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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묘비의 사진 속 소계훈은 여전히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것은 소씨 가문이 아직 무너지기 전, 소계훈의 전성기 시절 사진이었다.

지아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버지, 저 다시 도윤 씨와 함께하게 됐어요. 설마 저 야단치시는 거 아니죠?”

백채원이 간접적으로 소계훈의 죽음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소계훈의 교통사고는 이예린이 계획한 일이었고, 도윤은 소씨 가문이 파산한 원인이었다. 이 모든 원한을 지아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아는 도윤과의 복잡한 인연을 끊어낼 수 없었다. 도윤과 멀어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없었다.

“우리 아버지는 참 따뜻한 분이시니,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저를 탓하지 않고, 그저 제가 행복하기만을 바라셨겠죠. 하지만 아버지,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저는 아직도 이 모든 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 아빠가 조금만 더 버티셨다면 제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셨을 텐데... 맞다, 아버지는 아직도 모르시죠? 지윤이, 아버지도 전에 사진으로 본 그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 이 소식을 들으시면 조금은 마음이 놓이실 거예요.”

“아버지, 거기서는 잘 지내고 계세요? 혹시 부족한 게 있으면 저에게 꿈에서라도 알려주세요. 저 이제 정말 대단한 의사가 됐어요. 많은 사람이 저에게 진료 받으러 온답니다.”

“그리고 백채원에 대해서는, 제가 채원이를 해치지는 않았어요. 그냥 수술할 때 채원이에게 조금의 고통을 주었을 뿐이에요.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채원이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교훈을 얻었으면 해요.”

지아는 이 기간에 일어난 일을 모두 이야기하며,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았다. 마치 소계훈의 대답이라도 직접 들은 듯한 기분이었다.

“아버지, 저 이제 할아버지도 찾았어요. 다른 가족들도 꼭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분명 그분들도 어디선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시간이 늦어가는 것을 보고, 지아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어깨 위로 낙엽 한 장이 떨어졌고, 찬 바람이 불어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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