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난 아직도 네가 처음 나한테 왔을 때가 기억나. 아주 말랐고, 아주 아담했었지...” “그만하세요, 소 선생님.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말하고 싶지 않다고요.” “말하고 싶지 않은 거야, 말할 수 없는 거야? 해당화, 네 뒤에 누군가 있지, 그렇지? 나한테 말해봐, 그 사람이 누구길래, 네 오빠의 행복까지도 저버리고 한 가족을 갈라놓으려 하는 거지?” 예린은 시후의 압박을 받고 점점 뒤로 물러났다. 그의 두 눈은 그녀 마음속의 가장 깊은 곳을 보려는 듯했다. 예린은 시후를 밀쳐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소 선생님, 죄송해요. 선생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더 말할 수 없어요.” 시후는 그녀가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그 온화하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한 예린이 다시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초조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방금 너랑 얘기했던 남자는 누구야?]“루이스의 보조야.”예린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보조?]“그게 아니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데? 참, 나한테 부탁할 건 또 뭐야?”[소지아가 루이스 곁에 있는지 좀 알아봐 줘. 만약 그렇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여자를 제거해 줘!] 예린이 나지막이 되뇌었다.“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래! 지금이 최고의 기회야.] 바로 이때, 멀리서 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해당화 씨, 얼마나 더 걸리나요?” 예린은 곧장 전화를 끊고 지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지아는 고독하게 어두운 밤 속에 서 있었고, 조명이 그녀의 마스크를 비췄지만, 그녀의 표정을 가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예린은 지아가 지금 미소 짓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손에 서류철을 든 채 여우처럼 우아하게 서 있었다. 예린이 지아를 스쳐 지나가며 한 마디를 던졌다.“많이 변했네.” 지아는 확실히 많이 변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두려움과 공포가 없었고,
Terakhir Diperbarui : 2024-11-23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