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돈이 쉽게 벌리는 느낌에 그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꿈같은 건 다 헛소리였고 돈이야말로 최고였다. 그 첫 도굴 작업 이후 그는 왜 대학에서 그 청순한 여대생들이 몸을 팔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졸업 후에는 아예 전문적인 유흥업계에 종사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돈이 빠르고 쉽게 벌리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한 달 내내 나사를 돌려봐야 100만 원, 적으면 60만 원을 버는 반면 이런 일을 하면 그냥 누워만 있어도 몇 분 동안 움직이고 나면 10만 원이고 운 좋게 돈 많은 사람을 만나면 몇 분 만에 몇십만 원을 벌 수 있었다. 조금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하룻밤에 20만 원, 많게는 몇백만 원 이상을 벌 수도 있었고 이는 공장에서 1년 동안 벌어도 못 버는 돈이었다. 이렇게 비교하고 나면 누가 공장에 가려고 하겠는가? 돈이 가져다주는 쾌락을 한 번 맛본 후에는 다른 건 다 의미 없었다. 체면이든 자존심이든 다 부질없는 것이었고 돈만이 진리였다. 조강 역시 그런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감각에 완전히 홀려버렸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한 번 경험한 후로는 이 일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국 조강은 그 일에 빠져들었고 그의 장인은 이제 스승이 되었다. 스승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저 호칭이 아니었다. 몇 년간 도굴 작업을 하며 그는 스승이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묘지를 찾는 분금정혈 방면에서는 그야말로 신통했다. 그가 대학에서 고고학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을 때 그들이 고분을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고분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발 도중 발견되거나 건축 작업 중에 발견된 것들이었고 아니면 도굴범들이 파놓은 구멍을 보고 신고를 받은 후에야 발견된 것들이었다. 그들 스스로 고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인은 달랐다. 장인은 별자리, 나침반, 산
사실 처음에는 이도현에게 그의 스승을 치료해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스승이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봐도 병명을 알아내지 못하자 어느 날 밤 그의 장모가 귀신에 씌인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그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날 밤 이도현이 그의 아내를 치료할 때 황포와 주사를 준비한 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이런 물건들이 왜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황포와 주사는 주로 음양도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도현이 방에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상태가 회복된 것을 생각하면 그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방금 이도현과의 대화 중 그가 자신의 직업을 단번에 알아채고 보인 반응은 그가 스승을 정말로 치료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한의원에서 나온 두 사람은 길 끝까지 걸어갔고 조강은 이도현에게 차에 타라고 권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차를 몰아 온성으로로 향했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밤길을 좀 자제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도현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전하던 조강이 잠시 당황하더니 물었다.“이선생님, 제 직업을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한번 말씀해 보실 수 있나요?” 조강은 자신의 직업이 발각되었을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걸 말하는 게 재미있어요?” 이도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비꼬듯 말했다.“이미 몇백 년, 몇천 년 전에 죽은 사람들인데 그걸 돈 몇 푼 때문에 굳이 파헤쳐야 해요?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그런 짓을 안 할 텐데요. 당신들 하는 일에 대해 나도 좀 아는 게 있어요. 사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인과응보를 더 잘 믿는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왜 멈추지 못하는 거예요? 적당히 벌었으면 멈추는 게 맞지 않아요?” 이도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도굴꾼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미신을 더 믿고 무덤을 도굴할 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혼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도굴한 물건 역시 전부 가져가지 않고 특히
“그 병원의 의사와 그 부자는 여전히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어요. 그 아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은 건강하게 살면서 결국 선행을 베푸는 사람으로까지 칭송받더군요. 이선생님은 그들이 양심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이 벌을 받았나요? 이 썩어빠진 사회에는 도덕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요. 도덕과 법은 오로지 평범한 사람들을 얽매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진지하게 도덕을 따지고 살면 평생 가난과 억울함 속에서 허덕일 뿐이에요! 부자는 수천억을 횡령해도 몇 년만 선고하고 가난한 사람은 도토리 하나 훔쳐도 10년 형을 받는 세상이에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조강의 말에 이도현은 할 말이 없었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 비참한 현실은 분명히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결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 대단한 인물들이 저지르는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악마임이 드러나곤 했다.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한마디만 충고하고 싶어요. 멈출 수 있을 때 멈추세요. 강가를 자주 걸으면 신발이 젖는 건 시간문제에요. 어떤 일은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그 고분들 안에 어떤 것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열 번 중 아홉 번은 무사할지 몰라도 단 한 번이라도 무언가에 걸리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 당신 가족, 당신 아내, 그리고 이제 몇 개월 된 당신 아기는 어떻게 할 겁니까? 당신이 겪은 그 일들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확신해요? 그 일들이 전혀 연관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괜히 나중에 후회할 기회조차 없어질 때까지 버티지 마세요.” 이도현의 말을 들은 조강은 한동안 침묵했고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렇게 말했다. “충고해 줘서 감사합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더
“아니, 이선생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당황한 조강이 의아해하며 웃으며 물었다. “왜 날 부른 거죠?” 이도현이 반문했다. 조강은 더욱 당황하며 속으로 이선생님이 도대체 왜 이렇게 알쏭달쏭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제 스승의 병을 치료하려고 부른 거죠.” 이도현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아버지 병이 왜 생겼는지는 당신이 모르는 거예요? 아이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면역력이 약해요. 옛날 어르신들 말대로 아이들은 종종 불결한 것을 볼 수 있어서 쉽게 영향을 받아요. 당신 아버지가 왜 아프게 됐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당신이 아이를 이 집에 데리고 오다니. 아이까지 병들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내 말이 맞다면 요즘 당신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할 거예요. 심하면 한밤중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할 거고 아이가 정신이 없고 거의 매일 잠만 자거나 울기만 하는 상태일 거예요.” 이도현의 돌직구에 부부는 얼굴을 찌푸리며 표정이 심각해졌다. 조강의 아내가 말했다. “맞아요! 아버지가 병에 걸린 후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울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에 있을 때는 정말 얌전했거든요. 잘 울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 오자마자 계속 울어요. 며칠 전에는 열이 나서 병원에 다녀왔고 이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최근에 잠이 많아지고 힘이 하나도 없고 웃지도 않아요. 제가 아무리 장난을 쳐도 반응이 없어요. 저는 단지 열이 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혹시 아버지 때문인 건가요?” “아이가 빨리 회복되길 원한다면 이 방에서 데리고 나가고 내일 아이를 데리고 햇볕을 많이 쬐게 해보세요.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다행히 아이가 아들이라서 망정이지 만약 딸이었다면 지금쯤 울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어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도현의 말에 부부는 겁에 질렸고 아내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도 잊은 채 즉시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집과 그리
“어머니, 먼저 볼일 보세요. 제가 이선생님을 모시고 아버지 상태를 좀 볼게요.” 조강이 말하며 이도현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이도현은 냉기가 온몸을 감싸는 기이한 기운을 느꼈다. 방 전체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방 안의 침대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보았다. 노인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보였고 얼굴 전체가 검게 그을린 듯 했으며 눈은 초점 없이 창밖을 응시하며 생기가 전혀 없었다. 노인은 백발이 성성하며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 노인의 모습은 마치 사람이 아닌 듯한 기괴한 느낌을 풍겼다. 노인에게 다가가자 이도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노인의 몸에는 여러 기운이 얽혀 있었다. 원한의 기운, 죽음의 기운, 살기와 음흉한 나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는 내력을 눈에 집중해 보았다. 노인의 몸은 이 사악한 기운들에 둘러싸여 있어 그의 생명력과 양기마저 심하게 억눌려 있었다. ‘이건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잖아!’ 이도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조강아, 저자는 누구냐? 왜 우리 집에 왔어?” 노인은 언짢은 기색을 띠며 차갑게 물었다. “아버지, 이분은 제가 모신 이선생님이에요. 아버지 병을 치료해 드리려고요.” “내가 무슨 병에 걸렸다고 그래? 병 없어. 이틀만 누워 있으면 다 나아.” 노인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이틀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요? 더 누워 있다가는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할 걸요?” 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 “이 자식이, 날 저주해?” 노인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저주라니요? 제가 저주할 필요도 없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것을 만났는지 본인이 더 잘 알잖아요. 이틀만 누워 있으면 괜찮아진다고요? 혹시라도 검은 당나귀 발굽 두 개 쥐고 있으면 염라대왕도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이도현은 비꼬듯 말했다. 이도현은 노인이 품속에 두 개의 당나귀 발굽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조강은 미안한 듯 이도현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다른 의사도 불렀는지 몰랐어요. 정말 죄송해요.” 이도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괜찮아요. 당신들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훌륭한 분을 초청했으니 저는 빠지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죠.” 이제 이도현의 마음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살벌했던 시절이었다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말은 안 했을지라도 이 가족의 일은 절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더라도 그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평온하게 괜찮다는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살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이도현의 손바닥 한 대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도현은 마음에 아무런 동요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방을 나섰다.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순순히 조강을 따라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예전 같았다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이렇게까지 굽히며 참았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마음가짐이 변한 덕분이었다. 많은 것을 겪고 나니 이해할 줄도 알게 된 것이다. 이도현이 방으로 들어간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조강의 장모가 현관문을 열고 매우 공손하게 신의를 맞이했다. “장신의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조강아, 빨리 장신의님께 차를 대접해 드려라. 장신의님께서 좀 쉬실 수 있도록 해.” 장모의 목소리에는 극진한 환대가 담겨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먼저 환자부터 보겠습니다.” 장신의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도현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장모가 초대한 대단한 인물이 누군가 했더니 자신의 제자인 장신의였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스승인 자신을 내쫓아놓고 제자를 불러 병을 진찰하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조강의 장모는 아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사람들이 너를 신의라고 부른다지만 이렇게 허술한 태도로 어떻게 신의라는 칭호를 감히 자처할 수 있느냐?” 이도현은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호통을 쳤다. 그의 꾸짖는 말에 조강와 장모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특히 장모는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했다. 장지민은 그녀가 온갖 노력을 들여 완성에서 어렵게 모셔 온 신의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기분이 상해 돌아가기라도 한다면 친구들에게 무슨 낯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스승을 모욕하는 말을 듣고 장지민은 이도현의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누구야! 당장 이리 나오지 못해?” 장지민이 문밖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이 건방진 자를 혼쭐내 주려고 했지만 문밖에 나타난 이도현을 보자마자 멍해졌다. 순간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어, 어라?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감히 당장 나오라고 했다고? 맙소사!’ 장지민은 나이가 꽤 많은데도 거의 기절할 뻔했다. 한의학에서는 스승을 부모처럼 존경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그는 방금 자기 스승에게 당장 나오라고 말한 셈이었다. 이건 마치 자기 아버지에게 늙은이, 당장 이리 나오라고 외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무사할 수 있겠는가? “당장 나오라고? 참으로 위세가 대단하구나, 장신의님. 나와 보았으니 이제 어떻게 할 텐가?” 이도현은 냉담한 얼굴로 장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 스승님...” 장지민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 자리에서 곧장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조강과 장모는 그저 망연자실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이 든 장지민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도현이 장지민의 스승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두 사람의 나이 차이로 보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승님이라니... 장신의님, 제가 감히 당신의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얼른
연장자인 장지민은 이도현이라는 어린 녀석에게 혼이 나자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스승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자가 잘못했습니다!”장지민은 공손하게 말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환자를 살리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나가서 황포, 붓, 그리고 주사를 가져오세요!”이도현이 아까 자신을 쫓아냈던 장모를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아까 장지민이 이도현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본 장모는 이제서야 이도현이야말로 진짜 고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남편의 목숨이 이도현의 손에 달려있으니 뺨을 맞는 일이 있더라도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황포, 붓, 주사를 들고 조강이 방으로 들어왔다. 이들이 도굴꾼이라 그런지 이런 물건들은 집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나가세요. 내가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는 방에 들어오지 마세요. 제 말을 따르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면, 절대 제 탓하지 마세요.”이도현은 냉정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이도현 선생님, 선생님이 지시하지 않는 한 절대 방에 들어가지 않겠습니다!”이도현의 차가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조강은 화내지 않고 공손하게 말한 뒤 방에서 나갔다.“넌 옆에서 지켜봐. 오늘 내가 너에게 한의학이 얼마나 깊이 있는 학문인지 깨닫게 해주마. 지금 네가 아는 것들은 겨우 피상적인 지식일 뿐이다. 앞으로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단순한 추측으로 처방을 내리는 일이 있다면 다시는 나에게 의술을 배웠다고 말하지 마라! 비록 내가 너에게 직접 의술을 가르치진 않았지만 내가 준 필기록들만으로도 평생 공부할 수 있을 거다. 네가 나를 스승이라 부를 자격은 있다.”이도현은 주사를 만들며 엄숙하게 말했다.한쪽에 서 있던 장지민은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이도현의 교육이 끝난 후 장지민은 공손하게 말했다.“스승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비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