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가 떠난다는 말을 듣자마자 백씨 가문 사람들은 초조해졌다.“안 돼요, 안 돼. 어렵게 찾았는데 이대로 가면 안 되죠. 내 손녀의 다리가 선생님께 달렸는데요.”백중권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선생님, 아가씨 다리부터 살펴봐 주세요. 아가씨, 아까 말씀드린 바네사입니다. 의술이 뛰어나고 여러 분야에 정통한 이분이 방금 아가씨가 일어설 수 있다고 하셨어요.”그러자 백채원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정말? 제가 일어설 수 있어요?”“그쪽이 잘 협조해야죠.” 지아가 덤덤하게 말하자 백채원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지아가 방금 자신을 때렸다는 사실도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알았어요, 협조할게요, 꼭 협조할게요.”“백채원 씨, 오늘 한 말 기억해 두고 후회하지 마세요.”“어떻게 후회하겠어요, 저를 치료해 주신다면 뭐든지 할게요.”“알았어요, 그럼 먼저 진찰을 해볼 테니 침대에 누우세요.”백호가 말했다.“제가 할게요.”그리고는 백채원 옆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으려는데 백채원의 얼굴에는 백호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이 가득했고, 그가 만질 때 몸이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무서운 거다.이 사실을 깨달은 지아는 평생 거만하게 살아온 백채원이 다른 사람을 두려워한다는 게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흥미로워졌다.지아가 파자마 바지를 벗기자 오랫동안 걷지 못해 다리가 많이 쪼그라들었다.부모님을 모두 돌아가시게 한 장본인인데 그깟 다리가 쪼그라든 게 뭐 그리 대수일까.백채원이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다리를 주무르던 지아의 손을 덥석 잡으며 물었다.“됐어요, 뭐가 보여요?”“별거 아니에요.” 지아는 덤덤하게 손을 뺐다.“다리 치료할 수 있어요. 수술 전에 매일 다리의 신경을 자극하는 침을 놓아야 해요.”“좋아요! 나 돈 많으니까 내 다리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건 뭐든지 줄 수 있어요.”백채원은 다소 미친 것처럼 보였다.“할아버지, 얼른 나가세요. 곧 도윤 씨가 올 텐데 지금 이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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