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441 - 챕터 1450

1567 챕터

제1441화

이명란은 쪼그리고 앉아 묵묵히 조각들을 치우고 있었다. 하지만 미셸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그녀의 다리를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정말이지 참을 만큼 참았어! 아줌마,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잖아. 그런데도 매일 이렇게 형편없는 걸 먹으라는 거야?” 이명란은 어지럽게 흩어진 조각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미셸의 짜증은 더욱 심해졌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형편없다니. 이건 누군가가 몇 년 동안 곡물로 키운 자연산 닭이야. 사료 한번 먹여본 적 없는 귀한 닭을 천신만고 끝에 구해온 거고, 거기에 양고기를 몇만 원이나 들여가며 정성껏 끓인 거라고.”“우리 집이 부씨 가문만큼 부유하진 않더라도, 네가 먹고 입는 건 일반 사람들보단 훨씬 좋아. 이 정도로도 너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는 거야?” “감히 부씨 가문과 비교해? 아줌마는 우리 엄마의 손톱만큼도 따라오지 못해. 아줌마 같은 악독한 인간 때문에 내가 그런 꼴을 당한 거라고. 우리 부모님은 나를 사랑했고, 우리 오빠도...” 미셸은 매일 같이 부씨 가문을 칭송하며, 그 위대함을 이명란에게 상기시켰다. 하늘에서 떨어져 현실을 마주하게 된 미셸의 고통을 이해하려던 이명란은 결국 한계를 넘어서고 말았다. “그만 좀 해! 네가 그렇게 자랑하는 그 집은 이제 너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그것도 내가 일깨워줘야겠니?” 이명란은 손에 들고 있던 조각을 바닥에 내던지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맞아. 내가 널 바꿔치기한 거야. 그런데 내가 왜 그랬겠니? 너라도 편안히 살게 해주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는 모든 잘못을 나한테 돌리고 있구나. 네가 함부로 굴지만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야. 너만 아니었으면 모든 비밀은 지금까지도 감춰져 있었을 테고,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내가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운 모양이구나.”진실이 드러나자, 미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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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2화

이명란은 참다못해 주건에게 달려들어 격렬한 싸움을 벌였고, 싸우는 도중에 그녀의 동생인 이명장의 이름을 불렀다. 옆방에 있던 이명장은 그 소리를 듣고 나가려 했지만, 손톱을 칠하던 그의 아내가 손을 붙잡고 만류했다.“어딜 가려고요? 아주버님이 괜히 속상해서 저러시는 걸 거예요. 나가서 당신까지 얻어맞기라도 하면 어떡해요?”“하지만 나의 누님이잖아.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건 다 누님 덕분이야. 누님이 아니었으면 당신이 그렇게 비싼 옷을 입을 수 있었겠어?” “웃기지 마세요.”“하긴, 맞아요.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게 다 형님 덕분이긴 하죠.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요? 시내에 있는 그 몇 채나 되는 집을, 우리는 쓰지도 못하잖아요. 돈이 있어도 쓸 수가 없고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 산속에 숨어 지내야 하는 거예요? 당신도 형님이 건드린 상대가 누군지 잘 알잖아요. 애초에 형님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거예요. 가난했더라도 이런 곳에서 숨죽이고 살진 않았을 거라고요!” 이명란은 문 앞에 서서 박은숙이 하는 말을 모두 들었다. 과거의 박은숙은 언제나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형님, 형님’하며 친근하게 굴었는데, 이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이명란이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여태 날 그렇게 생각했겠다?” 예전 같으면 그녀가 살짝 눈썹을 찡그리기만 해도 긴장하던 박은숙은 그저 손톱을 칠하며 차갑게 말했다.“아주버님이 너무 약하게 때린 모양이네요.” 이명장이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말 좀 가려서 해!” “내 말이 틀렸어요? 우리는 원래 A시에서 잘 나갔다고요. 그런데 형님 때문에 다 여기로 도망 온 거잖아요. 당신은 참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못 참아요!” 이명란이 붉게 붉어오른 뺨과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차갑게 대답했다.“싫으면 떠나. 누가 붙잡을 줄 알고?” “떠나라고요? 형님이 부씨 가문을 건드렸잖아요. 우리한테 무슨 선택지가 남았는데요?” 박은숙은 발밑에 놓인 나무 의자를 걷어차며 이명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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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3화

미셸은 한 번도 그런 표정을 짓는 하용을 본 적이 없었다. 비록 그가 그녀에게 잘해주던 시절에도 미소를 띠곤 했지만, 화연을 바라볼 때의 그 미소와는 차원이 달랐다. 따스함이 감도는 눈빛과 눈썹, 그리고 눈동자. 그것이야말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었다.마치 화연이 깨지기 쉬운 도자기라도 되는 듯, 살짝만 부딪혀도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 그에 비하면, 미셸에게 보여준 것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가짜 애정이었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미셸은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한기가 서서히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고, 하용과 화연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분명 난방이 잘 되는 곳에 서 있었지만, 온몸은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얼굴에는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설령 미셸이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하용이 단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그가 수년간 미셸에게 다가간 이유는 오로지 부씨 가문에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오빠와 아빠가 일찍부터 경고했었어. 하지만 그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도윤에 대한 복수밖에 없었으니까.’ 미셸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하용이 화연을 위해 하씨 가문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건, 화연이 그의 마음속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임을 의미했다. 그녀가 아랫배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내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구나.’ 이번에 미셸이 돌아온 것은 배 속의 아이를 핑계로 하용에게 자신을 받아달라고, 잘 지내보자고 부탁과 설득을 하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하용과 화연의 관계를 미리 알게 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경솔하게 하용의 앞에 달려들어 시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미셸은 화연이 자신의 자리,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 가는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순간, 지아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화연이 그녀의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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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4화

부남진은 지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온 것과 부씨 가문이 친딸을 찾은 일을 기념하여, 대대적인 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모든 사람에게 자기 딸이 미셸이 아닌 화연임을 알릴 계획인 것이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사회의 중요한 인물들에게도 초대장이 전해졌다. 그 무렵 지아는 오랜만에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장민호였다. 민호가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터라, 지아는 그가 다시 나타난 것이 흥미로웠다. 그녀가 민호의 삶에 진한 흔적을 남기고 돌연 자취를 감추었을 때, 그는 심각한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조차도 지아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그녀를 꼭 붙잡으라 권하기도 했다. 민호는 지아와 자신의 사이에 피맺힌 원한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언젠가 지아가 자신이 강미연을 살해한 장본인임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분노할 테니까.그런데도 마음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심장 속에는 지아에 대한 감정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민호는 지난 2년간의 채팅을 보면서 지아와의 만남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이미 깊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 며칠 지아가 냉담하게 민호를 대했던 것은 본래 그가 바란 결과였다. 하지만 막상 그녀의 무관심이 지속되자, 그는 그녀에 대한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민호는 새로운 지령을 받고 지아에게 다시 연락할 구실을 찾은 듯했다. 그는 급한 일이 있다며 그녀와 한적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민호는 맑은 눈망울과 새하얀 치아를 가진 지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몇 년 전보다 더 매혹적이고 고귀해 보였다. 마치 빛나는 진주처럼 눈부신 지아, 민호는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원래 민호는 지아가 자신에게 접근한 목적을 의심하곤 했으나,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뒤에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더욱 키우게 되었다.“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민호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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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5화

민호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망설이는 듯했다. 지아는 그에게 따지듯 몰아붙이지 않고,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천천히 빼냈다.“말하기 힘들면 안 해도 돼요. 일단 식사나 해요. 저는 곧 돌아가야 하니까요.”“지아 씨, 나는...”마침내 결단을 내린 듯, 민호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지아 씨, 나한테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어떤 비밀 조직에 속한 녀석인데, 최근에 한 가지 소식을 들었다고 했어요.” “비밀 조직이요? 그게 뭔데요?”지아가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국제 용병 조직 같은 거예요. 돈만 받으면 어떤 임무든 맡는데, 이를테면... 살인 같은 것도요.” “살인이요?”지아는 과거의 나쁜 기억이 떠오른 듯 얼굴을 굳혔다. “두려워하지 마요.”민호는 조산한 그날 밤이 그녀의 악몽이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나는 당신을 다치게 두지 않을 거예요.” “미스터 정의 친구분이 들었다는 소식이 뭔데요?” “최근에 살해 의뢰를 받았대요.” “나를 죽이라는 의뢰군요, 맞죠?”지아가 씁쓸하게 웃었다.“이젠 익숙해요. 이미 수많은 살해 위협을 받아왔으니까요. 이번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거예요. 저를 친구로 여겨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나는 이만 가볼게요.” 지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하자, 민호가 그녀의 손목을 급히 붙잡았다.“가지 말아요.” “나는 불행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 애완동물조차도 나 때문에 해를 입었죠. 당신에게도 불행이 닥칠 거예요.”“지아 씨, 내가 진실을 밝히는 건, 당신을 돕고 싶기 때문이에요.” 민호가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이번에 당신을 노리는 사람은 평범한 상대가 아니에요. 지아 씨, 제발 나와 함께 가요. 여기 머물면 언젠가는...” 오래도록 놓은 미끼가 드디어 물고기를 건진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 물고기는 그야말로 대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날 죽이려 하고 있어요. 여러 방법으로 계속해서 날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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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6화

지아의 맑은 두 눈동자에 주저함이 스쳤다.“됐어요, 더 이상 미스터 정을 이 위험천만한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은 아주 잔인하고 무자비해요. 이전에 몇 번이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단지 운이 좋았던 거였다고요. 하지만 미스터 정은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정말이지 미스터 정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싶진 않아요.” “지아 씨, 내가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친구를 사귀었겠어요?”민호는 지아와 함께하고 싶다는 진심을 내보이기로 결심했다. “당신은 대체...” “언젠가 내가 누군지 밝힐 날이 올 거예요.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그 악마 같은 사람을 잡아줄게요.” 지아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날 죽이려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아니요, 하지만 알아낼 수 있어요. 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요. 지아 씨,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줘요. 그리고 한 가지 약속해 줘요. 꼭 조심하고, 전남편이 지아 씨를 보호해 줄 수 있다면... 잠시라도 그 사람의 곁에 머물러요.” “그러지 마세요. 나는 이미 친구가 거의 없어요. 미스터 정마저 잃고 싶지 않다고요.”지아가 걱정이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안심하세요, 나는 가장 안전한 곳에 있으니까요.” 민호는 손가락으로 지아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살아남아서 내가 전할 소식을 기다려줘요.” 그는 이 말을 끝으로 황급히 떠났다. 그러나 민호가 떠난 후, 지아의 걱정스러웠던 얼굴은 순식간에 냉담해졌다. 그녀는 뜨거운 물수건을 집어 들고, 그가 어루만졌던 얼굴을 닦아냈다. 닦고 또 닦아,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말이다. ‘역겨워, 저런 인간에게 닿은 흔적이라니.’ ‘당신,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라요.’ 지아가 팔찌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미연아, 조금만 기다려. 곧 저 사람을 네 곁으로 보내서 사과하게 만들어 줄게.” 모든 것이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전효와 민호의 양쪽 지원을 받는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었다. 거미줄 같은 단서라도 발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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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7화

하용이 무릎을 꿇었다.“아버지,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앞으로 하씨 가문의 일과 저는 무관합니다. 하씨 가문에 속하는 제 것은 이른 시일내에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멍청한 놈! 하씨 가문의 수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주제에, 이대로 떠나겠다고? 네 할아버지가 너를 살려 둘 것 같으냐?” 하용이 낮게 웃었다.“저는 하씨 가문과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여자가 평안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니까요. 하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저를 죽이려 한다면, 저도 숨겨왔던 비밀을 터뜨릴 수밖에 없겠네요. 제가 몇 년간 하씨 가문을 위해 일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어디 있는지는,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은혜도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하광은 다시 그의 몸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그렇게 한참을 퍼부은 후에야 침을 뱉고는 경멸스럽게 말했다.“너도 네 어미랑 똑같구나. 도무지 구제할 수 없는 자식이야!” 지아는 급히 화분 뒤로 몸을 숨겼고, 분노에 찬 하광은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광이 떠난 후, 하용은 비틀거리며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라이터를 들어 불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방금 하광에게 맞아 탈골된 손에서 라이터가 떨어졌고, 그것은 지아의 발치에 떨어졌다. 그녀는 라이터를 주워 하용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하용의 피투성이 얼굴은 잿빛이 되었지만, 지아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었네요.” 검은 양복에는 여기저기 발자국이 묻어 있었다. 지아는 이렇게까지 망가진 하용을 처음 봤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저기...”하용은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깊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가 그의 수려한 얼굴을 희미하게 가리자, 목젖이 움직였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분은 제 아버지지만, 저는 하씨 가문의 사생아예요. 제 어머니는 밤거리를 전전하던 여자였죠.” 지아는 깜짝 놀랐다. 하용의 출생 비밀은 도윤조차 몰랐던 것이었다. ‘하씨 가문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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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8화

하씨 가문과는 다르게, 최근 부씨 가문은 연일 분주하고 활기가 넘쳤다. 지아가 돌아왔을 때, 고용인들은 온 집안을 환하게 밝힐 등을 걸고, 안팎으로 물청소하고 있었다. 그녀를 본 모든 이들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지아 아가씨, 돌아오셨군요.” 이명란이 떠난 후, 민연주가 집안을 새로 정비한 덕에 남아 있는 고용인들은 모두 온화하고 성실했다. 올해 부씨 가문은 모처럼 이런 북적임을 맞았다. 부남진은 다가올 새해를 맞이해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라고 지시했다. 지아가 막 집에 들어서자, 화연이 그녀를 방으로 불렀다. 방에 들어간 지아는 고민에 빠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다가가 물었다.“왜 그러세요, 고모님?” 방 한쪽에는 고급 맞춤 드레스들이 걸려 있었고, 색상과 디자인이 모두 달랐다. 지아는 그녀가 드레스 선택을 고민하는 줄 알고 말했다.“드레스 선택이 어려우신 건가요? 고모님은 아담한 체형이니까, 이 은색 드레스나 하얀색 드레스가 잘 어울린 것 같아요.” “그런 게 아니야.”화연이 지아의 손을 붙잡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나는 내일 밤 연회에 가고 싶지 않아.” “왜요? 거긴 인정받는 자리잖아요. 할아버지께서 모두에게 고모님이 진짜 딸임을 알리려는 건데, 고모님이 나가지 않으시는 건 말이 안 되죠.”지아는 그녀가 지나치게 민감하고 내성적이라 생각하며 다독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곁에 있을게요.” “내가 그 연회에 참석하면, 그 순간부터 정말 부씨 가문의 딸이 되는 거잖아.” “그렇죠, 설마 즐겁지 않으신 거예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까지 고모님을 찾아낸 걸 정말 기뻐하시잖아요.” 화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오빠, 아버지, 어머니는 정말 나에게 잘 대해주셔. 그리고 과거의 모든 걸 보상해 주려 노력하시지. 하지만... 내가 부씨 가문의 딸이 되면 하용 오빠와는 끝이잖아. 나는 하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하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너무도 잘 알아. 아버지는 절대 하용 오빠가 날 데려가는 걸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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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9화

지아가 한참 위로한 후에야, 화연의 감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지아가 서재로 돌아갔다. 평소 조용했던 서재는 보기 드물게 분주하고 활기가 넘쳤다. 부남진은 돋보기를 쓴 채 한쪽에 서 있었고, 그의 자리에는 지윤이 앉아 있었다. 지윤은 붓을 들고 한지 위에 여유롭게 먹물을 휘두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경도 붓을 들고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평소 성격이 산만한 그 아이가 이렇게 진득하게 붓글씨를 연습하는 모습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누렇게 바랜 한지 위에는 상반신은 거북이, 하반식은 벌 모양을 한 이상한 동물이 그려져 있었다. “엄마, 제가 그린 ‘거북이꿀’ 좀 보세요, 어때요?” 지아가 피식 웃었다.“멋지네, 상상력이 대단하구나.” “엄마는 너무 착해요. 오빠가 그린 저 형편없는 그림 같은 건, 제가 하루에 5kg도 그리겠어요.”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소망이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소망의 손 아래에서는 웅장하고 세밀한 산수화가 완성되고 있었는데, 그 그림은 해경의 장난스러운 그림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해결은 질세라 소망과 말다툼을 벌였지만, 지아는 두 아이의 다툼이 익숙한 듯 신경 쓰지 않았다. 무무는 붓 대신 해바라기씨를 쥐고 앵무새와 놀고 있었다. 지아는 무무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 아이를 안아 부남진의 옆으로 다가갔다. 부남진은 지윤이 마지막 획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며 크게 소리쳤다.“좋아! 아주 훌륭해!” 지윤은 붓을 내려놓고 고요한 얼굴로 일어섰다. 마치 도윤을 복제한 듯한 그 작은 얼굴에는 이 시대의 어린아이답지 않은 침착함이 서려 있었다.“엄마.” 지윤이 지아를 향해 다가왔다. 또래 아이들과 같은 활발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를 마주한 그 아이의 눈에서는 분명 반짝이는 빛이 스쳤다. 이제야 비로소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지아는 무무를 내려놓고, 지윤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털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정말 잘 썼네.”“엄마, 감사해요.”단순한 칭찬 한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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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0화

지아는 더 이상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물었다.“할아버지, 고모님과 하용 씨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부남진이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중재하러 온 게야?” “저도 여자인지라, 예전에 많은 일을 겪어봤어요. 물론 하용 씨가 과거에 잘못한 일이 많긴 하지만, 하용 씨가 한 모든 행동은 고모님을 위한 거였어요. 고모님은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하용 씨와 헤어진 후에 건강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돼요.” 부남진은 붓을 들고 글씨를 쓰며 물었다.“그날 밤, 내가 두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아니?”“제가 어떻게 할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겠어요.” “하용이한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지. 첫째는 하씨 가문과 완전히 결별할 것.” “그건 이미 이루어졌잖아요.” 부남진은 깊은 뜻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리석은 아이 같으니라고. 하씨 가문과의 결별이 말로만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 그건 혈연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계가 얽혀 있는 거란다. 하용이 하씨 가문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해도, 하씨 가문이 그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 “그럼 두 번째 조건은 뭐였어요?”‘첫 번째가 이렇게 어려우면, 두 번째는 분명히 더 어려울 거야.’ “하씨 가문을 혼수로 주면, 화연이를 하용이에게 시집보내겠다고 했지.”말문이 막힌 지아는 눈을 크게 떴다.‘역시 정치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냉혹하구나.’ 부남진이 그녀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더라면, 욕을 한마디 뱉었을 것이었다. “속으로 날 욕하는 건 아니겠지?” 지아가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그럴 리가요, 할아버지.” “나를 욕하는 것도 이해한다. 너희가 보기에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잔인해 보일 테니까. 하지만 정치 세계는 너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냉혹해. 하씨 가문을 없애지 않으면, 나는 편히 잠들 수 없으니까.”“그리고 하용이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야. 하씨 가문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 관계에서 깨끗이 벗어나야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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