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도윤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하던 형제는 자신 때문에 죽고 백채원을 보살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그런데 채원은 은혜를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아는 자신한테 이런 일이 생겼다면 도윤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채원은 조금씩 도윤의 인내심을 갉아먹었고 이제 도윤조차 채원을 방치했다.이 이름이 들리자, 도윤은 냉소를 터뜨렸다.“그 이름이 네 입에서 나오니 정말 역겨워. 내가 은혜를 갚을 상대는 전림이지, 네가 아니야. 그러니 백채원, 난 너한테 해줄 만큼 해줬다고 생각해.”도윤은 채원의 눈을 주시하며 천천히 말했다.“지아를 크루즈에서 밀던 순간, 넌 죽어 마땅했어!”그리고 차창을 올린 도윤은 빠르게 액셀을 밟고 떠났다.채원은 온 힘을 다해 달렸으나 결국 눈밭에 넘어지고 말았다. 손을 뻗어 도윤을 잡고 싶었지만 닿지 않았다.“도윤아, 제발 날 떠나지 말아줘. 내가 잘못했으니까 정말 잘못했으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마.”백호가 천천히 채원의 뒤로 걸어와 단숨에 그녀를 안아 들었고 귓가에 대고 말했다.“그러니 얌전하게 있으면 좋았잖아.”“이거 놔! 백호,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백호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나보고 떠나라고? 넌 꼭 이도윤이 아니면 안 되겠어? 그런데 네까짓 게 소지아의 눈곱만큼이라도 되는 줄 알아? 너 같은 사람이 한 트럭이라고 해도 이도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야.”정확하게 아픈 곳이 찔린 채원은 소리를 치며 현실 부정을 했다.도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제 겨우 딱 한 발짝 남겨두었다!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걸음이 잘못되었으므로 결과는 걷잡을 수 없이 뒤틀렸다.차 안의 도윤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지아를 품에 안은 채 냉기만 뿜을 뿐이었다.차 안이 너무 조용하자 지아는 손가락을 들어 도윤의 허리를 찔렀다.“말 좀 해봐.”“지아야.”도윤은 지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크루즈에서 떨어지던 날, 사실 나도 그 사람을 죽일 만큼 원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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