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881 - Chapter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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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그는 배여진이 드레스를 쥐고 있는 걸 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누가 너더러 그거 들고 있으래? 당장 내려놔!”갑자기 들리는 차가운 목소리에 배여진이 깜짝 놀랐다.“이... 이 드레스 나 주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강현수가 멈칫하더니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그녀를 주려던 옷이 맞긴 하지만 또 아니다...이 드레스는 그 언젠가 자신을 구해준 소녀를 찾으면 선물로 주려던 것이었다. 예쁜 보라색 치마를 꼭 사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하지만 막상 그 소녀를 찾아내 그게 배여진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이상하게도 어릴 적 그녀와 배여진을 동일시할 수 없었다.그렇게 찾아 헤맨 여잔데 반갑고 설레는 느낌은 없었고 낯설기만 했다.“드레스가 갖고 싶은 거면 다음에 하나 사줄게.”강현수는 그녀의 손에서 드레스를 빼앗아 들었다.배여진의 얼굴은 삽시에 굳었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네, 고마워요. 그런데 오늘 현수 씨 카드로 돈을 좀 찾았는데 괜찮죠...?”“너 쓰라고 준 거니까 마음대로 해.”강현수가 담담하게 얘기했다.“사실 아직 쓰지는 않았어요. 유진이가 강지혁 씨랑 헤어졌다고 해서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배여진은 서러운 사람처럼 입술을 깨물었다.“유진이한테는 적은 돈이었나 봐요. 안 받더라고요.”“그랬어?”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배여진은 조금 뜨끔했다.“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도 가요. 출소하고 강지혁 씨를 만나면서 허영심이 많이 들었을 거예요. 이러다 돈 많은 남자에게 접근해 팔자 피려다가 도리어 사기라도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배여진의 목적은 강현수에게 임유진은 허영심이 많고 사치스러운 여자라는 걸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임유진이 혹시나 그에게 무슨 말을 하러 와도 강지혁과 사귀었을 때의 생활을 못 잊어 일부러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임유진의 기억이 돌아온 이상 하루빨리 강현수가 임유진의 말을 믿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그렇게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는데 강현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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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대체 어딘데 그래?”임유진도 괜히 호기심이 일었다.“이따 가보면 알게 될 거야.”한지영은 마치 느끼한 아저씨처럼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한지영을 따라 ‘좋은 곳’에 도착해 보니 거기는 크게 다를 것 없는 클럽이었다.클럽 안에는 온통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뿐이었고 언뜻언뜻 10대 후반의 아이들도 보였다.그리고 그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가니 급격한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여기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온 거야?”임유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응? 아아, 이따 보면 알게 될 거야.”한지영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 스테이지 쪽을 두리번거렸다.그러다 8시가 되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고 여성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남자 다섯 명이 스테이지에 올라왔다.잘생긴 얼굴들인 건 맞지만 딱히 특별할 건 없어 보였다.한지영은 어느새 두 눈을 반짝이며 임유진의 팔을 툭툭 쳤다.“왔어, 왔어. 드디어 왔다고!”“저 사람들 보러 온 거야?”“응! 얘네 지금 언더에서 인기가 거의 아이돌급이야. 잘생겨, 몸도 좋아, 노래도 잘해, 게다가 춤까지 잘 춰!”한지영은 잔뜩 흥분해서 남자들의 프로필을 쭉 읊었다.임유진은 잘생긴 남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연신 씨는 너 여기 오는 거 알아?”“당연히 모르지.”한지영은 눈을 남자들에게 고정한 채 대답했다.“그리고 나는 단순히 감상하는 것뿐이야.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연신 씨지.”그 말에 임유진이 놀란 얼굴을 했다.“너 연신 씨 좋아해?”“응?”한지영은 그제야 아차 한 표정을 짓더니 조금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그게... 얼마 전에 연신 씨랑 사귀기로 했어. 사귀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원래는 임유진이 강지혁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적당한 시기에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아까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만 말이 뇌를 걸치지 않고 나와버렸다.임유진은 그 마음을 알아챈 듯 한지영의 어깨를 토닥이며 웃었다.“잘됐네. 진심으로 사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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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무슨 일이야?”강지혁이 물었다.“그게... 임유진 씨 관련해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유진이?”강지혁은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유진이가 왜?”“오늘 한지영 씨가 임유진 씨를 찾아와 클럽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클럽? 그래서? 거기서 누구랑 싸웠대?”장소가 클럽이라는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하지만 만약 거기서 싸움이 일어났다고 해도 자신이 붙여둔 경호원이 있었기에 임유진은 안전할 것이다. 고작 그 정도 경호도 못 하면 경호원 실격이니까.“싸움은 아니고요, 그 클럽에는 KING이라는 퍼포먼스 팀이 있어요.”“KING?”강지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요즘 언더그라운드에서 아이돌급으로 인기가 많은 팀이 있는데 그 팀의 퍼포먼스가... 젊은 여성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고이준의 목소리는 점점 더 기어들어 갔다.“계속해 봐.”“5명의 남자가 스테이지 위에서 춤을 추고, 그중에는 옷을 벗는 퍼포먼스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 여성들의 환호가 압도적으로 많이 쏟아지고요...”고이준은 아까부터 강지혁의 눈치만 보고 있다.방금 옷을 벗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강지혁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졌다.서재에는 싸늘한 공기가 감돌았다.그때 강지혁이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고이준을 향해 물었다.“그래서 그 클럽이 어디라고?”‘설마 직접 가시려는 건가?!’고이준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한편, 클럽 안에서는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임유진과 한지영의 테이블에는 술병이 잔뜩 쌓여 있었고 두 사람은 지금 술을 마시면서 퍼포먼스를 보고 있었다.주위에는 온통 여자들의 환호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언더그라운드 팀이라 해도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응원봉도 있었고 지금은 단순 클럽이 아니라 마치 콘서트장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한지영이 말한 대로 확실히 스트레스가 풀리는 공간이다. 이곳에 있으면 현실 속 고민을 잠시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임유진이 분위기에 취해 술을 한 모금 들이켜자 마침 음악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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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차에서 내리자마자 들리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여성들의 환호 소리에 강지혁은 인상을 찌푸렸다.고이준은 강지혁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제가 들어가서 임유진 씨를 데리고 나올까요?”“내가 가.”강지혁이 싸늘하게 답했다.그때 은색 포르쉐 한 대가 또 클럽 입구에 멈춰서더니 잘 빠진 기럭지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그 남자는 강지혁을 보더니 조금 멈칫했고 강지혁도 그 남자를 보고는 마찬가지로 자리에 멈춰 섰다.두 남자는 설마 상대방을 이런 곳에서 볼 줄은 몰랐다는 얼굴로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고이준은 그 옆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 광경에 어쩐지 웃음이 나기도 했다.“한지영 씨 찾으러 왔나 보죠?”강지혁이 먼저 말을 걸었다.“그러면 강지혁 씨는 임유진 씨 찾으러 온 건가요...?”백연신이 조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각자 찾으러 온 사람 데리고 가는 거로 하죠.”강지혁의 말에 백연신은 그가 임유진을 찾으러 온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백연신이 이곳으로 온 건 한지영이 인스타에 올린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술에 취한 건지 위치까지 태그한 덕에 헤매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오늘 급히 마무리 지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데이트는 못 한다고 했던 여자가 지금 클럽에서 잘생긴 남자들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다!아까 사진과 함께 올린 말도 가관이었다.[다섯 명 다 내 스타일이야! 오빠 날 가져~!]그걸 봤을 때 이가 갈린다는 게 어떤 건지 처음 느끼게 되었다.‘다섯 명이 다 자기 스타일이라고? 자기를 가지라고?! 언제는 나만 좋다더니!’이곳으로 오는 길, 이 거짓말쟁이 여자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게다가 혼자 몰래 간 줄 알았는데 물귀신처럼 임유진까지 데리고 갔다.물론 가장 의외였던 건 이곳에서 강지혁을 마주친 것이다.“각자요?”백연신이 가볍게 웃었다.“두 사람, 헤어진 거 아니었습니까?”그의 말에 강지혁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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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백연신이 사진이 찍힌 각도에 따라 한곳을 특정하자 거기에는 익숙한 두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그쪽으로 다가가려는데 한지영이 갑자기 테이블 위로 올라가더니 미친 사람처럼 스테이지 위 남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댔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검은색 셔츠가 들려 있었고 자세히 보니 무대 위 남자들의 의상 같았다!임유진은 한지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얌전하기만 한 건 아니다.임유진은 갑자기 뭐에 흥분한 건지 의자 위에 올라가더니 남자들의 춤을 따라 하며 옷을 벗을 때는 소리 질러 환호했다.“오빠 너무 멋있어요!!”“...”그 모습은 백연신이 알고 있던 임유진이 아니었다.그는 문득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클럽 안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불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그의 표정을 보면 금방이라도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았다.백연신은 왠지 모르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지혁이라는 남자와 얽혀버린 임유진이 불쌍하게 느껴졌다.이미 헤어졌다고는 하는데 강지혁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싫증 나서 버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 같다...강지혁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더니 의자 위의 임유진을 그대로 자신의 품속에 안아버렸다.예상 밖으로 임유진은 발버둥 치지 않았고 오히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더니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혁아...”혁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강지혁은 몸을 흠칫 떨었다.평소 자신을 매정하게 거절하며 선을 긋던 그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강지혁은 취기에 절어있는 임유진의 눈과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술병들을 번갈아 보면서 그녀가 단단히 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임유진은 오직 술을 마셨을 때만 혁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준다.“여긴 어떻게 왔어...? 너도 저 사람들 춤추는 거 보러 온 거야? 저 남자들 춤 엄청 잘 춘다? 헤헤, 그래서 나도 막 춤추고 그랬어. 그런데... 아쉽게도 옷은 못 뺏었었어. 지영이는 운 좋게 하나 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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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강지혁과 백연신은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주변의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오직 두 사람만 다른 세상에 있는 듯했다.그리고 고이준은 지금 강지혁의 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만약 이대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번지기라도 한다면 뒷수습하기도 힘들 것이다. S 시가 강지혁의 손바닥 안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백연신이 백씨 가문까지 끌어들이게 되면 서로 피만 보게 될 게 분명했다.게다가 백연신은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은 외모와 달리 상당히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사생아라는 타이틀을 달고 백씨 가문의 꼭대기까지 군림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그렇게 서로 대치 중이던 그때, 강지혁의 품속에 있던 임유진이 한지영을 향해 말했다.“지영아... 혁이가 나 데리러 왔어... 우리는 다음에 또 오자...”“응, 알겠어... 다음에 또 오는 거야.”다행히 술에 취한 두 여자 덕분에 차가웠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강지혁은 임유진을 안은 채로 클럽을 나가버렸고 고이준도 서둘러 따라나섰다.백연신도 얼른 품속의 여자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한지영이 싫다며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댔다.“그러지 말고 연신 씨도 같이 봐요, 응?”‘같이 보자고? 이 여자가 진짜.’이곳에 1분이라도 더 있게 되면 백연신은 정말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다.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오늘 한지영이 봤던 모든 저질스러운 광경들을 다 잊어버리게 최면이라도 걸고 싶은 마음이었다.백연신은 한지영의 말을 무시한 채 이번에는 그녀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클럽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차 조수석에 힘껏 던져버렸다.“나... 나 아직 다 못 봤는데 왜 데리고 나와요! 아무리 연신 씨라고 해도... 음악을 향한 나의 열정은 방해할 수 없다고요...!”한지영은 술에 취한 채 계속 중얼거렸다.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을 데리고 나온 사람이 백연신이라는 건 아직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백연신은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지금의 그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걸 보고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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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임유진은 두 손으로 강지혁의 목을 감싼 채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이건 혁이의 얼굴이다.“혁아, 그거 알아? 나 오늘... 너무 즐거웠어...”그녀의 말에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즐거웠어?”“응... 즐거웠어... 사람들이랑 같이 춤추며 놀다 보니까 전부 다 잊어버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정작 잊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다만 지금 확실한 건 이렇게 혁이를 끌어안고 있으면 안심이 되고 오랜만에 다시 안정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지영이가 그러는데... 아까 스테이지에서 춤췄던 남자들이 요즘 가장 핫하대... 지영이는 머리를 흰색으로 염색한 남자가 제일 멋있다고 하는데... 나는 흑발이 제일 좋았어... 그리고 나도 옷 뺏을 수 있었는데... 지영이만 뺏었어... 그런데 내가 그거 갖고 싶다고 하면 지영이가 주겠대 헤헤...”임유진이 말을 뱉으면 뱉을수록 고이준은 차 안의 공기가 점점 더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지금은 차라리 술에 취해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 이상 더 얘기해버리면 강지혁이 정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노릇이니까.“그래? 너는 그 흑발이 제일 좋았어?”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차 안에서 울려 퍼졌다.고이준은 이 순간 아까 다섯 명 중 가장 중앙에 서 있던 흑발 남자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응.”임유진은 단호하게 고개까지 끄덕였다.“하지만...”하지만 임유진의 다음 말로 고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나는 역시... 우리 혁이가 제일 좋아.”강지혁의 차가웠던 눈이 그 말 한마디에 다시 부드럽게 변했다.우리 혁이...전에는 이런 식으로 마치 진짜 가족이라도 된 듯이 다정하게 불러줬었다.그녀의 손은 강지혁의 목에서 서서히 위로 올라가더니 그의 머리를 이리저리 매만졌다.“우리 혁이처럼 검은 머리가 좋아... 제일 예뻐...”강지혁은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머리가 헝클어지든 말든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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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두 사람이 좁은 원룸 방에서 살았을 때도 강지혁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그리고 그때 임유진은...“응, 당연하지!”임유진은 술에 취해 있는 상태이면서도 그때와 똑같은 대답을 했다.지금의 그녀는 술에 취한 상태라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걸까? 그때 임유진은 강지혁의 누나였고 강지혁은 그녀의 혁이었다.“그럼 착하게 굴면 내 누나도 해줄 거야?”누나가 되어 옆에 있어 준다면 강지혁은 그녀에게 사랑을 제외한 모든 걸 줄 수 있다.임유진의 꿈도 이루어 줄 수 있고 그녀를 낮잡아 봤던 사람들이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의 자리까지 올려줄 수 있다.자신의 옆에 있어만 준다면...아마 강지혁은 임유진이 곁에 있어야만 그 괴로움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나는 계속 네 누나였잖아... 혁아, 걱정하지 마. 내가... 내가 널 지켜줄게... 꼭 지켜줄 거야...”임유진의 눈이 점점 감기는가 싶더니 이내 목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결국에는 침대에 뻗어버렸다.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자세를 바로 해주고 이불을 덮어준 다음 헝클어진 머리도 정리해주었다.“정말 날 지켜주고 싶은 거라면 내 곁에만 있어. 그래야만 내가 안 아파...”그는 말을 하면서 그녀의 손을 자신의 심장 쪽으로 가져갔다.전에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만 하면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릴 일 없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줄 알았다.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녀가 떠난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괴로워 미칠 것만 같았다.지금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녀를 자신의 시야 속에 두고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백신은 인사불성이 된 한지영을 보며 이대로 집에 보내는 것이 아닌 일단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적어도 어느 정도 제정신으로 돌아온 뒤에 집으로 보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으니까.그리고 아직도 품속에 꼭 껴안은 저 셔츠부터 어떻게 해야만 했다.백연신은 그녀의 손에 들린 셔츠를 보며 혀를 찼다. 자신의 옷은 이토록 소중히 다룬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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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백연신은 한지영을 안방 소파에 내려놓고 말했다.“이따 숙취해소제 마시고 나서 다시 집에 데려다줄게.”“싫어. 안 갈 거예요. 나 집 말고 아까 그 클럽으로 데려다 줘요... 나는 잘생긴 남자가 보고 싶다고요!”그녀의 말은 백연신을 도발한 거나 다름없었다.“잘생긴 남자?! 한지영, 내가 지금 이성적으로 얘기할 때 적당히 하지? 나한테 오늘 일해야 한다고 거짓말까지 하고 감히 그런 클럽을 가? 내가 요즘 많이 풀어줬지. 그래서 이러는 거지, 응?”한지영은 그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술에 취해있는 상태라고는 하나 사리 분별은 되는 것 같았다.“나... 거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어요? 연신 씨한테 거기 간다고 얘기한 적 없는 것 같은데...”한지영은 볼을 부풀리며 혼자 중얼거렸다.“어떻게 알았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신나서 사진까지 올려놓은 것도 모자라 위치까지 태그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이건 와서 잡아가라는 것과 다를 것 없지 않은가?“됐고, 그 셔츠나 내놔.”백연신은 아까부터 눈에 거슬렸던 셔츠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싫어요!”한지영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오히려 셔츠를 더 꽉 끌어안았다.“이건 내가 끅... 내가 얼마나 힘들게 뺏은 건데!”저딴 셔츠를 뺏기까지 했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그딴 건 왜 뺏어?”“그야... 기념으로요. 걔들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알아요?”“그래?”백연신은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며 두 손을 소파에 올려놓은 채 한지영을 자신의 품속에 가뒀다.“얼마나 잘생겼는데?”“그게... 아무튼, 되게 잘생겼어요... 몸도 좋고... 매력적이고...”한지영은 술에 취해 그 잘생긴 얼굴들을 형용할 단어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고 말도 점점 꼬였다.백연신은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 가져가며 물었다.“그럼 걔들이 좋아, 내가 좋아?”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물어보는 그의 얼굴은 단순히 섹시한 걸 넘어서 위험하기까지 했다.만약 한지영이 이래도 그 남자들이 더 좋다고 하면 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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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하지만 이 유치한 방법이 먹힌 건지 곧 죽어도 놓지 않을 것 같던 그녀의 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나빴어... 어떻게 이거 하나 못 가지게 해요?”그녀의 눈에는 서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내가 더 좋다며? 그런데 다른 남자 셔츠가 왜 필요해?”그는 한지영이 술에 취한 걸 잊어버린 건지 도리를 따지기 시작했다.“걔들은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데 연신 씨는 그런 거 못 하잖아요...”백연신은 기가 막혀 바로 반론했다.“내가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그럼 내 앞에서 춰봐요. 아까 걔들처럼 옷도 벗으면서요.”한지영은 굳이 마지막 말까지 덧붙였고 백연신은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내게 네 앞에서 춤을 추면 앞으로 다른 남자 안 볼 거야? 맹세할 수 있어?”“네, 맹세해요!”한지영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좋아. 그 말 꼭 기억해. 만약 어겼다가는...”그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물론 어기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 거지만.”그는 그 말을 끝으로 한지영의 앞에서 서서히 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백연신은 일전 해외 클럽에서 봤던 것처럼 서서히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춤을 추는 건 쉽다. 오늘 그 남자들보다 더 잘 출 자신도 있고 이 여자의 눈이 자신에게 머무를 수 있다면 몇 번도 더 춰줄 수 있다.한지영이라는 여자는 잡혀줄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잡혀주지 않는다. 입으로는 항상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틈만 나면 바로 다른 남자를 눈에 담아 버리는 여자니까.백연신은 그녀의 시선이 다른 남자에게 머무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의 모든 신경이 자신에게만 향했으면 좋겠고 다른 남자를 볼 틈도 없이 자신만 사랑해줬으면 좋겠다.옷이 한 벌 한 벌 벗겨지기 시작하고 한지영은 다른 남자의 셔츠는 어느새 옆으로 치워버린 채 황홀한 눈빛으로 눈앞의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예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한지영은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그대로 백연신을 덮쳐버리듯 달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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