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대체 누구야? 할아버지, 저 이 사람한테 치료받기 싫어요.”백채원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이 여인에게서 자신에 대한 증오와 지아의 잔상을 보았다.지아는 그때 떠난 이후 소식이 끊겼고 누군가는 그녀가 오래전에 죽었다고 말했다.지아가 지금 어디에 있든 절대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지아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전 단지 백채원 씨와 이 대표님 말씀을 듣고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뭘 그렇게 긴장하세요, 백채원 씨? 설마 떳떳하지 못한 짓이라도 했나요?”부모를 모두 죽인 백채원은 죽어서도 억겁의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채원아,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다른 의사 스케줄이 꽉 찼어. 우리도 오랫동안 연락해서 모셔온 분이니까 괜한 생각 말고 아파도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며 조금만 참아.”“참으라고, 그럼 얼마나 더 참아야 해?”“3개월 정도 조리하면서 경과가 좋으면 시간을 더 줄일 수도 있어요. 조리가 끝나면 수술할 거예요.”“3개월이나!”백일 가까이 매일 이런 고문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백채원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마침내 모든 침이 다리에 꽂히고 침을 놓을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와 백채원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온몸은 땀을 뻘뻘 흘렸다.“30분만 있어요.”백채원은 백호에게 짓밟히는 게 지옥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고통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날이 어두워지자 지아는 침을 뽑으며 당부했다.“앞으로는 내가 오기 전에 미리 발을 담그고 약을 발라요. 전 침만 놓을 테니까, 알았죠?”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부탁드리겠습니다. 시간도 늦었는데 식사하고 가시죠.”“네, 이번만이에요. 앞으로는 제 식사 준비할 필요 없어요.”지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모습으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인상을 주었다.“알겠습니다.”백호는 4억짜리 수표를 건넸다.“이건 진료비입니다. 제 동생이 일어설 수 있다면 그때 더 두둑이 챙겨드리겠습니다.”지아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세요.”저녁 식사 자리에서 백채원은 일어날 기운이
줄곧 존재감이 없던 백호는 우연히도 이곳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고, 지아의 시선은 백호의 얼굴로 향했다.“내가 A시 사람인지 아닌지 백호 씨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처음부터 지아가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준 것도 성가신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괜히 사람들과 엮이기 싫어서 성격 나쁜 이미지를 주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자신이 부탁하는 입장도 아닌데 그 사람들 생각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백호가 머쓱하게 웃었다.“그렇죠, 다만 아직 3개월 정도 남았으니까 바네사 씨에 대해 좀 더 알아가다 보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백호 씨가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진료하러 온 거지 친구 사귀러 온 게 아닙니다.”상대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는 말이었다. 그래도 백씨 가문은 나름 재벌가 가문인데 의사인 그녀가 뭐라고?‘누구한테나 다 저러네.’지아가 백호에게 대꾸를 하자 백채원은 기분이 좋았다.백중권 말고 정상인 사람이 없는 식사 자리는 무척 어색했다.지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가겠다고 했고 백중권은 도윤의 손을 잡으며 남아서 같이 술 한잔하자고 했다.도윤은 지아가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 중요한 일이 있다며 거절했다.그는 서둘러 달려 나가 지아가 차에 타기 전에 가까스로 붙잡고 그녀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아 진봉에게 던졌다.그리고는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아를 자신의 차로 끌고 들어갔다.“도윤 씨, 그만 좀... 읍...”도윤은 거침없이 지아의 입술을 머금었고 앞에서는 진환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도윤이 이렇게 대범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점점 더 멍청한 왕처럼 변해가고 있었다.“지아야, 장민호랑 좋은 시간 보냈어?”도윤이 지아의 입술을 깨물었다.두 사람이 친밀한 접촉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아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게 화가 났다.지아는 세찬이 알게 된 이상 도윤에게 숨길 수 없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가 정민호가 장민호라는 걸 그렇게 빨리 짐작할 줄은 몰랐다.“
지아는 도윤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하던 형제는 자신 때문에 죽고 백채원을 보살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그런데 채원은 은혜를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아는 자신한테 이런 일이 생겼다면 도윤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채원은 조금씩 도윤의 인내심을 갉아먹었고 이제 도윤조차 채원을 방치했다.이 이름이 들리자, 도윤은 냉소를 터뜨렸다.“그 이름이 네 입에서 나오니 정말 역겨워. 내가 은혜를 갚을 상대는 전림이지, 네가 아니야. 그러니 백채원, 난 너한테 해줄 만큼 해줬다고 생각해.”도윤은 채원의 눈을 주시하며 천천히 말했다.“지아를 크루즈에서 밀던 순간, 넌 죽어 마땅했어!”그리고 차창을 올린 도윤은 빠르게 액셀을 밟고 떠났다.채원은 온 힘을 다해 달렸으나 결국 눈밭에 넘어지고 말았다. 손을 뻗어 도윤을 잡고 싶었지만 닿지 않았다.“도윤아, 제발 날 떠나지 말아줘. 내가 잘못했으니까 정말 잘못했으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마.”백호가 천천히 채원의 뒤로 걸어와 단숨에 그녀를 안아 들었고 귓가에 대고 말했다.“그러니 얌전하게 있으면 좋았잖아.”“이거 놔! 백호,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백호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나보고 떠나라고? 넌 꼭 이도윤이 아니면 안 되겠어? 그런데 네까짓 게 소지아의 눈곱만큼이라도 되는 줄 알아? 너 같은 사람이 한 트럭이라고 해도 이도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야.”정확하게 아픈 곳이 찔린 채원은 소리를 치며 현실 부정을 했다.도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제 겨우 딱 한 발짝 남겨두었다!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걸음이 잘못되었으므로 결과는 걷잡을 수 없이 뒤틀렸다.차 안의 도윤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지아를 품에 안은 채 냉기만 뿜을 뿐이었다.차 안이 너무 조용하자 지아는 손가락을 들어 도윤의 허리를 찔렀다.“말 좀 해봐.”“지아야.”도윤은 지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크루즈에서 떨어지던 날, 사실 나도 그 사람을 죽일 만큼 원망했
차는 집이 아닌 호텔을 향했다.엘리베이터에 오른 소지아가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도윤이 지아의 코끝을 긁으며 말했다.“그동안 너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았어. 우린 부부였지만 보통의 커플보다도 못한 사이였지. 그러니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하나하나 해보고 싶어.”밝은 조명이 도윤을 비추고 부드러운 시선은 지아를 향했다. 심장이 쿵쿵대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도윤이 어딘가 달라 보였다.이어 도윤이 허리를 숙이고 지아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100층이 넘는 건물에서 하면 더 짜릿할 것 같지 않아?”“...”‘이런.’도윤은 뻔뻔하게 지아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띵-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 지아는 거의 떠밀리듯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방문이 열리고 지아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스위트 룸은 보이는 모든 곳이 장미로 장식되었고 카펫에도 장미꽃이 깔려있었으며 장미 향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지금...”도윤은 지아를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메이크업 지워. 키스하는 게 바람피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지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지아는 메이크업을 지우고 샤워도 했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드레스로 갈아입었다.도윤이 참 꼼꼼하다고 생각하며 지아는드레스를 입었고, 머리를 예쁘게 땋아 올렸다. 그리고 화장대에 있는 하얀색 베일을 발견했다.‘또 무슨 서프라이즈를 하려는 거야.’문을 열자, 방안의 모든 조명이 꺼졌고 장미꽃 위의 예쁜 별빛이 방안을 채웠다.지아는 어느 구석에서 사람이 뛰쳐나와 컨페티를 터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다.하지만 걱정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도윤은 꽃으로 만든 하트 위로 장미꽃 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지아는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양팔에 팔짱을 끼고 말했다.“아니, 지금 촌스럽게 프러포즈 같은 걸 하려는 거야?”그 말이 끝나고 도윤은 바로 무릎 한쪽을 꿇고 말했다.“지아야, 우린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고 프러포즈도 하지 못했잖아. 이건 그냥 형식적인 거니
날이 밝기도 전에 도윤의 핸드폰에서 계속 진동이 왔고, 그는 끄고 계속 자려고 했지만 전화를 건 상대가 우서진임을 발견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나에게 연락하지 않는 분인데?’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도윤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사람을 한번 쳐다보더니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그분이 다쳤어.] 이도윤의 졸음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언제요? 왜 저는 소식을 받지 못했죠?” [30분 전쯤, 방금 위쪽에서 소식이 왔어.] “빨리 갈게요.” 도윤은 전화를 끊고 품속에서 막 깨어난 지아를 보고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지아야 미안해. 처리할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거 같아.” 지아는 도윤의 신분에는 언제라도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몸을 다시 돌려 잠을 청했다. 그녀의 무심한 모습을 보고 도윤은 헛웃음이 나왔다. ‘예전에 내가 이렇게 날이 밝기도 전에 나가려 했다면 지아는 분명 잠을 이루지 못했을 텐데. 아마 바로 일어나서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배웅했겠지.’ 도윤은 황급히 떠났고, 지아가 다시 깊은 잠에 빠지려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였지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전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린 지아는 그의 목소리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오빠, 무슨 일이에요?” [내가 좀 다쳤어.] “어디예요? 제가 금방 갈게요.” 지효는 이미 전효를 친오빠처럼 여겼고 그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 나갔다. ‘오빠가 블랙X에서 도망친 이후로 블랙X가 계속 끈질기게 오빠를 추격했는데, 설마 이번에도 블랙X의 사람들에게 당한 건가?’ ‘하지만 난 이런 소식을 받지 못했는데.’ 그녀가 별장에 도착하자 거실은 마치 살인 사건 현장 같이 온통 핏자국이었다. ‘이건 작은 부상이 아닌 것 같은데?’전효는 카펫 위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대 정신력으로 버티며 지아가 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카펫을 더럽혀서 미
병원에 도착한 도윤은 우서진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박사님, 어떻게 된 거예요?” 우서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아. 최고의 의사들이 모두 총동원됐어. 총알이 각하의 심장 위에 박혀서 위치가 너무 안 좋아. 다행히 제거를 하지 않은 상태에도 호흡에는 문제없지만 만약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어. 각하는 현재 혼수상태고.” “누가 그런 거죠?” “아직은 잘 모르겠어. 일단 각하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야. 방금 하용이도 도착했어.” “각하께서 이런 상황이라면 그가 와도 아무 소용없어요.” 도윤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긴 하지. 아, 그리고 네게 알려줄 말이 있어. 지금 세상에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이야. 네가 하용이보다 먼저 찾아서 각하를 살려야 해. 그렇게만 된다면 네 선거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야.” “누군데요?” “심외과전문의 장연후!” 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퇴직한 사람 아닌가요? 그 사람을 지금 어떻게 찾아요?” “찾을 수 없어도 찾아. 그것도 이틀 안에 찾아야 해. 각하에게는 기껏해야 이틀의 시간 밖에 없어. 너와 하용의 형세는 지금 막상막하야. 만약 그가 먼저 장연후를 찾아 각하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번 판은 그가 이길 거야.” ‘이틀이라.’ 장연후는 퇴직 후 잠적했고, 도윤이 작년에 한 번 찾아본 적이 있었지만 별성과는 없었다. “알겠어요. 그럼 잠깐만 보고 바로 갈게요.” 복도에 주저앉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설아의 옆에는 온화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 함께 있었다. “울지 마.” “엄마, 아빠 죽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아빠가 왜 죽어? 저렇게 많은 최고 의료 전문가들이 모두 안에서 아빠를 치료하고 있잖아.” 옆에서 하용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설아야 안심해. 각하께서는 그냥 돌아가실 분이 아니야. 이 정도는 반드시 이겨내실 거야. 사모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장 선생님을 꼭 찾을 겁니다
진환의 표정이 밝아졌다. “맞아요, 우리 사모님이 잊었죠. 작년에 사모님이 한 심장 수술이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유명하잖아요. 그렇다면 하용이 진작에 장 선생님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우리 쪽에도 승산이 있어요.” “만약 하용이 미리 준비를 했다면, 장 선생님은 지금 분명히 그의 손에 있을 거야.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진 카드를 빨리는 내놓지 않을 거고 아마 내일 아침에야 장 선생님을 데리고 나타나겠지.” “그럼 대표님은 빨리 사모님을 찾아가 보세요. 저희도 서두르겠습니다.” 도윤은 차를 몰고 호텔로 돌아갔는데 이른 시간이라 지아가 아직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룸에 도착하여 보니 룸 안은 텅 비어있었고 지아는 보이지 않았다. 룸 안에는 어젯밤 두 사람이 뒹굴었던 흔적까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상하네.’ ‘지아의 성격이면 떠날 때 자기 옷이 이렇게 바닥에 흐트러지게 그냥 놔둘리는 없고 모두 잘 정리하고 떠났을 텐데.’ ‘그렇다면 남은 건 한 가지 가능성뿐, 매우 급하게 떠날 일이 생겼다는 거지.’ 도윤은 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휴대폰이 꺼져 있어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멀쩡하던 지아가 왜 갑자기 떠났지? 그리고 이 번호로는 연락이 된다고 했는데 휴대폰은 왜 꺼져있고?’ 지아의 반감을 사기 원하지 않았던 도윤은 최근 몇 년간의 그녀의 과거와 행적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윤은 지아의 휴대폰이 꺼져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급히 사람을 시켜 CCTV를 확인했는데, 화면에서 지아는 그가 떠난 지 5분 만에 떠났고 매우 급박한 일이 생겼는지 화장도 하지 않은 맨얼굴 상태였다. 어젯밤에 진봉을 시켜 지아의 차를 집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그녀는 도로로 나가더니 사라져 버렸다. “대표님, 사모님이 택시를 타고 떠나신 거 같은데 마침 그곳이 CCTV 사각지대여서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빨리 찾아봐. 장민호 쪽도 살펴보고. 함께 있을 수도 있으니
‘지금 이 시간에 누구지?’ 지아는 A시에 친구도 없었고 배달이나 택배도 시키지 않았다. 살펴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도윤이었다. ‘여기를 찾아왔다고? 무슨 비밀경찰이라도 되는 거야?’ “오빠, 도윤 씨가 왔어. 나가 볼게.” “그래.” ‘우리 사이의 이야기는 이미 끝났잖아. 그 일 때문에 여기까지 쫓아왔을 리는 없을 테고. 분명히 일이 생긴 거야.’ ‘어쨌든 내게 피해를 줄 사람은 아니니 만나면 찾아온 이유를 알겠지.’ 지아는 문을 열었다. “도윤 씨 왜...”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윤이 지아를 품에 안았고 도윤의 갑작스러운 뜨거운 포옹에 놀란 그녀가 말했다. “왜 그래? 약이라도 잘못 먹은 거야?” “지아, 네가 괜찮으니 다행이야. 휴대폰이 꺼져서 하루 종일 찾았잖아.” 지아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도윤과 연락한 그 휴대폰을 수술할 때 방해받을까 봐 아예 꺼버린 것이 떠올랐다. “저기... 하루 연락이 안 됐을 뿐인데, 그렇다고 이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녀는 도윤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가볍게 떨리는 몸을 느끼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거두었다. “지야야, 너 환득환실이라는 말 들어봤어? 난 너를 잃은 고통을 맛보았고 오랫동안 너를 찾으면서 더 큰 고통을 견뎠어. 그리고 겨우 너를 찾았지. 지아야,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저 네가 아무 일 없이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야. 오늘 아침에 네가 급하게 호텔을 떠난 것을 보고 네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얼마나 걱정했다고.” 약간 감동을 받은 지아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도윤이 자신을 걱정하며 이렇게 겁에 질린 줄 몰랐다. 그녀는 손을 뻗어 도윤의 등을 두드렸다. “걱정 마. 당신 눈에 내가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보여?” 당황했던 도윤의 눈빛이 그제야 사라졌다. “내가 백씨 가문에 갔었는데, 그분들이 네가 아픈데도 주사를 맞지 않았다고 그러던데? 그래서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지아는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어젯밤 네가 너무 흥분해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