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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왕의 비밀: Chapter 51 - Chapter 60

382 Chapters

제51화

주희가 쓰러졌다.강현정은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주희야...”그녀는 힘겹게 고통을 참고 있었다.고개를 연신 젓고 있는 그녀는 입술이 피로 물들어 있었고 심한 통증으로 온몸이 아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전하의 손...”강현정은 손을 내려다보았다.무심한 화살의 흔적 때문에 손은 피로 흥건하게 젖었다.둘은 섬뜩했다.현왕의 조준 능력은 예상보다 정확했다.고개를 저으며 고통을 삼키고 있는 주희는 강현정만 바라보고 있었다.강현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주희가 잘못한 거니 뒤처리는 현왕이 하는 게 좋겠다.”그는 그녀를 매몰차게 밀쳤다. 그녀는 그렇게 바닥으로 버려졌다.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 전 현왕이 모질게 쐈던 활이 주희 흉부에 남아 있지 않고 관통했다. 그랬기에 그의 이런 행동이 그녀에게 2차 상해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월영은 강현준의 옷자락을 움켜쥔 채 그저 담담하게 주희를 바라보았다.비록 화살이 흉부를 관통했지만, 그녀의 목숨까지 빼앗으려던 것은 아닌 강현준은 주희의 심장을 겨냥하지 않았다. 고월영은 의학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하지만 다른 이들은 주희가 곧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마음이 무거워 보이는 그들은 하나같이 경직된 표정이었다.주희는 이미 오랜 시간을 강현정의 곁에 있었다.비록 어떠한 명분도 내어주지는 않았지만, 그가 그녀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상처를 입은 그녀를 차디찬 바닥에 버렸다.현왕이 무정하다고 하지만 정왕도 똑같았다.강현준은 주희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강현정을 바라봤다.“버리시는 건가요?”강현정이 웃었다.“그저 조금 재미만 본 거다. 내가 너처럼 주위의 여자에 연민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거냐?”무심하게 쏘아붙이는 강현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월영을 한번 훑었다.그의 시선은 마치 독사마냥 그녀의 온몸을 집요하게 고문하는 것 같았다. 강현준의 손끝을 바라보는 고월영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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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모두 발걸음을 멈췄다.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고월영에게 향했다.현왕이 고월영을 업으려 한다고?그들은 별안간 그들이 돌아올 때 절뚝이며 걸어오던 고월영의 모습이 떠올랐다.절벽 아래에서부터 그런 느린 속도라면 내일이 밝아야 간신히 여기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럼, 그 길을 현왕이 그녀를 업고 왔단 말인가?추측으로 가득한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고월영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강현준의 옷을 잡고 있던 그녀는 손을 풀었다.비록 정왕은 주희를 밀쳤지만, 고월영은 정왕이 주희를 아주 아끼고 있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그는 단지 자신의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더욱 아랑곳하지 않은 척하는 만큼 사실은 더욱 신경 쓰이는 법이다.그렇다면 그녀를 이렇게 대놓고 애지중지하고 있는 강현준은 그녀를 약 올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씁쓸함을 느낀 고월영은 낮은 소리로 그를 마다했다.“괜찮습니다. 저는 말을 타고 가면 됩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강현준이 돌아보았을 때의 그녀의 모습은 온몸으로 거부하는 듯한 몸짓이었다.점점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에 표정이 어두워진 그는 그만 기분이 잡쳤다.그는 손을 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안전하게 모셔라.”그러자 지언이 말과 함께 다가오며 공손하게 말했다.“왕비님, 오르세요.”고월영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져있는 주희를 힐끔 보았다지언: “왕비님을 습견한 자이기에 왕께서는 왕비님의 결정에 맡기시겠다고 하셨습니다.”“정왕의 저택으로 보내세요.”고월영은 지언의 부축으로 말에 올랐고 고개를 돌려 주희를 보았다.주희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마음속에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밀려들었다.이것이 왕의 여자로서 맞이하게 될 피할 수 없는 결말인가?남자는 여자를 오냐오냐하며 떠받들어도 결코 사랑하지는 않는다.아마 정말로 조금 중요할지도 모르지만, 권력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다.고월영이 떠나고 주희도 정왕의 저택으로 돌아갔다.밤이 되고, 강현정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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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청아가 고월영을 모시며 안비의 뜻이라고 했다.시안이 그토록 겁을 먹은 것은 얼마 전 자객을 잡으러 왔을 때 고월영이 안중에도 없는 청아 행동이 소름 끼쳤기 때문이다.시안에게는 안비 사람들이 건드려 선 안 되는 사람들이다.시안이 고월영을 부축했다.어제보다 발목 상태가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통증이 있었다.여전히 절뚝이고 있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의자에 앉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안비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한치의 놀라움도 보아낼 수 없었다.마치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고월영은 시안에 의지하며 그녀에게 인사했다.“어머님.”“발목을 접질렸을 뿐이옵니다. 별거 아니라서 금방 나을 겁니다.”안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너도 이젠 우리 집안 사람이니 앞으로의 거사들은 너와 형님이 함께 잘 이끌어야 한다.”“형..님?”고월영의 심장이 갑자기 철렁 내려앉았다.안비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난 오늘 너랑 왕비를 들이는 것에 대해 상의하러 여기 온 거란다.”왕비!이 가문에는 왕이 두 명 있었다.우왕은 이미 결혼했다.그럼 이건 당연히 강현준의 혼사를 말하는 것이다.“이분은 안양 대감의 따님이고, 이분은 소군 대감의 손녀다, 그리고 이분은...”안비는 사진 여러 장을 고월영에게 보여주었다.그녀는 여전히 웃음이 만개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분은 서정 장군의 딸이고 문무에 뛰어나 왕비로 제격이다.”“이 세 명 중에서 한번 골라보거라.”옷 속에 숨겨진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창백한 얼굴에 억지스러운 미소가 걸렸다.“윗사람의 혼사는 어머니께서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사옵니다. 저는 자격이 없는 것 같사옵니다.”그에게 왕비를... 무엇때문인지 그렇게 하면 그가 고월영을 죽이려 들 것 같았다.하여 그녀는 그의 일에는 잠자코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그럼 안 된다. 너도 우리 집안의 주인인데 앞으로는 형님하고 함께 이 집안을 책임져야 한단 말이다.”날카로운 눈빛 뒤에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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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준아!”안비가 그를 흘겼다. 하지만 나무라려 하는 뜻은 없었다.“말을 왜 그렇게 하는 거냐? 모두 널 위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그렇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고월영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더 이상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고약한 성격이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안비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고월영은 몸을 돌렸다.그리고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났다.고월영의 모습이 멀어지자 안비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도 자취를 감췄다.탁-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찻잔이 그의 발 옆에 떨어졌다.그제야 밖을 바라보던 그가 시선을 거뒀다.“왜 이러시는 것입니까?”“저 애가 뭐라고 목숨까지 내 던지냔 말이다! 너의 안중에 내가 있긴 한 거냐?”어제 수렵장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도 안 모양이다.그녀가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서슴없이 벼랑에서 뛰어내렸다.미친 것인가?“제가 구한 것은 강현우의 와이프이옵니다.”강현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하지만 너무 화가 난 안비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내가 너를 낳고 키웠다. 남의 눈을 속을 수 있어도 내 눈은 못 속인다.”강현준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비를 더 격분하게 만드는 것은 아들의 이런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칼을 목에 대더라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기억해라! 그 애는 현우의 와이프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렸다.“운조가 또 시끄러워서 너의 아바마마가 제압하려고 계획을 짜고 있더구나. 아마도 너한테 맡길 거다.”“아무튼, 떠나기 전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꼭 선택해 놔라.”...그날 이후, 고월영은 강현준을 보지 못했다.운조가 시끄러워져 수성의 민심이 황황했다.그리고 그 소문은 경성에서 급속도로 퍼졌다.비록 경성이 수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요 몇 년 동안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전 대륙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누구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결국에 현왕이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시안은 짐을 싸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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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오늘 밤, 망월각은 손님이 찾아온 것 같았다.지언은 고월영을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전하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지요? 제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급한 일로 상의할 게 있어요.”이건 직접 얼굴을 보며 말을 꺼내야 한다. 지언을 통해 전달한다면 돌고 돌아 언제쯤 최신 소식을 알 수 있을지 모른다. 평소 그녀에게 깍듯했던 지언이 그녀를 자꾸 붙잡는다.“죄송합니다. 오늘은 중요한 분과 선약이 있으셔서 곤란...”“그럼, 손님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죠.”고월영은 머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정자로 향했다. 그 모습은 쉬이 돌아갈 것 같지 않았다.그녀의 발목은 이쯤이면 거의 나을 때도 된 것 같았으나 아직 움직임이 시원찮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는 다행히 괜찮아 보였다. 그가 뒤를 따랐다.“가을밤은 공기가 차서 감기 걸릴 수도 있사옵니다.”“괜찮아요. 저는 그 정도로 허약체는 아니랍니다.”고월영이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마음이 무거워서 웃음도 나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본 어두운 하늘과 같이 그녀도 우울했다.마치 비라도 내릴 것 같이 답답한 공기, 날씨는 확실히 좋지 않았다.“무사님...”“저의 이름을 부르시면 됩니다.”“지언 씨 등불을 들어줄래요? 책을 좀 보고 싶어서요.”고월영의 시선은 여전히 하늘에 머물러 있다.정자에도 작은 등불이 있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시력에 좋지 않았다.“그러지 말고 돌아가 계세요. 시간 나면 제가 알려드리죠.”지언도 하늘을 한번 보았다. 확실히 너무 흐렸다.고월영은 잠시 생각했다. 비록 설득력은 있었지만, 몸만 잠깐 일으켰다가 다시 도로 앉았다.“저와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으실 것 같아서 여기에서 기다리려는 겁니다.”“오늘의 손님은... 얘기가 길어질 수도 있사옵니다.”그는 손님방을 힐끔 보았다.고집스런 고월영에게 그가 다시 말했다.“그럼, 제가 가서 아뢸게요.”“괜찮습니다. 여기서 기다리면 됩니다.”지금 그녀는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라 특별대우를 받으며 주목을 받고 싶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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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고월영은 깜짝 놀랐다.여기는 정자다.손님방과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들의 대화 소리도 높지 않았는데 강현준이 어떻게 이렇게 똑똑히 들었단 말인가?고월영은 책을 덮고 급히 다가가 입을 열었다.“전하, 다름이 아니라...”“오라버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구세요?”요염한 실루엣이 손님방에서 걸어 나와 강현준의 옆에 섰다.그들에게 다가오는 고월영을 보던 남궁 나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아니꼬운 눈빛으로 고월영을 보았다.“남편도 있는 몸으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라버니를 찾아오는 건 도가 지나쳐 보입니다?”고월영이 담담하게 대꾸했다.“급히 상의드릴 게 있어서요. 그리고 윗사람이니 조언을 구한다고 도가 지나칠 것까지는 없죠?”남궁 나희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오라버니는 곧 안주인을 맞이할 몸인데 혹시라도 미래 왕비께서 자신의 남편이 딴 여자랑 밤에...”“잘 아시는 분이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하와 같이 있는 거죠? 만약 미래의 왕비께서 보시면 분명히 노하실 것입니다.”“당신...”“미래의 왕비님께서 노하시지 않게 당장 여기에서 나가주세요.”안비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녀도 이 가문의 주인이라고.그러니 미래의 한 집 식구를 보호하는 것은 그녀의 책임이다.“당신! 말 다 했...”약이 오른 남궁 나희는 강현준을 보면서 응석을 부리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이것 좀 보세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무표정인 강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월영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고귀한 신분이니 부디 그 명성에 누를 끼치지 마시기를 바랄게요.”그녀가 고개를 돌려 지언을 불렀다.“지언 씨, 손님을 모시세요.”지언이 급히 명을 받들었다.“이쪽이 십니다.”남궁 나희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오라버니,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십니까?”“집안의 잡다한 일은 왕비께서 관리하고 계시는데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냐?”강현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러자 남궁 나희는 안달이 났다.“내가 오라버니 미래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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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손님방에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한 명은 하얀 드레스 차림의 단아한 모습이었고 다른 한 명은 연녹색 원피스 차림의 당찬 모습이었다.그중 연녹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저는 서정 장군의 딸 전옥빈이라고 하옵니다. 전에 한번 뵌 적 있사옵니다.”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가볍게 인사했다.“전 안양 대감의 셋째 딸 유진이라고 하옵니다. 저도 뵌 적 있사옵니다.”오늘은 손님이 남궁남희 한 명뿐이 아니었나 보다.고월영도 둘을 어디서 본 것 같았다. 그날, 안비가 보여 준 그 여자들이다.“조금 전에는...”고월영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그저 조금 약 올리기만 하려던 거예요. 두 분께는 아무 감정 없어요. 진짜예요.”한밤중에 강현준을 찾아온 이가 남궁나희 만이 아닌 것을 그녀가 어떻게 알았겠는가.전옥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소군대감 자제분이 심하긴 했어요. 왕비께서 잘 혼내셨다고 봅니다. 다음에 저는 낮시간으로 약속을 잡을게요.”솔직하고 시원시원한 것이 고월영의 마음에 들었다.유진도 한마디 했다.“왕비께서 잘하신 거예요. 저도 다음에는 명심할게요.”고월영은 해석하려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그녀는 강현준의 혼사에 일절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하여 강현준에게 시선을 옮겼다.“아직 손님이 계시니 저는...”“밤이 늦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들을 이대로 쭉 여기에 머무르게 하면 구설에 오른다고 했잖냐?”강현준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두 분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 아니니 그만 돌아가세요.”“...”고월영은 어이가 없었다.더 이상 그녀에게 적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 되나?전옥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저는 이만 돌아갈게요.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그녀의 행동은 보이시했다.고월영의 옆을 지날 때 그녀를 향해 싱긋 웃었다.“적의 적은 아군이죠. 왕비님을 뵐러 또 올게요.”그리고 홀연히 떠났다.그녀가 말하는 ‘적’은 당연히 남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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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들어가?이 야심한 밤에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 과연 괜찮을까?“싫으면 돌아가라. 나에게 그 정도의 인내심은 없다.”강현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또다시 들렸다.고월영은 크게 심호흡하고 발을 내디뎠다.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안으로 들어가니 그는 침대에 앉아있었다. 멀리 떨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으로 내 뿜고 있는 그의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월영이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그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문 닫거라.”“전하...”“싫으면 돌아가라.”거친 소리와 함께 고월영이 문을 닫았다. 그녀는 조금 언짢아 보였다.강현준은 그녀의 모습에 냉소를 지었다.“담도 크다. 부탁하러 왔다면서 감히 이렇게 성질을 부리느냐?”“아니옵니다.”고월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제가 여기 온 이유를 아셨으니 저희 집 상황도 아실 거라 믿사옵니다. 저 대신 잘 말씀드려 줄 수 있으신지요? 저에게 1달만 시간을 주세요.”“충심인 저의 오라버니는 절대 그런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옵니다. 분명 위험에 빠져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을 것이옵니다.”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병풍을 사이에 두어 그저 어렴풋한 그의 실루엣만 보일 뿐,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전하?”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고월영은 문뜩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는 병풍을 사이에 두고 얘기하고 있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전에 그와 나눴던 감정들 때문에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곧 반쪽을 선택할 것이고 자신의 신부가 생길 것이다.어느 신부가 자신의 낭군이 외딴 여자와 다정하길 원할까?남자인 그는 별일이 아니라고 여길지 몰라도 그녀는 아니다.“전하, 황제께서 저의 아버지를 손님으로 궁에 불러 한동안 궁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해주세요. 오라버니가 수성의 상황을 적에게 폭로하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아버지는 연세도 많으셔서 불안에 떨게 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그의 몸은 이런 일을 감당하시지 못하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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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오라버니를 대신해 수성을 지키겠다는 거냐?”강현준은 그녀의 말이 웃기지도 않았다.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비꼬았다.“전장이 애들 놀음인 줄 아느냐? 매 순간 피를 흘리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게 전장이다.”“압니다.”고월영도 그곳이 얼마나 참혹한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가족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고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면 다음은 죽는 것밖에 없었다.“남령에 많은 여장군들이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러니 황제도 여자란 이유로 저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오늘 밤, 강현준을 만나러 온 전옥빈만 보아도 그렇다.그녀는 서정 장군의 딸이다. 고월영이 남령의 여장군들을 조사한 데 의하면 전옥빈의 언니 전옥비가 그중의 한 명이었다.“전하, 제발...”“내가 왜 널 도와야 하느냐?”강현준이 그녀를 흘겼다.고월영이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제가 우왕의 여자이니 우왕을 봐서라도...”“안 된다면?”“전하...”“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강현준이 긴 손가락으로 다리를 두드리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대가?”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고월영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 해왔다.“전하, 전 우...”“뭐?”강현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어디 한번 다시 지껄여 봐라.”고월영이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 머뭇거리던 그녀는 결심한 듯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뭘 원하는 것이옵니까?”“권력도 힘도 없는 너에게 내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느냐?”“이유라도 말해주세요? 저 같은 유부녀를 왜 탐내시는 겁니까?”아직도 그녀를 향한 강현준의 마음이 순수하다고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녀가 순진하거나 바보거나 둘 중 하나다.그는 도대체 그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든 것인가?강현준이 그녀를 지그시 바라고 있다. 그 눈빛은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차갑고도 뜨거웠다.“전하, 듣기 싫으시겠지만 전 어디까지나 우왕의 여자입니다. 그런데도 저에게... 한다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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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 강현준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살짝 발그스름했던 그녀의 얼굴이 지금은 차갑게 식어있다. 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널 가질 거다. 가족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라.”그녀의 눈가에 절망마저 사라졌다. 고개를 돌린 그녀가 강현준에게 다가갔다.높이 든 그녀의 손이 옷 대신 그의 얼굴로 향했다.쨕- 소리와 함께 강현준의 분노도 슬슬 일기 시작했다.여전히 주먹을 꽉 쥔 고월영은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떠났다.“왕비님.”그녀의 모습을 보고 지언이 안절부절못했다.일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지?“전하께서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건...”고월영은 걸음을 재촉했다.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서야 지언이 조심스럽게 침실로 들어갔다.“전하, 이건... 좀... 너무 하신 것 같아요.”강현준은 말이 없다.지언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살폈다. 거기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다.그저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짐작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왕비가... 전하의 따귀를 날렸다.지언이 전하를 모시면서 전하가 누군가에게 맞은 것을 처음 보았다.심지어 여자에게 맞았다.그 손바닥 자국을 본 순간 지언의 심장도 내려앉았다.“전하, 왕비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지 않사옵니까. 일편단심 우왕을 바라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옵니까?”지언도 말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수시로 강현준의 눈치를 살폈다.강현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는 그저 한 곳을 응시한 채 말이 없었다.지언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다.“일찍 왕비 가족을 위해 사정을 하셨고 이미 황제께도 수성을 잘 지켜내겠다고 약속하셨잖사옵니까. 이 사실을 왜 알리지 않사옵니까?”그녀의 아버지가 궁에서 받은 모든 혜택이 그가 그녀를 대신해 사정한 것임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이토록...이정도로 현왕을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런 상황에 지언도 마음이 불편했다.“전하...”“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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