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은 그런 윤아를 보고 뭔가 떠오른 듯 윤아의 팔을 당겨 맞은편에 앉혔다.“그럼 일단 말해볼게. 들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바꾸는 걸로 하자.”아이디어가 있다는 수현의 말에 윤아는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그래, 일단 한번 말해봐.”하지만 이때 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웠다.“말하는 건 문제 없는데, 뽀뽀해 주면 말해줄게.”“?”윤아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멍한 표정으로 수현을 쳐다봤다.“뭐라고?”수현의 깊은 눈동자가 윤아의 입술로 향하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거야?”멈칫하던 윤아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진지한 얘기하고 있는데 뭐 하는 거야?”수현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뜨거운 숨결을 윤아의 얼굴에 내뿜었다.“이것도 진지한 얘긴데, 그리고 엄청 중요한 얘기지.”뜨거운 숨결을 느끼기 전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수현이 손을 내밀어 윤아의 턱을 잡았다.“한 번만 먼저 뽀뽀해 줘 봐.”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싫어.”수현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왜? 내가 싫어?”싫냐는 말에 윤아는 자기도 몰래 반박했다.“아니, 어떻게 그렇게 생각해?”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가 수현을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그래?”수현이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큰 상처라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요즘 나랑 스킨십하는 거 계속 피했잖아. 며칠 전에는 친구 왔다고 나랑 따로 자더니 지금은 뽀뽀해달라고 해도 거절하고.”수현의 입꼬리가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 마치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 우습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게 나를 싫어하는 거지 뭐야?”수현의 말에 윤아는 순간 요즘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변명하기 시작했다.“아니야, 전에 스킨십을 거절한 건 회사니까 그런 거지. 사람들 몰려올까 봐 그런 거야…”윤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건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그리고 뒤에 너랑 따로 잔 건 현아가 와서 현아랑
윤아가 손을 내밀어 밀치려는데 이미 늦었다. 수현은 입술은 이미 저돌적으로 그녀의 입술로 향해 있었다. 익숙한 향기와 입술에서 전해지는 감촉에 윤아는 뭔가 몸이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아는 눈을 감았다.윤아가 반항할 거라고 생각했던 수현은 그녀가 오히려 협조하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반응하고는 더 거세게 키스했다.…한 시간 후.수현은 매우 흡족한 듯한 표정으로 윤아를 안은 채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로 희열을 감췄다. 깊이를 알 수 없던 눈동자는 다른 정서로 가득 찼다.그는 감탄하며 윤아를 더 꼭 끌어안았다.조금 전 일어난 일만 생각하면 윤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머리를 수현의 품에 틀어박았다.그러자 수현이 웃을 때마다 가슴에서 울리는 약간의 진동도 느낄 수 있었다.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수현에게 왜 웃냐고 묻고 싶었지만 조금 전 있었던 일에 용기가 사라져 입술을 깨물고 주먹으로 응징하는 수밖에 없었다.기분이 째질 것 같은 수현은 윤아가 뭘 하든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시간 동안 느꼈던 냉대와 질투에 대한 보답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두어 번 응징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 윤아는 응징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세 번 더 응징하는데 수현이 윤아의 하얀 손목을 단단히 틀어잡았다. 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 그만 때려.”윤아가 물었다.“한번 때리는 것도 안 돼?”“때리는 건 괜찮은데 전에 손목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수현의 말투는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아픈 손목으로 때렸다가 통증 심해지면 어떡하려고?”“…”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 수현이 아무렇지 않게 낯 뜨거운 그 일을 꺼낼 줄은 몰랐다.조금 전 있었던 일만 떠올리면 윤아는 귀가 터질 것처럼 빨개져 얼른 팔을 뺐다.“진짜 부끄러운게 뭔지 모르는구나!”윤아는 씩씩거리며 이렇게 쏘아붙였다.“응, 몰라. 앞으로 매일 아까처럼만 해준다면 매일 그런 소리 들어도 좋아.”“너랑 뭔 말을 더 하겠어.”윤아는 그런
“기분 나쁠 게 뭐 있어?”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두 분 지금 손주 돌보는 재미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어.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하면 바로 그렇게 할걸?”“…”윤아는 말문이 막혔다. 다소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랬다.진태범과 이선희는 거의 하윤과 서훈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매일 아이를 다독이지 않으면 아이를 보고 싶어 했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데려오는 것도 윤아에서 두 사람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윤아도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윤아도 두 아이를 끔찍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태범과 이선희도 너무 한가했다. 두 사람은 이미 전적으로 회사를 수현에게 맡겼고 가끔 일이 있을 때만 참여할 뿐이었다.하윤과 서훈이 생기고 두 사람은 회사 일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수현에게 전부 맡기고는 매일 아이와 함께했고 인스타에도 손주들로 도배했다.윤아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자 수현은 아예 쐐기를 박았다.“다른 각도로 생각해 봐. 만약에 네가 윤이와 훈이를 외국으로 데리고 나갔어. 그럼 두 분은 손주 못 보는 게 아쉬워서라도 티켓 끊어서 같이 넘어갈걸?”잠깐 고민하던 윤아는 두 분이 진짜 그럴 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네가 얘기할래?”“아니면? 너 할 수 있겠어?”윤아는 옷깃을 꽉 부여잡더니 말했다.“못할 건 없지.”“됐어.”수현은 이 일에서는 윤아를 계속 놀리지 않았다. 그저 손으로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했다.“넌 가만히 있어. 내가 얘기할게.”윤아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그제야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수현의 웃으며 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만족감을 느낀 수현은 음침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예전과는 달리 배불리 사냥하고 온 늑대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렇다고 늑대의 본성이 변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잠시 꼬리를 숨겼을 뿐이다.“근데…”윤아의 뒤통수로 향했던 손이 목덜미로 향하더니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내가 잘 처리하면 꼭 보상해 줘야 한다?”이 말을 뒤로 수현은 밖으로 나갔다.
“어머님, 죄송해요. 연하장도 보내고 새해 준비도 다 했는데 제가…”윤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선희가 윤아를 와락 끌어안았다.“바보 같긴. 사과할 필요 없어. 만약 누군가 사과를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해야지.”이선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했다.이선희는 이 말을 하고 나서야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떠올렸다. 예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윤아를 보며 이선희는 말을 돌렸다.“아무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우리한테 말해. 다 들어줄 테니까.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 나한테 넌 딸 같은 존재니까.”외국으로 건너가 새해를 맞이하기로 하고 바로 그날 저녁에 티켓팅을 마쳤다.새해까지 남은 시간도 별로 없었다. 준비가 끝나고 그들은 공항으로 향했다.공항에 도착해 윤아는 현아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에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윤아가 수현 일가와 같이 외국으로 건너가 새해를 보낸다는 말에 현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다 건너간다고?”“응.”“대박,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진수현 부모님이 너를 정말 많이 아끼는구나.”현아는 원래 진씨 일가에 불만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응.”“근데 외국에서 새해 보는 게 뭐 대수냐. 어디가 좋으면 어디로 가는 거지. 근데 아쉽다. 나 귀국하자마자 바로 건너가서.”현아의 말투에서 실망을 느낀 윤아가 웃으며 말했다.“너 퇴사했잖아. 나 돌아오면 또 볼 텐데 뭐, 그 뒤로도 볼 기회가 많잖아.”새해를 같이 보내지 못한다는 말에 아쉬워하던 현아는 이 말에 위로를 받고 다시 기대하기 시작했다.“맞아. 새해만 날인가, 다른 날도 많은데,”현아는 만족스러운 듯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그럼 외국에서 선물 사오는 거 잊지 마. 난 비싼 거면 돼.”“그래, 제일 비싼 걸로 내가 가져다줄게.”전화를 끊고도 윤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자 이선희가 물었다.“전에 우리 집에 놀러 온 그 아이니?”이에 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외국으로 나간다고 말했거든요.
하긴 윤아도 현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몇 년간 업무에만 매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근에 현아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윤아에게 숨김없이 모든 걸 다 털어놓았다.지금까지 일하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털어놓으면서 가게를 하나 꾸리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 그 가게를 맡아 도와주면 된다고 덧붙였다.윤아는 원래 현아가 귀국하면 자기 회사로 데려오는 게 어떨지 고민하고 있었다. 친구이기도 하니 높은 급여로 데려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현아는 가게를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털어놓았고 윤아와 일부 토론도 마쳤다.윤아는 현아의 말투에서 그녀가 가게를 꾸리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여 윤아는 우리 회사로 오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내기 민망했다.만약 현아가 원하는 게 높은 급여였다면 귀국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주한이 현아에게 준 급여는 절대 윤아보다 낮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리고 주한의 회사는 윤아가 비길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비록 0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꽤 성숙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윤아의 회사는 주한의 회사를 따라가려면 멀었다.이때 이선희는 뭔가 생각난 듯 이렇게 말했다.“너무 오래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아예 연애할 생각을 못 한 거 아니니?”윤아가 웃으며 답했다.“일이 너무 바쁜 건 맞아요.”기억을 잃은 윤아는 현아의 과거를 알지 못했기에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현아와 대화를 나누면서 윤아도 수상함을 눈치챘다.특히 수현이 윤아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했다고 말할 때면 현아는 몹시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윤아가 자꾸만 자랑한다고 나무라며 자기도 얼른 달콤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이런 말이 반복되자 윤아도 현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연애하기 싫은 게 아니라면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이 말에 윤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설마 지금 중매 서시려고요?”이선희가 입술을 오므린
하여 윤아는 이렇게 물 곬을 트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현아가 이 화제에 반감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현아의 답장은 빨랐다.[말도 마. 문지방이 닳을 정도야. 다들 인심도 좋아. 사람 소개하고 이런 거 귀찮고 성가시지도 않나?]현아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나는 나이 들어서 누구 소개하고 이런 거 절대 안 해. 이렇게 좋은 날에 재밌게 놀 생각을 해야지. 아니면 선보러 오는 거지, 쉬러 온 거야? 차라리 단체 맞선을 하는 게 낫겠어.]현아의 불평에 윤아는 웃음을 터트렸다.[그러게, 항상 명절 때면 화제가 맞선 아니면 2세 계획이라니까.][맞아. 결혼했다고 다 잘사는 건 아니더구만. 애 낳으라는 잔소리만 늘어나고.]사실 다 똑같은 처지였다.[나도 너처럼 빨리 결혼하고 애 가질걸. 그럼 오늘 같은 일도 없었겠지?]윤아는 원래 맞선 얘기를 넣어두려고 했는데 현아가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고민 또 고민하던 윤아가 이렇게 물었다.[너도 결혼 생각 있으면 뭘 더 고민해? 맞선이 미덥지 않은 거야?][당연하지. 맞선에 믿을만한 남자가 몇이나 된다고. 우리 집 친척들이 소개해 준 남자들만 놓고 봐도 사진은 멀쩡한데 카톡 추가하자마자 생얼 사진 보내달라, 안 보내면 성의가 없다, 생얼이 못나서 안 보내주는 거다, 그러더라?]윤아는 뭐라 보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너무 이상했다.[맞선 본 사람들 다 그랬던 거야?][그건 아니야. 뭐 저마다 다른 또라이라고나 할까? 생얼샷 원하는 사람도 있고 대뜸 아이는 몇 명이나 나을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윤아는 선을 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현아가 맞닥트린 사람만 봐도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전에도 기괴한 이야기를 종종 듣긴 했지만 직접 겪은 적이 없어 듣고 그냥 넘겼다.하지만 친구인 현아가 겪었다고 하니 그제야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윤아야, 나는 선보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맞선으로 만난
될 수만 있다면 윤아는 둘도 없는 친구인 현아가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달콤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여 현아의 질문에 윤아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상대가 어떤지는 네가 만나봐야 해. 믿을만한 사람인 것 같아. 아니면 어머님도 이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을 거야.]지금까지 진씨 일가와 함께 지내면서 윤아는 진태범과 이선희가 아주 믿을만한 시댁이라고 생각했다.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선희가 입을 열었다는 건 아마 믿음직한 사람이라 그랬을 것이다.현아는 윤아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잠깐 망설이더니 답장했다.[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아주머니 성격이 어떤지 아직 잘 모르지만, 아주머니 눈에 들었다는 건 우수한 사람이라는 거잖아. 성품도 좋고. 그냥 나는 내가 조건이 너무 딸리니까.][그런 소리 하지 마.]윤아는 이렇게 답장하며 현아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너도 충분히 훌륭해. 그리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잖아. 만나보기 전에 마음에 들지 안 들지 어떻게 알겠어?][음, 그래, 네 말이 맞아. 고민해 볼게. 요즘 진짜 이 일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그래~ 생각해 보고 연락해 줘. 내가 먼저 확인해 볼게. 내 선에서 아니다 싶으면 아예 너를 만날 기회도 주지 않을 거야.][그래, 고마워, 내 반쪽.][우리가 어떤 사인데, 고맙다는 말은 넣어둬.]둘은 카톡으로 오글거리는 대화를 이어갔고 윤아의 입꼬리도 따라서 올라갔다.“무슨 얘기 하길래 이렇게 즐거워?”머리 위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수현은 핸드폰을 앗아갔다.“내놔.”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도로 가져가려 했다.수현은 윤아가 핸드폰을 가져가지 못하게 핸드폰을 높게 들며 물었다.“왜 못보게 해? 설마 다른 남자랑 톡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아니야, 현아랑 톡하고 있었어.”“그럼 못 볼게 뭐가 있다고?”수현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현아와 무
“장난한 거잖아. 장난을 다큐로 받아들인 거야?”윤아는 기분 나쁜 듯 수현의 손을 쳐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장난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하지만 수현은 결국 그 핸드폰을 자기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이렇게 말했다.“탑승하면 그때 돌려줄게.”“응.”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수현을 흘겨보더니 이렇게 말했다.“그래도 돌려는 주네. 난 끝까지 압수할 줄 알았는데.”“그래? 안 될 것도 없지. 어차피 기내에서 핸드폰도 안 되는데 랜딩하면 그때 다시 돌려줄게.”“…”윤아는 수현의 파렴치함에 혀를 둘렀다.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하지만 더는 그와 입씨름하기 싫었다.윤아는 눈을 감았다. 어차피 탑승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어제 잠을 설쳤기에 잠을 좀 보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수현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조금 있다 자.”이에 윤아가 다시 눈을 떴다.“왜? 무슨 일 있어?”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현은 의자에서 윤아를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윤아는 아무 준비도 없이 수현의 품에 안겼다. 머리 위에서 이내 수현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 탑승하려면 멀었는데 쇼핑 좀 하러 갈까?”이 말에 윤아가 어안이 벙벙했다.“무슨 쇼핑?”“어제 짐 정리할 때 립스틱이 쓸만한 립스틱이 몇 개 없다며?”수현의 말에 윤아는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짐을 정리하며 갖고 있던 립스틱을 확인해 보니 그중 몇 개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다.유통기한이 지난 립스틱을 썼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윤아는 그 립스틱을 바로 버렸다. 남은 몇 개는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았지만 대개 컬러가 진하거나 화려했다.평소에 출근할 때는 별문제 없었다. 오히려 카리스마 있어 보이고 좋았다. 하지만 가족들과 같이 있을 때는 약간 과해 보였다.수현이 짐 정리를 도와주고 있다가 그 말을 들은 것이다. 윤아는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새해에는 아예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푸념했다. 하여 수현이 대답하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수현이 이를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