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1375 챕터

제421화

지아는 자신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것을 보고 점차 절망에 빠졌다.소계훈은 지아가 살아갈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그가 떠나지 못하게 했다.지아는 원래 소계훈의 몸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지금 오른손을 다쳤기에 수건을 짜는 가장 간단한 일조차 할 수 없었다.주원은 지아의 씁쓸한 표정을 보며, 특별히 그녀를 대신해서 수건을 짠 다음 건네주었고, 또 인내심을 가지고 위로했다.“누나,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이도윤은 총을 쏠 때 특별히 급소를 피했기에 누나의 손은 앞으로 다시 회복될지도 몰라요. 지금은 일단 천천히 휴양하면 돼요.”지아는 피식 웃었다.“그럼 내가 오히려 그에게 살려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네?”그녀는 힘없이 축 처진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그때 깔끔하게 이예린 그 미친년을 죽이지 못한 거야. 간발의 차이로 그녀를 바다에 던져버릴 수 있었는데.”지아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그때의 이예린을 떠올렸다.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비명조차 지르려 하지 않았던 그 여자는 확실히 정상인이 아니었다.“누나, 이예린은 사실 몸이 좋지 않거든요. 그녀의 생활도 그렇게 좋진 않았어요.”“그럼 난? 난 그동안 행복하게 지냈던 거 같아?” 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누나…….”주원도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탄식했다.“다 지나갈 거예요.”지금 지아의 세계는 온통 어둠이었다. 그녀는 소계훈의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그래, 나한테 아직 아빠가 있어. 그러니 다 잘 될 거야. 난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오늘 밤 푹 자요. 내일 아침 일찍 아저씨를 위해 수술을 할 예정이에요.”“응.”이날 밤, 지아는 긴장과 흥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이날을 반년이나 기다렸다.거의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지아는 그렇게 뜬 눈으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그녀는 거듭 확인했다.“주원아, 오늘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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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소시후가 위로하자 지아도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고, 수술실의 문이 열리더니 지아는 재빨리 달려갔다.“주원아, 어떻게 됐어?”주원은 장갑과 마스크를 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심해요, 누나.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니 아저씨는 오늘 안으로 깨어나실 거예요.”전에 너무 많은 변고가 생겼기 때문인지, 지아는 줄곧 매우 두려워했는데, 다행히도 하느님은 이번에 소계훈을 괴롭히지 않았다.그리고 소계훈은 지아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애를 쓰며 깨어났다.그가 눈을 뜨는 순간, 지아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만 같았고, 한참 뒤에야 입술을 움직이며 소리쳤다.“아빠, 아빠, 마침내 깨어나셨네요.”소계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며 말을 어물거렸다.“지, 쟈야.”주원이 설명했다.“아저씨는 뇌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말을 똑똑히 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오랜 기간의 재활을 해야 해요.”지아는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 우리 아빠만 멀쩡하면 다른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주원아, 수고했어.”“수고는 무슨. 이게 다 내가 해야 할 일인걸요. 누나는 손도 불편하니 아저씨를 돌보는 일은 내가 할게요.”지아도 사양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그녀는 확실히 많이 불편했다.비록 소계훈은 깨어났지만 재활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고, 또 그동안 오래 누워 있었기에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할 수 없었다.소계훈이 깨어난 것을 보자, 지아는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소계훈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말할 수가 없었기에 그는 그저 지아의 축 처진 오른손을 주시하고 있었다.“손, 네 손.”지아는 바삐 손을 뒤로 숨겼다.“괜찮아요, 며칠 전에 살짝 다쳤는데 곧 나아질 거예요. 아빠는 일단 몸부터 잘 휴양해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난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빠 곁에만 있을 거예요.”소계훈은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 반년 동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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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만약 가능하다면, 소시후는 사실 지아의 신장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하자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는 몇 년 동안 수많은 돈과 인맥을 동원했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신장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그래서 소시후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지아와의 검사 결과가 의외로 일치했다.그의 신장 기능은 이미 말기에 접어들었고, 지금은 완전히 투석에 의지하여 버티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 결국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그래서 소시후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소씨 집안 장남으로서 가업을 이끌고 있었기에 가능한 한 빨리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그렇지만 지아의 그 하얀 얼굴을 보며 소시후는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느꼈다.“지아 씨, 지금 만약 후회한다면 나에게 말해. 난 절대로 지아 씨 탓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나도 신장을 계속 찾을 수 있거든.”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난 이미 결정했어요.”이 세상에 공짜란 없었다. 지아와 소시후는 가족도 친구도 아니었기에 그녀가 유일하게 이 신세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신장을 그에게 주는 것이었다.게다가 지아는 손을 쓸 수 없는데다 중병까지 앓고 있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죽기 전에 소시후를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아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다른 거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나는 성인이고, 또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나 자신의 결정을 책임질 수 있거든요. 이 일은 더 이상 미루지 마요. 대표님도 귀국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엄청 많죠? 게다가 지금 아직 여동생을 찾지 못하셨잖아요. 그러니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죠.”소시후는 한숨을 쉬었다.“난 지아 씨보다 더 착하고 친절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이런 지아 씨가 내 여동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대표님과 같은 오빠가 있을 수 있겠어요.”그녀는 상상을 할 염두조차 없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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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이도윤은 사람을 데리고 섬에 도착했고, 눈빛은 살기가 묻어났다.“지아를 찾아. 반드시 그녀가 신장을 바꾸지 못하게!”섬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그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모두 엘리트였기에, 그들은 곧 수술실로 찾아왔다.도윤은 즉시 발로 문을 걷어찼고, 지아의 허리에는 이미 상처가 있었는데 다행히 그 상처는 깊지 않았다.피가 가득한 수술대를 보며 도윤은 바로 호통을 쳤다.“그만 하지 못 해!”진환은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얼른 칼 내려놔!”지아는 분노를 느끼며 도윤을 노려보았다.“여기엔 또 뭐 하러 온 거야?”도윤은 허둥지둥 지아를 위해 지혈을 하면서 대답했다.“네가 멍청한 짓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왔어!”얼마 지나지 않아 지아의 상처는 봉합되었다. 도윤은 두말없이 그녀를 안고 헬리콥터에 올라가며 강도처럼 무지막지하게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지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쁜 놈, 이거 놔!”그녀는 오직 한 손만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손으로 끊임없이 도윤을 할퀴고 있었지만, 다른 한 손은 힘없이 몸 앞에 처져 있었다.도윤은 그런 지아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할퀴도록 내버려 두었다.“이도윤, 빨리 나 내려놔! 난 당신과 떠나고 싶지 않단 말이야!”“지아야, 난 너를 놓지 않을 거야, 절대로.”그는 미친 것 같았다. 지아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만 하면 도윤은 가슴이 아팠다.설령 두 사람이 오늘 이 지경으로 되었다 하더라도 도윤은 여전히 지아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이씨 집안의 정신병은 유전되는 거라 지아의 발악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도리여 상처가 터졌다.그녀의 옷은 선혈에 흠뻑 젖었고, 도윤은 결국 지아를 협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계속 함부로 움직인다면, 평생 네 아버지 볼 생각하지 마!”지아는 몸부림을 멈추더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도윤을 쳐다보았다.“난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왜 당신은 아직도 나를 가만두려 하지 않는 거지? 만약 정말 내가 죽을 만큼 밉다면, 그냥 날 죽여.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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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도윤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뿐이었다. 그는 지아가 자신을 엄청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런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질렀으니, 설령 틀렸다 하더라도 계속 틀릴 수밖에 없었다.“지아야, 미안해.”그는 지아를 억지로 데리고 떠났고, 지아는 도마 위의 생선처럼 반항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도윤은 지아를 장미 장원으로 데려갔는데, 바로 전에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미를 심어준 그 장원이었다.지아가 오지 않은 이 2년 동안, 장미원은 매우 무성하게 자랐고, 각양각색의 장미가 저녁 바람 속에서 가볍게 춤을 추고 있었다.“지아야, 앞으로 너와 아버님은 여기서 지낼 거야. 난 이미 아버님을 위해 전문적인 의료진을 청했으니 가능한 한 빨리 아버님의 건강을 되찾을 거야.”도윤이 소계훈을 언급하는 것을 듣자 지아는 가슴이 떨렸다.“이도윤, 네가 날 죽이든 괴롭히든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아빠만큼은 건드리지 마. 그는 지금 가까스로 깨어난 데다 난 이제 아빠 말고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도윤은 가볍게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지아야, 난 다시는 너와 아버님을 건드리지 않을 거야, 맹세해. 그러니 나에게 두 사람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줘.”지아는 왼손을 내밀어 도윤의 손을 뿌리쳤고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사람은 당신이잖아.”도윤의 표정은 편집증 때문에 일그러졌다.“지아야, 가지 마. 내가 잘 챙겨줄게. 그러니까 내 말 듣고 여기서 쉬고 있어. 난 아버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러 갈게.”지아는 화가 나서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이 개자식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그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도윤을 따라갔다. 소계훈은 무슨 일 때문에 자신이 귀국했는지 몰랐는데, 도윤을 보자 눈빛이 밝아지더니 얼른 입술을 오물거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도, 도윤아.”한참 걸려서야 소계훈은 이 두 글자를 순조롭게 말할 수 있었고, 도윤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향해 걸어갔다.“아버님, 여기에 오시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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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도윤은 지금 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계훈과 지아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기에 최선을 다해 소계훈을 보살피고 싶었다.평생 남을 모신 적이 없는 그는 소계훈을 돌보는 것에 전력을 다했다.일주일 동안 도윤은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며 거의 하루 종일 소계훈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소계훈은 처음에 완전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미 말 한 마디를 분명하게 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속도가 매우 느렸지만 적어도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움푹 패인 얼굴도 조금씩 살이 붙으며 안색은 티가 날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소계훈은 도윤의 손을 잡고 말했다.“도윤아, 자네 나한테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지아도 좀 많이 챙겨줘. 그녀를 무시하지 마.”“아버님, 안심하세요. 저는 아무도 무시하지 않을 거예요. 아버님도, 지아도 제가 다 잘 챙겨줄 거예요.”도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지아는 구역질이 났다.그러나 도윤은 그녀의 표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매일 소계훈의 재활을 도운 다음, 그는 방으로 돌아가 사람더러 지아의 손을 치료하게 했다.그때마다 지아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그저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다.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의사가 어떻게 만지작거리든, 침을 놓든 약을 바르든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도윤은 고집이 센 사람이었기에 지금 잠잠한 것도 오직 잠시일 뿐이었다. 지아는 심지어 이예린이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자신이 첫 번째로 당할 것이란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도윤은 소계훈을 가지고 그녀를 속박하며 그녀가 그의 곁에 남도록 굴복시켰다. 그러나 지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아는 지금 소시후에게 신장을 주겠다고 한 약속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대표님은 어쩌지?’의사가 떠나자, 지아는 침대 옆에 앉아 두 발을 들었다.도윤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지아를 위해 슬리퍼를 신어주며 가볍게 말했다.“의사는 아버님의 회복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말했어. 기껏해야 1년 후, 아버님은 다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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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지아의 혐오에 도윤은 줄곧 그녀를 꼭 껴안으며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지아야, 우리 재혼하는 건 어때?”“재혼? 내가 왜 당신이랑 재혼을 해? 당신을 보는 것조차 역겨운데.”지아는 도윤이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하다니.“아니면, 지금 백채원이 불구가 됐으니까 당신은 그녀가 싫은 거야? 이 찌질한 놈.”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런 거 아니야. 백채원의 일에 대해 나도 말 못 할 고충이 있어. 사실 그녀는…….”일이 이 지경으로 된 지금, 두 사람 사이의 오해는 점점 깊어져만 갔기에 도윤은 더 이상 지아에게 숨기도 싶지 않았다.그는 또다시 지아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려 했다.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 밖에서 하인의 목소리가 울렸다.“도련님, 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도윤은 잠시 지아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지아야, 일단 좀 쉬고 있어.”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지아는 이를 갈았다.지난번과 같은 좋은 기회를 놓쳤으니 이제 아마도 짧은 시간 내에 소계훈을 데리고 떠날 기회가 더는 없을 것이다.현재의 소계훈은 함부로 몸을 움직이면 안 됐기에, 재활사, 한의사, 영양사 및 전문 의사가 그의 상태를 검사하는 것 외에, 그는 전혀 지아를 따라갈 수 없었다.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모든 사람들은 권세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권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싫어하고 있는 것뿐이었다.도윤은 거실에 도착했고, 백씨 집안 어르신은 금방 퇴원해서 온몸이 야위어 무척 힘없어 보였다.“어르신.”도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는 눈을 들었고, 눈빛은 혼탁하여 이미 전의 예리함이 조금도 없었다.심지어 머리카락조차 검은 색을 찾지 못할 정도로 새하얗게 변했다.“자네.” 어르신이 입을 열자 목소리는 극도로 쉬었다.“어르신, 슬픔을 삼가세요,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어르신은 눈시울이 빨갰다.“흥, 말은 참 쉽구나. 우리 집안의 핏줄이 여기서 끊어졌는데, 내가 앞으로 내려가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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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백채원은 부모님이 모두 죽고 또 자신이 분쇄성 골절로 병상에 누워 잘 휴양하는 동안 전의 일로 후회하며 마음속으로 무척 두려웠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전에 내가 많은 일을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요. 난 합격한 아내로 되는 것을 배우며 다신 당신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테니까 당신도 제발 나와 결혼해 줘요. 정말 이 부탁밖에 없어요.”도윤은 침묵하며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대답을 듣지 못하자 백채원은 계속 말했다.“전림 씨와 날 평생 돌보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러니 날 버리면 안 돼요.”그녀는 다시 이 만능 핑계를 찾았고, 도윤은 더 이상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눈을 감자,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지아의 얼굴로 가득했다.그리고 도윤은 무기력하게 대답했다.“그래, 약속할게.”백채원은 도윤의 긍정적인 대답을 받고서야 다시 웃었다.“당신이 날 버리지 않을 줄 알았다니깐요.”도윤이 전화를 끊자 어르신도 한숨을 돌렸다.“자네가 그런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지금 우리 집안의 상황도 잘 알겠지. 너희들의 결혼식은 빨랐으면 빨랐지 절대로 미루면 안 돼. 내 말은 자네가 가능한 한 빨리 채원과 결혼식을 올리라는 거야. 이렇게 하면 액땜을 하는 거라 그녀도 좀 더 빨리 나아질 수 있거든.”도윤의 머리는 이미 새하얘졌다. 지금 그는 머릿속으로 단 한 가지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또 약속을 어기는구나.’도윤은 분명히 잘못을 메우기 위해 지아에게 모든 것을 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결국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자네, 내가 한 말 듣고 있는 건가?”“네?”“이번 결혼식 말이야, 간단하게 치르자고. 그리고 날짜도 내가 이미 정했다, 이번 달 말이야, 자네 무슨 의견이 있는가?”도윤은 입술을 오므렸다.“저는 조건이 하나밖에 없어요.”“말해.”“소씨 집안만 건드리지 마세요.”어르신도 도윤이 지아를 데려온 일을 알고 있었다. 백채원이 이렇게 된 이상, 도윤이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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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도윤과 백채원이 결혼한다는 소식은 재빨리 인터넷에서 퍼졌다.“그거 들었어? 도련님께서 이번 달에 채원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할 거야.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아. 호텔까지 이미 예약했다고 들었거든.”“그럼 지아 아가씨는 어떡하지? 도련님이 그녀에게 매우 신경 쓰는 것 같은데. 매일 엄청 세심하게 잘 챙겨주잖아.”“이건 비밀인데, 지아 아가씨는 사실 도련님의 전처야. 난 원래 그들이 재혼할 줄 알았는데. 애초에 그들은 채원 아가씨 때문에 이혼했거든. 보아하니 옛사랑도 첫사랑보다 못하는 것 같아. 채원 아가씨가 엄청 심하게 다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련님은 여전히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다니, 이게 바로 사랑인가?”“도련님이 채원 아가씨와 결혼하면, 지아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내연녀로 되는 거 아니야?”몇 사람들은 한창 재잘거리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자 마침 장미 정원의 복도에서 책을 보고 있는 지아를 보았고, 하인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아, 아가씨.”지아는 표정이 담담했고, 그저 차갑게 그 사람들을 주시했다.“수다를 떨어도 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 떨어. 만약 우리 아빠의 귀에 전해진다면, 난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하면서 하얀 프렌치 롱드레스를 입은 지아는 왼손에 책을 끼고 몇 사람의 곁을 곧장 지나갔다.“지아 아가씨 정말 무서운 것 같아. 방금 그 눈빛, 놀라 죽는 줄 알았네.”하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예전의 아가씨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 그때의 아가씨는 상냥하고 친절했는데, 우리 하인들에게 엄청 잘 대해줬어. 도련님이 정말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아가씨가 이렇게 변한 거야.”“어머, 불쌍해라.”지아는 긴 복도를 지나갔다. 도윤과 백채원이 결혼한다는 일에 대해 그녀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예전에 지아는 도윤이 부득이하게 백채원과 결혼하려는 원인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도윤의 일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단지 정원의 사람들이 모두 입을 꼭 다물고 소계훈을 자극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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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아빠가 있다는 그 말 한마디에 지아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소계훈에게 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아빠는 나의 신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그러나 소계훈의 걱정에 찬 눈빛을 보자, 지아는 다시 모든 말을 삼켰다.‘조급하지 말자. 아빠의 신경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자극을 받아서는 안 돼.’“아빠, 정말 괜찮아요. 난 그냥 철이 들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유치하게 굴지 않는 것뿐이에요.”“괜찮으면 됐어. 도윤도 전처럼 너한테 잘해주고 있으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군.”소계훈은 손을 뻗어 지아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의사 선생님은 일주일 정도 더 조리하면 나도 스스로 걸을 수 있다고 말했어.”사실 요 며칠 소계훈은 외력을 빌어 이미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비록 회복이 쉽지 않더라도 소계훈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그는 지아의 부담으로 되고 싶지 않았고, 또 하루 빨리 정상인처럼 회복되길 바랐다. 이렇게 되면 지아도 더는 그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네,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아빠 힘내세요.”소계훈은 지아가 웃는 것을 보고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참, 지아야, 요 며칠 내 상태도 많이 좋아졌으니 핸드폰으로 뉴스 좀 보고 싶은데.”지아는 즉시 경계하기 시작했다. 현재 도처에 도윤의 결혼식에 관한 기사가 떠돌고 있었다.“아빠, 조금만 더 기다려요. 핸드폰을 보면 눈을 자극해서 회복에 도움이 안 되니까요.”소계훈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그래, 그럼 조금만 더 기다리지 뭐.”“시간도 늦었으니, 우리 돌아가서 밥 먹어요. 아빠도 밥을 많이 드셔야 빨리 회복할 수 있어요.”지아는 소계훈을 밀고 정원으로 돌아갔고, 도윤은 멀리서 그들 부녀를 바라보았다. 하나는 손이 축 처져 있었고, 하나는 걸을 수 없었다.이 화면을 보자, 도윤은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는 얼른 앞으로 나아가 두 사람의 옆으로 걸어갔다.“지아야, 내가 할게.”요 며칠 그는 항상 직접 이런 일을 도우려 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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