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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ua Bab 왕의 비밀: Bab 11 - Bab 20

382 Bab

제11화

고월영은 박 상궁이 들어오기 전에 신속하게 강현준의 눈가에 눈물점을 완성했다.그녀가 눈썹붓을 바닥에 던진 순간, 박 상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의 모습을 본 박 상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탄하듯 말했다.“두 분은 정말 금슬이 좋으십니다!”고월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 상궁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했다.조금 전에 너무 조급했던 탓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그의 무릎에 올라타고 있었다!그녀는 죄책감이 들었다.그녀가 당황하며 내리려는 순간, 뒤에서 단단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강현준은 그녀를 껴안으며 단단히 품속에 가두었다.“혀… 전하, 보는 눈이 많습니다!”고월영이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말했다.강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박 상궁은 언제까지 이 몸이 비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생각인가?”고월영은 다급히 그의 손목을 잡고 힘껏 밀쳤다.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속이 탔다.강현준은 여전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했다.‘무례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지!’그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고월영은 후회막급이었지만 무를 수도 없었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박 상궁이 어서 나가주기만을 기도했다.“태후께서 보내신 탕약인가?”고월영이 먼저 말을 걸었다.정력 보강에 좋은 약이라고 했으니 몸에 좋은 재료들로 끓인 탕약일 것이다.어차피 먹고 죽는 약도 아니고 태후께서 여왕을 무척 아끼시는 것 같았으니 그들을 해할 리도 만무했다.박 상궁인 곧바로 탕약을 들고 다가왔다.“소인이 눈치가 없었네요. 국사께서는 탕약을 식기 전에 드셔야 효과가 좋다고 하셨습니다.”상궁은 하나를 고월영에게 건네고 다른 한 그릇은 현왕에게 건넸다.“전하도 어서 드시지요. 태후마마의 마음이 담긴 탕약입니다.”강현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탕약을 노려보았다.“제가 전하 몫까지 마실게요.”고월영은 박 상궁을 빨리 내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래서 현왕 몫까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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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가을밤에 땀이 날 정도로 더울 수가 있나? 이상했다.고월영은 바람이라도 쐴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데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서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몸이 뒤로 기울었다.하지만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쓰러지는 추태는 없었다. 현왕이 다가와서 그녀를 받아주었기 때문이었다.“전하, 조금 전까지… 침상에 있었던 것 아니었나요?”사람의 움직임이 이 정도로 빠를 수가 있나?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지금 문제는….“더워요….”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강현준의 두 눈이 혼탁해졌다.그녀만 더운 게 아니라 그도 점점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뜨거운 기운이 아랫배로부터 퍼지며 올라오더니 머리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그는 그제야 탕약의 정체를 알아챘다.국사가 특별히 제작한 몸에 좋은 탕약은 사실 최음제였던 것이다!“전하, 너무 힘듭니다.”강현준보다 내력이 약한 고월영은 이내 약기운에 정신이 혼미해졌다.그가 그녀를 침대로 데려가서 눕히려던 순간, 그녀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를 끌어안았다.“몸이 녹아내릴 것 같습니다….”여자의 부드러운 손이 그의 목을 휘감았다.분명히 힘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데 강현준은 그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그의 몸도 손길을 따라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아무리 강대한 내력의 소유자라도 여자가 품에서 여기저기 불을 질러대는데 당해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현준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현왕 전하….”“지금 네가 안고 있는 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냐?”강현준이 탁한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다.고월영도 그가 현왕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그럼에도 그를 안고 있어야 이 온몸을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가 사그라들 것 같았다.“전하….”그녀가 팔을 흐느적대며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여자의 나른한 몸이 그의 품을 파고들며 불안하게 뒤틀렸다.아무리 자제력이 강한 강현준이라지만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내 몸에서 떨어지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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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고월영의 호응에 강현준은 마침내 모든 이성을 잃어버리고 심연으로 떨어졌다.그는 거칠게 그녀의 옷을 벗겨냈다.하얗고 둥근 어깨가 그의 시야에 드러났다.장기간 전장에 몸담고 있어서 거칠어진 그의 손길이 옷섶을 가르고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움켜쥐었다.그 순간 고월영은 온몸에 힘이 빠져서 나른하게 그의 몸에 몸을 맡겼다.“현왕 전하….”그녀가 신음을 토하듯 그를 불렀다.강현준은 말랑한 촉감을 꽉 움켜쥐고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괜찮다. 내가 여기 있지 않느냐.”정말 미치도록 매력적인 목소리에 그녀는 취해버렸다.“전하….”두 사람은 동시에 침대로 쓰러졌다.그의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숨결이 그녀를 집어삼켰다.그의 키스는 뜨겁고 거칠지만 동시에 달콤했다.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고월영은 상체를 들고 그의 손길에 호응했다.눈가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 베개로 떨어졌다.그녀는 자신이 뭘 하는지, 상대가 누구인지 사실 인지하고 있었다.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그녀의 몸은 게걸스럽게 그를 안고 키스하고 그의 열기에 열광했다!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그의 입술이 그녀에게서 떨어져 목선을 타고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고월영의 손이 그의 머리에 닿았다. 처음에는 밀어낼 생각이었으나 어느새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었다.그녀는 제발 모든 것을 가지라는 듯이 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왜 이렇게 된 거지?이분은 현우 오라버니의 형님이신데….“하아….”고월영은 무력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성실한 몸은 그의 침입을 기다리고 있었다!눈깜빡할 사이에 옷이 바닥에 내던져졌다.강현준은 그녀의 품에서 고개를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를 바라보았다.뜨거운 손아귀가 그녀의 가녀린 발목을 잡고 힘껏 벌렸다.그가 위로 올라탔다.그냥 맞닿아 있을 뿐인데도 신음이 나올 것 같았다.고월영은 동시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눈물이 주르륵 쉴 새 없이 흘렀다.그녀의 저주스러운 몸은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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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강현준이 힘들게 되찾아온 이성은 그녀의 부름으로 다시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이불이 바닥으로 흘러내리자 물을 머금은 것 같이 하얀 피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강현준은 눈을 감고 주먹을 꽉 쥐었다.그의 생각을 알 길 없는 고월영은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얼굴에 손을 뻗다가 그의 입가에서 새어 나온 핏방울을 발견했다.드디어 그녀도 이성이 잠깐 돌아왔다.현왕은 기를 운용하여 약효에 저항하고 있었다.그녀는 강력한 내력이 뒷받침하지 않았기에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녀는 그에게서 떨어질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의식이 다시 혼미해지고 작은 손이 현왕의 가슴을 여기저기 쓰다듬었다.그가 신경질적으로 그 손을 낚아챘다.중후한 진기가 손가락을 통해 고월영의 체내에 스며들었다.체내에서 솟구치던 열기가 점차 사그라들었다.조금은 편안해진 느낌이었다.그녀는 힘없이 그의 품에 축 늘어졌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고월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두 눈에 총기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현왕 전하!”그는 피를 토하고 있었다.진한 피비린내가 그녀의 코끝을 강타했다. 그녀는 드디어 정신을 온전히 되찾았다.“아직도 힘드냐?”현왕이 물었다.고월영은 고개를 흔들고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어설프게 힘을 주다가 다시 그의 품에 안긴 꼴이 되어 버렸다.결국 현왕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부축해서 침대로 데려갔다.그는 이불을 그녀의 목까지 여며주었다.그제야 불쾌하게 치솟던 욕구가 조금 잦아들었다.고월영도 천천히 기력을 회복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둘은 동시에 조금 전 있었던 화면을 떠올렸다.조금만 더 늦었더라면!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 강현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경계심이 부족했던 탓이다. 여왕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고월영은 당황했다. 항상 자신만 옳고 거만하게 굴던 현왕이 스스로 모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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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결국 현왕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뒤돌아섰다.고월영은 겉보기에 인간미 없고 까탈스러운 현왕이 지금 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뒤돌아서기 전,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주워 침대에 던져주기까지 했다.그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다리의 상처를 살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지언은 박 상궁의 부름을 받고 외출했으니 당장 어의를 부를 방법도 없었다.고월영이 옷을 다 입고 침대를 내려왔을 때, 그는 옷가지를 찢어 대충 상처를 감싸고 있었다.“전하, 아직 유리조각을 제거하지도 않았는데 그러시면 안 됩니다. 먼저 상처를 씻어내야지요!”그녀는 장롱으로 가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그 상자는 그녀의 전속 시녀가 입궐하기 전 챙겨준 상자였다. 안에는 각종 약재와 은침이 들어 있었다.그녀가 은침을 챙겨 다가오자 강현준이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여왕비가 의술에 능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고월영이 새침하게 대답했다.“현왕 전하는 전에 소인과 접촉해 본 적도 없잖아요. 그러니 소인에 대해 모르시는 게 당연하지요!”강현준은 어딘가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래서 내가 얼마나 알아주기를 바라느냐?”고월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앞으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더 이상 서로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았다.상자 안에은 은침을 제외하고도 신기한 물건들이 참 많았다.칼날 같은 것도 있었고 집게, 가위도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작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들이었다.“고작 이런 것들을 호신용 무기로 들고 다니는 건가?”그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고월영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처에 박힌 유리조각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사람을 죽이려고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오라, 살리려고 만든 물건입니다.”강현준은 그 뒤로 말없이 그녀의 손놀림을 응시했다.곧게 뻗은 가녀린 손가락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손놀림이 정확하고 빨랐다.그가 가소롭다고 생각했던 물건들로 피부에 깊숙이 박혔던 유리조각이 조금씩 제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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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고월영은 초야를 치르던 밤 미친 듯이 자신을 탐하던 그 남자를 떠올렸다.그날 밤 그는 그녀가 뒤돌아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매번 고개를 돌리려 할 때면 무시무시한 힘으로 그녀를 다그쳤고 그녀는 그 움직임에 이성을 잃고 교성을 질러댔다.결국 그녀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가 사랑을 나눌 때 어떤 표정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월영은 두려움에 떠는 눈빛으로 현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가 갑자기 그녀를 안아 올렸다.놀란 고월영이 비명을 지르며 손바닥으로 그를 힘껏 밀쳤다.“제 몸에 손 대지 마십시오!”강현준은 아무런 대비도 없다가 갑자기 날아든 장풍을 그대로 맞았다.그의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고월영은 그제야 그가 내력으로 약효를 저항하다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자신이 왜 그 순간에 진기를 운용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전하….”강현준은 거칠게 그녀를 침대에 던졌다.그녀는 바로 몸을 일으켰으나 그는 조금 전에 앉았던 긴 흔들의자로 가서 몸을 맡겼다.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침대로 옮겨주고 자신은 의자에서 잠잘 생각이었던 것이다.고월영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쏘아보았다.조금 전 그가 했던 말 때문에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렸다.다행히 의자에 몸을 맡긴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어 버렸다.고월영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를 쏘아보았다.오늘밤은 이대로 잠 못드는 밤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너무 쉽게 잠들어 버렸다.그날 밤, 그녀는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녀는 강현우와 처음 만난 날로 돌아갔다.일년 전, 그녀는 현대에서 갑자기 타임슬립하여 고대로 오게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장군부의 아홉 번째 딸, 고월영이 되어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 장군은 자식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탐방을 갔다.가는 길에 그들은 강도를 만났다.고월영은 강도 무리에 포로로 잡혔다.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한 남자가 말을 타고 도적무리의 진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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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고월영은 태후에게 예를 취한 뒤, 남자에게 다가갔다.“여왕 전하!”그런데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고월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하얀색은 강현우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었다.하지만 그의 눈가에는 눈물점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여왕이 아닌 현왕 강현준이었다!고월영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저와 현우가 많이 닮기는 했나 봅니다. 여왕비마저 저희를 헷갈릴 정도네요.”강현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현왕의 성격을 아는 태후는 월영이 상처 입을까 봐 이내 두둔하고 나섰다.“네가 평소에 잘 입지도 않던 흰옷을 입고 있으니 착각한 거지. 월영이 아니라 나였어도 못 알아봤을 거다!”“이리 가까이 와서 앉거라, 월영아.”어제 하루종일 말동무를 해드렸더니 태후와 월영의 사이는 크게 가까워져 있었다.태후가 월영의 손을 잡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손이 왜 이렇게 차? 밖에 바람이 차서 추웠느냐?”“걱정하실 정도는 아니니 괜찮습니다.”고월영은 최대한 강현준과 멀리 떨어져서 태후의 옆에 꼭 붙어 앉았다.눈물점을 그리지 않고 나타났다는 건 현왕의 신분으로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하지만 그는 어제 분명 여왕의 신분으로 그녀와 같은 방을 썼다.도대체 이 인간은 왜 이러는 걸까?태후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뭣들 하느냐? 어서 왕비가 걸칠만한 망토라도 챙겨오지 않고!”“귀찮게 왔다갔다할 필요 없이 제 것을 주면 되겠네요.”강현준이 걸치고 있던 망토를 벗더니 궁녀에게 건넸다.궁녀는 얼굴을 붉히며 곁눈질로 그의 얼굴을 힐끔거렸다.현왕은 평소에 검은 옷만 고집하는 편이었는데 흰옷을 입은 현왕도 이렇게 위풍당당하고 아름다울 줄이야.궁녀는 망토를 들고 고월영에게 다가왔다.고월영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저… 전 정말 괜찮습니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지금 이 몸이 친히 옷을 벗어줬는데 성의를 무시하는 건가? 여왕비는 내가 정말 싫은가 보지?”싸늘한 현왕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고월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당황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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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고월영은 재빨리 손을 내렸다.그녀는 강현준을 힘껏 노려보았지만 반박할 용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상처를 모르는 척할 걸, 조금 후회가 되었다.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얄밉고 치졸할 수가 있는 거지?분명히 강현우는 온화하고 자상한 사람인데 어떻게 저렇게 성질 포악하고 이기적인 형을 두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 눈빛은 뭐지?”강현준이 시비조로 물었다.생긴 건 여리여리하고 툭 치면 쓰러지게 생겨서는 가끔 그를 노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앙칼진 고양이 같은 느낌이랄까!“현왕 전하, 왜 다시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오신 겁니까?”현왕이 나타나고 여왕이 사라졌으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너 따위랑 부부 연기를 계속할 마음이 사라졌다! 심히 거슬리거든!”현왕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고월영은 순간 울컥하며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짜증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거든?’‘악귀처럼 음침한 얼굴을 하고 괴롭히기만 하는 사람을 누가 부군으로 삶고 싶어 한다고!’‘그래도 현왕으로 나타날 때 뒤처리는 깔끔하게 했겠지?’태후가 오늘 그녀에게 여왕의 행방을 묻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가 이미 적당히 해명을 해둔 것이 분명했다.고월영은 다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 뒤로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강현준은 병법서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는 병법서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 점은 강현우와 무척 비슷했다.사실 그들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은 형제였다.성격과 저 살벌한 눈빛, 그리로 눈물점만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똑같았다.고월영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피로감이 몰려왔다.그와 강현우가 너무 닮아서 가끔은 강현우와 같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그렇게 얼마를 더 달렸을까, 마차는 드디어 태화전에 도착했다.그 뒤로 한 시진 동안 고월영은 태후의 지시대로 향을 피우고 조상에게 큰절을 올린 뒤, 기도까지 마쳤다.그리고 현왕은 예상 외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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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고월영은 왜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현왕이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아마 강현우가 여기 없다는 것을 알아서 의식적으로 현왕에게 의지했는지도 모른다.또는 그의 민첩함과 실력을 믿기에 가장 먼저 그가 떠올랐을 수도 있다.어쨌든 여기서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현왕뿐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앞에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나타났다.고월영은 갑자기 양발이 공중에 뜨는 느낌을 받으며 시야가 흐려졌다.그녀는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급히 눈을 감았다.“악!”멀지 않은 곳에서 말과 소녀의 자지러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눈을 뜨자 고월영의 눈에 보인 건, 아까 그녀와 부딪힐 뻔했던 그 소녀가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대는 모습이었다.그리고 말은 쓰러진 뒤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그녀는 무사했다.고개를 들어 보니 남자의 싸늘한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다쳤느냐?”고월영은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강현준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이 몸을 목놓아 부를 만큼 두려웠나 봐?”그녀가 ‘현우 오라버니’가 아닌 그를 불렀다는 게 조금 신기한 모양이었다.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어차피 현우 오라버니는 곁에 없으니 불러도 소용없으니까요.”“단지 그것 때문이냐?”강현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실망? 왜?“그게 아니면 또 뭐가 있겠나이까?”“허, 참!”그는 그녀를 힘껏 밀치고는 뚜벅뚜벅 어딘가로 향했다.고월영은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분을 참아냈다. 조금 전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 달려가서 저 얄미운 등을 걷어차고 싶었다.참 기분이 날씨처럼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사람이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진 소녀를 부축하고 있었다.폭주하던 말 등에서 떨어진 소녀는 큰 부상은 안 입은 거로 보아 평소에 무공을 연마한 듯했다.소녀는 강현준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현준 오라버니, 너무 아팠사옵니다!”그녀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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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수렵장에는 많은 귀족 가문 여식들이 모였다.황가의 방계 가족이거나 고위 관료의 자제들이었다.그런 그들이 현왕 앞에서는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현왕에게 밉보인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그런 현왕이 여왕비를 끌고 어딘가를 향하는 것을 보고 다들 의문을 품는데….“장군댁 따님이 반반한 외모 하나만 믿고 현왕 전하께 꼬리를 쳤다가 괜히 현왕 전하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은데요?”사람들 중에는 고월영의 천사 같은 얼굴을 시기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외모는 정말 예쁜데 현왕 전하는 원래 여자가 접근하는 걸 싫어하시잖아요. 설마 모르고 그랬을까요?”“아까 남궁가의 아가씨를 장풍에서 말을 떨어뜨린 거 못 봤어요?”“그러니까요. 냉철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현왕 전하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지요.”“혼인까지 한 유부녀라면 더욱 역겹지요.”“게다가 무려 여왕비잖습니까! 어찌 부군의 형님을 상대로 그렇게 방탕한 짓을….”“전하!”그렇게 뒤에서 신나게 흉을 보던 사람들은 강현준이 수렵장 입구에서 이쪽으로 다가오자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남궁연은 절뚝거리며 다가오더니 그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현준 오라버니, 화 푸세요. 그런 여자 때문에 화낼 필요 없습니다.”부군의 형님에게 꼬리친 여자를 반길 사람은 없었다.강현준이 고월영을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았다는 사실이 남궁연을 기쁘게 했다.다리의 고통도 잊을만큼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현준 오라버니, 사냥 가실 겁니까? 저랑 같이 가실까요? 오라버니? 어디 가세요?”그녀의 애교에도 불구하고 강현준은 몸을 날려 말에 오르더니 바람처럼 숲속으로 사라졌다.“전하! 전하께서 맹수 구역으로 향하고 있어!”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현왕이 맹수 구역에 진입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이들 중에는 현왕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은 사람들도 많았다.남자들은 현왕의 인정을 받고 싶어했고 여자들은 어떻게든 현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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