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환자가 그러하듯 탁유미 역시 유한한 시간을 병원에 갇힌 채 치료에 쏟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었다.“알고 있어요. 그리고 마음의 준비도 이미 다 돼 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다른 거 말고 그냥 진통제만 더 많이 처방해주세요. 요즘 통증이 더 심해져서요.”탁유미의 말에 주치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탁유미는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평온했다.이제껏 봐온 환자들은 남은 수명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거나 살고 싶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었다.치료할 돈이 없어도 어떻게든 돈은 구해올 테니 목숨만은 제발 살려달라고 했었다.하지만 탁유미는 달랐다. 병원으로 찾아올 때마다 수명이 줄어가는 걸 들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담담한 사람일수록 사연이 더 많은 법이었다.“알겠습니다. 진통제는 효과가 더 강한 것으로 대체하죠. 다만 진통제도 많이 먹게 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들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암세포 증식도 더 빨라지게 되고요. 그러니 정말 참지 못하겠을 때만 드세요.”의사가 신신당부했다.“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처방 약을 받은 후 1층 로비를 지나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김수영으로부터 전화가 걸어왔다.“네, 엄마. 무슨 일...”“유미야, 공수진 그 여자가 우리 윤이를... 우리 윤이를 데려갔어!”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김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공수진이 윤이를 데려갔다고요?!”탁유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그래. 선생님이 그러는데 공수진이 직접 찾아와서 자기가 새엄마라고 애 아빠한테 데려다준다고 하면서 윤이를 데려갔대! 원장님하고도 인사를 한 탓에 한 선생님도 뭐라 말릴 수가 없었대.”김수영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탁유미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일단 차분하게 답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윤이는 내가 빨리 찾아볼게요.”“그래그래. 윤이 그게 다치면 안 되는데. 내가 조금 더 빨리 데리고
Huling Na-update : 2024-12-05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