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준은 방에 없었다.“왕비마마, 이 시간에 전하를 찾아오신 건 별로 보기 좋지 않습니다.”지언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월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앉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전하께 꼭 드릴 말씀이 있다.”“하지만 전하는 지금 외출하시고 안 계신데….”“그럼 올 때까지 기다리지.”지언은 그녀가 고집을 피우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어느새 자정이 되었다.축시가 되었을 무렵, 현왕이 드디어 어둠을 헤치며 거처로 돌아왔다.고월영이 편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에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곧장 침전으로 향했다.상대해 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월영이 언제 눈치를 챈 건지, 침전 앞까지 따라왔다.“왕비마마, 전하께서는 지금 의복을 갈아입고 계시니 내일 다시 오시는 게….”하지만 그녀가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기에 지언은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방 문이 열리고 목욕을 마친 현왕이 얇은 잠옷 한 장만 걸친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온 여자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여왕비가 내 수발을 들려고 침전까지 찾아온 건가?”고월영은 비아냥거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지언에게 말했다.“지언, 전하와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왕비마마, 이런 건 남들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어차피 부군도 만나주지 않는 버림받은 왕비인데 소문을 왜 신경 써야 하지?”그녀는 아직 용기가 남아 있을 때 현왕에게서 진실을 듣고 싶었다.그가 그렇게까지 해서 그녀를 구해줬다는 건, 적어도 이 사람은 그녀에게 악의가 없다는 뜻이었다.강현우를 제외하면 이 커다란 왕부에서 믿을 사람은 이 사람뿐이었다.“왕비마마….”지언은 난감한 표정으로 현왕의 눈치를 살폈다.현왕이 괜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며 침전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고월영은 그제야 긴장감이 들었다.그녀와 현왕의 관계는 너무도 애매해서 강현우에 관한 일이 아니었다면 절대 그와 독대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왜?
Last Updated : 2023-10-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