌어…”그 말에 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현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 아이도 네 아이잖아.”현아의 말에 윤아는 심장이 철렁했다. 손을 들어 배를 만져보는 윤아.‘그래…내 아이지…’윤아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달리 방도가 없었다. 생각에 잠긴 윤아를 본 현아는 이 틈을 타 그를 설득했다.“윤아야, 너도 이러고 싶지 않잖아. 우리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응?”“다른 방법?”윤아는 혼란스러웠다. 이미 궁지에 몰린 그에게 무슨 방법이 있을까.“응.”현아는 윤아의 어깨를 꼭 잡으며 말했다.“우리 방법을 생각해 보자. 분명 더 좋은 선택이 있을 거야. 난 알아. 네가 그 누구보다 이 아이를 놓지 않고 싶어 한다는 걸. 어차피 이제 막 알게 된 건데 우리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응?”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려 하는데 마침 안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찍 온 데다 사람도 적어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짧았다.“나 먼저 검사하고 올게.”윤아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직 명확한 결과가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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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빈혈 때문인가 봐.”“그럼 내가 먹을 것 좀 사다 줄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현아가 떠나간 후 윤아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피곤한 듯 두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뭘 생각 하는 거야? 이미 결정 한 거 아니었어? 병원까지 왔으면서 뭘 망설여?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평생 널 괴롭힐 거야. 벌써 잊은 건 아니지? 그 사람은 이미 이혼 얘기를 꺼냈어.”“이혼이 뭐? 윤아도 이제 성인이야. 아이 하나 먹여 살릴 능력도 없어 보여?”“아이 키우는데 경제적 능력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아? 정신은? 심리는?”“아이에게 아빠가 없는 게 걱정이라면 새로 찾을 수 있잖아. 넌 아직 이렇게 젊은데 새 남편 하나 못 찾겠어?”빈혈에 내적 갈등까지 더해져 윤아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때, 윤아에게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윤아야?”“윤아 너니?”윤아는 처음엔 잘 못 들은 줄 알았지만, 그 목소리는 점점 가깝게, 또 선명하게 들려왔다. 윤아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40대쯤으로 보이는 한 아줌마가 윤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윤아는 그분을 한참 동안 보고서야 누군지 알아봤다. 임진숙 아줌마. 진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자주 함께 계시는 분이다. 윤아는 낯빛이 새파랗게 질린 채 얼른 아픈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세상에, 정말 너구나.”임진숙은 아는 사람을 만나 기쁜 마음에 윤아에게 한달음에 다가갔다.“아까 멀리서 널 봤을 땐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정말 너일 줄이야. 근데 너 여기엔 무슨 일로 왔니?”윤아는 억지로 웃어보려 했으나 입꼬리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일부러 작은 병원으로 온건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윤아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하필이면 할머님과 자주 함께 계시는 진숙 아줌마라니. 인제 와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윤아는 애써 진정하고 머리를 굴렸다.“안녕하세요, 저 친구가 검사하러 오는데 함께 와준 거예요.”현아는 음식을 사러 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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