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아가씨 탓하지 마세요. 애초에 화난 것도 아니니까 저 때문에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면 안 되잖아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도윤은 서둘러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리죠.”문을 닫는 순간 미셸은 하늘이 무너질세라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아빠, 오빠도 모자라 저 사람까지 날 때렸어요! 다 그 여자 때문이야. 저 여자가 여기 있는 게 싫어요.”“닥쳐.” 부남진은 낮은 목소리였지만 아우라가 가득했다.그는 민연주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딸 어떻게 가르쳤는지 봐, 창피해 죽겠어.”민연주는 머뭇거리며 나지막이 답했다.“내가 소홀했어요. 하지만 여보, 도윤이 저 녀석 이제 기어오르네요. 결혼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앞에서 미셸을 때리기까지 했어요.”부남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일부러 우리 보라고 때린 거야. 앞에서도 때리는데 자기랑 결혼시키면 미셸을 어떻게 대할지 경고하는 거지.”“감히!” 부장경이 차갑게 말했다.“죽여 버릴 거야.”사람이 이렇다. 자기 사람을 본인이 욕하거나 때려도 되지만 남이 건드리는 건 참지 못한다.“오빠...” 미셸이 얼굴을 감싸며 불쌍하게 말했다.부장경은 냉정하게 코웃음을 쳤다.“다 네가 한 짓이야, 사람 억지로 내쫓고 나니 행복해?”“저 여자 대체할 수 있는 의사를 못 찾을 것 같아?”...지아는 도윤을 따라 차에 올랐고 문을 닫는 순간 도윤의 차가움이 사라지며 지아를 껴안았다.“지아야, 지난 며칠 동안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매일 널 봐도 말도 제대로 못 하고.”지아는 손가락으로 도윤의 머리를 밀어냈다.“미쳤어, 저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 옛날 같았으면 공주야. 황제 앞에서 공주를 때렸는데 처형당하는 게 두렵지도 않아?”도윤은 지아를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비비적거렸다.“지아야, 네가 맞았던 뺨 내가 갚아줬어.”“누가 당신보고 갚으래?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그러자 도윤의 낮은 웃음소리만 들렸다. “일부러 그랬어. 그래야 그쪽 딸 나한테 안 밀어붙이
지아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도윤은 그녀를 다른 은밀한 장소로 데려갔다.중간에 차까지 갈아타자 지아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또 무슨 깜짝선물을 숨기고 있는 거야?”“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고 저택으로 들어섰다.주원을 만나자마자 지아는 원수처럼 도윤의 손을 뿌리쳤다.“오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도윤은 잔뜩 경계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날 그렇게 못 믿어?”“당신에겐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어.”그날 밤 도윤은 바로 눈치를 채고 자신이 떠나자마자 사람을 보내 전효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 것이다!도윤은 다시 지아의 손을 잡았다.“내가 과거에 못 믿을 짓을 많이 한 거 알아. 그럴 만도 했지만 앞으로는 널 해치지 않겠다고 했잖아.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이 내가 해친 것처럼 보여?”그제야 지아는 다시 주원을 살펴보며 혹시나 칩 같은 게 있나 싶어 주원의 손을 잡아보기도 했다.“지아 누나, 이번에는 안 건드렸어.” 주원이가 드물게 도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전효 씨는?”“형도 괜찮아. 방에서 쉬고 있어.”전효를 찾아간 지아는 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았다. 도윤이 양요한에게 전효를 돌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지아는 전효와 도윤 사이의 일을 몰랐기에 전효가 괜찮은 것을 보고 안심했다.“오빠, 괜찮아요?”“나 혼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괜찮아.”“저 사람이 오빠를 어떻게 찾았어요?”전효는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말하지 않고 대충 넘어갔다.“거긴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여기로 옮겼어.”도윤이 방으로 들어오면서 설명했다.“하용이 전 세계를 뒤져서 찾고 있는데 밖에 나가면 죽음뿐이야. 전에는 네가 병원에서 바쁘니까 얘기 안 했어.”지아가 작은 얼굴이 붉혔다.“미안해, 내가 오해했어.”“지아야, 이 사람들은 모두 너한테 잘해준 사람들이야, 난 절대 해치지 않아.”도윤이 웃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아주머니한테 밥해달라고 했어. 가족끼리
하씨 가문.와르르-하용은 책상 위의 모든 물건을 쓸어버렸다.“그렇게 큰 놈이 어떻게 사람들을 뚫고 도망쳐, 대체 너희는 뭐 하는 거야?”“보스, 총을 여러 발 맞았으면 도망쳐도 오래 못 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죽었어? 그럼 시체는? 살았으면 사람을, 죽었으면 시체를 가져와. 장경이 벌써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어. 너희들 이러다가 그쪽에서 그놈 잡으면 난 끝장이야!”장경과 도윤 모두 의심만 할 뿐 증거가 없었고 유일한 목격자는 전효뿐이었다.A시 전체를 샅샅이 뒤져도 그 사람의 흔적조차 없으니 하용은 매우 불안했다.“보스, 초조해하셔도 소용 없어요. 이미 사람을 보내서 찾아보고 있으니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드리죠.”하용은 낙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더니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질렀다.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그런데 보스, 그 사람보다도 부씨 가문에서 도윤에게 미셸과 결혼하라고 했답니다.”“전부터 그런 말 나왔어. 미셸 그 망할 년, 내가 그렇게 잘해주는데 걔 눈엔 이도윤밖에 없어.”하용은 도윤과 다르게 늘 남녀의 감정에는 관심이 없었다.그가 신경 쓰는 건 오로지 가문의 명예와 이익 가치뿐이었다.몇 년 전부터 미셸과 결혼하면 각하가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을 것이고, 그래야만 정상에 올라 도윤을 발아래 완전히 짓밟을 수 있다는 생각에 미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하지만 미셸은 마치 약에 취한 듯 도윤이 아무리 거절해도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이번에 각하가 공격당하고 강경하게 밀어붙이면 이도윤이 거절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움직이지 않으면 너무 늦을 거예요.”하용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수상한 표정을 지었다.“생각 좀 해 봐야겠어.”...늦은 밤, 지아와의 격렬한 정사를 막 끝낸 도윤의 가슴은 평정심을 찾지 못한 채 격하게 들썩거리고 있었다.이런 짓을 수없이 해왔지만 질리지 않았고 점점 더 지아의 몸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특히 수술을 마치고 나온 지아가 반짝반짝 빛이 날 때면 지아를 숨기고 싶을 정도였다.지아는 도윤의
지아는 도윤에게서 전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부가적인 내용이 있는 줄은 몰랐고 전효와 자신에게 그런 인연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그러니까 처음부터 당신 목표는 나한테 접근해서 나를 이용해 이도윤을 죽이는 거였네. 당신이 말한 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도윤이었어요.”“그래.” 전효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를 알게 된 걸 후회해?”하지만 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요, 사실 내내 마음이 많이 불안했어요. 하늘에서 떡이 떨어질 리가 없잖아요. 당신이 아무 이유 없이 나한테 잘해줄 리가 없는데 나한테서 뭔가 얻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늘 생각했죠. 하지만 당신이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진심으로 대해주는 걸 보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항상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원인을 알고 나니까 오히려 긴장이 풀리네요.”“날 원망하지 않아?”“내가 왜요? 내 자식을 당신의 도구로 쓰고 싶었으면 이도윤이 적이라고 끊임없이 가르쳤을 텐데 그러지 않고 잘 키웠어요. 애들이 미숙아라 키우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는데 아이들은 용감하면서도 순진함을 잃지 않았고, 당신은 두 아이의 최고의 선생님이 되어줬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죠. 나도 몇 년 동안 정성껏 보살펴 줘서 난 당신을 진짜 오빠처럼 여기고 있어요.”전효는 한숨을 쉬었다.“두 아이를 보면 나랑 형이 생각나. 우리도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였는데 다들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살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결국 형이 먼저 죽었지.”말을 이어가던 전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두 아이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증오를 심어주지 않고 자유롭게 자라게 했어.”“그러니까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당신을 비난할 수 있겠어요? 아직도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요?”전효는 지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동안 널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얘기하지 않았어. 네가 그 사람 잊은 적이 없고 늘 마음속에 두고 있었단 걸
도윤이 전효를 옮기자 지아도 안심했다. 도윤은 A시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니 전효는 당분간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이번에 전효가 입은 부상이 너무 심해서 몇 달은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당분간 쉬는 것도 좋았다.게다가 지아는 할 일이 많았다. 백채원을 일주일 동안 보지 못했는데 백씨 가문에서는 지아의 말대로 매일 몇 시간씩 뜨거운 물에 담갔다.다리는 물집으로 빽빽하게 덮여 있었고 하나하나 터뜨린 다음 지아의 특제 연고를 발랐다.연고는 꽤 효과가 있었고 다음 날이면 흉터만 보였고 발의 통증이 멈추면 또 다른 고문이 시작되었다.일주일 만에 백채원은 살이 빠져 핼쑥해졌고 지아는 백채원을 다시 봤을 때 속으로 훨씬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이런 여자를 좋아했던 전림의 마지막 유언 때문에 자신이 그토록 괴로웠다니.백채원은 증오가 가득한 지아의 눈빛을 바라보며 이 여자가 일부러 괴롭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어르신과 백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백중권은 오랜 친구로부터 지아가 각하를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지아가 백씨 가문을 찾아왔을 때 직접 마중까지 나왔다.바깥사람들은 몰랐지만 내부 간부들은 각하의 암살과 명의 바네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어서 들어와요, 명의님. 내가 매일 같이 당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는 걸 모를 겁니다.”지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녀도 언제든 와서 백채원을 조금이라도 싫증 나게 하고 싶었다.다시 만난 백채원의 표정은 복잡했고, 지아가 지난 며칠 동안 무슨 일을 하느라 오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할아버지로부터 그녀가 명의라는 것과 분명 다리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그래서 백채원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고 일주일이 지나자 통증에 익숙해졌는지 적어도 더 이상 그렇게 고통의 통곡을 내뱉지는 않았다.발을 담글 때마다 그녀는 수건을 먼저 깨물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통증을 억지로 참아냈다.지아는 그런 그녀를 조금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이 정도 고통쯤이야.옛날 자신이 임신했을 때 밤마다 울
남자가 오기 전 지아는 담배에 불을 붙였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왔지만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유독 술에 취한 주정뱅이 하나가 술 한잔하자고 진득하게 달라붙었고 지아가 거절해도 소용이 없자 그녀는 상대의 손등에 담뱃불을 비벼 껐다.“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내가 술 깨게 도와줄게.” 지아의 달콤한 미소에 상대는 순간 넋을 잃었지만 곧 손등에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차린 그가 손을 빼냈다.“이년이 감히 나한테?”그러고는 손을 들어 지아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둘렀지만 지아를 다치게 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잡혔는데 장민호였다.살짝 비틀자 남자의 손뼈가 탈골됐고 장민호의 몸에서 얼음장 같은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꺼져!”남자는 직감적으로 건드리면 안 되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곧바로 한 마디를 외치며 도망쳤다.“딱 기다려!”장민호는 지아 앞에 놓인 술잔을 보며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지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속상한데 마시면 안 돼요? 나랑 같이 마셔요.”장민호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지만 자격을 갖춘 암살자는 항상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기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술에 손을 대지 않았다.하지만 찰나의 순간 지아의 미소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잔을 따랐다.“요즘 어디 있었어요, 그 사람이 찾아왔나요?”지아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한숨을 내쉬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매우 가슴 아픈 표정을 드러냈다.“그런 얘기는 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죠.”지아가 손을 들자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다시 드러났고, 매번 그 쥐를 볼 때마다 장민호의 시선이 멈칫했다.미연이 그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인 것 같았다.장민호가 술잔을 연거푸 들이키는 지아의 술잔에 손을 올렸다.“그만 마셔, 더 마시면 취해요.”“취하면 좋죠. 그 사람들, 그 일들이 떠오르지 않을 테니까. 정민호 씨, 난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
장민호는 테이블 위에 있던 술병을 들어 그들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고 바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이 모든 일의 원인인 지아는 무관심하게 지켜보았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장민호를 ‘사랑'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부여할 수 있을까.여자를 구하는 영웅의 트릭은 결코 유행을 타지 않는다.상황을 수습한 장민호는 서둘러 지아를 끌고 나갔다.장민호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어 경찰과 마주치는 것이 가장 두려운 법이다.두 사람은 한밤중 골목을 미친 듯이 뛰었고 지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더는 못 뛰겠어요.”장민호도 진작 사라진 사람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는 이런 곳에 오지 마요. 너무 예쁜 것도 벌레가 많이 꼬여서 좋지 않아요.”지아의 얼굴이 가로등 불빛 아래서 더욱 환하게 빛났다.“그럼 그쪽은요?”“저요?”지아가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장민호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 몸을 벽에 밀착시켰고, 지아는 손을 뻗어 그의 볼에 대고 꽃처럼 웃었다.“당신한테도 그런지 궁금한데요?”두 사람은 너무 가까워서 지아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꽃향기와 섞인 약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다른 사람한테서 맡아본 적 없는 아주 특별한 냄새였다.장민호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런 지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 같은 사람이 감히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겠는가?그의 대답을 기다릴 새도 없이 지아는 이미 그의 몸에서 한 발짝 물러선 뒤였다. “미안해요, 머리가 좀 멍해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집이 어디예요?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지아가 장소 이름을 말하자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지아가 차를 몰고 왔고 두 사람 모두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대리운전을 불러야 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뒷자리에 앉았고 지아는 차에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장민호는 토끼처럼 얌전하고 순한 그녀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봤다.자신을 죽이고 싶어 했던 사람 앞에서 이렇게 평온하다고?그렇
지아는 장민호가 사라질 때까지 배웅하고 나서야 입가의 미소가 지옥에서 기어 나오는 악령처럼 굳어져 살벌해졌다.장민호, 네가 어떻게 도망가.지아는 재빨리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문을 열자마자 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두 손이 격렬하게 그녀를 끌어안았고 뜨거운 가슴이 다가왔다.“지아야, 하루 안 봤다고 남자 꼬시러 갔네.”지아는 두 손으로 상대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하지만 내가 꼬시고 싶은 사람은 당신뿐이야.”“나쁜 여자.” 도윤은 지아의 입술을 반복해서 지분거렸다.“여기 말고 방으로 가.” 지아가 상기시켰다.“뭐가 무서워, 다른 사람도 없는데.”도윤은 지아의 몸을 나른한 소파에 눕혔다.“이렇게 입었어? 오늘 가만 안 둘 거야.”그의 말대로 도윤은 밤새 지아를 놓아주지 않았다.지아는 도윤의 들썩거리는 가슴에 엎드렸다.“들어보니까 장민호가 날 죽이려 했던 킬러와 접촉했더라고.”“그놈한테서 진실을 알고 싶은 거야?”“응. 장민호는 가까이서 접촉한 유일한 사람이고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우리가 알기 힘들 정도로 깊숙이 숨어 있어. 장민호는 내가 2년 넘게 쫓고 있는 단서야.”도윤은 한숨을 쉬었다.“너와 그놈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너와 가까이서 웃고 있는 그 자식을 생각하면 괴로워서 찢어 죽이고 싶어.”“걱정하지 마, 미워만 해도 부족한 사람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감정이 생길 리 없잖아.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다른 방법이 없어.”도윤은 지아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조심해야 해.”“응.”“참 각하 측에서 널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지아는 눈을 깜빡였다.“날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게 무슨 소리야? 내가 그 사람 딸을 때린 것도 아닌데.”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너 같은 재능을 나라에 바치지 않는데 널 그냥 풀어줄 것 같아? 내일 장경이 직접 찾아올 거야. 지아 네 생각은 어때?”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