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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연말은 늘 그랬듯 바빴기에 윤아는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 업무를 마감했다.

저녁까지 분주히 돌아쳐서야 남은 업무를 전부 완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회사에 나올 필요는 없었다. 그저 집에서 약간의 일 처리만 하면 된다.

회사가 바쁠 때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윤아였지만 회사 일을 다 처리하고 집으로 와보니 집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진태범과 이선희가 처리했고 나머지는 도우미가 도와줬다. 윤아와 수현은 그저 연하장을 쓸 때만 참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도 하나둘씩 설 연휴를 보내러 고향으로 내려갔고 고향이 멀리 있거나 가족이 남아 있지 않은 도우미만 집에 남아 같이 새해를 맞이했다.

윤아도 설 계획을 묻는 아빠의 전화를 받았다. 수현의 집에 남아서 보낼 건지 아니면 외국으로 나와 그들과 함께 보낼 건지 말이다.

심인철은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다시 수현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현이 그런 심인철을 혼자 찾아가 여러 번 대화를 나누었고 윤아를 속인 채 외국으로 나가 만나기까지 했다. 그러다 결국 심인철도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윤아가 기억을 잃었는데도 너를 그렇게 믿고 따른다면 네가 잘 챙겨. 만약에 윤아가 상처받는 일이 생긴다면 다시는 내 딸 너한테 맡기는 일은 없을 거야.”

전에 윤아가 혼자 아이를 키우던 것만 생각하면 심인철은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이 상처받았으니 사위인 수현이 고울 리가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수현이라면 날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야 청춘이라고 어떤 감정 문제는 어른이 나서서 될 게 아니었다. 깊이 관여할수록, 내몰수록 수습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심인철은 딸을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심인철도 결국엔 딸의 결정에 따라주었다. 그게 무슨 결정이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했다 해도 윤아를 아끼는 건 변함이 없었다.

이번에 전화한 것도 연휴 계획을 확인하는 것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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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은 그런 윤아를 보고 뭔가 떠오른 듯 윤아의 팔을 당겨 맞은편에 앉혔다.“그럼 일단 말해볼게. 들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바꾸는 걸로 하자.”아이디어가 있다는 수현의 말에 윤아는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그래, 일단 한번 말해봐.”하지만 이때 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웠다.“말하는 건 문제 없는데, 뽀뽀해 주면 말해줄게.”“?”윤아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멍한 표정으로 수현을 쳐다봤다.“뭐라고?”수현의 깊은 눈동자가 윤아의 입술로 향하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거야?”멈칫하던 윤아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진지한 얘기하고 있는데 뭐 하는 거야?”수현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뜨거운 숨결을 윤아의 얼굴에 내뿜었다.“이것도 진지한 얘긴데, 그리고 엄청 중요한 얘기지.”뜨거운 숨결을 느끼기 전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수현이 손을 내밀어 윤아의 턱을 잡았다.“한 번만 먼저 뽀뽀해 줘 봐.”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싫어.”수현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왜? 내가 싫어?”싫냐는 말에 윤아는 자기도 몰래 반박했다.“아니, 어떻게 그렇게 생각해?”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가 수현을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그래?”수현이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큰 상처라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요즘 나랑 스킨십하는 거 계속 피했잖아. 며칠 전에는 친구 왔다고 나랑 따로 자더니 지금은 뽀뽀해달라고 해도 거절하고.”수현의 입꼬리가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 마치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 우습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게 나를 싫어하는 거지 뭐야?”수현의 말에 윤아는 순간 요즘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변명하기 시작했다.“아니야, 전에 스킨십을 거절한 건 회사니까 그런 거지. 사람들 몰려올까 봐 그런 거야…”윤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건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그리고 뒤에 너랑 따로 잔 건 현아가 와서 현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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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가 손을 내밀어 밀치려는데 이미 늦었다. 수현은 입술은 이미 저돌적으로 그녀의 입술로 향해 있었다. 익숙한 향기와 입술에서 전해지는 감촉에 윤아는 뭔가 몸이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아는 눈을 감았다.윤아가 반항할 거라고 생각했던 수현은 그녀가 오히려 협조하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반응하고는 더 거세게 키스했다.…한 시간 후.수현은 매우 흡족한 듯한 표정으로 윤아를 안은 채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로 희열을 감췄다. 깊이를 알 수 없던 눈동자는 다른 정서로 가득 찼다.그는 감탄하며 윤아를 더 꼭 끌어안았다.조금 전 일어난 일만 생각하면 윤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머리를 수현의 품에 틀어박았다.그러자 수현이 웃을 때마다 가슴에서 울리는 약간의 진동도 느낄 수 있었다.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수현에게 왜 웃냐고 묻고 싶었지만 조금 전 있었던 일에 용기가 사라져 입술을 깨물고 주먹으로 응징하는 수밖에 없었다.기분이 째질 것 같은 수현은 윤아가 뭘 하든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시간 동안 느꼈던 냉대와 질투에 대한 보답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두어 번 응징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 윤아는 응징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세 번 더 응징하는데 수현이 윤아의 하얀 손목을 단단히 틀어잡았다. 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 그만 때려.”윤아가 물었다.“한번 때리는 것도 안 돼?”“때리는 건 괜찮은데 전에 손목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수현의 말투는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아픈 손목으로 때렸다가 통증 심해지면 어떡하려고?”“…”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 수현이 아무렇지 않게 낯 뜨거운 그 일을 꺼낼 줄은 몰랐다.조금 전 있었던 일만 떠올리면 윤아는 귀가 터질 것처럼 빨개져 얼른 팔을 뺐다.“진짜 부끄러운게 뭔지 모르는구나!”윤아는 씩씩거리며 이렇게 쏘아붙였다.“응, 몰라. 앞으로 매일 아까처럼만 해준다면 매일 그런 소리 들어도 좋아.”“너랑 뭔 말을 더 하겠어.”윤아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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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나쁠 게 뭐 있어?”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두 분 지금 손주 돌보는 재미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어.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하면 바로 그렇게 할걸?”“…”윤아는 말문이 막혔다. 다소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랬다.진태범과 이선희는 거의 하윤과 서훈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매일 아이를 다독이지 않으면 아이를 보고 싶어 했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데려오는 것도 윤아에서 두 사람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윤아도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윤아도 두 아이를 끔찍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태범과 이선희도 너무 한가했다. 두 사람은 이미 전적으로 회사를 수현에게 맡겼고 가끔 일이 있을 때만 참여할 뿐이었다.하윤과 서훈이 생기고 두 사람은 회사 일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수현에게 전부 맡기고는 매일 아이와 함께했고 인스타에도 손주들로 도배했다.윤아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자 수현은 아예 쐐기를 박았다.“다른 각도로 생각해 봐. 만약에 네가 윤이와 훈이를 외국으로 데리고 나갔어. 그럼 두 분은 손주 못 보는 게 아쉬워서라도 티켓 끊어서 같이 넘어갈걸?”잠깐 고민하던 윤아는 두 분이 진짜 그럴 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네가 얘기할래?”“아니면? 너 할 수 있겠어?”윤아는 옷깃을 꽉 부여잡더니 말했다.“못할 건 없지.”“됐어.”수현은 이 일에서는 윤아를 계속 놀리지 않았다. 그저 손으로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했다.“넌 가만히 있어. 내가 얘기할게.”윤아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그제야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수현의 웃으며 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만족감을 느낀 수현은 음침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예전과는 달리 배불리 사냥하고 온 늑대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렇다고 늑대의 본성이 변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잠시 꼬리를 숨겼을 뿐이다.“근데…”윤아의 뒤통수로 향했던 손이 목덜미로 향하더니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내가 잘 처리하면 꼭 보상해 줘야 한다?”이 말을 뒤로 수현은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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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 죄송해요. 연하장도 보내고 새해 준비도 다 했는데 제가…”윤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선희가 윤아를 와락 끌어안았다.“바보 같긴. 사과할 필요 없어. 만약 누군가 사과를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해야지.”이선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했다.이선희는 이 말을 하고 나서야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떠올렸다. 예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윤아를 보며 이선희는 말을 돌렸다.“아무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우리한테 말해. 다 들어줄 테니까.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 나한테 넌 딸 같은 존재니까.”외국으로 건너가 새해를 맞이하기로 하고 바로 그날 저녁에 티켓팅을 마쳤다.새해까지 남은 시간도 별로 없었다. 준비가 끝나고 그들은 공항으로 향했다.공항에 도착해 윤아는 현아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에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윤아가 수현 일가와 같이 외국으로 건너가 새해를 보낸다는 말에 현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다 건너간다고?”“응.”“대박,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진수현 부모님이 너를 정말 많이 아끼는구나.”현아는 원래 진씨 일가에 불만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응.”“근데 외국에서 새해 보는 게 뭐 대수냐. 어디가 좋으면 어디로 가는 거지. 근데 아쉽다. 나 귀국하자마자 바로 건너가서.”현아의 말투에서 실망을 느낀 윤아가 웃으며 말했다.“너 퇴사했잖아. 나 돌아오면 또 볼 텐데 뭐, 그 뒤로도 볼 기회가 많잖아.”새해를 같이 보내지 못한다는 말에 아쉬워하던 현아는 이 말에 위로를 받고 다시 기대하기 시작했다.“맞아. 새해만 날인가, 다른 날도 많은데,”현아는 만족스러운 듯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그럼 외국에서 선물 사오는 거 잊지 마. 난 비싼 거면 돼.”“그래, 제일 비싼 걸로 내가 가져다줄게.”전화를 끊고도 윤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자 이선희가 물었다.“전에 우리 집에 놀러 온 그 아이니?”이에 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외국으로 나간다고 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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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긴 윤아도 현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몇 년간 업무에만 매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근에 현아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윤아에게 숨김없이 모든 걸 다 털어놓았다.지금까지 일하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털어놓으면서 가게를 하나 꾸리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 그 가게를 맡아 도와주면 된다고 덧붙였다.윤아는 원래 현아가 귀국하면 자기 회사로 데려오는 게 어떨지 고민하고 있었다. 친구이기도 하니 높은 급여로 데려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현아는 가게를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털어놓았고 윤아와 일부 토론도 마쳤다.윤아는 현아의 말투에서 그녀가 가게를 꾸리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여 윤아는 우리 회사로 오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내기 민망했다.만약 현아가 원하는 게 높은 급여였다면 귀국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주한이 현아에게 준 급여는 절대 윤아보다 낮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리고 주한의 회사는 윤아가 비길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비록 0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꽤 성숙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윤아의 회사는 주한의 회사를 따라가려면 멀었다.이때 이선희는 뭔가 생각난 듯 이렇게 말했다.“너무 오래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아예 연애할 생각을 못 한 거 아니니?”윤아가 웃으며 답했다.“일이 너무 바쁜 건 맞아요.”기억을 잃은 윤아는 현아의 과거를 알지 못했기에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현아와 대화를 나누면서 윤아도 수상함을 눈치챘다.특히 수현이 윤아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했다고 말할 때면 현아는 몹시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윤아가 자꾸만 자랑한다고 나무라며 자기도 얼른 달콤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이런 말이 반복되자 윤아도 현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연애하기 싫은 게 아니라면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이 말에 윤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설마 지금 중매 서시려고요?”이선희가 입술을 오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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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윤아는 이렇게 물 곬을 트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현아가 이 화제에 반감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현아의 답장은 빨랐다.[말도 마. 문지방이 닳을 정도야. 다들 인심도 좋아. 사람 소개하고 이런 거 귀찮고 성가시지도 않나?]현아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나는 나이 들어서 누구 소개하고 이런 거 절대 안 해. 이렇게 좋은 날에 재밌게 놀 생각을 해야지. 아니면 선보러 오는 거지, 쉬러 온 거야? 차라리 단체 맞선을 하는 게 낫겠어.]현아의 불평에 윤아는 웃음을 터트렸다.[그러게, 항상 명절 때면 화제가 맞선 아니면 2세 계획이라니까.][맞아. 결혼했다고 다 잘사는 건 아니더구만. 애 낳으라는 잔소리만 늘어나고.]사실 다 똑같은 처지였다.[나도 너처럼 빨리 결혼하고 애 가질걸. 그럼 오늘 같은 일도 없었겠지?]윤아는 원래 맞선 얘기를 넣어두려고 했는데 현아가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고민 또 고민하던 윤아가 이렇게 물었다.[너도 결혼 생각 있으면 뭘 더 고민해? 맞선이 미덥지 않은 거야?][당연하지. 맞선에 믿을만한 남자가 몇이나 된다고. 우리 집 친척들이 소개해 준 남자들만 놓고 봐도 사진은 멀쩡한데 카톡 추가하자마자 생얼 사진 보내달라, 안 보내면 성의가 없다, 생얼이 못나서 안 보내주는 거다, 그러더라?]윤아는 뭐라 보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너무 이상했다.[맞선 본 사람들 다 그랬던 거야?][그건 아니야. 뭐 저마다 다른 또라이라고나 할까? 생얼샷 원하는 사람도 있고 대뜸 아이는 몇 명이나 나을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윤아는 선을 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현아가 맞닥트린 사람만 봐도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전에도 기괴한 이야기를 종종 듣긴 했지만 직접 겪은 적이 없어 듣고 그냥 넘겼다.하지만 친구인 현아가 겪었다고 하니 그제야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윤아야, 나는 선보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맞선으로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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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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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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