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381 - 챕터 1390

1570 챕터

제1381화

지아의 눈빛에는 걱정이 엷게 서려 있었다.“모레는 괜찮지만... 당신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해.”“왜?”도윤이 조용히 물었다.지아는 망설이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했다.“그날 다루기 어려운 환자 예약이 있어서.”도윤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남자 환자야?”지아는 잠시 시선을 피하며 당황한 듯 미소 지었다.“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술을 했는지 알잖아. 남자 환자도 있고 여자 환자도 있어.”도윤은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낮게 속삭였다.“하지만 그 남자는 다른 환자들과는 다르지, 그렇지?”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응, 좀 더 골치 아픈 환자라 기억에 남는 거야.”“자기야,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홀렸던 거야?”도윤은 그 남자가 평범한 환자가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아가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걸 보면 말이다.지아는 도윤의 품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다른 남자는 없어, 오직 당신뿐이야.”그날 밤, 지아는 부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윤과 함께 남았다. 그들은 신혼 시절을 회상하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예전의 도윤은 지아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너무나 순수해서, 마치 얇은 종이처럼 연약하고 쉽게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폭풍 같은 시련을 함께 견디며 더욱 깊고 성숙한 관계로 성장했다. 심지어 침대 위에서도 그들의 호흡은 더 잘 맞아 떨어졌다.예전의 지아는 순종적이고 의존적이었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서게 되었다. 그녀는 도윤에게 더 많은 감정적 가치와 즐거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그 변화가 도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지아는 알지 못했지만, 도윤은 그 점에서 그녀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아침이 밝았지만, 지아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도윤은 지아의 피곤한 얼굴을 바라보며 깨우지 않고, 그녀의 뺨에 살짝 입맞춤했다.그는 조용히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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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묘비의 사진 속 소계훈은 여전히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것은 소씨 가문이 아직 무너지기 전, 소계훈의 전성기 시절 사진이었다.지아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아버지, 저 다시 도윤 씨와 함께하게 됐어요. 설마 저 야단치시는 거 아니죠?”백채원이 간접적으로 소계훈의 죽음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소계훈의 교통사고는 이예린이 계획한 일이었고, 도윤은 소씨 가문이 파산한 원인이었다. 이 모든 원한을 지아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아는 도윤과의 복잡한 인연을 끊어낼 수 없었다. 도윤과 멀어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없었다.“우리 아버지는 참 따뜻한 분이시니,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저를 탓하지 않고, 그저 제가 행복하기만을 바라셨겠죠. 하지만 아버지,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저는 아직도 이 모든 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 아빠가 조금만 더 버티셨다면 제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셨을 텐데... 맞다, 아버지는 아직도 모르시죠? 지윤이, 아버지도 전에 사진으로 본 그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 이 소식을 들으시면 조금은 마음이 놓이실 거예요.”“아버지, 거기서는 잘 지내고 계세요? 혹시 부족한 게 있으면 저에게 꿈에서라도 알려주세요. 저 이제 정말 대단한 의사가 됐어요. 많은 사람이 저에게 진료 받으러 온답니다.”“그리고 백채원에 대해서는, 제가 채원이를 해치지는 않았어요. 그냥 수술할 때 채원이에게 조금의 고통을 주었을 뿐이에요.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채원이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교훈을 얻었으면 해요.”지아는 이 기간에 일어난 일을 모두 이야기하며,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았다. 마치 소계훈의 대답이라도 직접 들은 듯한 기분이었다.“아버지, 저 이제 할아버지도 찾았어요. 다른 가족들도 꼭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분명 그분들도 어디선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시간이 늦어가는 것을 보고, 지아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어깨 위로 낙엽 한 장이 떨어졌고, 찬 바람이 불어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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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3화

지금 한대경의 모습은 C 국 수도 라카에서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의 한대경은 제멋대로였고, 호탕하게 웃으며 헐렁한 옷을 입고 담배를 문 채, 반항아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하지만 지금의 한대경은 검은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가슴에는 하얀 동백꽃을 꽂고 있었다. 심지어 머리카락도 정성스럽게 빗어 넘겼고, 그가 서 있는 모습은 주변을 감도는 산바람마저도 엄숙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한대경의 눈가가 붉어진 걸 보니, 여기 묻힌 사람은 한대경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아.’지아는 순간적으로 의아함을 느꼈다.‘한대경의 자료에 따르면 A 국과 특별히 연관이 있다는 기록은 없었는데,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왜 라카가 아니고 A 시의 이곳에 묻혔을까?’지아의 마음속에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다.“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혹시 모시고 있는 분이...”그녀는 그저 형식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어보려는 목적이었다.그러나 한대경은 경호원들에게 길을 비키라고 명령했다.“사모님께서 그렇게 궁금하다면, 직접 와서 보시죠.”지아는 손사래를 쳤다.“사실 저도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아요. 이제 곧 해가 지려 해서, 저는 이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괜찮습니다. 저도 곧 부씨 가문의 저택으로 갈 예정이니, 같이 가시죠.”지아는 마음속으로 당황했다.‘한대경이 이번에 비밀리에 방문한 것이 분명한데, 그렇지 않다면 언론사들에 대서특필됐을 텐데...’‘그래서 나도 전혀 몰랐어. 하지만 한대경이 부씨 가문의 저택으로 가는 목적은 뭘까?’‘혹시 내가 열쇠를 훔친 걸 알고 일부러 집까지 찾아가서 할아버지에게 고발하려는 건 아닐까?’지아는 곧 이런 생각을 떨쳐버렸다.‘아니야... 한대경은 아이처럼 고자질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렇게 직접 집까지 간다면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거야.’경호원들이 길을 터주자, 배이혁이 긴 다리로 앞을 가로막으며 손짓으로 지아를 초대했다.‘여기가 A 시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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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4화

부씨 가문의 저택.“한대경 일행이 오후 3시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부장경이 보고했다.“시간을 잘 지켰군.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제사를 지내러 오지만, 올해는 제사 외에도 나를 직접 방문하겠다고 했다.”부장경은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지난번 지아가 가져갔던 그 반지 때문에 오는 건 아닐까요?”“어쨌든 한대경도 한 나라의 책임자인데, 증거도 없는 일을 드러내어 말할 처지는 아닐 거다.”부남진은 손에서 구슬을 돌리며 말했다.“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아에게는 잠시 집에 돌아오지 말라고 하고, 한대경과의 만남은 피하는 것이 좋겠어.”“어젯밤 지아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자기 집에 있을 겁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부장경은 바로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지아와 같이 있니?”[지아는 집에 있어요.]“오늘은 지아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한대경이 우리 집으로 올 예정이니까.”[네, 알겠습니다.]...도윤은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다가 달력을 보며, 한대경이 오는 일정을 깜빡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아침에 도윤이 떠날 때 아직 잠들어 있던 지아가 최근 들어 매우 피곤해 보여 오늘은 깨우지 않았다. 어제 지아는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것을 오늘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다.지아에게 전화를 걸려던 순간, 갑자기 도윤의 전화가 울렸다. 불길한 예감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산에서 걸려 온 전화라면 분명히 전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데!’“무슨 일이야?”[큰일 났습니다, 보스! 전효가 군용차를 훔쳐서 철문을 들이받고 탈출했습니다. 보스께서 전효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셔서, 저희도 무기를 쓸 수 없었습니다.]도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전효가 겨우 좀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한대경이 이번에 제사를 지내러 온 것을 알고, 전림의 복수를 하려는 생각이야!’도윤 역시 한대경을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한대경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A 시에 온 이상 무슨 일이 생기면 A 국은 C 국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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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지아는 굳은 표정으로 한대경의 말을 받아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여기는 A 시입니다.”지아의 하얀 얼굴은 차분해 보였지만, 이전에 아버지인 소계훈을 추모하며 울었기에 눈과 코끝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마치 작은 하얀 토끼처럼 연민을 불러일으킬 지경이었다.그러나 한대경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단순히 작고 귀여운 하얀 토끼가 아닌, 바로 S급 킬러, ‘영지’였다.한대경은 ‘소지아'의 과거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 자리에 왔다. 비록 ‘영지'는 킬러였지만, 결코 무고한 사람을 해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지’가 맡았던 목표물들은 모두 악덕한 자들이었다.‘이 여자는 여전히 인간적이란 말이지.’‘그렇지 않았다면 그 시절 내 곁에 있을 때 나를 암살할 기회가 수도 없이 있었지만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어.’한대경은 지아에게서 풍겨 나오는 독특한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뭐가 두렵습니까? 저는 그저 인사나 하려던 것뿐입니다.”그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이제 가시죠, 제가 사모님 배웅하겠습니다.”지아는 마치 한대경에게 압송당하는 기분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한대경을 앞서 걸으면서, 뒤에서 뚫어져라 자신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굳이 보지 않아도, 그 시선의 주인이 배이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지금 배이혁은 자신이 그때 ‘소수연’을 죽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소수연’을 살려둔 것은 결국 한대경의 삶을 복잡하게 만든 모든 시작이었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산 입구에 도착했다. 지아는 차 키를 꺼내며 한대경에게 말했다.“인제 그만 가보세요.”한대경은 자신의 긴 차량 행렬을 가리켰다.“제가 사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잠깐 이쪽으로 오시죠.”“미안하지만, 우리가 그 정도로 가깝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지아는 곧장 차에 타려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한대경은 A 시에서 지아의 신분을 아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행동할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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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알겠습니다, 보스.” 배이혁은 복잡한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한대경은 지아의 손목을 내려놓고 냉랭하게 말했다. “빨리 타라고, 소 선생님.”지아는 주위를 둘러싼 검은 옷의 경호원들을 둘러보았다. 이런 ‘견고한 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뚫고 이곳을 탈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애초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지아는 결국 지아는 억지로 차에 태워졌다.한대경은 몸을 굽혀 지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지아가 경직된 표정을 짓자, 그는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왜 그러시나,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가?”지아는 최대한 몸을 차 문 쪽으로 붙이며 그와의 간격을 벌리려 했다. 하지만 차 안은 너무나 좁아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산에 오를 때 입은 옷에는 주머니조차 없어서, 지아에게 남은 것은 차 키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차 안에 그대로 두고 내린 상태였고, 한대경과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지아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는 부남진의 손녀야. 그리고 여긴 A시고. 한대경도 여기서는 무리한 행동은 하지 못할 거야.’ 그러나 그런 지아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몸은 두려움에 반응했다. 지아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애써 침착한 척했다.“아니.”한대경은 지아의 대답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으며, 아예 자리를 옮겨 중간 자리에 앉았다. 지아와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소 선생님이 그 자리를 그렇게 좋아하신다면, 내가 도와드리죠.”지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그녀는 차 문에 완전히 밀착된 채,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한대경은 지아와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두 사람의 옷이 자연스럽게 맞닿았고, 지아는 A시의 기온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라카처럼 더운 지역이었다면,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훨씬 더 불편했을 거야.’ 지금 그녀는 빨리 부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가 이 불쾌한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소 선생님, 당신과 전남편 사이의 일은 나도 다 알고 있지. 당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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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7화

차 안의 세 사람은 갑작스러운 총격에 모두 놀랐다. 만약 방탄유리가 아니었다면, 조금 전에 지아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조심해!”그 총알은 관통 연소탄이었지만, 유리를 뚫기에는 부족했고, 유리에 박혀 거미줄처럼 중심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총알이 쏟아졌고, 결국 유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한대경은 첫 번째 총알이 유리에 박히는 순간 재빠르게 지아를 차 발판 쪽으로 끌어 내리며 자기 몸으로 그녀를 덮었다. 연이은 총알들이 창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쏟아졌고, 차체는 마치 작은 알갱이들이 쟁반 위에 떨어지는 소리처럼 계속해서 총탄에 맞았다.“보스, 조심하세요!” 배신혁이 차체를 안정시키며 외쳤다.한대경은 아래쪽에 있는 지아를 내려다보았다.그는 예상치 못하게 이 상황에서 지아가 두려워할 줄 알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마치 화난 작은 짐승 같았다.“내가 차에 타지 않겠다고 했는데, 네가 억지로 태웠잖아!”지아는 너무나 운이 없었다. 자신이 도대체 얼마나 재수가 없는 사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예전에 이도윤과 함께 있을 때는 길에서 암살당할 뻔했고, 눈보라 속에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할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는 또다시 암살당했고.’ ‘그리고 이제는 한대경이 강제로 차에 태우더니 또 총에 맞을 뻔하다니!’ ‘내 운명은 어찌 이리도 고달픈가? 고작 며칠 평온하게 살았는데!’지아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가득한 것을 보자, 한대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재밌는 여자야.”“네 걱정이나 해!”한대경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하며 말했다. “너랑 같이 죽는다면, 우리는 불행한 연인이 되는 거지, 뭐.”‘펑!’지아는 그의 이마를 향해 머리를 세게 들이받았다. 두 사람의 이마가 세게 부딪혀 머리가 울렸다.“헛소리하지 마! 누가 너랑 불행한 연인 하고 싶대?”지아는 극도로 화가 치밀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이놈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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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밖에서 들리던 총성이 멈추자, 지아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상대는 분명 죽을 각오로 온 사람일 텐데, 방탄유리를 예상 못 했을 리가 없고.’ ‘만약 나라면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 다음에 어떻게 할까?’지아는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창문을 바라보며 단번에 알아챘다. “한대경, 창문을 막아.”지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경고했지만, 한대경은 태연하게 말했다. “걱정 마. 내 부하들은 허술하지 않아. 저격수였다면 이미 죽었겠지. 누군가 근접할 수 있는 기회는 몇 초밖에 없을 거야.”한대경은 두 쪽으로 깨진 방탄유리를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 그 기회를 이미 썼잖아.” 상대가 다시 폭발성 무기를 던질 틈은 없었다. 도로에 늘어선 한대경의 경호팀 차량이 상대를 방어하고 있었고, 더 이상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다.지아는 아직도 자기 위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발로 걷어차며 일어섰다. 그녀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방식을 쓸 정도로 배짱이 큰 걸까?’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방식이었어.’지아가 S급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그녀의 무력 때문이 아니었다. 몇 년 정도 무술을 연마한 그녀가 어릴 때부터 훈련받은 자들과 실력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지아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위장술과 독을 다루는 능력이었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어디서든 살아남을 만한 인물이었다.비록 지아의 체력이나 무술 실력이 최강은 아니지만, 학식이 풍부하고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고, 반대로 눈에 띄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지아는 매번 임무를 수행할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해서 들어가고 탈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단순히 효율만을 추구하는 급진파와는 달랐다. 효율만을 좇다가 자칫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지아 보기엔, 킬러마다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긴 하지만, 이번 킬러처럼 이렇게 무모한 방식은 킬러들의 세계에서도 흔하지 않았다. 이 킬러가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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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9화

전효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갈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한대경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수류탄을 던지면 지아도 함께 죽을 것이 뻔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아와 함께했던 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스쳤다. ‘지아는 진심으로 나를 오빠처럼 여겼어.’ 그 마음은 전효를 한순간 흔들리게 했다.짧은 망설임의 순간, 한대경의 경호원이 다시 추격해 왔고, 찰나의 정적을 깨며 ‘탕’ 하는 총성이 울렸다. 지아는 눈앞에서 총알이 전효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비명처럼 외쳤다.“안 돼!”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효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이 차가운 땅에 쓰러지는 순간,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도망치는 소리만 들려왔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지아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녀는 절망에 빠진 채 생각했다. ‘내가 이 차에 타지 않았다면, 오빠는 이미 한대경을 죽였을 텐데... ‘하지만 나를 본 순간 오빠의 마음이 흔들려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거야.’몇 년 전, 지아가 ‘블랙 X’에 합류하겠다고 했을 때 전효는 경고했었다. “감정에 휘둘리는 건 킬러에게 있어 금기사항이야. 감정에 휘둘리는 킬러는 결국 죽음을 맞게 돼.” 그 경고가 이번에는 전효를 가리키고 있었다.그런데도 전효는 지아 앞에서 망설이고 말았다. 한대경은 지아의 이상한 반응을 보고 비웃었다.“뭐야, 옛 연인이라도 돼?”지아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고, 한대경의 얼굴을 향해 강하게 뺨을 날렸다.지아의 공격 속도와 강도에 놀란 한대경은 미처 막아내지 못했다.“죽일 놈, 왜 당신이 아니라 그 사람이 죽어야 해?”지아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 친구,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그래서 지아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그만큼 더 소중했다. 전효와 혈연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미 전효를 친오빠처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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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배신혁은 한껏 속력을 내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한대경은 도윤을 따돌렸고, 지아는 조금 전 도윤이 자신을 본 사실조차 몰랐다. 지아는 온 힘을 다해 한대경을 밀쳐냈다.“한대경, 자제해.”한대경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으며 비웃었다. “소 선생님, 분명히 알아둬. 처음에 날 건드린 건 당신이었어. 이제 와서 자제를 요구한다고? 이미 늦었어.”찬바람에 지아의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까만 눈동자는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은 누구라도 동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애처로워 보였다. 한대경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그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한대경을 막아섰다.“내 여자에게서 떨어져.”도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대경을 주시하고 있었다.“도윤 씨...” 지아도 결국 도윤을 발견했다.한대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부하에게 명령했다. “따돌려.”도윤 역시 냉정하게 명령했다. “쫓아.”조금 전 전효의 등장도 잠시뿐, 지금 두 사람의 시선은 온전히 지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배신혁과 진환은 속도를 더욱 높여 차량을 추격했다. 결국 양쪽의 차량 모두 동시에 부씨 가문의 저택 앞에서 멈췄다.부장경은 부하들과 함께 한대경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택 안으로 난 길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장애물 하나 없이 뚫려 있었다.수십 대의 검은 차들이 경주하듯 도착했고, 그중에서도 두 대가 유독 빠르게 내달렸다.끼익-바닥에 타이어가 미끄러지면서 마찰하는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며 두 대의 차량이 거의 동시에 멈춰 섰고, 차 문이 열렸다. 도윤과 혼란스러워하는 지아가 나타났다.부장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한대경을 암살하려고 한 킬러도 아직 못 찾았는데, 지아가 왜 한대경의 차에서 내린 거지?’“지아, 혹시 한대경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니?”지아는 가까스로 자유를 되찾고 도윤의 품에 뛰어들며 조용히 물었다. “오빠는...”도윤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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