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Chapter 191 - Chapter 200

1519 Chapters

제191화 멍청한 놈들

오후.강하영은 생산팀과 회의를 열었는데, 열흘 뒤면 첫 번째로 예약이 들어온 일부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생산 속도도 중요하지만 현재 공장에 직원들도 많지 않으니 절대 야근을 많이 시키지 마세요.”열흘이라는 시간은 이미 강하영의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강하영은 생산팀 부장한테 당부했다.강하영은 생산 속도만 추구하기보단 의상의 품질과 직원들의 건강이 더 중요했다.“네, 강 대표님. 지금까지 대표님이 정해준 대로 정상 시간에 출퇴근하고, 저녁엔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 발탁된 비서인 임수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수진 씨, 안전 부문에 가서 이 기간엔 절대 경솔하지 말고 공장 상황에 더 신경 써 달라고 전해줘.”임수진은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짧은 머리가 매우 세련돼 보였다.강하영이 임수진을 자신의 곁에 두기로 한 것은 임수진의 엄숙한 이목구비가 왠지 자신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강하영의 당부에 임수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네, 강 대표님”이라고 대답했다.회의를 마치니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정유준이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가는지 확신이 서지 않은 강하영은 유치원에 갈 준비로 회사를 나서자, 회사 앞에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서 있었다.허시원이 운전석에서 내려 강하영 앞으로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며 입을 열었다.“강하영 씨, 대표님께서 함께 갈 곳이 있다고 합니다.”강하영은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아니요. 애들이 유치원 마칠 시간이라 데리러 가야 해요.”하영의 말에 정유준이 시선을 던져왔다.“이미 데리러 갔으니, 차에 타.”“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죠?”“임씨 아주머니 만나러.”그 말에 강하영은 피식 웃었다.“아주머니는 현재 김제 병원에 있어요. 아주머니가 보고 싶으면 내가 알아서 보러 가면 되니까 괜히 헛걸음하지 마시죠.”“김제 병원에서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가도 좋아.”“그게 지금 무슨 말이죠?”정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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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애들이 사라졌어요?

하영은 생각을 정리하고 정유준의 발걸음을 따라 입원 동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 타고 맨 꼭대기 층에 도착해서야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강하영은 완전히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눈앞에는 거의 넓은 아파트에 버금가는 공간에, 투명한 유리로 분리된 방이 5개나 있었다.안에는 정원으로 꾸며진 듯 화초와 나무도 있었고, 나른할 정도로 따스한 햇살도 쏟아졌다.‘여기가…… 어딜 봐서 입원실이야? 휴가를 왔다고 해도 믿겠네.’분주하게 움직이는 의사들 사이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는 임씨 아주머니를 발견한 강하영은 빠른 걸음으로 병실에 들어갔다.그리고 안정된 의료기기의 소리에 강하영의 긴장된 마음도 따라서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그때 병실에서 환자의 기록을 작성 중이던 의사가 고개를 돌려 정유준을 발견하고는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넨 뒤, 유창한 독일어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설명하는 도중에 의사가 가끔 불쾌한 표정을 내비쳤고, 강하영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정유준에게 의사가 방금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었다.정유준은 강하영을 지긋이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임씨 아주머니가 이미 위험한 고비는 넘기셨다고 얘기했어.”“그 한마디뿐이었어요??”분명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본 강하영은 마음이 답답했고, 정유준은 하영의 모습에 그저 입술을 오므리며, “그래.”라고 짧게 대답했다.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독일 의사는 임씨 아주머니의 상황을 지켜본 결과 지난번 두개골 수술 후, 정상이라면 식물인간이 아니라 진작에 깨어났어야 했는데, 왜 지금까지 혼수상태에 빠져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그러나 현재 상황에 의사들도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두개골 절제 수술을 한 번 더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강하영은 임씨 아주머니를 이곳으로 옮긴 것도 내키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두개골을 절제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정유준도 좀 더 상황을 자세히 알아본 뒤에 설명할 생각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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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훌륭한 아들

“그래.”강하영은 애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병원을 떠났다.병원 입구에 도착해 콜택시를 부르려던 순간 하얀 실루엣과 부딪쳤고, 그 충격에 강하영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몸을 제대로 가누었지만, 하영과 부딪친 사람은 바닥에 심하게 주저앉았다.강하영이 시선을 돌려 보니 흰 잠옷을 입은 초라한 행색의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는데,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도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여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다만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죄……, 죄송합니다…….”“아니에요, 괜찮으세요?”여자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눈시울을 붉히자 강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여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바닥이 차요. 제 손 잡고 일어나세요.”그런데 뜻밖에도 강하영의 행동에 여자는 더욱 놀라며 온몸을 벌벌 떨기 시작하자, 강하영은 깜짝 놀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강하영의 물음에 여자는 악의가 없다고 느꼈는지 그제야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강하영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입을 열었다.“방금 누가 쫓아와서 실수로 부딪쳤어요.”여자는 말을 하면서도 두려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강하영은 피투성이가 된 여자의 맨발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 할 때, 갑자기 여자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황급히 배를 움켜잡은 여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미안해요, 배가 고파서 그만…….”“혹시 괜찮으시면 우리 집으로 같이 가는 건 어때요? 발에 있는 상처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될 수 있어요.”여자는 깜짝 놀란 표정을 하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어서 저를 여기서 데려가 주세요!”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아크로빌.캐리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다가 강하영에게 전화를 걸려던 순간 입구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오자 주방에서 나오며 강하영에게 말했다.“G, 다녀왔어? 저녁 준비 다 해놨으니까……,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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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애를 써도 소용없어

강하영은 여자의 상처에 약을 갈아주고 또 갈아입을 깨끗한 옷을 가져다준 뒤, 캐리와 여자가 식사하러 간 틈을 타서 정희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전화를 받은 사람은 세희였다.“엄마, 또 나랑 오빠들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그래, 다만 다른 용건이 있거든. 혹시 세준이 바꿔줄 수 있어?”“오빠,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어!”세희가 전화기 너머로 세준을 부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세준이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세요?”강하영은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여자를 보며 강세준에게 물었다.“세준아, 혹시 한 사람의 정보를 알아봐 줄 수 있어?”“그럼요. 누구 정보가 필요한데요?”“나도 잘 몰라서 그래. 이따가 사진 한 장 보내줄 테니까 대략 언제쯤 알아낼 수 있는지 알려줘.”“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의뢰 비용이 만만치 않을걸요?”강세준의 사악한 웃음에 강하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너 이 자식, 사흘 동안 안 본 새에 많이 컸네?”“농담이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엄마.”다른 사람의 부탁이었으면 꽤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아쉽게도 엄마의 부탁이니 공짜로 해드릴 수밖에 없었다!몇 마디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은 뒤 강하영은 전화를 끊고 여자의 사진을 정희민에게 보냈다.사진을 받은 강세준은 빠르게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보통 때와 같았으면 사진만 있으면 몇 분 안에 그 사람의 자료를 찾아냈겠지만, 이번에는 30분이나 걸려도 두서를 잡지 못했다.마치 이 여자의 자료만 누군가 일부러 지운 것만 같았다.처음으로 이런 실패를 맛본 강세준은 작은 손으로 끊임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으로 자신의 불쾌함을 분출시키는 것 같았다.“세준아, 그만해.”그때 곁에서 보다 못한 정희민이 입을 열자 강세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이상하지 않아?”“맞아.”정희민은 노트북 화면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데이터가 지워진 이상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없어.”강세준은 정희민의 말에 힌트를 얻었다.“참, 너 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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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닮은 사람

정보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강하영은 어쩔 수 없이 여자를 당분간 자기 집에 머물게 하면서 내일 경찰서에 가서 상황을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강하영은 여자를 위해 따로 방을 마련해주려고 했지만 여자는 혼자 있는 게 무섭다면서 기어이 강하영 곁에 붙어있으려 했고, 하영도 어쩔 수 없이 여자를 깨끗이 씻겨준 다음 자기 곁에서 자게 했다.“이름이 뭐예요?”강하영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여자가 하영의 이름을 물었다.“강하영이에요.”“강하영…….”하영의 이름을 중얼중얼 반복하는 여자에게 하영이 웃으며 되물었다.“그쪽은요? 본인 이름은 기억나세요?”하영의 물음에 여자의 눈동자가 약간 어두워졌다.“백지영, 이 세글자만 기억나요.”“그럼 앞으로 지영 언니라고 부를게요.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떠오를 테니까, 당분간 안심하고 여기서 지내요.”강하영의 위로에 백지영의 두 눈이 밝아졌다.“정말 그래도 돼요?”“그럼요.”다른 문제라면 물어봐도 아마 소용없을 것 같았다. 아마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너무 자극을 주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그래서 강하영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다음날, 토요일.정유준의 전화에 잠에서 깬 강하영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백지영을 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무슨 일이죠?”“김호진이 애들을 데리고 그쪽으로 갔을 거야. 요 며칠 일이 좀 생겨서 애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정유준의 잠긴 목소리엔 짙은 피로가 묻어있었다.“네, 알았어요.”정유준이 전화를 끊고 하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어느새 잠에서 깼는지 백지영이 하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저 때문에 깼어요?”백지영은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어딘지 익숙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그 생각은 뒤로 하고, “배고파요.”라고 대답했다.“그래요. 제가 가서 아침 식사 준비해 줄게요.”세수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애들이 도착했고, 강세준과 강세희는 하영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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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바다에 빠진 바늘 찾기

백지영은 겉보기엔 서른 살 좌우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알 수 없었으니 이모라고 부르는 것도 틀리진 않았다.백지영은 깜짝 놀라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방금 나한테 이모라고 한 거야?”“여기 엄마랑 이모밖에 없는데 제가 엄마를 이모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강세희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얘기하자, 백지영은 그제야 반응하기 시작했는지 웃기 시작했다.“그래, 이모라고 불러주니 듣기 좋네.”백지영은 계단에서 내려와 애들 앞에 쪼그리고 앉은 뒤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한 번만 더 불러 줄래? 듣고 싶어.”“이모!”“그래!”강세희가 달콤한 목소리로 이모라고 부르자, 백지영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모, 안녕하세요.”곁에 있던 강세준도 따라서 이모라고 부르자 백지영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라고 대답했다.낯을 많이 가리는 정희민은 그저 옆에 서서 입술을 달싹이더니 결국 입을 열지 못했고, 강하영도 그런 희민이를 강요하지 않았다. 아직 아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트라우마 때문에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강하영은 다시 주방에 들어가 바삐 돌아쳤고, 애들은 백지영을 끌고 같이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이때, 교외 별장.정유준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파에 앉아, 서늘한 표정으로 앞에 한 줄로 서 있는 경호원들을 보고 있었고, 바닥에는 정유준이 깨뜨린 유리 조각들이 가득했다.그 모습에 경호원들은 감히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다들 고개를 숙이고 야단맞기를 기다렸다.“자리를 비운 지 1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왜 못 찾은 거야! 나한테서 돈 벌기가 참 쉽다고 생각하지?”정유준이 싸늘한 말투로 따져 묻자, 경호원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더욱 고개를 푹 숙였다.사실 그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사모님이 어떻게 15분 만에 사라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엔 CCTV를 따라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뒤로는 아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이렇게 큰 김제에서 솔직히 사람을 찾는다는 건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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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왜 돌아왔어?

자리에 앉자마자 문 앞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제가 열게요.”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강세준이 물컵을 들고 문을 여니, 백발이 성성하지만 기운은 좋아 보이는 노인 한 명이 강세준 앞에 나타나자 강세준이 웃으며 물었다.“누구시죠?”정 노인은 눈을 드리우고 강세준을 내려다보고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흥분된 표정으로, “꼬마야, 너는 누구냐?”라고 묻자 강세준이 웃으며 답했다.“할아버지, 집에 불쑥 찾아오셔서 주인한테 누구냐고 묻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요?”“말투가 정말 유준이를 똑 닮았구나!”그 말을 들은 강세준은 이내 경계 태세를 취하며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준아, 누가 왔어?”“어떤 할아버지가 오셔서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세준의 말에 머리에 경보음이 울리며 급히 현관으로 다가간 강하영이 정 노인을 마주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정유준을 미처 경계할 새도 없이 이제는 정 노인까지 찾아왔다!만일 세준의 몸에 정씨 집안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아이를 빼앗기게 된다는 생각에 강하영은 주먹을 꽉 쥐고 최대한 침착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갔다.“정 어르신.”강하영의 얼굴을 보자마자 정 노인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손으로 강세준을 가르켰다.“저 아이 유준이 아이지?”강하영은 대답 대신 세준이 곁으로 다가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줬다.“세준아, 애들이랑 같이 위층에 올라가서 놀고 있어. 엄마가 여기 계신 할아버지랑 할 얘기가 있거든.”강세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로 돌아가 희민이와 세희를 데리고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구석진 곳에 숨어 희민이와 세희의 손을 잡고 쪼그리고 앉았다.“오빠, 몰래 엿들으려는 거야? 정말 재밌을 것 같네!”흥분하며 말하는 세희를 향해 강세준이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하자 세희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강하영이 정 노인을 거실로 안내하는 것을 지켜보던 정희민이 어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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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너는 예외구나

“너는 참 예외구나!”“칭찬 감사합니다.”정 노인은 맹수 같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마디 하자 강하영도 전혀 사양하지 않는 눈치였다.정 노인은 다시 계단을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부터 아이에 대해 얘기해 볼까?”“어르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아이에 관해 묻는 겁니까?”강하영의 경계심 가득한 눈빛에 정 노인의 안색이 보기 싫게 구겨지기 시작했다.“유준이를 똑 닮았더구나!”“그렇다고 해서 정유준 씨 아이는 아닙니다!”“좋아! 그러 친자확인을 해보면 되겠구나! 유전자 검사 결과는 조작할 수 없겠지! 저 아이가 만약 유준이 아이라면, 우리 정씨 집안 핏줄을 절대 너 같은 여자 곁에 둘 수 없으니 양육권도 우리가 가져갈 거다!”강하영은 손에 땀을 쥐고 정 노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정유준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겠지만, 정 노인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면 돌이키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내 아이만큼은 절대로 빼앗길 수 없어!’그때 문득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와 강하영과 정 노인이 고개를 돌리니, 부진석이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급히 집 안으로 들어왔다.“진석 씨가 어떻게…….”“아빠, 다녀오셨어요?”강세준이 갑자기 계단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잇달아 세희의 앳된 목소리도 들려왔다.“아빠, 뭐 맛있는 거 사 오셨어요?”강세준이 하영을 향해 눈을 깜빡이자, 그제야 두 녀석이 입장이 난처해진 하영을 위해 이 연극을 준비했다는 것을 눈치챘다.강하영도 얼른 일어나 부진석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오늘 일찍 돌아왔으니 애들이랑 놀아줄 시간이 있겠네.”부진석도 빠르게 눈치채고 다정한 말투로 대답했다.“오늘 별다른 일 없어서 일찍 왔지.”말을 하며 애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정 노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분은 누구셔?”“정유준 씨 아버님이야.”부진석의 물음에 강하영이 웃으며 답해줬다.“정 어르신, 안녕하십니까.”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정 노인이 다시 자세히 살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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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나 너 몰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강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내가 무슨 덕을 쌓아서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둘씩이나 낳았을까?”“쾅-”그때 갑자기 위층에서 뭔가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와 모두가 위층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캐리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이……, 이거 놔…….”강하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에 얼른 위층으로 뛰어갔고, 아이들도 엄마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부진석이 그들을 막았다.2층에 올라간 강하영은 백지영이 캐리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캐리의 목을 조르면서 입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것을 목격했다.“죽어! 죽어버려!”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캐리가 백지영의 손가락을 풀어보려고 애썼다, 반격할 수도 있었지만 강하영이 데려온 손님이니 함부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강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백지영의 팔을 붙잡았다.“지영 언니! 어서 캐리를 놔줘요!”백지영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강하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나 막지 마. 이 나쁜 놈들은 전부 죽어야 해!”“지영 언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제 친구니까 그만 풀어줘요.”“아니야!”백지영은 고함을 지르며 거절하더니 더욱 세게 캐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강하영이 그런 두 사람을 떼 놓으려고 몸을 일으킬 때 부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할게.”말을 마친 부진석은 몸을 숙여 손가락으로 백지영 손목의 혈 자리를 눌러 손쉽게 백지영을 캐리의 몸에서 떨어지게 했다.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캐리는 심하게 기침을 해댔고, 백지영은 부진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개자식! 이거 놔! 남자는 다 쓰레기야! 너희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다 죽여버릴 거야!”그 사이 재빨리 몸을 일으킨 캐리는 목을 움켜쥐면서 강하영 뒤로 몸을 숨겼다.“G! 콜록콜록……, 나 믿어줘. 나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갑자기 미친 여자처럼 콜록콜록……, 나한테 달려들어 내 목을 졸랐다니까.”캐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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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세 번째

부진석이 집을 떠나서 꼬박 4시간이 지나, 저녁 식사 전에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강하영은 얼른 주스를 한 잔 따라주며 상황을 물었다.“어떻게 됐어? 뭔가 소식이 있어?”부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파에 앉아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입을 뗐다.“아니. 사진을 보여줬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었어.”“그럼 이제 어떡하지?”찾는 사람도 없고 정신질환마저 있는 사람을 집에 남겨 두는 건 조금 불안했다. 게다가 아이들도 집에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보낸다면 어디로 보내야 하지? 병원에 보내는 건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고, 그냥 밖에 내보낼까?’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밖에 내보냈다가 또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하영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때 캐리가 소파에 누워 사과를 베어 물며 입을 열었다.“그냥 내 말대로 주운 곳에 다시 되돌려 보내는 건 어때?”“안 돼.”“그건 안 되지!”동시에 캐리의 말에 반박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캐리는 하마터면 사레에 걸릴 뻔했다.“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부진석은 강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너만 괜찮다면 의사를 찾아 여자의 상태를 살펴보게 하고 싶은데.”“그럴 수밖에 없겠네.”이야기를 마친 강하영은 애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세수를 시킨 뒤, 방에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자 강세희가 불안한 말투로 물었다.“엄마, 이모는 왜 그러는 거죠?”강하영은 세희의 작은 볼을 살짝 꼬집었다.“괜찮아. 이모가 아파서 그런 거니까 치료받으면 괜찮아 질 거야.”“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진석 아빠한테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그래. 얼른 자. 이모 앞에서 이런 말 하면 안 돼. 알겠지?”애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정희민도 낮은 목소리로 강하영한테, “엄마, 잘 자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강하영은 세 아이의 이마에 각각 뽀뽀를 해줬다.“잘자…….”늦은밤.어두컴컴한 어린이 방에 작은 그림자 하나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얼른 코를 막으며 침대맡에 있는 휴대폰을 찾았다.그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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