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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바비큐를 다 먹고 양정우는 그릇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밤은 고요하게 흘러갔다. 이튿날 연성훈은 강미주가 집을 나선 걸 확인하고 뒤따라 집을 나섰다. 회사에 도착해서 강미주 사무실까지 걸어가던 중, 연성훈이 온 걸 본 강미주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오늘 회사에 있을 필요도 없는데 나랑 같이 나갔다 오자.”“나가서 뭐 하려고?”연성훈이 물었다.“오늘 윤아 언니 생일이라서 같이 가서 선물 고르려고 그러지.”강미주가 웃으면서 말했다.“언니가 너도 초대하지 않았어? 너 설마 빈손으로 가려는 거야?”연성훈은 고작 선물 하나 고르러 가는데 아예 출근을 안 해도 되는 거냐고 남몰래 혀를 내둘렀다. 따지고 보면 강미주가 할 일이 진짜 없긴 했다. 하루 종일 서류에 사인하는 게 다였고 책임진 프로젝트도 없었다. 중요한 결정은 전부 강진혁이 맡고 있었다.“그러지 뭐.”연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강미주가 차키를 연성훈에게 주면서 말했다.“우리 사해 골동품 시장 가자!”연성훈은 의아해했다. 그는 물론 사해 골동품 시장을 알고는 있었다. 강성의 골동품 시장이고 동시에 전국에서 제일 큰 골동품 시장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곳은 강성의 상징 중 하나이기도 했고 수많은 부자들이 가서 물건을 사오는 곳이기도 했다. 물론 여행지이도 해서 짝퉁도 당연히 많았다.연성훈은 이곳이 낯설진 않았다. 예전에 양정우랑 자주 사해 골동품 시장에서 알바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품을 옮기는 막노동 같은 일들이었다.“구윤아 생일인데 네가 사해 골동품 시장까지 가서 뭐 하려고? 뭐, 청나라의 요강이라도 하나 사다 주려고?”연성훈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강미주가 흘깃 째려보면서 말했다.“저속하기는, 윤아 언니가 골동품 소집하는 걸 좋아하잖아. 우리 아빠한테 있는 것만 해도 적진 않은데 그것들은 거의 다 우리 아빠 목숨 같은 거라서 아까워서 절대 안 내놓으려고 할걸. 그래서 사해 골동품 시장 가서 언니한테 줄 만한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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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연성훈은 마음이 꿈틀거렸다.맞은 편의 매장은 연성훈도 알고 있었는데 매장 이름은 바로 모아 쥬얼리였다.2년 전에 개업했는데 금방 개업했을 때 연성훈은 여기에서 잠깐 알바했었고 그 후에도 종종 상하차 알바를 하기도 했다. 만약 박해진이 그냥 사기꾼이라면 맞은 편 매장 사장은 세상에 다시 없을 쓰레기였다.그때 상하차를 같이하던 동료가 실수로 도자기 제품 하나를 떨어뜨렸는데 누가 봐도 짝퉁인 게 분명했지만, 동료는 그 자리에서 6백만을 사기당했다.그때의 연성훈은 화가 나도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고 그 뒤로 다시는 그 가게의 일은 도울 엄두마저 나지 않았다.근데 지금 와서 박해진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저 사람들이 아마 타지에서 온 여행객들한테도 자주 사기를 치는듯싶었다.“도대체 무슨 일인데요?”강미주는 이상하게 여기면서 물었다.“우리 이 업계는 말이야, 빨리 사고 떠나야 해. 만약에 네가 가짜를 샀다고 해도 그냥 결제하고 떠나면 다시 환불은 안 해주는 법이야.” 박해진이 이어서 말했다.“근데 모아 쥬얼리 직원들은 달라. 고객이 실수하게 유도해서 물건을 망가뜨리게 하고는 이 물건이 얼마나 비싼지 말하면서 무조건 배상해야 한다고 우기고 돈을 뜯어내거든.”강미주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그래도 된다고요?”“이 바닥이 좀 구리긴 하지.”박해진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이었다.“게다가 저쪽이 나타나고 나서는 우리도 영향을 받았어. 저쪽 가게 때문에 온 사해 골동품 시장에 대한 소문도 나빠졌다니까.”강미주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박해진도 얼굴을 찌푸리긴 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일단은 강진혁이 강성 최고 갑부이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편인지라 강미주가 만약에 맞은 편의 모아 쥬얼리를 끝장내버려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연성훈은 박해진을 한번 보고는 씩 미소를 지었다. 박해진이 강미주를 장기 말로 쓸 생각이란걸 보아낸 것이었다. 그는 확실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은근슬쩍 강미주 뒤에 서서 사람들이 몰린 곳으로 같이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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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강미주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연성훈이 그녀를 향해 웃어 보였다.“내가 갈게!”“너는 뭘 알기나 해?”강미주가 의심 가득해서 물었다.“조금, 조금은 알아.”연성훈은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여보게, 진 사장!”진도권은 연성훈을 한눈에 알아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여기를 뭐 하러 와. 오늘 너한테 줄 일 따위는 없으니까 딴 데 가서 알아봐. 난 지금 바쁘다고.”연성훈은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진 사장, 아직도 눈치 못 챈 거예요? 우리 놀랍게도 동종 업계라고요!”진도권은 명백한 멸시를 티 내면서 말했다.“누가 너 같은 거랑 동종 업계래! 너처럼 막노동이나 하는 놈은 저리 멀리 좀 꺼져버려.”“왜 동종 업계가 아니겠어요.”연성훈은 입을 삐죽이면서 말했다.“우리 다 강도잖아요!”진도권은 얼굴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인파 중에서는 박장대소가 들렸다.“이 자식이 뭐 하자는 거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할 거면 저리 멀리 꺼져버리라니까.”그는 연성훈을 한번 노려보고 모녀 두 명을 향해서 재촉했다.“당신들, 빨리 돈이나 배상해요.”단발 소녀가 잠시 입을 오므렸고 부인은 얼굴빛이 어두워져서는 진도권을 노려보면서 카드를 꺼냈다.“잠시만요!”이때 연성훈이 나서서 손을 내저으면서 말을 보탰다.“진 사장, 이따위 짝퉁을 삼억에 판다고요? 양심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저녁에 잘 때 잠자리가 흉흉하진 않아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진도권도 표정관리를 못 해 연성훈을 째려보면서 말했다.“너처럼 막노동이나 하는 새끼가 뭘 안다고 간섭이야. 이건 진짜로 오백 년 넘은 명화라고!”모녀 둘은 연성훈의 등장에 한 줄기 희망을 본 듯해 보였다.연성훈은 은은하게 웃고는 손을 뻗었다. 진도권은 반응도 못 했는데 이미 정신을 차린 뒤에는 손에 있던 절반짜리 그림이 연성훈 손에 들어간 뒤였고 이어서 연성훈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진도권은 아연실색해서 물었다. 주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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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박해진네 가게로 돌아가는 길, 강미주는 여전히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성훈아. 네가 이 정도로 골동품에 대해서 잘 알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가짜란 건 어떻게 발견한 거야?”박해진도 아까 벌어진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고 연성훈을 향해 말했다.“예전에는 그냥 힘만 좀 좋은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골동품에 대해서도 잘 아네.”연성훈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심야 파수꾼 중 한 명으로, 이쪽 분야를 조금은 알고 있었고 그 밖에도 각 방면의 지식을 다 얕게나마 습득한 상태였다.그는 웃으면서 강미주를 향해 말했다.“먼저 고르고 있어!”“내 쪽에서 준비한 물건도 있긴 한데 직접 보면서 골라봐.”박해진은 조용히 연성훈을 흘깃 보고는 강미주에게 말했다.강미주는 여전히 연성훈이 진도권에게 한방 먹이는 사이다의 충격에 빠져있다가 박해진의 말을 듣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연성훈에게 말했다.“나 그러면 먼저 고르고 있을게.”연성훈은 박해진한테 말했다.“쟤가 고르고 있는 틈에 저는 아무렇게나 매장 좀 구경해도 문제 될 건 없겠죠.”박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연성훈은 진도권의 사기극을 폭로해 준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연성훈은 여전히 그때 자기 매장에서 막노동이나 하는 힘 좋은 알바에 불과했다. 하지만 데리고 온 강미주의 얼굴을 봐서라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구경만 하는 건 괜찮아. 대신 절대 만지지는 말라고. 만약에 정말 망가뜨리면 진짜 배상하기 어려울 테니까.”연성훈은 그냥 웃어넘기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강미주는 박해진을 따라서 물건을 고르러 갔다. 강진혁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강미주가 사기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될 듯싶었다.뒤따라 연성훈도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매점 안에는 물건들이 매우 많았는데 도자기나 옥으로 된 세공품들이 모두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잠깐 둘러보니 이곳엔 진품도 꽤 많았지만 짝퉁도 적지 않게 있었다. 연성훈도 강미주가 뭘 살지는 몰랐는데 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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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말을 마친 여자는 또 무언가 생각났는지 가죽 재킷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연성훈에게 주면서 얘기했다.“여기, 이건 내 명함이에요. 카카오톡이 없으면 전화를 걸어요.”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명함을 건네받았다.진미영도 고개를 끄덕이고 딸을 데리고 사라졌다.두 사람이 떠나자 연성훈은 그제야 그 명함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여명 그룹 회장, 진미영.“어쩐지 30억을 쉽게 주려고 한다고 했어. 그룹의 회장이니까 돈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연성훈은 의심을 거두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 계속 구경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옥팔찌 하나를 보고 옆의 직원에게 얘기했다.“저기요, 이 옥팔찌 좀 보고 싶은데요.”그 직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은 가격이 꽤 나가는 물건들이다. 연성훈이 물어본 옥팔찌는 가격이 2억 4천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그저 상품을 소개하는 사람이지 정말 계산을 할 때는 사장님이 직접 나와서 얘기하는 편이었다.하지만 연성훈의 옷차림을 봤을 때, 그는 이 옥팔찌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이때 마침 강미주와 박해진이 걸어들어왔다. 강미주는 이미 물건을 사고 포장까지 마쳤다. 연성훈이 거기서 직원과 얘기하는 것을 보자 두 사람이 걸어왔다. 박해진은 연성훈이 가리키는 옥팔찌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보는 눈이 있네. 이 팔찌는 꽤 값이 나가는 건데.”박해진의 말에는 ‘네가 이 팔찌를 살 수 있겠냐’냐는 뜻이 담겨 있었다.연성훈도 보아낼 수 있었다. 이 팔찌는 상당히 예뻤다. 그는 꺼내서 자세히 확인한 후 구윤아의 생일 선물로 사주고 싶었다.“박 사장님, 장사 하루 이틀 하시나. 꺼내 보는 건 괜찮죠?”연성훈이 너스레를 떨었다.박해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옆의 강미주를 보고 미간에 힘을 주고 직원에게 가볍게 눈치를 줬다.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옥팔찌를 담은 상자 그대로 꺼내서 주며 얘기했다.“이렇게 보세요.”연성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 상자를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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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저기, 팔 거예요 말 거예요?”연성훈이 마른기침을 하며 물었다.그의 목소리에 생각에 잠겨있던 강미주와 박해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박해진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팔지, 팔아야지!”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마음 한편에는 파도가 크게 이는 것 같았다.박해진은 이곳에서 막노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어떻게 다이아몬드 카드를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박해진도 신해 은행의 카드를 갖고 있었지만 그저 실버 카드일 뿐이었다. 다이아몬드 카드는 생전 처음 본 것이었다. 보통 신해 은행의 홍보 사진에서나 보던 것이었다.박해진은 다이아몬드 카드를 건네받고 옆의 직원에게 얘기했다.“얼른 카드 리더기 가져와!”그렇게 말하는 박해진의 손이 달달 떨리는 것 같았다.여자 직원은 그 카드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신해 은행 문턱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저 신해 은행은 돈 많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카드 리더기를 들고 연성훈의 카드를 긁었다. 계산이 빠르게 끝났다.연성훈은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선물 상자는 큰 장식이 없었다. 미소를 지은 연성훈은 강미주를 보며 말했다.“다 샀으면 이만 갈까?”강미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연성훈이 가진 다이아몬드 카드 때문에 놀란 그녀였다.강미주는 마른침을 삼키고 물었다.“너한테 왜 신해 은행 다이아몬드 카드가 있어?!”연성훈은 머리를 긁고 대답했다.“이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거야. 이미 30대를 지나서 나한테 온 거야.”“꺼져!”강미주가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어디서 난 건지 빨리 알려줘!”“비밀이야.”연성훈이 그녀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강미주는 바로 연성훈을 때려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하지만 연성훈이 얘기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만 뿌득뿌득 갈았다. 강미주의 마음속에서 연성훈은 또 신비한 사람으로 남았다.“먼저 가자.”연성훈이 얘기했다.강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박해진이 갑자기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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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남건우는 웃으면서 주서진에게 얘기했다.“서진 형, 오늘 좋은 곳에 데려가 줄게요. 잊지 못할 경험을 안겨 줄게요.”주서진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됐어. 저녁에 약속 있어. 신해 은행의 구윤아라고 알지? 나랑 백아현이랑 같이 대학 친구거든. 이번에 우리가 온 건 여행 때문이 아니야. 여행을 하는 김에 우리 청첩장도 나눠주고 윤아 생일 파티도 하려고 온 거야.”“구윤아가 오늘 생일이라고요?”진범수가 옆에서 환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이내 풀이 죽어 얘기했다.“어휴, 그런데 날 부르지도 않았어요.”“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뻔뻔해져야 해. 부르지 않았어도 알아서 찾아가면 되잖아. 나랑 같이 다니면서 보고 배우는 것도 없냐.”남건우는 진범수를 흘겨보며 얘기했다.진범수는 열심히 입을 비죽이며 얘기했다.“건우 형, 건우 형님은 얘기할 자격이 없어요. 강미주를 그렇게 오랫동안 따라다녔으면서 성공하지 못했잖아요. 그 둘 다 연성훈을 남친이라고 방패막이하던데.”남건우에게 그 말은 마치 상처에 소금을 쏟는 것과 같았다. 남건우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따르릉.이때 남건우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확인해 보던 그는 모든 사람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전화기 너머의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있었다. 중년 남성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여보세요, 건우니? 너 아직 차 수리 센터에 있니?”남건우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막 부정하려는데 그의 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그 수리 센터를 팔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서 돈을 다 맡겨놓고 남은 평생을 써야 할 것 같구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괜찮게 살 수 있을 거야.”그러자 남건우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아버지, 무슨 일인데요?”“우리 가문... 아마도 끝장날 것 같다.’전화기 너머의 아버지 목소리는 매우 공허했고 무거웠다.그 말을 들은 남건우는 번개를 맞은 듯 몸을 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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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연성훈은 코를 살짝 긁었다. 두 사람의 대화와 구윤아를 향해 구애하던 진범수를 떠올려 보면 신해 은행 강성 지사 은행장의 아들도 구윤아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강미주는 연성훈을 보면서 얘기했다.“아, 저번에 성훈 씨가 남자친구 역할을 해줬잖아. 이번에도 그렇게 해.’구윤아는 입술을 비죽이며 연성훈을 쳐다보았다.연성훈은 이 두 여자 때문에 어이가 없어 죽을 지경이었다.게다가 강미주가 연성훈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진범수를 포함한 몇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지만 지금 또 구윤아의 남자친구 역할을 하라니. 그 사람들이 믿을 리가 없었다.구윤아는 연성훈을 쳐다보았다.연성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얘기했다.“난 괜찮은데, 두 사람 다 나를 남자친구라고 소개했었으니 믿을 사람이 없을걸.”구윤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네. 아마 다들 안 믿을 거야. 됐어. 일단 신경 쓰지 말자. 먼저 들어가서 앉아. 아현이랑 서진이는 다 도착했어.연성훈은 놀라서 물었다.“백아현과 주서진도 알아?”구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나랑 백아현, 그리고 주서진은 다 대학 동창이야. 하지만 대학 때에 아현이는 서진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었어. 나도 주서진의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런데 결국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되네.”연성훈은 가볍게 웃으며 속으로 얘기했다.‘결혼은 무슨. 둘이 결혼하는 게 더 웃기네.’연성훈은 구윤아를 쳐다보았다. 구윤아도 인해 대학교 출신인 줄 몰랐다. 인해 대학교는 국내의 가장 좋은 대학교 중 하나였다. 그러니 구윤아가 신해 은행에서 일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강미주와 연성훈은 연회장으로 왔다. 연회장에는 적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연회장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그저 테이블 네 개를 놓았을 뿐이었다. 테이블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 나이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아마도 다 구윤아의 친구나 동료인 것 같았다. 아마 친척이나 웃어른과는 따로 생일을 보내는 것 같았다.구윤아는 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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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테이블에 앉은 다른 사람들도 같이 웃었다.진범수도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이쯤이면 올 사람들도 거의 다 왔고 웨이터들은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구윤아도 천천히 연회장으로 들어와서 방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제 생일파티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식사가 끝난 후 제가 제호 노래방에 VIP룸을 예약해 두었으니 2차까지 달리는 거예요!”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녀 옆 테이블에 있던 여자애 한 명이 액세서리 케이스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윤아야, 생일 축하해. 이건 피어싱인데 널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이야.”정교한 케이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디자인이 잘 되어있는 피어싱 한 쌍이 들어있었다.“고마워, 자기야.”구윤아는 그 여자애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케이스를 받아들고 옆에 있는 웨이터에게 넘겨줬다.그녀는 이미 많은 사람이 생일 선물을 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선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다 귀중한 선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저렴한 물건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하나당 몇십만 원은 하는 선물들이었다.대부분 사람이 선물을 주고 떠난 뒤, 강미주는 웃으며 선물 상자를 들고 일어나 구윤아 옆으로 다가가서는 상자를 열며 말했다.“이건 청화자기에요. 언니가 골동품 소장을 좋아하는 걸 알고 오늘 특별히 사해 골동품 시장까지 가서 구해온 거예요.”청화자기를 본 구윤아의 두 눈이 반짝였다.“고마워, 미주야. 나 너무 마음에 들어.”옆에 있던 주서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청화자기 꽤 괜찮아 보이는데. 적어도 천오백만 정도는 하겠는데.”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경악스러운 듯 하나둘씩 숨을 들이쉬었다.연성훈 테이블에 앉은 진범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꽤 값진 선물을 했는데, 그는 자신의 선물이 오늘 저녁에 구윤아가 받은 선물 중에서 제일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미주의 청화자기가 오늘 생일파티에서 제일 좋은 선물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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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이윤성에게 호명된 연성훈의 자연스레 파티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주서진은 옆에 앉아서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어떻게 당하는지 한번 보자고. 선물을 준비했다고 해도 엄청 초라한 선물일 거야. 내 크리스탈 무용신과 이윤성의 포르쉐가 있는데 선물을 꺼내는 즉시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도 못할 거야!”백아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와 달리 강미주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윤아도 연성훈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되었다.그녀는 연성훈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연성훈이 어떤 선물을 준비했든, 심지어 그 선물이 오백원짜리 물건이라고 해도 매우 기쁠 것 같았다.아주 묘한 기분이었다.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많은 사람의 놀란 눈길 속에 일어나서는 준비해놓았던 선물 상자를 꺼내 구윤아에게 건네주었다.“오늘 미주 씨한테서 네가 골동품을 좋아한다고 들어서 같이 사해 골동품 시장에 가서 선물 하나 골라봤어.”그는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구윤아에게 건네주었다.구윤아는 속으로 기뻐하며 선물 상자를 건네받으려고 했다.한쪽 무릎을 꿇고 구윤아를 지켜보던 이윤성은 구윤아 얼굴 표정의 변화를 똑똑히 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내가 꼭 이놈을 죽도록 망신당하게 만들어 주겠어!’그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이윤성은 구윤아가 선물 상자를 건네받기 전에 벌떡 일어나서는 선물 상자를 가로챘다. 그는 연성훈을 째려보면서 말했다.“와, 무슨 선물을 준비했는지 기대되네요.”그는 말하면서 선물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옥 팔찌 하나가 들어있었다.“쯧쯧, 윤아 남자친구로 가장하기 전에 농민노동자였다면서요.”이윤성은 연성훈을 보면서 이내 말을 이어갔다.“이 팔찌 사해 골동품 시장 노점에서 샀죠? 선물 상자는 정교해 보이는데 몇만 원 들었어요? 좋은 마음에 알려주는 거예요. 사실 사해 골동품 시장 노점에서 파는 물건들 다 가짜에요. 이 팔찌 몇천 원이면 살 수 있을걸요. 사기당한 것 같은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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