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습니다, 보스.” 배이혁은 복잡한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한대경은 지아의 손목을 내려놓고 냉랭하게 말했다. “빨리 타라고, 소 선생님.”지아는 주위를 둘러싼 검은 옷의 경호원들을 둘러보았다. 이런 ‘견고한 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뚫고 이곳을 탈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애초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지아는 결국 지아는 억지로 차에 태워졌다.한대경은 몸을 굽혀 지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지아가 경직된 표정을 짓자, 그는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왜 그러시나,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가?”지아는 최대한 몸을 차 문 쪽으로 붙이며 그와의 간격을 벌리려 했다. 하지만 차 안은 너무나 좁아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산에 오를 때 입은 옷에는 주머니조차 없어서, 지아에게 남은 것은 차 키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차 안에 그대로 두고 내린 상태였고, 한대경과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지아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는 부남진의 손녀야. 그리고 여긴 A시고. 한대경도 여기서는 무리한 행동은 하지 못할 거야.’ 그러나 그런 지아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몸은 두려움에 반응했다. 지아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애써 침착한 척했다.“아니.”한대경은 지아의 대답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으며, 아예 자리를 옮겨 중간 자리에 앉았다. 지아와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소 선생님이 그 자리를 그렇게 좋아하신다면, 내가 도와드리죠.”지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그녀는 차 문에 완전히 밀착된 채,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한대경은 지아와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두 사람의 옷이 자연스럽게 맞닿았고, 지아는 A시의 기온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라카처럼 더운 지역이었다면,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훨씬 더 불편했을 거야.’ 지금 그녀는 빨리 부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가 이 불쾌한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소 선생님, 당신과 전남편 사이의 일은 나도 다 알고 있지. 당신의
차 안의 세 사람은 갑작스러운 총격에 모두 놀랐다. 만약 방탄유리가 아니었다면, 조금 전에 지아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조심해!”그 총알은 관통 연소탄이었지만, 유리를 뚫기에는 부족했고, 유리에 박혀 거미줄처럼 중심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총알이 쏟아졌고, 결국 유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한대경은 첫 번째 총알이 유리에 박히는 순간 재빠르게 지아를 차 발판 쪽으로 끌어 내리며 자기 몸으로 그녀를 덮었다. 연이은 총알들이 창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쏟아졌고, 차체는 마치 작은 알갱이들이 쟁반 위에 떨어지는 소리처럼 계속해서 총탄에 맞았다.“보스, 조심하세요!” 배신혁이 차체를 안정시키며 외쳤다.한대경은 아래쪽에 있는 지아를 내려다보았다.그는 예상치 못하게 이 상황에서 지아가 두려워할 줄 알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마치 화난 작은 짐승 같았다.“내가 차에 타지 않겠다고 했는데, 네가 억지로 태웠잖아!”지아는 너무나 운이 없었다. 자신이 도대체 얼마나 재수가 없는 사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예전에 이도윤과 함께 있을 때는 길에서 암살당할 뻔했고, 눈보라 속에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할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는 또다시 암살당했고.’ ‘그리고 이제는 한대경이 강제로 차에 태우더니 또 총에 맞을 뻔하다니!’ ‘내 운명은 어찌 이리도 고달픈가? 고작 며칠 평온하게 살았는데!’지아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가득한 것을 보자, 한대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재밌는 여자야.”“네 걱정이나 해!”한대경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하며 말했다. “너랑 같이 죽는다면, 우리는 불행한 연인이 되는 거지, 뭐.”‘펑!’지아는 그의 이마를 향해 머리를 세게 들이받았다. 두 사람의 이마가 세게 부딪혀 머리가 울렸다.“헛소리하지 마! 누가 너랑 불행한 연인 하고 싶대?”지아는 극도로 화가 치밀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이놈은 어떻게
밖에서 들리던 총성이 멈추자, 지아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상대는 분명 죽을 각오로 온 사람일 텐데, 방탄유리를 예상 못 했을 리가 없고.’ ‘만약 나라면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 다음에 어떻게 할까?’지아는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창문을 바라보며 단번에 알아챘다. “한대경, 창문을 막아.”지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경고했지만, 한대경은 태연하게 말했다. “걱정 마. 내 부하들은 허술하지 않아. 저격수였다면 이미 죽었겠지. 누군가 근접할 수 있는 기회는 몇 초밖에 없을 거야.”한대경은 두 쪽으로 깨진 방탄유리를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 그 기회를 이미 썼잖아.” 상대가 다시 폭발성 무기를 던질 틈은 없었다. 도로에 늘어선 한대경의 경호팀 차량이 상대를 방어하고 있었고, 더 이상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다.지아는 아직도 자기 위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발로 걷어차며 일어섰다. 그녀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방식을 쓸 정도로 배짱이 큰 걸까?’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방식이었어.’지아가 S급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그녀의 무력 때문이 아니었다. 몇 년 정도 무술을 연마한 그녀가 어릴 때부터 훈련받은 자들과 실력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지아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위장술과 독을 다루는 능력이었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어디서든 살아남을 만한 인물이었다.비록 지아의 체력이나 무술 실력이 최강은 아니지만, 학식이 풍부하고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고, 반대로 눈에 띄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지아는 매번 임무를 수행할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해서 들어가고 탈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단순히 효율만을 추구하는 급진파와는 달랐다. 효율만을 좇다가 자칫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지아 보기엔, 킬러마다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긴 하지만, 이번 킬러처럼 이렇게 무모한 방식은 킬러들의 세계에서도 흔하지 않았다. 이 킬러가 죽음을
전효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갈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한대경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수류탄을 던지면 지아도 함께 죽을 것이 뻔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아와 함께했던 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스쳤다. ‘지아는 진심으로 나를 오빠처럼 여겼어.’ 그 마음은 전효를 한순간 흔들리게 했다.짧은 망설임의 순간, 한대경의 경호원이 다시 추격해 왔고, 찰나의 정적을 깨며 ‘탕’ 하는 총성이 울렸다. 지아는 눈앞에서 총알이 전효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비명처럼 외쳤다.“안 돼!”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효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이 차가운 땅에 쓰러지는 순간,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도망치는 소리만 들려왔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지아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녀는 절망에 빠진 채 생각했다. ‘내가 이 차에 타지 않았다면, 오빠는 이미 한대경을 죽였을 텐데... ‘하지만 나를 본 순간 오빠의 마음이 흔들려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거야.’몇 년 전, 지아가 ‘블랙 X’에 합류하겠다고 했을 때 전효는 경고했었다. “감정에 휘둘리는 건 킬러에게 있어 금기사항이야. 감정에 휘둘리는 킬러는 결국 죽음을 맞게 돼.” 그 경고가 이번에는 전효를 가리키고 있었다.그런데도 전효는 지아 앞에서 망설이고 말았다. 한대경은 지아의 이상한 반응을 보고 비웃었다.“뭐야, 옛 연인이라도 돼?”지아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고, 한대경의 얼굴을 향해 강하게 뺨을 날렸다.지아의 공격 속도와 강도에 놀란 한대경은 미처 막아내지 못했다.“죽일 놈, 왜 당신이 아니라 그 사람이 죽어야 해?”지아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 친구,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그래서 지아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그만큼 더 소중했다. 전효와 혈연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미 전효를 친오빠처럼 여
배신혁은 한껏 속력을 내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한대경은 도윤을 따돌렸고, 지아는 조금 전 도윤이 자신을 본 사실조차 몰랐다. 지아는 온 힘을 다해 한대경을 밀쳐냈다.“한대경, 자제해.”한대경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으며 비웃었다. “소 선생님, 분명히 알아둬. 처음에 날 건드린 건 당신이었어. 이제 와서 자제를 요구한다고? 이미 늦었어.”찬바람에 지아의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까만 눈동자는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은 누구라도 동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애처로워 보였다. 한대경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그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한대경을 막아섰다.“내 여자에게서 떨어져.”도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대경을 주시하고 있었다.“도윤 씨...” 지아도 결국 도윤을 발견했다.한대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부하에게 명령했다. “따돌려.”도윤 역시 냉정하게 명령했다. “쫓아.”조금 전 전효의 등장도 잠시뿐, 지금 두 사람의 시선은 온전히 지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배신혁과 진환은 속도를 더욱 높여 차량을 추격했다. 결국 양쪽의 차량 모두 동시에 부씨 가문의 저택 앞에서 멈췄다.부장경은 부하들과 함께 한대경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택 안으로 난 길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장애물 하나 없이 뚫려 있었다.수십 대의 검은 차들이 경주하듯 도착했고, 그중에서도 두 대가 유독 빠르게 내달렸다.끼익-바닥에 타이어가 미끄러지면서 마찰하는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며 두 대의 차량이 거의 동시에 멈춰 섰고, 차 문이 열렸다. 도윤과 혼란스러워하는 지아가 나타났다.부장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한대경을 암살하려고 한 킬러도 아직 못 찾았는데, 지아가 왜 한대경의 차에서 내린 거지?’“지아, 혹시 한대경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니?”지아는 가까스로 자유를 되찾고 도윤의 품에 뛰어들며 조용히 물었다. “오빠는...”도윤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걱정하지 마,
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한대경이 지금 이곳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지아가 조금 전 한대경이 자신에게 보여준 너그러운 행동을 떠올렸다. 과거였다면 이 남자는 진작에 자신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한대경을 때리고, 할퀴고, 심지어 내가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자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대경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어.’‘정말 이상해. 조금 전 한대경의 모습은 평소 그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어렵게 입을 떼었다. “한대경이 정말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과거 라카에서 한대경은 그저 ‘소수연’에게 약간의 호감만을 가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아도 자신에 대한 한대경의 애정을 분명하게 느꼈다. 남자가 여자를 얼마나 관대하게 대하는지는 그가 그 여자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에 달려 있다. 한대경이 지아에게 너무나도 관대했다는 것은 지아에 대한 집착 역시 커졌다는 증거였다.이도윤은 이 같은 사실을 일찍부터 알아챘다. ‘만약 한대경이 지아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지아가 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폭발을 막지도 않았을 거야.’이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지아는 그의 손을 잡고 마치 귀여운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내 마음속에는 자기뿐이야...”“당신 마음속에도 내가 있다면...”‘나와 재결합해야지... 그래야 다른 남자가 더는 내 여자를 탐내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이 말은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지아 사이에 분명한 하나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만한 명분이 없다면, 이예린을 죽인다고 해도 둘 사이의 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도윤은 나무 아래에서 두 손을 꽉 쥐었다. 이때, 지아가 도윤의 넥타이 끝을 잡아당기며 발끝을 세워 그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지아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도윤의 눈이 순간 동그래지면서, 곧 지아의 마음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
방으로 돌아온 지아의 마음은 여전히 전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도윤은 여러가지 일로 다소 산만해 보였다. “오빠 소식은 아직 없는 거야?” 도윤은 뒤늦게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라고 했어?” 지아는 그의 손을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 한대경 안 좋아해. 조금도 그런 마음 없어.” 지아의 확고한 눈빛을 마주한 도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 난 그냥...” 도윤은 그저 불안할 뿐이었다. 도윤은 지아를 처음 봤던 그날부터, 지아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느꼈다. 지아는 마치 작은 태양과 같았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지 그녀가 내뿜는 빛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윤은 그 빛을 오래전부터 자신의 집 안에 가두고 싶었다. ‘이 빛나는 작은 태양’을 자신의 곁에 두고 아무도 지아의 빛을 보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태양이길 원했다. 하지만 작은 태양 같던 지아는 점차 그 빛을 잃어갔지만 도윤은 개의치 않고, 그녀가 그저 진주처럼 그의 소유물로 남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지아는 도윤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 지아가 다시 도윤의 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예전의 지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하고 눈부신 존재가 되어 있었다. 도윤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빛을 감출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지아의 빛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렬했고, 도윤도 그녀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제 도윤의 마음속엔 오직 하나의 진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지아의 빛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 지아의 빛은 그 어떤 감옥에도 가둘 수 없는 것이었다.지아도 도윤의 강한 소유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설명했다. “오늘은 묘소에 할머니랑 아빠를 뵈러 간 거야. 한대경이 올 줄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거야. 한대경이 내 차 키를 뺏고 억지로 자기 차에 태운 거야.” 도윤은 지아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무력한 미소를 지었다.
몇 십조 규모의 거래는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가 차원으로 보자면, 그 거래가 담고 있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5개국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뒤로는 모두가 상대의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었다. A국은 전통적으로 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굳이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두 국가는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예전의 한대경은 마치 벼룩처럼 툭툭 여기저기 국경을 넘나들며 분쟁을 일으켰다. 무역은 두 나라가 관계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니, 한대경의 이번 거래 제안은 일종의 화해의 제스추어인 셈이다. 만약 한대경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부장경도 더 이상 국경 지역에 상주하지 않아도 되고, 부남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부남진은 이미 연로해서, 지난번 부상을 입은 이후로 여러 일처리가 힘에 부치는 듯했다.“괜찮아.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있잖아.” 부장경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없이 너그러운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는 부씨 가문에 들어오고 나서야 이 가문이 얼마나 가족을 보호하는데 진심인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저는 고모님을 보러 갈게요.”국가 차원의 일은 자신 같은 여자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부남진과 부장경이 받쳐줄 테니까. 지아는 요즘 전효를 찾느라 바빴다. 그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전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지아는 둘이 전에 함께 일할 때 자주 사용하던 방법으로 그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지아는 계속 전효가 맞은 총알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직접 연락을 해주기를 바랐다.화연은 지아가 처방한 약을 꾸준히 복용한 덕분에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지아는 그런 화연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뻐했다.“회복이 잘 되고 있네요. 그런데...” 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