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죄송해요. 연하장도 보내고 새해 준비도 다 했는데 제가…”윤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선희가 윤아를 와락 끌어안았다.“바보 같긴. 사과할 필요 없어. 만약 누군가 사과를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해야지.”이선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했다.이선희는 이 말을 하고 나서야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떠올렸다. 예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윤아를 보며 이선희는 말을 돌렸다.“아무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우리한테 말해. 다 들어줄 테니까.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 나한테 넌 딸 같은 존재니까.”외국으로 건너가 새해를 맞이하기로 하고 바로 그날 저녁에 티켓팅을 마쳤다.새해까지 남은 시간도 별로 없었다. 준비가 끝나고 그들은 공항으로 향했다.공항에 도착해 윤아는 현아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에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윤아가 수현 일가와 같이 외국으로 건너가 새해를 보낸다는 말에 현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다 건너간다고?”“응.”“대박,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진수현 부모님이 너를 정말 많이 아끼는구나.”현아는 원래 진씨 일가에 불만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응.”“근데 외국에서 새해 보는 게 뭐 대수냐. 어디가 좋으면 어디로 가는 거지. 근데 아쉽다. 나 귀국하자마자 바로 건너가서.”현아의 말투에서 실망을 느낀 윤아가 웃으며 말했다.“너 퇴사했잖아. 나 돌아오면 또 볼 텐데 뭐, 그 뒤로도 볼 기회가 많잖아.”새해를 같이 보내지 못한다는 말에 아쉬워하던 현아는 이 말에 위로를 받고 다시 기대하기 시작했다.“맞아. 새해만 날인가, 다른 날도 많은데,”현아는 만족스러운 듯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그럼 외국에서 선물 사오는 거 잊지 마. 난 비싼 거면 돼.”“그래, 제일 비싼 걸로 내가 가져다줄게.”전화를 끊고도 윤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자 이선희가 물었다.“전에 우리 집에 놀러 온 그 아이니?”이에 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외국으로 나간다고 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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