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29화

“기분 나쁠 게 뭐 있어?”

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두 분 지금 손주 돌보는 재미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어.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하면 바로 그렇게 할걸?”

“…”

윤아는 말문이 막혔다. 다소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진태범과 이선희는 거의 하윤과 서훈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매일 아이를 다독이지 않으면 아이를 보고 싶어 했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데려오는 것도 윤아에서 두 사람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윤아도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윤아도 두 아이를 끔찍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태범과 이선희도 너무 한가했다. 두 사람은 이미 전적으로 회사를 수현에게 맡겼고 가끔 일이 있을 때만 참여할 뿐이었다.

하윤과 서훈이 생기고 두 사람은 회사 일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수현에게 전부 맡기고는 매일 아이와 함께했고 인스타에도 손주들로 도배했다.

윤아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자 수현은 아예 쐐기를 박았다.

“다른 각도로 생각해 봐. 만약에 네가 윤이와 훈이를 외국으로 데리고 나갔어. 그럼 두 분은 손주 못 보는 게 아쉬워서라도 티켓 끊어서 같이 넘어갈걸?”

잠깐 고민하던 윤아는 두 분이 진짜 그럴 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가 얘기할래?”

“아니면? 너 할 수 있겠어?”

윤아는 옷깃을 꽉 부여잡더니 말했다.

“못할 건 없지.”

“됐어.”

수현은 이 일에서는 윤아를 계속 놀리지 않았다. 그저 손으로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했다.

“넌 가만히 있어. 내가 얘기할게.”

윤아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그제야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

수현의 웃으며 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족감을 느낀 수현은 음침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예전과는 달리 배불리 사냥하고 온 늑대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렇다고 늑대의 본성이 변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잠시 꼬리를 숨겼을 뿐이다.

“근데…”

윤아의 뒤통수로 향했던 손이 목덜미로 향하더니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내가 잘 처리하면 꼭 보상해 줘야 한다?”

이 말을 뒤로 수현은 밖으로 나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