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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왕의 비밀: Chapter 21 - Chapter 30

382 Chapters

제21화

현왕이 다쳤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바깥에 있던 귀공자와 공녀들은 일제히 맹수 구역으로 달려갔다.앞장 선 이들은 공녀들이었다.그들은 원래 현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현왕이 다친 지금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만약 현왕의 목숨을 구하고 그를 밀림에서 데리고 나온다면… 혼인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고월영은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맹수 구역,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장소였다. 저 가녀린 여자들이 현왕을 위해 목숨까지 불사한다고?“마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인원을 더 소집해서 현왕 전하를 구출하러 가겠습니다.”“저기….”고월영은 사실을 말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사실 그녀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맹수 구역이라고는 하지만 황가의 이름을 단 수렵장이었다.야생 밀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전이 보장된다는 얘기였다.그녀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지언은 시위대에게 손짓하고 출발 명령을 내렸다.지언은 다리 부상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짜고짜 고월영의 요대를 잡아 말에 태웠다.“현왕 전하께서는 왕비께서 위험한 구역으로 가셨다고 판단해서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러니 왕비마마도 동행하셔야 합니다. 현왕 전하는 마마의 안전을 확인해야 돌아오려고 할 테니까요.”“저기! 지언… 그냥 자네가 가서 난 무사하다고 전하면 될 것을….”지언은 그녀의 의견을 무시하고 채찍을 휘둘러 맹수 구역으로 출발했다.그들의 뒤를 호위 무사들이 뒤따르고 있었다.황가의 수렵장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고월영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맹수 구역에 입장하자마자 그녀는 위험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얼마나 갔을까, 전방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느… 늑대야!”전원이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월영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활을 꺼내 들었다. 갑자기 무력감이 앞섰다.강현준이 그녀에게 건넨 활은 아주 작고 정교한 것이었는데 어린 황자나 공주가 활 연습을 할 때 쓰던 것이 분명했다.현왕이 자신을 어린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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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현왕을 구하러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위기의 순간이 오자 고월영은 현왕이 돌아와서 그들을 구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가능할까?현왕이 건네준 활은 진작에 바닥에 내던져지고 그녀는 지언에게서 장검 하나를 받았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쓸 기회는 거의 없었다. 지언이 그녀의 앞을 단단히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른 여인들은 그녀처럼 운이 좋지 못했다.“악!”“나 물렸어! 너무 아파….”여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시위대는 이미 늑대 무리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부상자들이 속속 출현하기 시작했다.바닥은 그들이 흘린 피가 흥건했다.모두가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든 순간, 갑자기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아우….”야생 늑대의 울음소리가 조금 전과는 많이 다르게 들렸다.사람들은 곧 늑대들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무리는 그들을 버리고 반대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우두머리 늑대가 호소하듯 비명을 질러댔다.강적을 만났다는 신호였다.“혀… 현왕 전하가 오셨어!”누군가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늑대들이 향한 곳으로 향했다.뿌연 안개 속에서 한 그림자가 다가오는 늑대들을 마주하고 태산처럼 서 있었다.그의 손에는 대도가 들려 있었는데 칼끝에서 시뻘건 피가 흐르고 있었다!늑대들이 그에게 달려들자 그는 가볍게 대도를 휘둘러 늑대들을 두 동강 냈다.늑대들이 하나씩 경기를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홀몸으로 칼을 휘두르며 늑대 무리를 뚫고 성큼성큼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온몸에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은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와 흡사했다.너무 강해서 시선을 뗄 수가 없는,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현왕 전하가 맞았어!”그를 본 여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호했다.역시 남령국의 수호신이었다.그가 존재하는 이상, 그 어떤 세력도 남령국을 침공하지 못할 것이다.그런 안정감은 하늘 아래 이 남자만 줄 수 있는 것이었다.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늑대 무리에 길이 가로막혔다.늑대들이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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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여왕비가 현왕의 눈밖에 나서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는 소문은 현장에 있던 궁녀와 태감의 입을 통해 궁궐 곳곳에 퍼졌다.사람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는 사이 우리 가련한 여왕비는 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녀에게는 식탁에 앉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월영은 맛있는 음식 앞에서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배가 너무 고팠다.오늘 수렵장에서 벌어진 사고로 많은 호위 무사가 목숨을 잃고 여자들이 다쳤지만 황족은 타인의 생사에 관심이 없는 족속들이었다.어차피 죽은 건 밑바닥 호위병들 뿐이라 아무도 그들의 죽음에 신경 쓰지 않았다.사람들은 수렵장에서 돌아온 뒤로 근처에 있는 행궁에서 연회를 베풀었다.손님을 접대하는 곳이라 황가 일원들의 궁전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필요한 건 다 있었다.수발을 드는 나인과 태감도 적지 않았다.그리고 음식은 전혀 궁중 음식에 뒤처지지 않았다.게다가 오늘 사냥 수확도 적지 않아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은 풍부했다.꾸르륵….고월영은 손으로 배를 만졌다.배고파!“현왕 전하, 다리는 좀 괜찮아지셨나요?”그녀는 최대한 가련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하지만 강현준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결국 고월영은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작은 주먹으로 그의 무릎을 두드렸다.그래도 왕비인데 식사 자리에 참여를 못한 것도 부족해서 시녀처럼 현왕 무릎 안마나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었다.그녀는 이제 수치심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배가 고파서 돌아가실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고 아무도 그녀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현왕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쌤통이라는 표정이었다.“현준 오라버니, 소녀가 한잔 올리겠나이다.”다리를 다친 남궁연이 절뚝거리며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강현준은 그녀가 내민 술잔을 받지도 않고 자신의 다리를 두드리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누가 나한테 다가와서 술을 권하는데 뭐 하고 있는 게냐?”“예?”고월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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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고월영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결국 그녀는 다시 쪼그리고 앉아 그의 다리를 두드려대기 시작했다.‘사는 게 의미 없어….’남궁연은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이 여자, 일부러 이러는 거지?’아무리 부군인 여왕이 어릴 때부터 잔병을 많이 앓고 있고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어떻게 형님한테 이리 요망하게 굴 수 있을까!‘뻔뻔하긴!’남궁연은 길게 심호흡하고 억지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그녀는 술잔을 든 채, 강현준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한잔 드시지요, 현준 오라버니.”어찌됐건 고월영 같이 하찮은 유부녀는 시녀처럼 바닥에 꿇고 있는 게 어울리긴 했다.자신은 고귀한 남궁 가문의 여식인데 어찌 저런 파렴치한 여자와 비교할 수 있을까?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술을 마시려던 강현준의 시선을 끌었다.꾸르륵!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잔을 내려놓고 바닥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배가 많이 고프냐?”고월영은 욕설이 나올 것 같았다.지금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은 사람한테!짜증이 가득했기에 그녀는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또 손에 땀을 쥐었다.감히 현왕의 질문을 무시하다니!어쩜 저렇게 대담할 수 있을까!하지만 예상 밖으로 현왕은 그것에 대해 화를 내지는 않았다.그는 칼로 고기 한 점을 베어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먹어.”고월영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어쩜 이렇게 얄미운 짓만 골라 할까?자존심이 있지!“안 먹어?”강현준이 인상을 썼다.그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다시 긴강감에 몸을 떨었다.남궁연조차 그들에게서 한발 물러서서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현왕의 눈치를 살폈다.고월영은 당장 저 고기를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정말 안 먹어?”강현준은 자세를 숙이고 고기를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살짝 그을린듯한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정말 눈앞이 아찔하고 당장이라도 입을 벌리고 싶지만….“안 먹을 거면 내일도 밥 먹지 말거라.”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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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고월영은 마차에 던져졌다.탁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모서리에 부딪히며 눈물이 나왔다.“아파….”그녀는 얼얼한 머리를 감싸고 상석에 앉은 남자를 노려보았다.술기운 때문인지 촉촉한 눈망울에는 현왕에 대한 서러움과 분노가 가득했다.“나쁜 자식….”“뭐라고 중얼거리는 게냐?”강현준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사악하게 물었다.“욕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여자가 틀림없었다.고월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신음했다.강현준은 물기를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그렇게 아팠나?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강현준은 그녀를 잡아당겨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따뜻한 기운을 느낀 고월영은 이상하게도 통증이 좀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통증 때문에 조금 사그라들었던 술기운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잠시 후, 그녀의 눈동자가 몽롱해졌다.강현준은 그녀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자 손을 뗐다.그런데 기댈 곳을 잃은 그녀의 머리가 흔들거리더니 한쪽으로 기울었다.‘편안해….’강현준은 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정신을 차린 그녀가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그가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고월영은 어느새 쿨쿨 잠들어 버렸다.남자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술을 머금어 촉촉해진 입술이 탐스럽게 빛났다.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그녀가 잠꼬대를 하며 몸을 뒤집더니 그의 손을 잡았다.“현우 오라버니….”강현준의 눈빛이 점점 음침해졌다.하지만 화가 난 건 아니었다.그가 손을 거두려고 하는데 여자가 그의 손목을 꽉 끌어안았다.“현우 오라버니….”그녀는 불안한 얼굴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현우 오라버니… 우리 그냥… 나가서 살면 안 되나요? 저 정말… 현왕 전하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아파….”한참 뒤, 정신을 차린 고월영이 처음 느낀 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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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그 인영은 망월각에서 나와 곧장 정원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고월영은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하얀색은 강현우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었다.그리고 그에게서 풍기는 우아한 기품과 온화한 기운이 그가 강현우가 맞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여왕은 왕부를 떠난 적 없는데 왜 현왕은 그가 외출했다고 거짓말했을까?“현우 오라버니!”고월영은 그 자의 뒤를 뒤쫓아갔다.그는 아치형 문을 지나 어딘가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월영은 다급히 그곳으로 쫓아갔다. 아치형 문을 지나자 그 사람이 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현우 오라버니!”하지만 상대는 그녀의 부름을 듣지 못했는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그의 뒤를 쫓아 문 두 개를 지나자 인공 산과 호수가 보였다.정원의 끝 쪽에 그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정원이 있었다.강현우는 그곳에서 모습을 감추었다.멀리서 바라보니 운려각이라는 글짜가 희미하게 보였다.그곳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중후한 압박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주변 경계가 극도로 삼엄했다.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자 두 명의 호위 무사가 갑자기 뛰쳐나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현왕 전하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현왕부에 출입금지 구역이 있었다니.“난 여왕비다. 조금 전에….”“월영이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등 뒤에서 갑자기 여자의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린 고월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예를 행했다.“안비마마!”그 여인이 바로 강현우와 강현준의 생모, 안비였다.분명히 혼례가 끝나고 천형산으로 기도를 올리러 가셨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 계신 거지?안비가 외출했다고 들었기에 궁에 들어갔을 때도 안비에게는 따로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그런데 왜 현왕부에 나타난 거지?이상한 건, 강현우와 안비는 분명히 왕부에 있으면서 외출했다는 가짜 정보를 흘리고 있었다.도대체 이 왕부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 있을까?“안비마마를 뵙습니다.”안비 신변의 정 상궁이 웃으며 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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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현왕부의 시위대도 철저했지만 운려각을 지키는 시위대는 다른 곳보다 몇 배는 더 삼엄했다!바깥 경비도 삼엄했지만 내원에는 수시로 시위대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지켜보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고월영의 경공은 강현우에게 배웠는데 실력이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운려각의 지붕 위를 걸으려니 조심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드디어 불이 켜진 방 하나를 발견했다.안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위험해질 걸 알면서 왜 굳이 그애를 집으로 들인 게냐? 혹시라도 그애가 이곳의 비밀을 알게 되면….”목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고월영은 주변 공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침입을 들킨 것이다!그녀는 재빨리 몸을 날려 가장 빠른 속도로 지붕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있던 곳에 표창 세 개가 연속으로 날아와서 박혔다.점점 위험이 고월영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몸을 피하지 않았더라면 저기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고월영은 가볍게 담벼락을 뛰어넘었다.그런데 맞은편 담벼락에서 두 명의 무사가 기다리고 있었다.칼을 든 무사가 달려들자 가월영은 어쩔 수 없이 안채 쪽으로 도망쳤다.검기로 보아 전부 다 실력이 상당한 무림고수였다.그녀는 지체할 시간이 없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잠입했다.“자객이다! 빨리 잡아!”등 뒤에서 열 명이 넘는 그림자 무사가 광풍처럼 그녀를 쫓아왔다.꽤 괜찮은 경공 실력을 갖추었지만 결국 고월영은 무사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안채에는 점점 더 많은 그림자 무사가 몰려들고 있었다.운려각의 수비 실력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다.등 뒤에서 표창이 날아왔다. 고월영은 몸을 날려 아슬아슬하게 피했다.뒤에서 십여 명의 시위대가 쫓아오고 있었다.고월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녀가 이제는 끝장이라고 절망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눈앞에서 광풍이 휘몰아쳤다.시야가 흐릿해지더니 그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왔다.고월영은 본능적으로 장풍을 날렸지만 상대는 피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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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이거 놓으세요!”조급해진 고월영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부군의 형님에게 이런 대우를 받을 줄이야!아래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느니 치욕스럽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강현준의 큰 손이 허리를 잡고 있어 힘을 줄 수가 없었다.“비켜! 비키라고!”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그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곳이 없었다.가녀린 여체가 적나라하게 그의 시야에 드러났다.그것도 가장 치욕스러운 자세로!야속하게도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사실 강현준도 이렇게 되기를 바라고 그런 건 아니었다.속바지까지 찢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하얀 여체를 본 순간 그는 숨이 거칠어지고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그는 마에 낀 것처럼 저도 모르게 여자의 은밀한 곳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그가 멍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하지 마세요!”그의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자 겁에 질린 고월영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이러지 마세요, 전하.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제발요.”강현준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그는 긴 한숨을 내쉰 뒤, 짜증스럽게 그녀를 뿌리쳤다.“다시 금지 구역에 들어가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줄 알아!”말을 마친 그는 휑하니 가버렸다.고월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가기 전, 촛불을 끄는 것도 잊지 않았다.방 안이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고월영은 그가 왜 정문으로 나가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잠시 후, 밖에서 소란이 들려왔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운려각의 호위 무사들이 이곳까지 수색을 하고 있었다.“아가씨는 한참 전에 취침에 드셨습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소리를 듣고 달려온 시안이 그들을 막았지만 험악한 인상을 한 그림자 호위가 그녀를 거칠게 밀쳤다.잠시 후, 고월영의 방 문이 거칠게 열리고 밖에서 무사들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그들 중 몇몇은 횃불까지 들고 있었다.방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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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불 밖으로 드러난 고월영은 얇은 잠옷 차림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평상시에 그녀가 자주 있던 잠옷이었고 크게 이상한 점도 없었다.무사들은 고개를 뒤로 돌리고 이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그들은 자객을 잡으러 왔지 왕비를 곤란하게 할 목적은 없었다.정 상궁은 이불을 내려놓고 잠시 고민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호위대에 명령했다.“시작하거라!”호위 무사들이 사방으로 수색을 시작했다.그들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장롱이며 상자며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죄다 뒤졌다.겁에 질린 시안은 고월영의 옆에 꼭 붙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기물들을 깨뜨린 건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었다.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뜻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정 상궁은 고월영의 침상도 직접 수색했다.고월영은 어쩔 수 없이 침대를 내려 시안이 가져온 망토를 걸치고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결국 수색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정 상궁은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바라봤다.“왕비마마, 지금 입고 계신 의복을 조금 살펴봐도 될까요?”“왜지?”고월영이 불쾌한 기색으로 물었다.정 상궁이 지시를 내렸다.“다 나가 있거라.”호위대가 밖으로 나가고 시안은 방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정 상궁은 친히 고월영의 몸 곳곳을 수색했다.모든 것을 끝낸 정 상궁이 드디어 풀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왕비마마,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상황이 상황이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실 거라 믿겠습니다.”고월영은 한숨을 쉬며 싸늘하게 말했다.“됐네. 어차피 난 시집 온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신분이니 내 양해가 자네에게 굳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네.”정 상궁은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시위대와 함께 가버렸다.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러웠고 여기저기 수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시안은 이런 상황에서 상전에게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두 사람은 그나마 멀쩡한 의자에 앉아 침묵을 지켰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은 드디어 영월각 수색을 전부 마쳤다.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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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강현준은 방에 없었다.“왕비마마, 이 시간에 전하를 찾아오신 건 별로 보기 좋지 않습니다.”지언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월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앉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전하께 꼭 드릴 말씀이 있다.”“하지만 전하는 지금 외출하시고 안 계신데….”“그럼 올 때까지 기다리지.”지언은 그녀가 고집을 피우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어느새 자정이 되었다.축시가 되었을 무렵, 현왕이 드디어 어둠을 헤치며 거처로 돌아왔다.고월영이 편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에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곧장 침전으로 향했다.상대해 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월영이 언제 눈치를 챈 건지, 침전 앞까지 따라왔다.“왕비마마, 전하께서는 지금 의복을 갈아입고 계시니 내일 다시 오시는 게….”하지만 그녀가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기에 지언은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방 문이 열리고 목욕을 마친 현왕이 얇은 잠옷 한 장만 걸친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온 여자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여왕비가 내 수발을 들려고 침전까지 찾아온 건가?”고월영은 비아냥거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지언에게 말했다.“지언, 전하와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왕비마마, 이런 건 남들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어차피 부군도 만나주지 않는 버림받은 왕비인데 소문을 왜 신경 써야 하지?”그녀는 아직 용기가 남아 있을 때 현왕에게서 진실을 듣고 싶었다.그가 그렇게까지 해서 그녀를 구해줬다는 건, 적어도 이 사람은 그녀에게 악의가 없다는 뜻이었다.강현우를 제외하면 이 커다란 왕부에서 믿을 사람은 이 사람뿐이었다.“왕비마마….”지언은 난감한 표정으로 현왕의 눈치를 살폈다.현왕이 괜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며 침전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고월영은 그제야 긴장감이 들었다.그녀와 현왕의 관계는 너무도 애매해서 강현우에 관한 일이 아니었다면 절대 그와 독대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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