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먼저 볼일 보세요. 제가 이선생님을 모시고 아버지 상태를 좀 볼게요.” 조강이 말하며 이도현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이도현은 냉기가 온몸을 감싸는 기이한 기운을 느꼈다. 방 전체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방 안의 침대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보았다. 노인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보였고 얼굴 전체가 검게 그을린 듯 했으며 눈은 초점 없이 창밖을 응시하며 생기가 전혀 없었다. 노인은 백발이 성성하며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 노인의 모습은 마치 사람이 아닌 듯한 기괴한 느낌을 풍겼다. 노인에게 다가가자 이도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노인의 몸에는 여러 기운이 얽혀 있었다. 원한의 기운, 죽음의 기운, 살기와 음흉한 나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는 내력을 눈에 집중해 보았다. 노인의 몸은 이 사악한 기운들에 둘러싸여 있어 그의 생명력과 양기마저 심하게 억눌려 있었다. ‘이건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잖아!’ 이도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조강아, 저자는 누구냐? 왜 우리 집에 왔어?” 노인은 언짢은 기색을 띠며 차갑게 물었다. “아버지, 이분은 제가 모신 이선생님이에요. 아버지 병을 치료해 드리려고요.” “내가 무슨 병에 걸렸다고 그래? 병 없어. 이틀만 누워 있으면 다 나아.” 노인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이틀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요? 더 누워 있다가는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할 걸요?” 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 “이 자식이, 날 저주해?” 노인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저주라니요? 제가 저주할 필요도 없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것을 만났는지 본인이 더 잘 알잖아요. 이틀만 누워 있으면 괜찮아진다고요? 혹시라도 검은 당나귀 발굽 두 개 쥐고 있으면 염라대왕도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이도현은 비꼬듯 말했다. 이도현은 노인이 품속에 두 개의 당나귀 발굽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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