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1206 챕터

제51화

수현은 그녀의 말에 머리를 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정신을 차리고 윤아를 바라보니 그녀의 눈동자엔 자조와 고통이 일렁이고 있었다.너는 왜 그런 눈빛을 하고 있는 거야...그가 자세히 보기도 전에 윤아는 머리를 숙이고 계속 짐 정리를 했다. 하지만 속도는 아까보다 훨씬 빨랐고 옷도 대수 겹쳐 캐리어에 몰아넣었다.윤아가 몸을 돌리려던 순간, 수현은 윤아의 가녀린 손목을 붙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왜 하필 오늘에 옮기는 건데? 그렇게 급해?”그는 비아냥 섞인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왜? 오늘 강찬영과 함께 한 그 점심 때문에 그러나?”이 말을 듣자, 윤아는 고개를 번쩍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비꼬지 마! 나랑 찬영 오빠가 어떤 사이인지 수현 씨가 제일 잘 알잖아!”윤아는 수현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더욱 세게 부여잡으면서 그녀가 조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수현의 미간이 일그러지면서 눈썹 주변으로 사나운 기운이 일었다.“내가 틀린 말 했나? 강찬영 때문이 아니라면 왜 이러는 건데?” 자기 손을 뿌리치지 못해 안달인 저 여자를 보니 알 수 없는 불쾌함이 일었다. 그의 얼굴엔 싸늘한 냉소가 퍼져나갔다.“역시, 이 년간 답답했나 봐?”윤아는 몸부림치는 것을 잠시 멈추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수현을 바라보았다.“수현 씨, 말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수현 씨가 이혼하자고 했잖아.”“그래.” 무표정하게 대답하는 수현.“너도 원하지 않았어? 내가 이혼 얘기 꺼내기 바쁘게 다른 남자와 점심을 함께 하지 않겠는가, 짐 정리를 하지 않겠는가. 심윤아 마음에 쏙 드는 제안 했네, 내가.”“...”진수현이 소영에 대한 감정을 알고 있지만 않았어도 수현이 질투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이상, 어떻게 밥 한 끼 먹은 걸 가지고 저렇게 상상한단 말인가.수현이 이렇게 화내는 이유는 아마 남자 특유의 자존심이 도발되었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았고, 그의 아내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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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그녀는 조금의 미련도 없어 보였다. 지금 방을 따로 쓰겠다고 할 때처럼, 담담했다.윤아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힘이 점점 풀리고 있다. 손이 자유를 회복하자, 윤아는 곧 몸을 돌려 물건을 마저 정리했다.그런 윤아를 보는 수현은 가슴이 답답해 났고 화가 치밀었다. 그는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성가시다는 듯 입을 열었다.“지금 각방 쓰면 도우미들이 금방 눈치챌 거야.”이 점에 대해, 윤아도 고려해 보았다.“상관없어. 어차피 우리 곧 이혼할 거잖아.”“그러면 할머니는?”“할머님께서는 눈치채지 못할 거야.”“그걸 어떻게 장담하는데. 집안의 도우미 중 할머니 사람이 없을 것 같아?”이 말을 듣자, 윤아는 동작을 멈추었다.이건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윤아는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할머님께서 수술 마치신 다음에 다시 얘기해.”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어땠든 할머님 건강이 우선이었으니까.이 말을 들은 수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너 되게 억울해 보이네.”“괜찮아. 이렇게 사는 거 벌써 이년이나 됐잖아.”“그래? 이 년 동안 억울했다는 소린가?”“......”처음이었다. 수현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온 것은.윤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수현과 더는 말 섞기 싫다는 태도를 보였다.아마 이성적인 대화는 불가능했을 거다.두 사람 다 그런 대화를 유지할 수 없었으니까. 어차피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을 텐데 더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수현은 잠시 윤아를 조용히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조롱하듯 말했다.“왜 그런 표정 짓고 있는 건데. 네가 날 만나고 싶지 않다면 앞으론 돌아오지 않을 게.”이 말을 마치고 수현은 성큼성큼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윤아는 한참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수현이 떠나자마자 온몸의 힘을 뺏긴 듯, 침대에 기대 스르륵 앉았다.아래층 대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녀의 얼굴은 사색으로 뒤덮였다.이분이 지나서 집사가 헐레벌떡 윤아를 찾아왔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왜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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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수현은 집에서 나온 뒤, 친구 두 명을 불러 술집에 갔다.그는 한잔 또 한잔 빠르게 마셨다. 술이 아니라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그런 수현을 옆에서 지켜보는 김양훈과 고석훈도 무척 놀랐다.“말려봐.”양훈은 석훈에게 눈치 주며 말했다.그러자 석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내가 말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양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미 너무 마셨어. 이러다간 몸에 안 좋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듣자, 석훈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서로 눈을 마주치자마자, 두 사람은 동시에 일어나 수현을 말리기 시작했다.“현아, 됐어. 그만 마셔.”“취하겠다 작정하고 마시는 건 알겠는데 이 정도까지만 해. 너 그러다가 뻗어.”그들은 말리고 있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말뿐이었고, 감히 수현의 몸에 손대진 못했다.이런 말을 듣자, 수현은 피식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라 그의 눈가는 붉어졌고 얼굴엔 불쾌하다는 기색으로 가득했다.“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석훈이 눈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강소영도 돌아왔잖아. 빨리 가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는 못할망정, 왜 술이나 퍼마시고 있는 건데.”양훈은 오히려 알 것 같다는 어투로 말했다.“내가 보기엔, 소영이 돌아온 게 문제야. 그래서 이렇게 된 것 같아.”석훈은 처음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고 나니 금방 양훈의 뜻을 알아챘다. 그는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물었다.“설마...”양훈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 양훈을 보며 석훈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러겠네. 소영이가 돌아왔으니, 수현이 저 자식 심윤아와 이혼하겠지? 꽤 오랫동안 함께 살았을 텐데 이렇게 이혼하자니 조금 아쉬웠을 거야.”두 사람이 이렇게 한마디씩 주고받고 있을 때, 수현이 갑자기 머리를 홱 돌리더니 석훈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석훈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말을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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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헐!”석훈이 놀라 탄식을 내뱉었다.“뭐야! 취한 거야? 진짜?”탁자에 뻗어있는 수현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잠든 것처럼 말이다.“그런 것 같아.”양훈이 말했다.“와 진짜, 아까 나보고 명령하냐고 물을 때 취하지 않은 줄 알았거든? 그래서 언제 주량이 이렇게 늘었지 하고 얼마나 속 졸였는데. 역시 취한 거였어.”이 말을 마친 뒤, 석훈은 수현이 취했답시고 아까 위협당한 복수를 원 없이 했다. 양훈은 이런 석훈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한마디 했다.“너 그러다 현이 정신 차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죽고 싶냐?”그러자 석현이 급히 멈추었다.“이제 어떡해? 집에 데려다줘? 아니면...”말을 마치고 석훈은 뭔가 좋은 수가 떠올랐다는 듯 두 눈이 밝아졌다. 그는 수현의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냈다.“야아.”석훈이 작게 탄식했다.“진수현 정신 말짱할 때 언제 저 자식 핸드폰을 가져가겠어. 핸드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그리고 내 여신님과 톡 했는지, 한번 봐 볼까.”소영은 석훈의 여신님이었다. 물론 외모나 성격에만 해당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들 소영과 수현 사이의 이상야릇한 감정의 기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석훈은 더 이상 넘보지 않았었다.석훈은 원래 두 사람 채팅 기록을 훔쳐보려 했지만, 버튼을 누르자마자 화면이 큰 손에 가려지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석훈은 고개를 들어 양훈과 눈을 마주쳤다. “친구라고 해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지.”그랬다. 양훈은 늘 듬직했고 성실했다.“알고 있어, 프라이버시.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참.”“핸드폰 줘 봐.”양훈은 석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석훈은 비록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건넸다.“뭐 하려고?”“현이 가족에게 전화할 거야.”양훈은 카카오톡에서 나가고 주소록에 들어갔다.“가족? 누구?”“심윤아.”석훈의 어리둥절한 물음에 양훈이 답했다.이 말을 듣자, 석훈은 불만 있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왜 심윤아에게 전화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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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윤아는 지금 잠옷을 갈아입고는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아무리 기분이 안 좋다지만 정상적인 휴식에 영향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아일 낳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아마 끈질긴 싸움에 맞서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수시로 몸을 잘 챙기면서 기운찬 정신으로 이 싸움에 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잠이 오지 않아도 침대에 누워 마음을 편히 하며 잠을 청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윤아는 화면을 보았다.수현이었다.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보며 윤아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저녁 무렵, 심하게 다툰 뒤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수현을 보며 윤아는 그가 소영을 찾아갔을 거라 여겼다.그런 수현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전화를 받으려고 하는 순간, 예전에 수현이 소영더러 치게 한 전화가 떠올랐다. 어쩌면 오늘도 자신에게 뭔가 통지하려고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윤아는 이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계속 울리는 벨 소리가 거슬려서 결국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뜻밖에도 들려오는 건 별로 익숙하지 않은 남자 목소리였다.대략 십몇 초간 머뭇거리다 윤아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고는 밖을 향해 걸어갔다.밤이 되니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바깥 공기를 마시자마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이 시간이면 도우미는 물론 기사들도 자고 있었다. 그래서 윤아는 직접 운전하기로 결심하고는 차 키를 가지고 차고에 들어갔다.운전하며 술집에 가는 길, 그녀의 귓가엔 아까 양훈이 한 말이 맴돌았다.“수현이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요. 가능하다면 최대한 빨리 오는 게 좋겠어요.”‘왜 상태가 안 좋은 걸까...’‘남자의 독점욕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건가...’윤아는 상상이 되질 않았다. 진수현 같은 남자가 취하지 못해서 안달이라니...‘또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네. 엉망이야.’‘왜 이토록 이상하게 반응하는 건데. 설마 질투라도 하나...’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운전하고 있을 때,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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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소영과 석훈이 수현을 부축하며 술집에서 나갔고, 그들 뒤엔 담담한 얼굴을 한 김양훈이 따르고 있었다.”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이 마신 건데? 석훈 씨, 수현 씨 마실 때 좀 말리지 그랬어.”여신님에게 꾸지람을 들은 석훈은 조금 슬펐다.“말렸지. 근데 너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수현이가 우리 말 들을 리가 없잖아. 말리는 사람이 너라면 모를까.”소영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참, 다 성인이 된 지가 언젠데 자기 몸 아낄 줄 몰라.”그들은 힘을 모아 수현을 차에 옮겼다.윤아는 어둠 속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순간,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던 수현이 갑자기 뭘 느꼈다는 듯 소영의 가녀린 손목을 덥석 잡고는 잠꼬대했다.“가, 가지마...”소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금세 정신을 차리고 수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알겠어. 나 안 갈게, 수현 씨.”여기까지 본 윤아는 더는 이 자리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그녀는 이 늦은 시각에 이곳에 온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그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곳까지 달려와서 수모를 겪는 것이 아니라 그냥 침대에 누워 잠이나 잘 걸 그랬다.윤아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왜 가슴 안쪽 깊숙한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 그들이 함부로 짓밟고 다니게 하는 건지, 왜 이걸 허용했는지 잘 모르겠다. 꼭 짓밟히고 나서 피가 나고 망가져야 단념할 텐가!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돌려 자리를 뜨면서 더는 그들을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그 후의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 소영이 말을 끝내자마자 수현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소영을 곁에 서 있던 석훈이 잽싸게 부축해 줬다.“소영아, 괜찮아?”소영은 머리가 멍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아까... 수현 씨가 날 밀친 거야?’‘아냐... 그냥 힘껏 뿌리쳤을 뿐이야.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을까? 아니면...’석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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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소영의 말을 듣고 석훈은 즉시 머리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했다.“그래. 이렇게 취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안 되지. 그럼 우리...”“아니, 그냥 내 집에 데려갈게.”석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양훈이 갑자기 말을 가로챘다. 그의 목소리는 묵직했고 듣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것 같았다.“아까 들었잖아. 내 이름 부르는 거. 현이 뜻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날 귀찮게 할 거야.”양훈은 수현의 오래된 친구였다. 그가 수현을 알고 지낸 세월은 석훈과 소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게다가 성격이 차분했고 또 평소에 쓸데없는 말 대신 늘 침묵을 유지해서 그런지 입을 열기만 해도 뭔가 중요하게 다가와 거절하기 힘들었다.지금도 그랬다.소영은 눈앞의 김양훈을 바라보았다. 비록 지금 그에겐 별 정서 기복이 보이지 않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양훈은 수현의 친구였다.‘내 착각일지도 몰라.’소영은 이렇게 생각했다.석훈은 양훈의 말을 듣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는 소영의 편을 들어 말했다.“수현이 지금 취했잖아. 내일 깨어나면 자기가 어제 뭘 말했는지 기억도 못할 텐데. 김양훈, 넌 또 그걸 믿냐?”석훈은 소영을 바라보며 빙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하물며 사내자식이 수현이 잘 돌볼 수 있겠냐. 역시 소영 집으로 보내는 게 훨 나아.”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석훈을 뚫어질세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내 말은 우선 우리 집으로 데려가고, 만약 너희들이 정 마음 놓이지 않는다면 남아서 돌보면 된다는 뜻이야.”석훈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반박했다.“김양훈 너...”“됐어, 석훈 씨. 우리 양훈 씨 말 따르자.”웃으며 석훈의 말을 끊는 소영.“양훈 씨는 늘 차분하고 세심했잖아. 나보다 더 잘 돌봐줄 거야. 내가 아까 잘못 생각했나 봐.”말을 마치고 소영은 또 양훈에게 선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속은 이미 부글부글 끓어오른 지 오래됐지만 말이다.양훈은 수현의 보기 드문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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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석훈이 이 말을 꺼내자, 양훈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양훈이 애초에 윤아에게 이 제안을 했을 때, 그녀의 태도는 결코 나오기 싫다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런데 사실, 석훈이 소영을 집으로 데려가고 있을 때, 양훈은 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세 번 건 후에야 윤아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고, 전에 전화할 때의 상태와는 전혀 달랐다.윤아의 앞뒤 태도의 바뀜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 양훈은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그는 물었다.“왔었죠? 설마 본 겁니까?”핸드폰 저편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나갔어요. 그 사람과 같이 있다니 잘 돌봐줘요.”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쪽에서 전화를 끊었다.처음엔 양훈은 윤아가 참 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만약 정말 오지 않았다면 봤냐고 물었을 때 그게 뭐냐고 되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침묵했고 조금 지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안 나갔다 답했다.양훈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석훈이 아직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저렇게 독한 여자가 어딜 봐서 소영이보다 낫냐? 소영은 수현이의 생명의 은인이야. 그때 수현이를 구하려 자기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잖아. 손까지 다치는 바람에 지금까지 흉터 남았고. 내가 진수현이라면 반드시 강소영과 결혼한다.”석훈의 말에 양훈은 반박했다.“은혜와 사랑이 같냐?”“안돼? 소영이 또 얼마나 예쁜데. 남자라면 다 좋아할 스타일이야. 그리고 네 목숨까지 구해줬다고 생각해 봐. 그때면 같다고 여겨도 되지 않냐?”양훈은 소영에게 눈이 먼 석훈과 상대하기 싫어 방으로 들어갔다.-기나긴 밤이 지나갔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수현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래서인지 머리도 느리게 돌아갔다. 그는 주위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몸을 일으켰다.“깼어?”양훈이 따뜻한 물을 수현의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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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글쎄?”양훈이 되물었다.두 사람의 시선은 공중에서 맞물렸고 잠시 눈을 맞추다 양훈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왜? 네가 바라던 사람이 아니라서 실망했냐?”누굴 말하는지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뻔히 알고 있었다.잠시 침묵하다 수현이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실망하긴. 오든 말든 실망할 게 뭐가 있다고. 너도 참, 헛다리 짚기는.”“그래?” 양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네가 신경 쓰지 않는다니 그만 말할게.”그리고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의 미간은 점점 좁아지며 불쾌하다는 듯 양훈을 째려보았다.“알고 있는 거 다 말해봐. 뜸 들이지 말고.”“내가 언제 뜸을 들였다고.”의아해하는 양훈.“난 또 네가 알고 싶지 않은 줄 알았지. 듣기도 싫은 걸 말했다가 짜증이라도 내면 어떡할까 해서. 왜, 알고 싶냐?”진수현: “......”‘아 제길, 난 어쩌다가 김양훈 이 자식을 친구로 둬서는... 어우 진짜 못 살아.’수현은 더는 상대하기 싫어 이불을 걷어차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었다. 동작이 영 난폭했지만 말이다. 표정도 여간 굳어있는 게 아니었다.수현이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 방문이 열리면서 석훈이 걸어들어왔다. 석훈은 수현이 깬 것을 보자 금방 달려가 인사했다. 그리고 어젯밤, 소영이 술집까지 달려와 수현이를 걱정했다는 사실도 전했다.소영이 이름을 듣자, 수현의 얼굴색은 그나마 나아졌다.“현아, 아까 소영이가 전화해서 물어봤어, 너 어떠냐고. 깼으면 알려달라고 그랬어. 어찌나 네 걱정을 하던지.”“알겠어.”수현은 핸드폰을 꺼내 주소록을 뒤지면서 소영의 연락처를 찾았다. 바로 이때, 그는 윤아와의 통화 기록을 발견했다.수현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마저 살짝 잠긴 채 급히 물었다.“어젯밤, 소영이 빼고 또 누구에게 전화했어? 아니면 전화 왔었냐?”“누군데?”석훈은 수현의 핸드폰을 화면을 힐끗 보더니 금세 알아챘다.“아, 심윤아 말해? 양훈이가 전화 걸어서 말했거든,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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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양훈은 어젯밤 일을 수현에게 알려줬다.자초지종을 전부 전해 들은 수현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양훈은 그런 수현을 잠시 지켜보다가 말을 이었다.“그런데 말이야. 윤아 씨가 술집 밖에 서 있는 우리를 보고, 특히 강소영을 보고 나타나지 않았던 건 아닐까.”양훈의 이 한마디는 수현의 정곡을 찔렀다.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하다가 양훈의 가설을 금세 부정했다.“아닐 거야.”양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래?”“심윤아 걔 소영이와 원수 진 적도 없는데 왜 소영이를 본다고 나타나지 않았겠어.”수현은 여기까지 말하고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그냥 단순히 날 만나고 싶지 않아서겠지.”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사색에 잠겼다.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의 핸드폰이 울리면서 이 침묵을 깼다. 발신인은 강소영이었다.곁에 서 있던 양훈도 이걸 보고는 수현이 전화를 받으러 나가기 전 한숨 쉬며 물었다.“넌 아직도 자기가 뭘 원하는 지 모르는구나.”이 말을 들은 수현은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돌렸을 땐, 양훈은 이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수현 혼자 덩그러니 그 자리에 남아 아직도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정말 제대로 결정한 거 맞아?”어제까지 윤아를 걱정하던 주현아는 오늘 새로운 소식을 들을 줄 꿈에도 몰랐었다.“응.” 윤아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시커먼 밤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환한 달을 맞이한 듯, 자금의 그녀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 보였다.역시, 목표가 있어야 방황하지 않는다.예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을 땐 앞날이 막막했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결정했더니 예전엔 캄캄했던 앞날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앞으로 해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정할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와, 진짜 너무 잘됐다.”현아는 환하게 웃으며 소영의 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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