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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지아는 굳은 표정으로 한대경의 말을 받아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여기는 A 시입니다.”

지아의 하얀 얼굴은 차분해 보였지만, 이전에 아버지인 소계훈을 추모하며 울었기에 눈과 코끝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마치 작은 하얀 토끼처럼 연민을 불러일으킬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대경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단순히 작고 귀여운 하얀 토끼가 아닌, 바로 S급 킬러, ‘영지’였다.

한대경은 ‘소지아'의 과거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 자리에 왔다. 비록 ‘영지'는 킬러였지만, 결코 무고한 사람을 해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지’가 맡았던 목표물들은 모두 악덕한 자들이었다.

‘이 여자는 여전히 인간적이란 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시절 내 곁에 있을 때 나를 암살할 기회가 수도 없이 있었지만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어.’

한대경은 지아에게서 풍겨 나오는 독특한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

“사모님께서 뭐가 두렵습니까? 저는 그저 인사나 하려던 것뿐입니다.”

그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이제 가시죠, 제가 사모님 배웅하겠습니다.”

지아는 마치 한대경에게 압송당하는 기분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한대경을 앞서 걸으면서, 뒤에서 뚫어져라 자신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굳이 보지 않아도, 그 시선의 주인이 배이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배이혁은 자신이 그때 ‘소수연’을 죽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소수연’을 살려둔 것은 결국 한대경의 삶을 복잡하게 만든 모든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입구에 도착했다.

지아는 차 키를 꺼내며 한대경에게 말했다.

“인제 그만 가보세요.”

한대경은 자신의 긴 차량 행렬을 가리켰다.

“제가 사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잠깐 이쪽으로 오시죠.”

“미안하지만, 우리가 그 정도로 가깝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지아는 곧장 차에 타려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한대경은 A 시에서 지아의 신분을 아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행동할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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