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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백연신이 사진이 찍힌 각도에 따라 한곳을 특정하자 거기에는 익숙한 두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그쪽으로 다가가려는데 한지영이 갑자기 테이블 위로 올라가더니 미친 사람처럼 스테이지 위 남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댔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검은색 셔츠가 들려 있었고 자세히 보니 무대 위 남자들의 의상 같았다!

임유진은 한지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얌전하기만 한 건 아니다.

임유진은 갑자기 뭐에 흥분한 건지 의자 위에 올라가더니 남자들의 춤을 따라 하며 옷을 벗을 때는 소리 질러 환호했다.

“오빠 너무 멋있어요!!”

“...”

그 모습은 백연신이 알고 있던 임유진이 아니었다.

그는 문득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클럽 안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불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그의 표정을 보면 금방이라도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았다.

백연신은 왠지 모르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지혁이라는 남자와 얽혀버린 임유진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미 헤어졌다고는 하는데 강지혁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싫증 나서 버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 같다...

강지혁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더니 의자 위의 임유진을 그대로 자신의 품속에 안아버렸다.

예상 밖으로 임유진은 발버둥 치지 않았고 오히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더니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혁아...”

혁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강지혁은 몸을 흠칫 떨었다.

평소 자신을 매정하게 거절하며 선을 긋던 그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강지혁은 취기에 절어있는 임유진의 눈과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술병들을 번갈아 보면서 그녀가 단단히 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유진은 오직 술을 마셨을 때만 혁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준다.

“여긴 어떻게 왔어...? 너도 저 사람들 춤추는 거 보러 온 거야? 저 남자들 춤 엄청 잘 춘다? 헤헤, 그래서 나도 막 춤추고 그랬어. 그런데... 아쉽게도 옷은 못 뺏었었어. 지영이는 운 좋게 하나 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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