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391 - 챕터 1400

1660 챕터

제1391화

다음날.오늘은 토요일이라 윤이는 유치원이 아닌 집에 있었다.“엄마, 나 윤이 데리고 놀이터로 가서 놀고 올게요.”탁유미가 김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지 말고 집에서 좀 쉬어.”김수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탁유미는 평소 일 때문에 항상 늦게 잤기에 김수영은 늘 그런 딸을 대신에 오전이면 자신이 윤이를 데리고 나가 놀았다.“괜찮아요. 윤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요.”탁유미는 지금 1분 1초가 아쉬웠다.이에 감수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점심 맛있게 해놓을 테니까 늦지 않게 돌아와. 네가 좋아하는 거로 해둘게.”“네.”탁유미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윤이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주말이라 그런지 놀이터에는 아이들 데리고 놀러 나온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평소 윤이는 놀이터에 도착하면 항상 또래 아이와 함께 신나게 같이 놀았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친구가 먼저 다가오는데도 고개를 푹 숙인 채 고민이 많은 얼굴로 탁유미의 옆에 앉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윤이 왜 그래? 왜 친구랑 안 놀아?”탁유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죠?”윤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에는 그녀를 향해 이 질문을 던졌다.어제 룸에서 들었던 말로 여태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이제 고작 4살이라고는 하나 나쁜 것과 좋은 것 정도는 윤이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꽤 예민한 구석이 있었기에 분위기만 봐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탁유미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응, 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그녀는 아이의 얼굴을 조목조목 훑어보았다.윤이는 이경빈을 많이 닮았지만 영롱한 두 눈과 웃을 때의 느낌은 그녀 판박이였다.다만 근 몇 년간 탁유미는 먹고 사는데 바빠 좀처럼 웃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윤이만큼은 앞으로 많이 웃기를 바라며 자신 때문에 슬퍼하거나 움츠러들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엄마 말 기억해. 엄마는 그 누구도 해한 적이 없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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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사진을 한 장 옆으로 넘기자 이번에는 그녀를 포함한 세 사람의 사진이 보였다.윤이는 놀이공원에서 돌아온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탁유미의 휴대폰을 들고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았다.사진을 보는 아이의 얼굴에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그 모습에 탁유미는 사진을 지우려다가도 결국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탁유미는 시선을 내려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세 사람의 사진을 바라보았다.윤이는 활짝 웃고 있었고 그녀는 안전바를 꼭 잡은 채 무언가를 참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으로 보아 당시 통증이 일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그리고 이경빈은 고개를 돌린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마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녀를 걱정해서 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실상은 증오해 마지않는 관계인데 말이다.두 사람은 같은 회전목마를 타고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마음의 거리는 하늘과 땅처럼 멀었다.이대로 이경빈과는 죽을 때까지 평생 다시는 보지 않기를 그녀는 진심으로 바랐다.하지만 그 생각을 하자마자 윤이가 큰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아빠!”그 목소리에 탁유미가 고개를 들어보니 윤이가 활짝 웃으며 이경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이경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탁유미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이경빈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이경빈은 윤이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성큼성큼 걸어왔다.얼음장 같은 그의 얼굴에 탁유미는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아니나 다를까 이경빈은 탁유미의 바로 앞에 서더니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당장 나랑 같이 병원으로 가. 가서 수진이한테 사과해. 수진이가 너 때문에 또 유산을 해버렸어. 3개월 된 아이가 그렇게 또다시 수진이 뱃속에서 사라졌다고!”탁유미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공수진은 또다시 같은 판을 짰다.공수진은 이번에도 또다시 탁유미를 가해자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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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아무리 아빠라고 해도 엄마를 괴롭히는 건 용서할 수가 없다.이경빈은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윤이에게 말했다.“윤이야, 비켜. 엄마는 큰 잘못을 했어. 그래서 지금 당장 사과하러 가야 해.”“싫어요. 엄마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런데 왜 사과를 해요.”윤이가 말했다.“엄마는 그저 그 아줌마의 손을 살짝 밀쳤을 뿐이에요. 그랬는데 아줌마가 갑자기 뒤로 넘어가 넘어진 거라고요! 엄마는 그저 그 아줌마가 내 볼을 만지는 걸 막아준 것뿐이에요! 엄마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윤이는 공수진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니, 싫어했다.매번 미소를 지어주고는 있지만 그 눈빛이 묘하게 섬뜩하고 또 무서웠다.윤이는 아직 아이이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과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 정도는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하지만 탁유미의 억울함을 밝히려 한 아이의 말은 되레 이경빈의 심기만 건드리고 말았다.“탁유미, 입을 열 때마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더니 이딴 식으로 교육했어? 아이한테까지 거짓말을 하게 했냐고! 너, 그 룸에 CCTV가 있었던 거 모르지? 수진이가 윤이 볼을 어루만지려고 한 걸 네가 밀쳐버린 걸 내가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그저 가볍게 밀친 거겠지만 네 그 행동으로 수진이는 또다시 아이를 잃었어. 너, 수진이가 아이를 낳으면 윤이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서 그런 거지? 그래서 밀쳐버린 거지?”이경빈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차갑고 또 날카로웠다.탁유미는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사실 그녀는 이경빈이 오해하든 말든 욕설을 퍼붓든 말든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윤이 앞에서 이런 말을 내뱉는 건 용서할 수 없었다.이경빈은 지금 공수진의 일 때문에 이성을 잃어 유산이란 말을 계속해서 들먹이며 그 말을 듣게 될 윤이의 생각 같은 건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탁유미는 아이가 더 이상 그의 말을 듣는 걸 원하지 않아 윤이의 인공와우로 손을 뻗었다.하지만 그걸 떼어내기도 전에 이경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나한테 양육권을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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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윤이가 들으면 안 되는 말이었다!“엄마, 아빠는... 윤이를 싫어하는 거예요?”그때 아이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까만 눈동자가 이경빈을 한번 본 후 다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이경빈은 아이의 눈빛을 받는 순간 자신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졌다.아이의 눈빛에는 더 이상 그를 향한 애정과 사랑은 없었다. 그저 두려움과 상처만이 남아 있었다.이경빈은 그제야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 깨닫고 뒤에 있던 비서에게 소리쳤다.“윤이를 뒤로 데려가!”그 말에 부하 직원이 다가와 윤이를 번쩍 들었고 윤이는 이에 발버둥 치며 부하 직원의 가슴팍을 두드렸다.“윤이한테 뭐 하려는 거야! 당장 안 내려놔?!”분노한 탁유미가 아이를 빼앗으려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경빈이 팔을 꽉 잡고 있는 바람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윤이는 내 아들이야. 윤이를 다치게 하지 않아. 그러니까 핑계 그만 대고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서 수진이한테 사과해!”이경빈은 말을 마친 후 그대로 탁유미의 팔을 부여잡고 놀이터 입구로 향했다.그는 차로 향하는 길 부하 직원에게 뒷수습을 맡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두 사람이 소리치며 화를 내는 바람에 이미 많은 이목이 쏠렸으니까.탁유미는 이경빈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휘청거리며 결국 놀이터 밖에 있는 차량 옆으로까지 왔다.그녀는 윤이가 이경빈의 부하 직원의 손에 의해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경빈, 윤이를 대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만약 윤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내 모든 걸 걸고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탁유미는 무력한 자신이 한스러웠고 아이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 이경빈이 원망스러웠다.차에 올라탔는데도 이경빈은 여전히 그녀의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말했지. 윤이를 다치게 하는 일은 없다고. 윤이는 집으로 보내주라고 했어. 너도 윤이한테 사과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을 거 아니야. 아니면 다시 윤이를 불러올까? 윤이가 네가 한 짓을 낱낱이 알게 돼야 속이 시원하겠어?”이경빈은 기사에게 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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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공수진을 믿는 이유가 뭐야? 너한테 골수를 기증해줘서? 그것 때문에 네가 살 수 있게 돼서?”탁유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경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그 사실은 이씨 가문과 공씨 가문밖에 모르는 일이다.“만약 널 구한 사람이 공수진이 아니라면 믿을 거야?”“탁유미, 이제는 정말 질린다. 감옥살이 한번 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이경빈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네가 그 일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경고하는데 나랑 수진이 사이를 이간질하지 마.”이경빈은 차가운 얼굴로 탁유미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았다.“왜, 이번에는 날 구한 게 수진이가 아니라 너라는 말이라도 하게? 꿈도 꾸지 마. 내가 지켜줘야 할 여자는 수진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수진이야. 너 따위가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알아 들어?”그 말에 탁유미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하.”그녀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그만해.”이경빈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하지만 탁유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이제는 눈물까지 보였다.“그만하라고! 내 말 안 들려?”이경빈은 턱을 잡았던 손으로 이번에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웃음소리가 이상하리만큼 심장을 찔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의 손바닥에 닿은 그녀의 입술은 조금 서늘했다.이경빈은 그제야 자신과 닿아있는 그녀의 피부가 차가운 것을 알아챘다.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지금 혈색 하나 돌지 않았고 무척이나 창백했다.두 눈이 마주치고 탁유미는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은 냉랭하고 또 차가웠으며 눈가에는 아까 웃어서 생긴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이경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둔기 같은 것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심장이 조여오고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탁유미의 두 눈을 보면 꼭 자신 같은 건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서 튕겨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러면 지금 그녀의 마음을 차지 하고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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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고 싶지 않다.사과를 하면 공수진을 질투해 나쁜 마음을 먹고 일부러 계단에서 밀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만약 그렇게 되면 윤이 앞에서는 평생 머리를 들지 못하게 된다.이경빈은 탁유미의 고요함에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사실 그녀가 조용해졌으니 이제는 그녀와 닿고 있는 손을 거두어들여야 마땅했다.하지만 그의 손은 머리의 통제를 벗어난 듯 그녀의 조금 차가운 볼에서 떠날 줄을 몰랐고 심지어는 이 감각을 더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였다.탁유미는 얼굴이 확연히 말라 있었고 피부도 백옥같았던 예전과는 달리 조금 타 있었으며 촉감도 조금 거칠었다.하지만 청초하고도 수려한 얼굴 윤곽은 여전했으며 예쁘게 내린 눈썹과 작고 앙증맞은 코, 그리고 눈을 감으면 더 훤히 보이는 풍성한 속눈썹도 예전과 하나 다를 것 없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인형처럼 가만히 있는 모습에 이경빈은 한참을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차량이 병원 입구에 다 도착해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손을 거두어들였다.“나는 사과 안 해.”차 문이 열린 순간 탁유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말에 이경빈은 강경한 태도로 그녀를 차에서 끌어냈다.“그건 네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탁유미는 결국 이경빈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공수진의 병실에 데려와 졌다.병실 안에는 공수진은 물론이고 그녀의 부모님도 함께 있었다.“경빈 씨... 탁유미 씨는 왜 데리고 온 거예요?”공수진이 병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이번 일 이대로 넘길 생각 없다고 했잖아.”이경빈은 말을 마친 후 다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또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사과해!”탁유미는 차가운 눈빛으로 병실 안을 쭉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난 분명히 말했어. 사과 같은 거 안 한다고.”그 말에 공수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윤이가 너 보러 감옥으로 면회 가기를 바라는 거야? 그래?”잔뜩 분노한 이경빈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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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뭘 자꾸 사과하라는 거야? 공수진이 짠 판에 놀아난 건 나야. 사과받아야 할 사람은 나라고. 이경빈, 너 정말 이번 일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수작 피우지 마. 오늘 넌 네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해!”이경빈의 말에 탁유미가 피식 웃었다.“못 본 새에 꼭두각시가 다 됐구나. 저들이 뭐라고 하면 그저 곧이곧대로 믿는 거야? 이경빈, 공수진이 네 목숨을 살려줬다고 했지? 아니, 공수진은 아무것도 안 했어. 네가 지금 멀쩡히 살아있는 것에 공수진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됐다고!”탁유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씨 부부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느긋하게 물을 마시고 있던 공수진도 그 말을 듣고는 하마터면 손에 든 물컵을 떨어트릴 뻔했다.‘설마 탁유미 저게 뭘 알고 말하는 건가...?’“경빈 씨... 탁유미 씨 왜 저래요? 나는 지금 탁유미 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공수진은 창백한 얼굴로 한껏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이경빈을 바라보았다.이에 이경빈은 공수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안심시켰다.“아무것도 아니야. 궁지에 몰려서 하는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그때 공한철이 탁유미 쪽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그녀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이게 진짜! 그래도 애 엄마라고 봐줬더니 어디서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지껄여? 너 같은 건 평생 감옥에서 썩었어야 했어!”공한철은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려 탁유미를 제압한 두 남성에게 소리를 질렀다.“빨리 무릎 꿇리지 않고 뭐해?!”그 말에 두 남성은 이경빈을 바라보았고 이경빈은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명의 부하직원은 이경빈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손에 힘을 가해 그대로 탁유미의 상체를 아래로 찍어눌렀다.다리에 힘을 주어 조금이나마 버티던 탁유미는 이내 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얼마나 세게 꿇었는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전달해오는 듯했다.탁유미는 무릎이 아플 것이 분명한데도 마음의 고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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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이경빈은 병원에서 회복 중이던 당시 공수진이 활짝 웃으며 다가와 했던 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제가 구한 사람이 그쪽이라면서요? 이렇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네요. 기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날 이경빈은 그토록 알고 싶었던 기증자의 얼굴을 드디어 확인할 수 있었다.몇 년 전 골수 기증을 간절히 바랐던 그때 이경빈은 의사로부터 기증 등록 센터에 그와 매칭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기증 확인 여부를 물어본 결과 상대방은 거절했다고 했다.그때 그는 간신히 차올랐던 희망이 다시 바닥까지 곤두박질치는 느낌이 들었고 세상이 온통 검은색으로 보였다.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그렇게 낙담하던 그때 또다시 매칭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이번에도 혹시 또 거절당하지 않을까 그는 초조함과 불안함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이경빈은 정말 죽음이 코앞까지 닥쳐와서야 살아있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설령 그게 사치라고 할지라도 이번에는 거절당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너무나도 간절하게 살고 싶었다.간절하게 소망한 덕일까, 며칠 뒤 병원으로부터 기증자가 기증을 원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심지어 그 기증자는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고 기증해주겠다고 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경빈은 가슴이 벅차오르며 세상이 다시 채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에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지만 아무리 부탁해봐도 상대방 쪽에서 만날 의사가 없다며 딱 잘라 거절을 해왔다.대신 의사를 통해 그에게 이 한마디를 남겼다.“잘 사시라고 전해주세요. 인연이 닿는다면 그 언젠가 만날 수 있겠죠.”상대방은 정말 끝까지 그 어떤 보답도 요구하지 않았다.그래서 이경빈은 공수진을 만났을 때 세상이 다르게 보였고 이 여자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줄 것이며 자신이 가진 것들을 전부 다 주겠다고 결심했다.또한 그녀만을 평생토록 사랑하며 그녀의 남자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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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이경빈은 탁유미의 말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나를... 증오한다고?’탁유미의 목소리는 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작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번개 소리처럼 그의 달팽이관을 울렸다.그의 복수로 그녀가 그를 증오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는 그녀의 증오든 원망이든 상관을 할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왜일까.이경빈은 그녀의 입에서 증오한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날카로운 칼로 심장이 두 동강으로 쪼개지는 느낌이 들었다.탁유미의 머리는 한 번 두 번 아래로 짓이겨졌고 그녀의 이마는 한 번 두 번 쿵쿵 소리를 내며 차가운 바닥에 내리꽂혔다.이건 탁유미가 자초한 일이다. 공수진을 해하려 했기에 벌을 받는 것뿐이다.하지만 왜 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토록 거슬리는 걸까.탁유미는 지금 마치 영혼이 다 사라진 껍데기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아니, 조아려지고 있다.그리고 그 명령을 내린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었다.‘이제 그만... 이제 그만해!’이경빈은 더 이상 이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지금 강제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사람이 꼭 자신이 된 것만 같았다. 꼭 자신이 두 손을 결박당한 채 강제로 사과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주먹을 꽉 말아쥔 이경빈이 그만하라고 외치려는 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하지만 말을 내뱉기도 전에 누군가가 병실 문을 세게 열어젖혔다.쾅!병실 안으로 들어온 임유진은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어떻게 이러지?!“그만해!”임유진이 소리를 질렀다.“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유미 언니한테 이딴 짓을 하는 거야! 당신들이 뭔데!”얼마나 화가 났는지 임유진은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그녀의 뒤에서 나타난 강지혁은 그런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가 빠르게 부축하더니 뒤따라온 경호원들에게 짧게 지시를 내렸다.강지혁의 경호원들은 그 지시를 받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경빈의 부하직원 두 명을 제압해버렸고 곧이어 공씨 가문 사람들과 이경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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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할 말을 마친 임유진이 떠나려고 하자 이경빈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강지혁의 경호원에 의해 그는 두 걸음도 채 내딛지 못했다.“잠깐!”이경빈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임유진을 불러세웠다.“방금 한 말 무슨 뜻입니까? 내가 탁유미 덕에 목숨을 건졌다뇨?”임유진은 그 말에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이경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늘 침착하고 냉랭해 보이던 남자가 지금은 꼭 무언가를 엄청 겁내는 듯한, 꼭 그녀의 답변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무너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임유진은 탁유미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리고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지금 무슨 뜻이냐고 물었어요? 당신이 멀쩡하게 살 수 있는 건 전부 언니가 당신한테 골수를 기증해줘서예요. 만약 그때 언니가 기증을 거부했다면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거라고! 그런데 당신은 그런 은인을 억지로 무릎을 꿇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했어!”이경빈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며 머리가 띵 해졌다.임유진의 말이 어려운 말도 아닌데 마치 언어기능을 상실이라도 한 듯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골수를 기증해준 건 분명 공수진이라고 했는데?왜 임유진은 기증자가 탁유미라고 하는 거지?“어디서 거짓말이야!”그때 병상 위에 있던 공수진이 발끈하며 큰소리로 외쳤다.“경빈 씨한테 골수를 기증해준 건 나야! 아무리 당신이 탁유미 씨 지인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해?!”“그래! 이게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헛소리를 지껄여?”한영애가 얼른 공수진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공한철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며 말했다.“경빈이 너, 저 여자가 하는 말 믿는 거 아니지? 그때 너한테 골수를 기증해준 건 우리 수진이야. 그런데 갑자기 탁유미가 기증해줬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경빈아, 저 여자는 탁유미와 한패야. 그래서 갑자기 저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거라고!”‘정말 허무맹랑한 소리라고...?’이경빈은 거짓말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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