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지금 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계훈과 지아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기에 최선을 다해 소계훈을 보살피고 싶었다.평생 남을 모신 적이 없는 그는 소계훈을 돌보는 것에 전력을 다했다.일주일 동안 도윤은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며 거의 하루 종일 소계훈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소계훈은 처음에 완전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미 말 한 마디를 분명하게 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속도가 매우 느렸지만 적어도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움푹 패인 얼굴도 조금씩 살이 붙으며 안색은 티가 날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소계훈은 도윤의 손을 잡고 말했다.“도윤아, 자네 나한테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지아도 좀 많이 챙겨줘. 그녀를 무시하지 마.”“아버님, 안심하세요. 저는 아무도 무시하지 않을 거예요. 아버님도, 지아도 제가 다 잘 챙겨줄 거예요.”도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지아는 구역질이 났다.그러나 도윤은 그녀의 표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매일 소계훈의 재활을 도운 다음, 그는 방으로 돌아가 사람더러 지아의 손을 치료하게 했다.그때마다 지아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그저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다.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의사가 어떻게 만지작거리든, 침을 놓든 약을 바르든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도윤은 고집이 센 사람이었기에 지금 잠잠한 것도 오직 잠시일 뿐이었다. 지아는 심지어 이예린이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자신이 첫 번째로 당할 것이란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도윤은 소계훈을 가지고 그녀를 속박하며 그녀가 그의 곁에 남도록 굴복시켰다. 그러나 지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아는 지금 소시후에게 신장을 주겠다고 한 약속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대표님은 어쩌지?’의사가 떠나자, 지아는 침대 옆에 앉아 두 발을 들었다.도윤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지아를 위해 슬리퍼를 신어주며 가볍게 말했다.“의사는 아버님의 회복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말했어. 기껏해야 1년 후, 아버님은 다시 전
지아의 혐오에 도윤은 줄곧 그녀를 꼭 껴안으며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지아야, 우리 재혼하는 건 어때?”“재혼? 내가 왜 당신이랑 재혼을 해? 당신을 보는 것조차 역겨운데.”지아는 도윤이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하다니.“아니면, 지금 백채원이 불구가 됐으니까 당신은 그녀가 싫은 거야? 이 찌질한 놈.”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런 거 아니야. 백채원의 일에 대해 나도 말 못 할 고충이 있어. 사실 그녀는…….”일이 이 지경으로 된 지금, 두 사람 사이의 오해는 점점 깊어져만 갔기에 도윤은 더 이상 지아에게 숨기도 싶지 않았다.그는 또다시 지아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려 했다.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 밖에서 하인의 목소리가 울렸다.“도련님, 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도윤은 잠시 지아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지아야, 일단 좀 쉬고 있어.”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지아는 이를 갈았다.지난번과 같은 좋은 기회를 놓쳤으니 이제 아마도 짧은 시간 내에 소계훈을 데리고 떠날 기회가 더는 없을 것이다.현재의 소계훈은 함부로 몸을 움직이면 안 됐기에, 재활사, 한의사, 영양사 및 전문 의사가 그의 상태를 검사하는 것 외에, 그는 전혀 지아를 따라갈 수 없었다.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모든 사람들은 권세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권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싫어하고 있는 것뿐이었다.도윤은 거실에 도착했고, 백씨 집안 어르신은 금방 퇴원해서 온몸이 야위어 무척 힘없어 보였다.“어르신.”도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는 눈을 들었고, 눈빛은 혼탁하여 이미 전의 예리함이 조금도 없었다.심지어 머리카락조차 검은 색을 찾지 못할 정도로 새하얗게 변했다.“자네.” 어르신이 입을 열자 목소리는 극도로 쉬었다.“어르신, 슬픔을 삼가세요,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어르신은 눈시울이 빨갰다.“흥, 말은 참 쉽구나. 우리 집안의 핏줄이 여기서 끊어졌는데, 내가 앞으로 내려가서 우리
백채원은 부모님이 모두 죽고 또 자신이 분쇄성 골절로 병상에 누워 잘 휴양하는 동안 전의 일로 후회하며 마음속으로 무척 두려웠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전에 내가 많은 일을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요. 난 합격한 아내로 되는 것을 배우며 다신 당신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테니까 당신도 제발 나와 결혼해 줘요. 정말 이 부탁밖에 없어요.”도윤은 침묵하며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대답을 듣지 못하자 백채원은 계속 말했다.“전림 씨와 날 평생 돌보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러니 날 버리면 안 돼요.”그녀는 다시 이 만능 핑계를 찾았고, 도윤은 더 이상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눈을 감자,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지아의 얼굴로 가득했다.그리고 도윤은 무기력하게 대답했다.“그래, 약속할게.”백채원은 도윤의 긍정적인 대답을 받고서야 다시 웃었다.“당신이 날 버리지 않을 줄 알았다니깐요.”도윤이 전화를 끊자 어르신도 한숨을 돌렸다.“자네가 그런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지금 우리 집안의 상황도 잘 알겠지. 너희들의 결혼식은 빨랐으면 빨랐지 절대로 미루면 안 돼. 내 말은 자네가 가능한 한 빨리 채원과 결혼식을 올리라는 거야. 이렇게 하면 액땜을 하는 거라 그녀도 좀 더 빨리 나아질 수 있거든.”도윤의 머리는 이미 새하얘졌다. 지금 그는 머릿속으로 단 한 가지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또 약속을 어기는구나.’도윤은 분명히 잘못을 메우기 위해 지아에게 모든 것을 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결국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자네, 내가 한 말 듣고 있는 건가?”“네?”“이번 결혼식 말이야, 간단하게 치르자고. 그리고 날짜도 내가 이미 정했다, 이번 달 말이야, 자네 무슨 의견이 있는가?”도윤은 입술을 오므렸다.“저는 조건이 하나밖에 없어요.”“말해.”“소씨 집안만 건드리지 마세요.”어르신도 도윤이 지아를 데려온 일을 알고 있었다. 백채원이 이렇게 된 이상, 도윤이 그녀에게
도윤과 백채원이 결혼한다는 소식은 재빨리 인터넷에서 퍼졌다.“그거 들었어? 도련님께서 이번 달에 채원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할 거야.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아. 호텔까지 이미 예약했다고 들었거든.”“그럼 지아 아가씨는 어떡하지? 도련님이 그녀에게 매우 신경 쓰는 것 같은데. 매일 엄청 세심하게 잘 챙겨주잖아.”“이건 비밀인데, 지아 아가씨는 사실 도련님의 전처야. 난 원래 그들이 재혼할 줄 알았는데. 애초에 그들은 채원 아가씨 때문에 이혼했거든. 보아하니 옛사랑도 첫사랑보다 못하는 것 같아. 채원 아가씨가 엄청 심하게 다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련님은 여전히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다니, 이게 바로 사랑인가?”“도련님이 채원 아가씨와 결혼하면, 지아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내연녀로 되는 거 아니야?”몇 사람들은 한창 재잘거리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자 마침 장미 정원의 복도에서 책을 보고 있는 지아를 보았고, 하인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아, 아가씨.”지아는 표정이 담담했고, 그저 차갑게 그 사람들을 주시했다.“수다를 떨어도 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 떨어. 만약 우리 아빠의 귀에 전해진다면, 난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하면서 하얀 프렌치 롱드레스를 입은 지아는 왼손에 책을 끼고 몇 사람의 곁을 곧장 지나갔다.“지아 아가씨 정말 무서운 것 같아. 방금 그 눈빛, 놀라 죽는 줄 알았네.”하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예전의 아가씨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 그때의 아가씨는 상냥하고 친절했는데, 우리 하인들에게 엄청 잘 대해줬어. 도련님이 정말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아가씨가 이렇게 변한 거야.”“어머, 불쌍해라.”지아는 긴 복도를 지나갔다. 도윤과 백채원이 결혼한다는 일에 대해 그녀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예전에 지아는 도윤이 부득이하게 백채원과 결혼하려는 원인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도윤의 일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단지 정원의 사람들이 모두 입을 꼭 다물고 소계훈을 자극하지 않기를
아빠가 있다는 그 말 한마디에 지아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소계훈에게 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아빠는 나의 신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그러나 소계훈의 걱정에 찬 눈빛을 보자, 지아는 다시 모든 말을 삼켰다.‘조급하지 말자. 아빠의 신경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자극을 받아서는 안 돼.’“아빠, 정말 괜찮아요. 난 그냥 철이 들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유치하게 굴지 않는 것뿐이에요.”“괜찮으면 됐어. 도윤도 전처럼 너한테 잘해주고 있으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군.”소계훈은 손을 뻗어 지아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의사 선생님은 일주일 정도 더 조리하면 나도 스스로 걸을 수 있다고 말했어.”사실 요 며칠 소계훈은 외력을 빌어 이미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비록 회복이 쉽지 않더라도 소계훈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그는 지아의 부담으로 되고 싶지 않았고, 또 하루 빨리 정상인처럼 회복되길 바랐다. 이렇게 되면 지아도 더는 그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네,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아빠 힘내세요.”소계훈은 지아가 웃는 것을 보고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참, 지아야, 요 며칠 내 상태도 많이 좋아졌으니 핸드폰으로 뉴스 좀 보고 싶은데.”지아는 즉시 경계하기 시작했다. 현재 도처에 도윤의 결혼식에 관한 기사가 떠돌고 있었다.“아빠, 조금만 더 기다려요. 핸드폰을 보면 눈을 자극해서 회복에 도움이 안 되니까요.”소계훈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그래, 그럼 조금만 더 기다리지 뭐.”“시간도 늦었으니, 우리 돌아가서 밥 먹어요. 아빠도 밥을 많이 드셔야 빨리 회복할 수 있어요.”지아는 소계훈을 밀고 정원으로 돌아갔고, 도윤은 멀리서 그들 부녀를 바라보았다. 하나는 손이 축 처져 있었고, 하나는 걸을 수 없었다.이 화면을 보자, 도윤은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는 얼른 앞으로 나아가 두 사람의 옆으로 걸어갔다.“지아야, 내가 할게.”요 며칠 그는 항상 직접 이런 일을 도우려 했다. 그러나
도윤은 씁쓸하게 웃었다.“아버님, 제가 잘못을 저질러서 지아를 불쾌하게 했어요. 그러나 안심하세요. 저는 반드시 지아의 용서를 구할 거예요.”“그래, 자네가 지아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거, 나도 다 알고 있어.”도윤의 이런 태도를 보자 소계훈도 안심했다.“사람은 한평생 자신이 사랑하고 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해. 그리고 너희들처럼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것도 쉽지 않는 법이지. 자네도 자아와 이런 인연이 있으니 절대로 놓치면 안 돼.”“아버님, 저도 알아요. 그러니 절대로 지아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소계훈은 온화하게 웃었다.“나한테 발을 안마해주는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자네는 대표님인데, 다른 사람이 이를 알면 자네를 비웃지도 몰라.”“그래도 효도가 가장 중요하죠. 제가 자신의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데 누가 험담을 할 수 있겠어요. 아버님도 안심하고 여기서 휴양하세요. 다른 것은 저에게 맡기면 되니까요. 만약 여기 장원에 장미만 심은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다면, 제가 사람 시켜 좋은 난초를 심으라고 할게요. 나중에 다리가 좀 좋아지면 제가 아버님 데리고 나가서 바람도 좀 쐬고요.”“그래, 자네에게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 난 만족하구나.”도윤이 방에서 나올 때, 시간은 이미 10시가 되였고 지아의 방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그가 문을 밀고 들어오자, 지아는 침대에 누워 의학에 관한 책을 보고 있었는데, 그와 들어와도 그녀는 눈을 들지 않았다.도윤은 지아의 곁으로 가서 불빛을 좀 밝게 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어두우면 눈에 안 좋아.”지아는 아예 책을 덮고 도윤을 향해 눈을 부라린 다음 침대에 누우며 바로 이불로 머리를 덮었다. ‘보이지 않으면 짜증도 나지 않는 법이지.’전에 지아가 이렇게 할 때마다 도윤은 떠났지만, 오늘 그는 떠나지 않았다.지아는 도윤이 침대 옆에 앉은 것을 느꼈고, 그는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지아야, 나 곧 백채원과 결혼할 거야.”
지아는 헛구역질한 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뒤, 그녀는 기름기가 가득한 음식을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구역질이 났다.그리고 헛구역질이 구토로 변하자, 지아는 더 이상 침착하지 못했다.지아는 섬에서 돌아온 이후로 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위도 오랫동안 아프지 않았다.그녀는 처음에 다시 위병이 도진 줄 알았는데, 요 며칠 구토 반응은 점점 더 강렬해졌고, 위병 대신 오히려 임신 초기의 증상인 것 같았다.이것을 깨닫자, 지아는 온몸이 차가워졌다.그 당시 대출혈을 겪으며 낳은 그 아이가 요절한 후, 의사는 지아의 몸이 좋지 않아 앞으로 임신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요 2년 동안 몸조리를 한 적이 없었고, 그날 도윤이 아플 때, 얼떨결에 그녀와 관계를 맺었다.그때는 안전기간인 데다, 지아는 또 의사의 말을 떠올렸기에 피임약을 먹지 않았다.‘그렇다고 바로 임신할 리가 없잖아?’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지아는 자신의 생리가 이미 두 주일 째 늦었다는 것을 발견했고, 속으로 더욱 당황했다.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달래며 은근히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괜찮아, 생리가 제때에 오지 않는 것도 정상인걸. 내일 올지도 모르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어.’“지아야?” 뒤에서 소계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아는 깜짝 놀랐다.소계훈은 휠체어를 타고 와서 그녀를 관심했다.“요 며칠 너 입맛이 별로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거 같은데, 무슨 일이야? 어디가 많이 아픈 거야?”“아빠, 난 괜찮아요.”지아는 재빨리 웃음을 지었다.“난초가 오늘 도착했는데, 우리 얼른 가서 봐요. 이번에 다른 꽃도 함께 도착했어요.”소계훈은 더욱 신경이 쓰였다. 자신의 딸은 걱정거리가 많았지만 그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도윤은 통이 정말 컸는데, 장미가 가득한 정원에 땅을 하나 파서 소계훈이 좋아하는 꽃을 심도록 했다.지아는 도윤의 시선이 자신에게 떨어진 것을 느끼고 얼른 삽을 들고 하인과 함께 꽃을 심었다.그녀는 비록 일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
지아는 재빨리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고 하인은 재빨리 입을 다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름이 뭐야?”“강미연이요, 저를 미연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강미연은 영리하게 대답했다.“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지?”강미연은 계속 말했다.“대학을 금방 졸업했는데, 원예를 전공해서 장미원을 가꾸러 왔어요.”그녀의 눈빛은 매우 깨끗했다. 지아도 요 며칠 장원에 있는 하인들의 성격을 거의 파악했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이 수다를 떠는 동안 이 소녀는 줄곧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고, 여태껏 잡담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그럼 나 좀 도와줄래?”“아가씨, 별말씀을요. 아가씨는 장미 장원의 주인이니 무슨 요구를 하시든 당연하죠. 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에요.”지아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돼, 할 수 있겠니?”“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도련님께서 엄청 잘해 주시는 것 같은데, 아가씨가 정말 임신을 했다면 오히려 좋은 일 아닌가요?”지아는 천천히 말했다.“너도 그가 곧 결혼한다는 거, 알고 있지? 설마 내 아이도 나처럼 영원히 명분 없이 남의 사생아로 살아가야 할까?”강미연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아가씨, 알겠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곧 사러 갈게요.”지아는 자신이 사람을 잘못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우선 빨리 자신이 임신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했다.식사를 할 때, 지아는 줄곧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고, 입맛이 없었지만 도윤이 아무런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애써 참아야 했다.다행히 그때 지아가 임신하자마자 바로 도윤과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임신 초기에 심하게 토했을 때, 도윤은 아예 보지 못했다.그래서 어젯밤에 지아가 헛구역질을 하는 것을 보고, 도윤은 기껏해야 지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고, 결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히려 소계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아야, 너 요 며칠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