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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그는 배여진이 드레스를 쥐고 있는 걸 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누가 너더러 그거 들고 있으래? 당장 내려놔!”

갑자기 들리는 차가운 목소리에 배여진이 깜짝 놀랐다.

“이... 이 드레스 나 주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강현수가 멈칫하더니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녀를 주려던 옷이 맞긴 하지만 또 아니다...

이 드레스는 그 언젠가 자신을 구해준 소녀를 찾으면 선물로 주려던 것이었다. 예쁜 보라색 치마를 꼭 사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하지만 막상 그 소녀를 찾아내 그게 배여진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이상하게도 어릴 적 그녀와 배여진을 동일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찾아 헤맨 여잔데 반갑고 설레는 느낌은 없었고 낯설기만 했다.

“드레스가 갖고 싶은 거면 다음에 하나 사줄게.”

강현수는 그녀의 손에서 드레스를 빼앗아 들었다.

배여진의 얼굴은 삽시에 굳었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네, 고마워요. 그런데 오늘 현수 씨 카드로 돈을 좀 찾았는데 괜찮죠...?”

“너 쓰라고 준 거니까 마음대로 해.”

강현수가 담담하게 얘기했다.

“사실 아직 쓰지는 않았어요. 유진이가 강지혁 씨랑 헤어졌다고 해서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배여진은 서러운 사람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유진이한테는 적은 돈이었나 봐요. 안 받더라고요.”

“그랬어?”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배여진은 조금 뜨끔했다.

“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도 가요. 출소하고 강지혁 씨를 만나면서 허영심이 많이 들었을 거예요. 이러다 돈 많은 남자에게 접근해 팔자 피려다가 도리어 사기라도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배여진의 목적은 강현수에게 임유진은 허영심이 많고 사치스러운 여자라는 걸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임유진이 혹시나 그에게 무슨 말을 하러 와도 강지혁과 사귀었을 때의 생활을 못 잊어 일부러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임유진의 기억이 돌아온 이상 하루빨리 강현수가 임유진의 말을 믿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는데 강현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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