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80화

줄곧 존재감이 없던 백호는 우연히도 이곳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고, 지아의 시선은 백호의 얼굴로 향했다.

“내가 A시 사람인지 아닌지 백호 씨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지아가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준 것도 성가신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괜히 사람들과 엮이기 싫어서 성격 나쁜 이미지를 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부탁하는 입장도 아닌데 그 사람들 생각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백호가 머쓱하게 웃었다.

“그렇죠, 다만 아직 3개월 정도 남았으니까 바네사 씨에 대해 좀 더 알아가다 보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백호 씨가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진료하러 온 거지 친구 사귀러 온 게 아닙니다.”

상대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는 말이었다. 그래도 백씨 가문은 나름 재벌가 가문인데 의사인 그녀가 뭐라고?

‘누구한테나 다 저러네.’

지아가 백호에게 대꾸를 하자 백채원은 기분이 좋았다.

백중권 말고 정상인 사람이 없는 식사 자리는 무척 어색했다.

지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가겠다고 했고 백중권은 도윤의 손을 잡으며 남아서 같이 술 한잔하자고 했다.

도윤은 지아가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 중요한 일이 있다며 거절했다.

그는 서둘러 달려 나가 지아가 차에 타기 전에 가까스로 붙잡고 그녀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아 진봉에게 던졌다.

그리고는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아를 자신의 차로 끌고 들어갔다.

“도윤 씨, 그만 좀... 읍...”

도윤은 거침없이 지아의 입술을 머금었고 앞에서는 진환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도윤이 이렇게 대범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점점 더 멍청한 왕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지아야, 장민호랑 좋은 시간 보냈어?”

도윤이 지아의 입술을 깨물었다.

두 사람이 친밀한 접촉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아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게 화가 났다.

지아는 세찬이 알게 된 이상 도윤에게 숨길 수 없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가 정민호가 장민호라는 걸 그렇게 빨리 짐작할 줄은 몰랐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