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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1401 - Chapter 1410

1567 Chapters

제1401화

‘전림이 죽지 않았다면, 적어도 우리의 채나에게는 아빠가 있었을 건데...’‘아마 나도 지금처럼 망가진 모습으로 살지 않았을 텐데...’ 의사가 전효의 상처를 다 치료하고 나와서, 약간의 의심이 담긴 눈빛으로 채원을 바라보았다. “아가씨, 이분의 몸에 오래된 상처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대체 어떤 분입니까?” 채원은 현금 뭉치를 꺼내어 의사에게 건넸다. “궁금해하지 마세요. 이건 진료비예요.” 의사는 눈앞에 펼쳐진 많은 돈에 눈이 반짝였다. 방에 있는 환자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돈을 받은 이상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안심하세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한동안 푹 쉬어야 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채원은 서재민을 불러서 말했다. “의사 선생님 좀 모셔다드려요.” 그녀는 침실로 돌아갔다. 침대 위의 남자는 상반신이 드러난 채로 누워 있었고,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이불로 덮인 몸이 희미한 조명 속에 있었다. ‘이제야 나도 제대로 이 남자를 볼 수 있네.’채원은 전림과의 긴 세월 동안 익숙해진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지금 이 남자... 전림과의 외모는 정말 똑같아서 구별하기 어렵고...’ 그녀는 그날 밤 전림과 불꽃 같은 하룻밤을 보냈을 때를 떠올렸다. 전림의 오른쪽 복부에는 총상으로 생긴 흉터가 있었다. 채원이 이불 끝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려는 순간, 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렀다. 전효는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그가 눈을 뜬 순간, 채원은 이 남자가 전림이 아님을 직감했다. 전림은 절대 이런 차가운 눈빛으로 채원을 본 적이 없었다. 전효의 눈빛은 낯설었지만, 곧 뭔가 이해한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당신이었군요.” 그리고 전효의 목소리는 전림과 달랐다. 채원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전림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더 확신했고, 마음속에 생겼던 실오라기만한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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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채원은 전효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전림과 얼굴은 똑같았지만 전효의 눈빛은 너무나도 차가워서 소름이 돋았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백채원, 당신이 우리 형의 아이를 가졌면서도 이도윤과 결혼하려고 했던 것, 이도윤의 아내와 갈라놓으려 했던 짓거리는 정말 역겨워.” 전효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채원의 팔을 거칠게 잡아챘다. “뭐 하는 거예요?” 채원이 몸부림쳤다. “어딘가로 데려가려고.” 전효는 강제로 채원을 차에 태웠다. 채원은 그가 미친 사람이라고 느꼈다. ‘나도 지금 쫓기고 있는 처지인데...’ “대체 어디로 나를 데려가려는 거예요?” 전효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두운 밤하늘 아래 차를 몰아 질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한 장원에 도착했다. 장원에는 온통 흑장미가 심겨 있었고, 눈 덮인 대지 위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여긴...” “여긴 형이 당신에게 청혼하려고 준비했던 곳이야. 당신과 아이에게 정식으로 신분을 주기 위해서... 하지만 우리 불쌍한 형도 결국 그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떠났지.” 채원은 발밑에 가득 피어난 흑장미를 보며, 과거 자신이 ‘흑조’ 춤을 추었을 때를 떠올렸다. 전림은 장난스러운 얼굴로 흑조가 백조보다 더 아름답다고 했었다. 전림의 그런 취향을 채원은 늘 비웃었었다. “그 사람... 정말 어리석네요.” “맞아. 설령 형이 그때 돌아왔더라도, 당신은 결코 형과 결혼하지 않았겠지?” 전효는 채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당신에게 우리 형은 그저 단순히 도구였을 뿐이잖아.” 예전부터 채원은 늘 자신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도윤 역시 그녀에게 차갑긴 해도 이런 식으로 상처를 주지는 않았다. 전효의 냉소적인 말투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쪽도 잊지 마요. 난 그쪽을 구해준 사람이에요.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이건 우리 형이 죽기 전에 남긴 소원이고, 그 외에 당신에게 다른 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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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지아는 허둥지둥 눈물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다행이에요. 오빠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전효는 지아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지나왔기에, 지아가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죽음은 이미 지아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트라우마였다. 처음에 전효는 지아가 이도윤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형이 죽기 전에 지아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전림이 지아의 가정을 무너뜨린 셈이었으니, 전효가 무조건 지아를 도와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건 사랑이 아닌, 형 때문에 고통받은 지아에게 동생인 자신이라도 대신 사죄하고 싶었다. 그 후로 많은 일을 함께 겪으며, 지아는 가족을 잃었고 전효 역시 가족을 잃었기에 두 사람은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으로 서로 의지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래서 전효는 지아가 차에 같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주저 없이 한대경 암살 시도를 포기했다. “울지 마, 이제 어른이면서 아직도 아이처럼 울어?” 전효는 지아가 걱정할까 싶어 가장 먼저 그녀에게 연락을 취했었다. 둘의 친밀한 모습을 지켜보던 도윤은 약간 질투가 났지만, 그 감정을 억눌렀다. 지아가 전효를 좋아했다면, 이미 지난 3년 동안 함께했을 것이다. 그녀에게 전효는 오로지 친남매 같은 존재였다. 채원은 지아와 전효의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뒤틀렸다. 전림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지아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전효를 보며, 채원의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이전의 뻔뻔한 모습은 사라지고, 채원도 참는 법을 배웠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는 지아에게 이미 달려들어 욕을 퍼부었겠지만, 지금은 가만히 자신을 휘감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지아가 뒤를 돌아보자 채원의 눈에 순간 음산한 표정이 스쳐 갔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요?” “이 장원은 형이 남긴 선물이야. 형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저 사람을 데려왔어.” 지아는 채원의 다리를 힐끗 보았다. 지난번 헤어진 후로 서로 연락을 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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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백호는 움직임을 멈추고 몽롱했던 눈빛이 뚜렷해졌다. ‘역시 이 여자, 나에게 먼저 다가올 리가 없지.’ “미쳤니? 소지아가 어떤 신분인지 알고나 있어?” 채원은 집에 오래 머물면서 바깥일에는 귀를 닫고 살았다. “소지아가 지금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어. 저 여자가 내 전부를 빼앗아 갔어. 내 부모, 내 아이, 내 사랑하는 남자, 심지어 그 사람까지...” 비록 오늘 처음 전효를 만났지만, 그가 전림과 똑같은 얼굴로 다른 여자를 위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채원은 이를 악물며 치미는 분노를 다스렸다. 채원은 어릴 적부터 항상 주위 사람들이 떠받드는 것에 익숙했지만, 지아와 얽히고 나서부터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반면 지아의 삶은 점점 더 순탄해졌고, 도윤은 과거보다 열 배는 더 그녀를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같은 여자인 채원이 어찌 지아를 부러워하고 질투하지 않을 수 없었다.“닥쳐. 소지아의 신분은 이제 예전과 달라. 나더러 소지아를 죽이라고? 내가 목숨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해?” 채원은 어리둥절했다. ‘소지아는 계속 자기 친부모를 찾고 있었잖아,’“소지아 신분이 대체 어떻다는 거야?” “그냥 간단히 말해줄게. A 국의 최상층부는 소지아의 집안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지. 부장경이 누군지 알지? 소지아는 부장경을 삼촌이라고 불러.” 채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라고? 소지아... 부씨 가문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야?” 부씨 가문은 이씨 가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A 국에서 ‘부’씨 성은 권위의 상징이었다. 백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때로는 네가 이 얼굴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 같아서 아쉽다. 멍청하기 그지없어, 정말 안타까울 정도야. 부남진이 소지아의 친할아버지야.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미 상류층에서는 소문이 자자해. 집안은 물론, 이씨 가문도 지금 소지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부씨 가문은 자기 가족을 지키는 걸로 유명하잖아. 소지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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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5화

지아는 부남진이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해 도윤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도윤은 대충 얼버무리며 이야기했지만, 사실 지아도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도윤이 하는 일은 그 본질이 비밀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부남진과 부장경이 중요 인물이었던 것처럼, 지아 역시 도윤에게 기밀을 함부로 묻지 않는 것이 상황에 맞는 행동이었다. 어른이 되면, 아이와는 달리 반드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기 마련이니까.지아가 이런 조사를 하는 이유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녀도 부씨 가문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했다. 백호와 하씨 가문이 손을 잡은 것을 본 지아는 어렴풋이 부남진 암살미수 사건에 백호가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백호 역시 집안의 비주류였지만 승승장구하며 백중권조차 감탄하게 할 만큼, 그의 능력은 전혀 범상치 않았다.지아는 채원을 이용해 백호와 거래를 하는 것이 꽤 괜찮은 계획이라고 여겼다. 한편으로 백호는 지아와의 관계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채원을 지렛대로 삼아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들을 막아둘 수 있었기에, 이 계획은 일거양득이었다.지아는 전효의 부상이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게 물든 장미밭을 바라보며, 그녀는 전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전림으로 인해 얽힌 수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마음이 복잡해졌다.“미안해, 우리 형 때문에 너에게 큰 피해를 줬어.” 전효는 지아의 생각을 어림짐작하며 사과했다. “괜찮아요.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게다가 그분이 아니었다면, 도윤 씨도 진작에 죽었을 거고, 나도 다른 아이도 없었을 테고, 오빠와 만날 일도 없었겠죠. 이게 다 운명이겠죠. 오빠, 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요?” 전효는 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채나를 데려가고 싶어. 백채원과 함께 있으면 채나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 거야.” “나는 괜찮아.” 도윤은 전효와 채원 중 누가 채나에게 더 나은 선택인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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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6화

이날 밤, 세 사람은 오랜 시간 혀가 꼬부라질 때까지 술을 마시며 진탕 취했다. 도윤은 친구로서 지아의 곁을 지키며 그녀가 만취할 때까지 함께 마셨고, 지아는 작은 손으로 한쪽은 도윤을, 다른 쪽은 전효를 붙잡고 셋이 의형제를 맺자고 고집을 부렸다. “형님, 동생, 우리 같은 날에 태어나지 않더라도, 같은 날에 죽... 으음...” 도윤은 끝도 없이 말도 안 되는 말을 쏟아내는 지아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날 밤의 솔직한 대화 덕분에 도윤은 전효와 완전히 오해를 풀게 되었다. 사실 전효도 알고 있었다, 전림이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사람이 도윤이었다는 것을. 자신이 정말로 도윤을 죽였다면, 형 전림이 저승에서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을 무척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전효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형의 죽음을 모두 도윤의 탓으로 돌리고 도윤과 한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셋은 지아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전효만의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도윤은 지아를 품에 안고 그녀의 방으로 데려갔다. 전효는 비록 취했지만, 정신은 여전히 멀쩡했다. “지아에게 잘해줘. 지아가 정말 네 생각 많이 하더라고.” 도윤이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만약 내가 또다시 지아를 아프게 하면, 형님이 언제든 와서 저를 혼내셔도 됩니다.” 방 문을 닫고, 도윤은 지아를 침대에 눕혔다. 지난 7년 동안 지아는 한 번도 이렇게 속 시원히 마셔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7년 전에도 이렇게 마신 적은 없었다. 도윤도 지아가 이렇게 취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녀는 침대에서 펄쩍 일어나서 외쳤다.“동생! 술은 어디 갔어? 좋은 술 가져와! 오늘 형님이 기분이 좋으시다!”도윤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우리 지아가 대체 무슨 배역인 거야?’ “술은 다 마셨어. 내일 마시자.” 지아는 계속 얌전히 자려고 하지 않았다. “안 돼! 내가 네 형님이야! 내 돈을 가져와. 오늘은 내가 좋은 술로 한턱낸다!” 도윤은 어이가 없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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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지아는 밤새도록 난리 친 덕분에 술기운을 빌려 한잠 푹 자고 일어나자 시간은 이미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도윤은 지아의 핸드폰으로 걸려 오는 수십 통의 전화들을 보고는 아예 전화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지아가 깨어났을 때, 도윤은 이미 점심 식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부드럽게 끓인 소박한 쌀죽과 가벼운 밑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도윤은 계단 입구에 서서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밖에서 술 마시는 거 금지야!” 지아는 술이 깨자마자 어젯밤 필름이 끊겼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몸 구석구석이 쑤시고 아팠다. 그 아픔은 도윤에게 괴롭힘을 당해서가 아니라, 마치 어딘가에서 심하게 넘어진 것 같았다. “저기... 내 팔이랑 다리에 멍이 들었는데, 혹시 자기 때문이야?” 도윤은 이마를 짚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스스로 잘 감상해 봐.” 어젯밤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놓치기 싫어서 도윤은 일부러 동영상을 찍어두었다. 영상 속 지아는 혼자서 스승님을 구출하는 연극을 마친 것에 그치지 않고, 몸에 이불을 두른 채 책상 위로 뛰어오르더니 두 팔을 펼쳐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백성들아! 지금 한대경의 대군이 다가오고 있다! 너희는 과연 나와 함께 전쟁에 나설 각오가 되어 있느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도윤을 딱 짚어 가리키며 물었다. “너, 대답해! 너, 함께 갈 거야, 말 거야?” 다행히 방 안에 둘만 있었기 때문에 도윤은 그녀의 연극에 맞춰야만 했다. 지아가 테이블에서 뛰어내리다가 의자에 발을 부딪치며 넘어져서 멍이 든 것이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도윤은 급히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이 장면을 보며 지아는 손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것 같았다. 땅을 파고 속으로 들어가 숨고 싶어질 정도였다! 지아가 영상을 삭제하려던 찰나, 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어. 내가 클라우드에 올려놨거든. 자기의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두고두고 감상할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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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8화

지아는 이웃 나라의 섬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을 철저히 숨겨두었다.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섬의 위치는 여러 곳으로 중계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였다. 그날 밤, 도윤과 지아는 해변에 앉아 샴페인을 마시며, 파도가 암초를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한대경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주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었어.” 도윤의 표정은 어둠 속에 가려져 알아볼 수 없었다. 지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할아버지는 뭐라고 하셨어?” 비록 지아가 부남진과 함께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부남진은 지아에게 굉장히 친절하게 대했다. 또한 쉽게 물질적 조건에 휘둘릴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법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단칼에 거절하셨어. 그 모습을 자기도 직접 봤으면 좋았을 텐데.” 도윤의 말은 어딘가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뉘앙스가 있었다. 그는 한대경과 평생을 다투며 살아왔으니, 이번에 부남진의 선택은 도윤의 복수를 대신해 준 셈이었다.“한대경 성격상 쉽게 물러서진 않을 거야.” “자기야, 네가 싫다고 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자기에게 뭔가를 강요할 수 없어.” 도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지아가 마음을 바꾸는 것은 두려웠다. 섬의 일출의 아름다움은 장관이었다. 지아는 도윤보다 일찍 일어났지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마치 떠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반면에 도윤은 정장을 차려입고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그는 몸을 숙여 지아의 뺨에 입맞춤을 남기며 말했다. “얌전히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시원한 박하 향이 풍기자, 지아는 도윤의 넥타이를 잡아 그의 고개를 당겨 내려 입 맞췄다. 그 순간, 떠오르는 해가 주황빛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물들이며, 지아의 얼굴에도 부드러운 여명의 빛이 물들었다. 짧은 입맞춤을 끝내고, 지아가 조용히 말했다. “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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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9화

비행기가 착륙하고, 도윤은 몇 번의 경유 끝에 안개마을에 도착했다. 지금은 마침 가을이었다. 작은 마을은 설산 아래 자리 잡고 있었고, 마을의 모든 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가을을 듬뿍 담은 마을의 모습은 환상적이며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평화롭게 살고 있었고, 각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으며 행복지수도 매우 높았다.이 마을에는 아주 유명한 사립학교가 있었는데,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무척 까다로웠다. 한 번 선발되면 곧바로 기숙사에 들어가 교육을 받아야 했다. 매년 학비가 수천만 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수업 방식도 매우 독특했으며 학생들의 출신에 대해서도 모두 비밀에 부쳤다. 이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정도의 학생들은 돈과 권력을 가진 것은 기본이었고, 서로의 가정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졸업률이 매우 낮았지만, 만약 졸업한다면 장래가 매우 촉망받는 인물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이곳의 비밀 유지가 너무나 철저해서 도윤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도윤은 손목시계를 한 번 보았다. 아이들은 아직 수업 중이었다. 그는 큰아들 지윤도 한 번도 학교까지 데리러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로 직접 아이들을 데리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지난번 무무와 짧게 만나고 헤어진 이후로 도윤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무무는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혹시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ㅎ도 들었다.도윤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학교 안을 둘러보았다. 유치원 아이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돕기 위해 가벼운 체육활동 중이었다. 그의 시선이 무무에게 닿았다. 아이는 이전의 옷차림과는 달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교복을 입은 무무는,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 초록빛의 눈동자가 그다지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무무의 손목에는 다섯 가지 색실로 엮인 작은 방울이 달려 있어서 말을 할 수 없지만, 방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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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0화

사립학교 캠퍼스는 넓어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려면 20분 이상 소요될 정도였다. 도윤은 무무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딸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그에겐 소중한 순간이었다. 아직 초등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귀엽고 아이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개미야, 오늘은 누가 우리를 데리러 올까? 내가 묻고 있는데 왜 대답을 안 해?” 한 여자아이가 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아, 손에 작은 나뭇가지를 들고 개미집을 찔러대고 있었다. “자, 너희들 일자로 줄을 서고, 다시 사람 모양으로 줄을 서.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다 같이 행진해!” “멍청한 애야, 또 무무 따라 하려고? 포기해, 우리는 동물을 조종할 능력이 없어.” 그녀의 머리 위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작은 남자아이가 입에 나뭇가지를 물고, 작은 발을 이리저리 흔들며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오빠는 바보야, 그렇게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안 받아줄 거야.” “내 몸놀림이 얼마나 빠른데! 물구나무서기도 보여줄 수 있어.” 남자아이는 멋지게 묘기를 부리려고 하다가 그만 손이 미끄러져 나무에서 떨어졌다. “오빠!” 소망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큰일 났다.” 해경은 절망에 빠져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오늘만큼은 잘난 척하지 말걸. 이제 엉덩이가 두 쪽 나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의 품에 부드럽게 안겼다. ‘어? 하나도 안 아프네?’해경은 살짝 실눈을 떴다. 단단한 남자의 가슴이 보였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소망이 이미 울먹이며 말했다. “혹시...” 소망은 입을 벌렸지만, 그 호칭을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고,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소망도 수년간 아빠와 엄마가 함께 하기를 바랐다. 엄마와 아빠가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아이들이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조건 지아를 선택할 수밖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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