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101 - 챕터 1110

1402 챕터

제1101화

병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아는 의료계의 거물급 교수들에게 보물처럼 둘러싸여 있었다.“아가씨, 어느 학교 출신이에요?”“스승님이 누구지?”“어젯밤에 한 수술은 정말 완벽했어요!”모두 앵무새처럼 시끄럽게 떠들었고 다들 눈이 기쁨과 설렘으로 빛났다.우서진은 뿌듯한 표정이었다.“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때 당신들 뭐라고 했어?”“자네, 지나간 얘기는 꺼내지 마. 역시 자네가 선견지명이 있어. 어젯밤엔 정말 깜짝 놀랐어. 각하께서 정말 수술대에서 돌아가셨으면 장 교수는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얘야, 너도 참 대단하다. 그 상황에서 조금도 당황하지 않다니.”모두가 지아를 칭찬하는데 윤공훈만 침묵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건 다 뒤로하고 그녀가 지아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그래서 지아가 말을 꺼낼 때까지 몇 번이고 망설였다.“제 스승님께선 수술대는 전쟁터와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생명을 살리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으니 어느 쪽도 손을 떨면 안 된다고요.”그 말에 윤공훈이 지아를 바로 돌아보았고 마주친 두 눈이 암묵적인 무언가를 주고받았다.이 말은 지아가 처음 집도하기 전에 윤공훈이 해준 말인데 지아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런 식으로 알려준 것이다.“아직도 기억해?” 윤공훈은 지아를 바라보았고 지아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셨던 스승님의 말씀은 하루도 잊을 수 없어요. 너무 감사하고, 그때 제가 실망스러운 선택을 했을 때 많이 슬퍼하셨을 거예요.”“지금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보면 분명 자랑스러워하실 거야.”윤공훈의 눈에는 격한 감정이 가득했다.자신이 눈여겨보던 아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지만 다행히 다시 돌아왔다.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칭찬하기 바빴다.“너 같은 제자가 있으니 은사님도 무척 기뻐하실 텐데 어떤 대단한 분인지 우리도 좀 알 수 있을까?”지아는 가볍게 웃으며 더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 다들 더 이상 시간 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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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지아가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오자 부남진은 눈가에 미소를 지었다.“어젯밤 일 다 알고 있어. 젊은 사람이 그렇게 결단력이 있다니 정말 보기 드문 재능이야. 내가 금방 나을 것 같지는 않은데 우 교수 말로는 한의학에도 능한 만능 의사라고 하던데 남아서 날 돌봐주는 주치의가 되어줄 수 있겠나?”우서진의 말처럼 훌륭한 인재는 나라에 충성해야 하나.다른 사람이라면 기뻐 죽을지 몰라도 지아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미셸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여자한테 어떻게 아빠를 돌보라고 해요?”부남진은 다정하게 말했다.“미셸, 정말 위험한 사람이라면 어젯밤 그렇게 고생하면서 날 살렸겠니? 우 교수와 상의했어. 바네사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모두 정통했니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죄송하지만 각하, 저는 그럴 능력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사람을 뽑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민연주는 황급히 지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신이 그런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한다는 거예요. 당신의 능력은 우리가 모두 봤어요. 원하는 게 있다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얼마든지 들어줄게요.”“나는 한낱 시골 의사라 이런 거창한 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유롭고 편한 생활에 익숙해 매일 고정된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머물면서 각하가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진짜 주제도 모르고, 당신이 뭔데? 어디서 감히 거절해?”미셸은 원래도 불만을 가득 품고 있었는데 지아가 감히 거절할 배짱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제까짓 게 뭐라고.이런 은혜를 베풀면 고맙게 받을 것이지.“부설아!” 부장경이 차갑게 꾸짖었다.미셸은 화난 오빠의 모습을 보고 어젯밤의 모습을 떠올리며 겁이 나서 다시는 말을 잇지 못했다.지아는 부남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검진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전 가족분들 방해하지 않고 검사 결과 확인하러 가보겠습니다.”그렇게 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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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지아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생각해 볼게요.”손을 쓴 사람이 전효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지만 전효는 부남진을 죽이지 않고 살리라고 했다.예전에 전효는 자신에게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적이 부씨 가문 사람인 걸까?만약 그렇다면 지아는 전효의 편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이 모든 걸 직접 알아내야 했다.지아가 한발 물러나자 부장경의 눈매가 조금 부드러워졌다.“어쨌든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목숨 외에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다 줄 수 있습니다.”대단하다, 목숨만 빼고라니.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지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저는 부족한 게 없으니 그 말은 일단 보류했다가 나중에 생각나면 부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네요.”부장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말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장경은 지아에게 명함을 건넸다.“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그리고 제 동생은 버릇없게 자라서 그런 거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지아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쳐다보았고 부장경은 조금 의아했다.“왜 그러세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가씨가 참 부러워서요.”자신에게도 오빠가 있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을까?“부 선생님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가서 검사 결과 살펴볼게요, 이만.”지아는 뒤돌아 떠났다. 자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을까, 자신에게도 남매나 자매가 있을까?이번 일은 이렇게 끝났고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장연후가 수술대에서 실수한 일에 대해 입을 다물었지만 그는 아마 평생 수술대에 서지 못할 것이다.하용은 자신까지 연루될까 봐 불안했고 도윤 역시 이번 일로 부씨 가문 사람들의 신임을 얻었다.하지만 아직 잊지 않은 일이 있어 지아가 병원에 있을 때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진환이 부하들을 이끌고 마당에 침입했고 주원은 무방비 상태였으며 전효는 중상을 입고 일어나지도 못했다.주원이 총을 뽑기 전에 도윤이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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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도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야. 전효, 네가 날 미워하고 원망하는 건 알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고 전림은 다시 살아날 수 없어.”“그러게 착한 척은 왜 해. 죽이고 싶으면 그냥 죽여, 빙빙 돌리지 말고. 어차피 난 도망 못 가니까.”도윤은 고개를 저었다.“넌 전림 동생이니까 해치지 않을 거야.”전효는 콧방귀를 뀌었다. “위선자.”“전효, 우린 원래 사촌으로 한 가족이야.”“난 형밖에 없어.” 전효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고 시선을 거두었다.도윤은 이런 그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넌 여기 있으면 위험해, 나랑 같이 가.”“날 건드리지 마!”“네가 각하를 건드렸는데 부씨 가문에서 너를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아? 부씨 가문이 아니라 하씨 가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도윤의 말에 전효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아는 게 뭐야?”“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 네가 하용의 명령을 따라 각하를 공격해 기회를 줬지. 지금 부씨 가문에서 대대적으로 이 일을 조사하고 있는데 하용이 널 가만둘 것 같아? 부씨 가문 사람들보다 먼저 널 죽일 거야.”도윤은 여전히 침묵하는 전효를 보며 덧붙였다.“하용과 손을 잡고 날 죽이려고?”“그게 뭐, 적의 적은 아군이야.”“그러면 왜 애들이랑 지아는 건드리지 않았어?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고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데.”“누군 안 그러고 싶은 줄 알아?” 전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목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지아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접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세상에 이유 없이 잘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전효는 머릿속으로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심지어 지아는 자신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대하고 있었다.가족 서열에 따르면 오히려 자신이 지아를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했다.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전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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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그 후 며칠 동안 지아는 부남진의 전담 의사가 되었다.우서진과 윤공훈의 거듭된 확신과 도윤이 추천했다는 사실 때문에 부씨 가문 사람들은 지아를 믿었다.다만 지아가 의아했던 건 자신을 바라보는 부남진의 눈빛이 마치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각하, 식사하세요.” 지아가 죽을 들고 들어왔다.부하와 업무 이야기를 하던 부남진이 지아가 들어오자 다른 사람들은 다 물러가게 하고는 줄곧 동네 할아버지 같은 표정으로 지아를 인자하게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민연주는 부남진의 두 번째 아내였기에 부장경과 부설아 모두 나이가 어렸다.이 어르신의 운명은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을 정도였다.점점 건강해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부장경은 지아를 귀빈으로 모시며 지극한 존경과 예우를 다했다.“바네사, 당신 덕분에 아버지가 많이 회복하셨어요.”“별말씀을요, 부 선생님.”지아는 직접 부남진에게 음식을 떠먹여 주었다. 헛짓거리가 아니라 그녀 나름대로 목적이 있었다.아직 시간 내서 전효를 보러 가지 못했기에 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아내야 했다.도윤의 추천으로 이곳에 왔고 사람을 죽이는 데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 하려면 겉으로는 부남진을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아가씨, 미셸 말로는 애를 낳았다던데?”“네.” 지아는 숨지 않았다.“아이 아빠는 누구지? 그리고 어떻게 그 마을에 가게 된 거지?” 부남진은 계속 물었다.요 며칠 사람을 시켜 지아에 대해 알아보게 했지만 마치 홀연히 나타난 것처럼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지아는 진작 둘러댈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사실 모르겠어요. 저도 마을 근처에서 바닷물에 휩쓸렸는데 우연히 마을 사람들이 저를 발견했고 저를 구해줬을 때 임신 중이었대요. 하지만 전 많은 일을 잊어버렸고, 가족이 누구인지, 남편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아이의 눈동자가 초록색인 걸 보면 아이 아빠가 외국인이겠죠.”“그럼 기억을 회복하지 못했나?”지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머리에 피멍도 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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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지아가 떠난 후 부남진이 도윤에게 이런 말을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미셸은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침이 마르도록 애원했다.부남진도 도윤에게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부남진은 줄곧 도윤의 의견을 존중했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미셸은 수줍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부남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예전엔 네가 원하지 않았고 전처에 대한 감정도 깊어서 재혼을 원하는 것도 이해했지만 벌써 4년이 지났어. 바보 같은 녀석, 살면서 4년이란 시간이 많은 줄 알아? 내 딸이 널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곁에 사람이 있으면 모를까 결국엔 싱글이잖아. 난 줄곧 널 아들처럼 대했는데 이제 받아줄 때도 되지 않았니?”도윤은 잘 알고 있었다. 부남진을 따라 생과 사를 넘나들며 그를 위해 성가신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에 부남진은 그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사람이 높은 곳에 오르면 두 눈에 권력만 보인다.자신이 어떻게 이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점점 잊어버리고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죽음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부남진은 언제부터인가 지나치게 대단한 도윤이 두려웠다.예리한 칼은 적을 죽이는 데 쓰면 아주 좋지만 통제 불능이 되면 가장 위험한 칼이 된다.그래서 일부러 하씨 가문을 지원하며 도윤의 라이벌을 양성한 것도 도윤의 힘을 약화해 견제하려는 목적이었다. 안 그러면 도윤은 진작 승진했고 같은 자리에 오랫동안 발이 묶여있지도 않았을 것이다.이제 부남진의 말은 도윤이 자신의 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려야만 마음이 편하고 진정으로 그를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부장경도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동생이 오랫동안 널 기다렸는데 남자라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민연주는 사람 좋은 척 말했다.“다들 왜 그렇게 몰아붙여, 누가 보면 우리가 결혼을 강요한다고 생각하겠네. 도윤아, 나도 이 사람처럼 널 친아들로 대하면서 제일 좋아했어. 넌 어릴 때부터 예의 바르고 명절마다 널 집에 부르면서 전혀 남처럼 대하지 않았어. 네가 부씨 성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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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미셸은 붉어진 눈으로 도윤에게 달려가 손으로 도윤의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오빠는 마음도 없어? 내 심장 그대로 꺼내서 오빠한테 줬는데 어떻게 눈길도 안 줘. 전에는 그래도 거절할 이유가 있었다지만 소지아가 떠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돌아올 것 같아?”“지아가 돌아오는 것과 내가 다른 사람을 받아주는 건 별개야.”도윤은 결연한 눈빛으로 미셸을 지나쳐 곧장 병상으로 향했다.“스승님과 사모님께서 그동안 절 챙겨주신 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마음속에도 두 분은 중요한 어른들이고 그 관계는 제가 미셸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뀌지 않으며 지금도, 앞으로도 두 분 잘 모실 겁니다. 두 분 마음은 알지만 제 대답은 반년 전에 했던 말과 같습니다. 미셸도 이젠 나이가 있고 가정을 꾸릴 때가 됐지만 그 짝이 저는 아닙니다.”도윤은 겸손하게 말했다.“우선 저는 이미 결혼했고 미셸은 초혼인 데다 제 마음에는 다른 사람이 있으니 미셸에겐 불공평한 일입니다. 결혼 후 매일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분명히 하고 미셸에게 좋은 짝을 찾아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민연주와 부남진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민연주가 말을 꺼냈다.“그래, 도윤이 네 말도 맞지만 미셸이 얘가 어릴 때부터 고집도 세서 너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는데 이대로 늙어 죽게 내버려둘 생각이니? 두 사람 혈액형도 희귀한데 서로 도와주면서 다쳐도 돌봐줄 수 있잖아.”민연주가 한숨을 쉬었다.“우리 미셸은 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라서 고생이란 건 한 적이 없어. 손에 작은 상처가 생겨도 하늘이 무너질 기세인 애가 널 위해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 엄마인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 그래도 애가 널 위해 나서겠다는 걸 말리지 못해. 도윤아, 네 가정에 결핍이 있는 건 알지만 나랑 이 사람, 장경이까지 널 남처럼 대한 적이 있었니? 이건 좋은 결혼인 것 같아. 네가 걱정하는 바는 나도 이해해. 너도 미셸을 위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대로 과거에만 머무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야. 너랑 미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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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부남진이 차갑게 말하며 말렸다.“미셸, 내가 의사 선생님을 존중하라고 했지.”도윤에게 거절당한 부설아는 분풀이할 곳이 없던 와중에 외부인 지아가 이 방에 마침 남아 있었다.늘 자상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던 아빠가 지금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불만이 많았던 설아는 자연스럽게 모든 화를 지아에게 쏟아냈다.“왜 아빠까지 그래요? 제가 틀린 말 했어요? 가족들끼리 중요한 얘기하고 있는데 저 여자가 뭐라고 여기서 엿들어요, 교양도 없어 진짜.”“부설아!” 부남진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그동안 내가 너를 그냥 내버려둬서 정말 버릇이 없어진 것 같구나. 이게 네가 말한 교양이냐?”부설아는 지아를 향해 매섭게 쏘아붙였다.“다 당신 때문이야!”지아는 손에 들고 있던 피스타치오를 내려놓고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깨끗이 털어냈다.“네, 저 때문이라고 하죠. 앞으로 당신 앞에 안 나타날게요.”지아는 부남진에게 걸어갔다.“각하, 이렇게 잘 회복하신 걸 보니 안심이 되네요. 위험한 시기는 무사히 넘겼으니 이제부터는 다른 선생님께 맡기고 전 이만 가볼게요.”원래는 고민 중이라고만 말했던 지아는 이제 더욱 결심이 굳어졌다.부씨 가문 사람들은 지아가 간다는 말에 표정이 확 바뀌었고 민연주는 도윤에게 결혼을 강요하던 것도 잊은 채 지아에게 다가갔다.“미셸 때문에 화내지 마요. 이렇게 가면 어떡해요?”“미셸한테 화내지 마, 왜 떠난다는 거야?”“엄마, 가고 싶으면 가라고 해요. 겨우 의사 하나 또 찾으면 되잖아요. 다른 선생님들도 있는데.”미셸은 왠지 모르게 마을에서 이 여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싫었고 무무가 자신을 죽이려 했단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지아를 가까이해서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이때 부장경이 말없이 뺨을 때렸다.이번에는 수술실 앞에서 때렸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한 힘으로 미셸의 입가에 피를 흘리게 했다.“우리 부씨 가문의 은인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진작 경고했는데 내 말을 귓등으로 들어?”“오빠, 저 망할 년 때문에 날 때려? 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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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각하, 아가씨 탓하지 마세요. 애초에 화난 것도 아니니까 저 때문에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면 안 되잖아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도윤은 서둘러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리죠.”문을 닫는 순간 미셸은 하늘이 무너질세라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아빠, 오빠도 모자라 저 사람까지 날 때렸어요! 다 그 여자 때문이야. 저 여자가 여기 있는 게 싫어요.”“닥쳐.” 부남진은 낮은 목소리였지만 아우라가 가득했다.그는 민연주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딸 어떻게 가르쳤는지 봐, 창피해 죽겠어.”민연주는 머뭇거리며 나지막이 답했다.“내가 소홀했어요. 하지만 여보, 도윤이 저 녀석 이제 기어오르네요. 결혼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앞에서 미셸을 때리기까지 했어요.”부남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일부러 우리 보라고 때린 거야. 앞에서도 때리는데 자기랑 결혼시키면 미셸을 어떻게 대할지 경고하는 거지.”“감히!” 부장경이 차갑게 말했다.“죽여 버릴 거야.”사람이 이렇다. 자기 사람을 본인이 욕하거나 때려도 되지만 남이 건드리는 건 참지 못한다.“오빠...” 미셸이 얼굴을 감싸며 불쌍하게 말했다.부장경은 냉정하게 코웃음을 쳤다.“다 네가 한 짓이야, 사람 억지로 내쫓고 나니 행복해?”“저 여자 대체할 수 있는 의사를 못 찾을 것 같아?”...지아는 도윤을 따라 차에 올랐고 문을 닫는 순간 도윤의 차가움이 사라지며 지아를 껴안았다.“지아야, 지난 며칠 동안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매일 널 봐도 말도 제대로 못 하고.”지아는 손가락으로 도윤의 머리를 밀어냈다.“미쳤어, 저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 옛날 같았으면 공주야. 황제 앞에서 공주를 때렸는데 처형당하는 게 두렵지도 않아?”도윤은 지아를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비비적거렸다.“지아야, 네가 맞았던 뺨 내가 갚아줬어.”“누가 당신보고 갚으래?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그러자 도윤의 낮은 웃음소리만 들렸다. “일부러 그랬어. 그래야 그쪽 딸 나한테 안 밀어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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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지아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도윤은 그녀를 다른 은밀한 장소로 데려갔다.중간에 차까지 갈아타자 지아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또 무슨 깜짝선물을 숨기고 있는 거야?”“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고 저택으로 들어섰다.주원을 만나자마자 지아는 원수처럼 도윤의 손을 뿌리쳤다.“오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도윤은 잔뜩 경계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날 그렇게 못 믿어?”“당신에겐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어.”그날 밤 도윤은 바로 눈치를 채고 자신이 떠나자마자 사람을 보내 전효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 것이다!도윤은 다시 지아의 손을 잡았다.“내가 과거에 못 믿을 짓을 많이 한 거 알아. 그럴 만도 했지만 앞으로는 널 해치지 않겠다고 했잖아.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이 내가 해친 것처럼 보여?”그제야 지아는 다시 주원을 살펴보며 혹시나 칩 같은 게 있나 싶어 주원의 손을 잡아보기도 했다.“지아 누나, 이번에는 안 건드렸어.” 주원이가 드물게 도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전효 씨는?”“형도 괜찮아. 방에서 쉬고 있어.”전효를 찾아간 지아는 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았다. 도윤이 양요한에게 전효를 돌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지아는 전효와 도윤 사이의 일을 몰랐기에 전효가 괜찮은 것을 보고 안심했다.“오빠, 괜찮아요?”“나 혼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괜찮아.”“저 사람이 오빠를 어떻게 찾았어요?”전효는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말하지 않고 대충 넘어갔다.“거긴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여기로 옮겼어.”도윤이 방으로 들어오면서 설명했다.“하용이 전 세계를 뒤져서 찾고 있는데 밖에 나가면 죽음뿐이야. 전에는 네가 병원에서 바쁘니까 얘기 안 했어.”지아가 작은 얼굴이 붉혔다.“미안해, 내가 오해했어.”“지아야, 이 사람들은 모두 너한테 잘해준 사람들이야, 난 절대 해치지 않아.”도윤이 웃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아주머니한테 밥해달라고 했어. 가족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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