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아파트 입구. 임설아는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눈물자국이 남은 얼굴로 불쌍하게 연성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연성훈 앞에서 고고한 척하며 연성훈을 무시하지 않았던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런 게 바로 현실이다.“난 이제 아무것도 없어. 너까지 날 버릴 거야?”임설아는 연성훈을 보며 거의 애원하는 목소리로 물었다.연성훈은 닭살이 돋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말을 다른 사람한테서 들은 것도 아니고 임설아의 입에서 듣게 되다니. 그는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정신 차려.”연성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우리의 결혼부터 잘못된 거야. 그때의 난 기억을 잃었었어. 그리고 난 아저씨의 은혜를 갚으려고, 넌 아버지의 의견을 거스르지 못해서 우린 결혼하게 된 거야. 그것도 그저 서류상의 결혼 말이야!”그들의 결혼은 틀린 것이었다. 만약 연성훈이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임설아 같은 뻔뻔하고 돈을 밝히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이 3년 동안 임설아와 백연아가 평범한 여자였다면 나았을지도 모른다.이 모녀 두 사람이 한 짓은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웠다.“둘째, 이 3년 내내 더희들이 날 어떻게 대했는지는 너희들이 더 잘 알겠지. 난 3년 동안 갚아야 할 은혜는 다 갚았다고 생각해. 이혼 서류를 작성할 때, 우리는 이미 완전히 끝나버린 거야.”연성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셋째, 우리가 형식적인 결혼이었지만 결국은 네가 바람을 피운 거야. 나는 복수를 하지 않을 거야. 그게 내가 참을 수 있는 최대치야. 하지만 내가 돈이 생겨서, 한석훈이 널 버려서 내게 다시 찾아와? 나, 연성훈 그 정도로 쉬운 남자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의 호구가 아니란 말이야!”연성훈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 그의 말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임설아가 울면서 얘기했다.“나도 알아. 내가 소중함을 알지 못했어. 내 욕심이 너무 과했어. 이젠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돼?”연성훈이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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