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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1061 - 챕터 1070

1135 챕터

제1061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에게서는 무척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도현은 예전에 선인암에서 조혜영을 구할 때, 그 고분 안에서 비슷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분은 죽은 자들이 묻힌 곳이니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한 명의 멀쩡한 산 사람에게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선생님, 여기 잠시 좀 봐주세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이도현이 노문호에게 소리쳤다. “노선생님, 제가 이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이따가 와서 이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그 남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어서 다녀오세요!” 노문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도현은 그 남자와 함께 밖으로 나와 사람 없는 구석진 곳으로 갔고 그 남자는 이도현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고맙지만 전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저를 그냥 조강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선생님. 지난번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네요!” 조강은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아까 무슨 일로 절 찾으셨는지 이제 말씀해 주시죠.” 이도현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조강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에 이도현은 그와 오래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조강에 대한 인상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강이 자신의 옛 애인 조혜영과 조씨 가문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덤을 도굴하는 일이거나 도둑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도 있는 일 말이다. 이도현은 그런 사람을 싫어했다. 특히 남자는 더 싫었다. 그는 이런 일에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조혜영 가문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해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조강이 같은 일을 할 것 같다는 의심만으로도 불쾌했다. “사실 이번에 제가 이선생님을 찾은 이유는 제 병 때문입니다.” 조강이 말했다. “병이라고요? 허, 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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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무슨 주사에 황포요? 무슨 악귀가 들린 거라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요. 과학을 믿으세요. 저는 환자가 많으니 얼른 당신 스승님을 큰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으세요.” 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더 이상 조강을 상대하지 않고 한의원 쪽으로 걸어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 며칠 왜 이렇게 얼굴이 간지럽지? 혹시 돈이 들어오는 건가? 돌아가서 책력을 한번 봐야겠네.”이도현의 뒷모습을 보며 조강 어리둥절했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도현을 급히 따라갔다. “이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한 번만 가서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말한 것처럼 귀신에 씌었든 선생님이 말한 과학을 믿는 것이든 어쨌든 병이잖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과학을 믿으라니까요. 왜 자꾸 귀신 들린 얘기를 꺼내요. 그렇게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하면 신당 찾아가서 무당이나 주술사를 부르세요. 복숭아나무 검으로 찔러주든가 찹쌀로 씻어주든가 하면 해결될 거 아니에요? 전문가에게 맡겨야 일이 쉬운 법입니다. 여기 근처에 무당이나 주술사는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돈 좀 쥐여주면 해줄 겁니다.” 이도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선생님, 제가 이렇게 찾아왔잖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가서 봐주세요.” 조강은 억지로 웃으며 간청했다. “시간 없어요. 여기 아직도 봐야 할 환자가 한가득인데 언제 귀신 씌운 것이나 연구하고 있겠어요. 우리 젊은이들끼리 과학을 믿읍시다, 과학! 알겠나요?” 이도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통 사람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한의원으로 돌아갔다. 그의 속도는 너무 빨라 사람들이 어떻게 순식간에 나타난 건지 알아채지 못했다.“이게 무슨 과학이야, 대체?” 조강은 눈을 비비며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확인했다.조강은 더 생각하지 않고 한의원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도현을 데리고 가서 스승님의 병을 보게 할 생각이었다. 그는 스승님의 병을 이도현이 틀림없이 고칠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이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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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이도현은 줄 서 있던 환자들을 모두 진료한 후에야 비로소 조강와 함께 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조강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스승은 어떤 일이든 서두르면 안 된다고 늘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의 업종에서는 더더욱 조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강이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하자면 사실은 그의 장인에게 속아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장인, 즉 그의 스승이다. 그는 대학교에 다닐 때 고고학을 전공했다. 이 전공으로 졸업하면 당연히 문화국에 들어가 일하며 고고학에 이바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그의 여자친구 역시 고고학을 전공했고 두 사람은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 때, 여자친구 부모의 허락을 받고 서로의 부모를 만난 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그는 문화국에 지원해 고고학 연구에 몸담고자 했지만 당시 여자친구가 강하게 반대했다. 여자친구는 졸업 후 결혼하고, 결혼 후에는 집과 차를 사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며 그를 설득했다. 문화국 월급으로는 집을 사고 차를 사며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기저귀는 어떻게 사고 분유는 어떻게 할 건지 이런 현실적인 질문들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현실에 굴복하여 고고학자가 되어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 후 몇몇 직장에 취직해봤지만 월급은 너무 적었고 집을 사기는커녕 벽돌 한 장도 살 수 없는 형편이었다. 고고학 전공으로는 고임금 직장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혼 날짜는 다가오는데 집조차 없는 상황에서 결혼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여자친구는 집을 빌려서라도 결혼할 수 있다고 했지만 조강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혼은 인생에서 중요한 일인데 아내를 위해 집 한 채도 마련하지 못한 채 결혼식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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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이렇게 돈이 쉽게 벌리는 느낌에 그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꿈같은 건 다 헛소리였고 돈이야말로 최고였다. 그 첫 도굴 작업 이후 그는 왜 대학에서 그 청순한 여대생들이 몸을 팔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졸업 후에는 아예 전문적인 유흥업계에 종사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돈이 빠르고 쉽게 벌리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한 달 내내 나사를 돌려봐야 100만 원, 적으면 60만 원을 버는 반면 이런 일을 하면 그냥 누워만 있어도 몇 분 동안 움직이고 나면 10만 원이고 운 좋게 돈 많은 사람을 만나면 몇 분 만에 몇십만 원을 벌 수 있었다. 조금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하룻밤에 20만 원, 많게는 몇백만 원 이상을 벌 수도 있었고 이는 공장에서 1년 동안 벌어도 못 버는 돈이었다. 이렇게 비교하고 나면 누가 공장에 가려고 하겠는가? 돈이 가져다주는 쾌락을 한 번 맛본 후에는 다른 건 다 의미 없었다. 체면이든 자존심이든 다 부질없는 것이었고 돈만이 진리였다. 조강 역시 그런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감각에 완전히 홀려버렸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한 번 경험한 후로는 이 일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국 조강은 그 일에 빠져들었고 그의 장인은 이제 스승이 되었다. 스승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저 호칭이 아니었다. 몇 년간 도굴 작업을 하며 그는 스승이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묘지를 찾는 분금정혈 방면에서는 그야말로 신통했다. 그가 대학에서 고고학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을 때 그들이 고분을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고분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발 도중 발견되거나 건축 작업 중에 발견된 것들이었고 아니면 도굴범들이 파놓은 구멍을 보고 신고를 받은 후에야 발견된 것들이었다. 그들 스스로 고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인은 달랐다. 장인은 별자리, 나침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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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사실 처음에는 이도현에게 그의 스승을 치료해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스승이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봐도 병명을 알아내지 못하자 어느 날 밤 그의 장모가 귀신에 씌인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그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날 밤 이도현이 그의 아내를 치료할 때 황포와 주사를 준비한 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이런 물건들이 왜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황포와 주사는 주로 음양도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도현이 방에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상태가 회복된 것을 생각하면 그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방금 이도현과의 대화 중 그가 자신의 직업을 단번에 알아채고 보인 반응은 그가 스승을 정말로 치료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한의원에서 나온 두 사람은 길 끝까지 걸어갔고 조강은 이도현에게 차에 타라고 권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차를 몰아 온성으로로 향했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밤길을 좀 자제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도현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전하던 조강이 잠시 당황하더니 물었다.“이선생님, 제 직업을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한번 말씀해 보실 수 있나요?” 조강은 자신의 직업이 발각되었을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걸 말하는 게 재미있어요?” 이도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비꼬듯 말했다.“이미 몇백 년, 몇천 년 전에 죽은 사람들인데 그걸 돈 몇 푼 때문에 굳이 파헤쳐야 해요?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그런 짓을 안 할 텐데요. 당신들 하는 일에 대해 나도 좀 아는 게 있어요. 사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인과응보를 더 잘 믿는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왜 멈추지 못하는 거예요? 적당히 벌었으면 멈추는 게 맞지 않아요?” 이도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도굴꾼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미신을 더 믿고 무덤을 도굴할 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혼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도굴한 물건 역시 전부 가져가지 않고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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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그 병원의 의사와 그 부자는 여전히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어요. 그 아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은 건강하게 살면서 결국 선행을 베푸는 사람으로까지 칭송받더군요. 이선생님은 그들이 양심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이 벌을 받았나요? 이 썩어빠진 사회에는 도덕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요. 도덕과 법은 오로지 평범한 사람들을 얽매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진지하게 도덕을 따지고 살면 평생 가난과 억울함 속에서 허덕일 뿐이에요! 부자는 수천억을 횡령해도 몇 년만 선고하고 가난한 사람은 도토리 하나 훔쳐도 10년 형을 받는 세상이에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조강의 말에 이도현은 할 말이 없었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 비참한 현실은 분명히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결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 대단한 인물들이 저지르는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악마임이 드러나곤 했다.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한마디만 충고하고 싶어요. 멈출 수 있을 때 멈추세요. 강가를 자주 걸으면 신발이 젖는 건 시간문제에요. 어떤 일은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그 고분들 안에 어떤 것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열 번 중 아홉 번은 무사할지 몰라도 단 한 번이라도 무언가에 걸리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 당신 가족, 당신 아내, 그리고 이제 몇 개월 된 당신 아기는 어떻게 할 겁니까? 당신이 겪은 그 일들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확신해요? 그 일들이 전혀 연관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괜히 나중에 후회할 기회조차 없어질 때까지 버티지 마세요.” 이도현의 말을 들은 조강은 한동안 침묵했고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렇게 말했다. “충고해 줘서 감사합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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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아니, 이선생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당황한 조강이 의아해하며 웃으며 물었다. “왜 날 부른 거죠?” 이도현이 반문했다. 조강은 더욱 당황하며 속으로 이선생님이 도대체 왜 이렇게 알쏭달쏭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제 스승의 병을 치료하려고 부른 거죠.” 이도현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아버지 병이 왜 생겼는지는 당신이 모르는 거예요? 아이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면역력이 약해요. 옛날 어르신들 말대로 아이들은 종종 불결한 것을 볼 수 있어서 쉽게 영향을 받아요. 당신 아버지가 왜 아프게 됐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당신이 아이를 이 집에 데리고 오다니. 아이까지 병들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내 말이 맞다면 요즘 당신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할 거예요. 심하면 한밤중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할 거고 아이가 정신이 없고 거의 매일 잠만 자거나 울기만 하는 상태일 거예요.” 이도현의 돌직구에 부부는 얼굴을 찌푸리며 표정이 심각해졌다. 조강의 아내가 말했다. “맞아요! 아버지가 병에 걸린 후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울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에 있을 때는 정말 얌전했거든요. 잘 울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 오자마자 계속 울어요. 며칠 전에는 열이 나서 병원에 다녀왔고 이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최근에 잠이 많아지고 힘이 하나도 없고 웃지도 않아요. 제가 아무리 장난을 쳐도 반응이 없어요. 저는 단지 열이 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혹시 아버지 때문인 건가요?” “아이가 빨리 회복되길 원한다면 이 방에서 데리고 나가고 내일 아이를 데리고 햇볕을 많이 쬐게 해보세요.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다행히 아이가 아들이라서 망정이지 만약 딸이었다면 지금쯤 울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어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도현의 말에 부부는 겁에 질렸고 아내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도 잊은 채 즉시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집과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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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어머니, 먼저 볼일 보세요. 제가 이선생님을 모시고 아버지 상태를 좀 볼게요.” 조강이 말하며 이도현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이도현은 냉기가 온몸을 감싸는 기이한 기운을 느꼈다. 방 전체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방 안의 침대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보았다. 노인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보였고 얼굴 전체가 검게 그을린 듯 했으며 눈은 초점 없이 창밖을 응시하며 생기가 전혀 없었다. 노인은 백발이 성성하며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 노인의 모습은 마치 사람이 아닌 듯한 기괴한 느낌을 풍겼다. 노인에게 다가가자 이도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노인의 몸에는 여러 기운이 얽혀 있었다. 원한의 기운, 죽음의 기운, 살기와 음흉한 나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는 내력을 눈에 집중해 보았다. 노인의 몸은 이 사악한 기운들에 둘러싸여 있어 그의 생명력과 양기마저 심하게 억눌려 있었다. ‘이건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잖아!’ 이도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조강아, 저자는 누구냐? 왜 우리 집에 왔어?” 노인은 언짢은 기색을 띠며 차갑게 물었다. “아버지, 이분은 제가 모신 이선생님이에요. 아버지 병을 치료해 드리려고요.” “내가 무슨 병에 걸렸다고 그래? 병 없어. 이틀만 누워 있으면 다 나아.” 노인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이틀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요? 더 누워 있다가는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할 걸요?” 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 “이 자식이, 날 저주해?” 노인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저주라니요? 제가 저주할 필요도 없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것을 만났는지 본인이 더 잘 알잖아요. 이틀만 누워 있으면 괜찮아진다고요? 혹시라도 검은 당나귀 발굽 두 개 쥐고 있으면 염라대왕도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이도현은 비꼬듯 말했다. 이도현은 노인이 품속에 두 개의 당나귀 발굽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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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조강은 미안한 듯 이도현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다른 의사도 불렀는지 몰랐어요. 정말 죄송해요.” 이도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괜찮아요. 당신들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훌륭한 분을 초청했으니 저는 빠지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죠.” 이제 이도현의 마음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살벌했던 시절이었다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말은 안 했을지라도 이 가족의 일은 절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더라도 그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평온하게 괜찮다는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살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이도현의 손바닥 한 대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도현은 마음에 아무런 동요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방을 나섰다.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순순히 조강을 따라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예전 같았다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이렇게까지 굽히며 참았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마음가짐이 변한 덕분이었다. 많은 것을 겪고 나니 이해할 줄도 알게 된 것이다. 이도현이 방으로 들어간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조강의 장모가 현관문을 열고 매우 공손하게 신의를 맞이했다. “장신의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조강아, 빨리 장신의님께 차를 대접해 드려라. 장신의님께서 좀 쉬실 수 있도록 해.” 장모의 목소리에는 극진한 환대가 담겨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먼저 환자부터 보겠습니다.” 장신의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도현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장모가 초대한 대단한 인물이 누군가 했더니 자신의 제자인 장신의였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스승인 자신을 내쫓아놓고 제자를 불러 병을 진찰하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조강의 장모는 아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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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사람들이 너를 신의라고 부른다지만 이렇게 허술한 태도로 어떻게 신의라는 칭호를 감히 자처할 수 있느냐?” 이도현은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호통을 쳤다. 그의 꾸짖는 말에 조강와 장모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특히 장모는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했다. 장지민은 그녀가 온갖 노력을 들여 완성에서 어렵게 모셔 온 신의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기분이 상해 돌아가기라도 한다면 친구들에게 무슨 낯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스승을 모욕하는 말을 듣고 장지민은 이도현의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누구야! 당장 이리 나오지 못해?” 장지민이 문밖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이 건방진 자를 혼쭐내 주려고 했지만 문밖에 나타난 이도현을 보자마자 멍해졌다. 순간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어, 어라?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감히 당장 나오라고 했다고? 맙소사!’ 장지민은 나이가 꽤 많은데도 거의 기절할 뻔했다. 한의학에서는 스승을 부모처럼 존경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그는 방금 자기 스승에게 당장 나오라고 말한 셈이었다. 이건 마치 자기 아버지에게 늙은이, 당장 이리 나오라고 외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무사할 수 있겠는가? “당장 나오라고? 참으로 위세가 대단하구나, 장신의님. 나와 보았으니 이제 어떻게 할 텐가?” 이도현은 냉담한 얼굴로 장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 스승님...” 장지민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 자리에서 곧장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조강과 장모는 그저 망연자실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이 든 장지민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도현이 장지민의 스승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두 사람의 나이 차이로 보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승님이라니... 장신의님, 제가 감히 당신의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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