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직원은 전혀 창피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커피까지 대령하며 극진히 대접했다. 이 바닥에 돈 많은 놈이 왕이라고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신발을 핥으라고 해도 할 기세였다.“사장님, 포장은 다 끝났고요 총 3억7천만 원 나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셔서 카드로 결제하시면 됩니다.”금전이 가져다 준 원동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고작 십여 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매장 안은 텅 비었고 옷들은 전부 정교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여직원은 땀범벅에 화장이 흘러내리는데도 여전히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젊고 잘생긴 갑부가 와서 매장을 싹쓸이 해가는데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아, 나 생각이 바뀌었어. 미안.”염구준은 카드를 손에 들고 담담히 말했다.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심지어 손가을과 진숙영까지 전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기분이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여직원은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렸다.이미 다 포장까지 다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니. 일부러 작정하고 사람을 놀린 건가?하지만 잠재적 대고객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염구준이 손에 든 카드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고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하… 하지만 전부 사가신다고 아까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그런 게 어딨어? 내가 안 산다면 안 사는 거지!”말을 마친 그는 카드를 다시 품에 넣고 손가을의 손을 잡으며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이 관리하는 이 매장에 있는 옷들이 너무 싸구려라 우리 장모님 품위와 맞지 않아.”“장모님, 가시죠. 저기 밍크코트 가게가 괜찮은 곳이 있더라고요!”여직원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이건 분명한 도발이고 모욕이었다. 하지만 먼저 사람을 무시한 건 그녀였다.“영업 방해로 경찰에 고발하겠어요!”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여직원이 염구준을 향해 이를 갈며 소리쳤다.염구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가을 모녀를 이끌고 맞은편에 있는 밍크코트 가게로 갔다.고품질 밍크 소재라 당연히 가격은 어마어마했다.“장모님 드릴
Last Updated : 2023-10-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