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직원은 전혀 창피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커피까지 대령하며 극진히 대접했다. 이 바닥에 돈 많은 놈이 왕이라고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신발을 핥으라고 해도 할 기세였다.“사장님, 포장은 다 끝났고요 총 3억7천만 원 나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셔서 카드로 결제하시면 됩니다.”금전이 가져다 준 원동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고작 십여 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매장 안은 텅 비었고 옷들은 전부 정교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여직원은 땀범벅에 화장이 흘러내리는데도 여전히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젊고 잘생긴 갑부가 와서 매장을 싹쓸이 해가는데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아, 나 생각이 바뀌었어. 미안.”염구준은 카드를 손에 들고 담담히 말했다.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심지어 손가을과 진숙영까지 전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기분이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여직원은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렸다.이미 다 포장까지 다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니. 일부러 작정하고 사람을 놀린 건가?하지만 잠재적 대고객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염구준이 손에 든 카드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고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하… 하지만 전부 사가신다고 아까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그런 게 어딨어? 내가 안 산다면 안 사는 거지!”말을 마친 그는 카드를 다시 품에 넣고 손가을의 손을 잡으며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이 관리하는 이 매장에 있는 옷들이 너무 싸구려라 우리 장모님 품위와 맞지 않아.”“장모님, 가시죠. 저기 밍크코트 가게가 괜찮은 곳이 있더라고요!”여직원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이건 분명한 도발이고 모욕이었다. 하지만 먼저 사람을 무시한 건 그녀였다.“영업 방해로 경찰에 고발하겠어요!”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여직원이 염구준을 향해 이를 갈며 소리쳤다.염구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가을 모녀를 이끌고 맞은편에 있는 밍크코트 가게로 갔다.고품질 밍크 소재라 당연히 가격은 어마어마했다.“장모님 드릴
손가을이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평소에도 몸매관리가 잘 되어 있었기에 옷차림만 조금 바꾸고 조금만 꾸미니 본래의 기품이 살아났다.“정말 예뻐요. 우리 장인어른이 괜히 한눈에 반해서 결혼한 게 아니네요.”염구준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찬사를 보냈다.진숙영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만족스러운 쇼핑이 끝나고 그들은 백화점을 나와 은빛 아파트로 돌아왔다.한편, 제왕클럽.들것에 실려서 돌아온 표범은 의식은 없고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그의 부하들은 다급히 담당의사에게 연락하고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장장 한 시간이나 되는 수술 끝에 그는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한쪽 팔과 하반신이 마비되어 침대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머리도 붕대로 칭칭 감고 있는데다가 두 다리 모두 깁스를 한 표점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사치였다. 극심한 고통에 사내인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베개를 적셨다.그와 같이 조폭 세계에 몸담은 사람이 이런 사고를 당하면 가진 걸 모두 잃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앞으로 청해시 조폭계에 더 이상 그가 설 자리는 없어진 것이다.“망할! 도대체 어떤 자식이 감히 나 설호의 동생을 건드려!”표범의 병상 앞에는 잔뜩 뿔이 난 대머리 한 명이 씩씩거리고 있었다. 외모는 표범과 흡사한데 풍기는 기세와 눈빛은 표범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표범의 부하에게서 연락을 전해들은 설호는 부랴부랴 지방에서 차를 타고 올라왔다.청해시 같은 소도시에서 감히 자신의 동생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인간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형님, 상대는 용 대표 쪽 사람입니다.”사실 표범이 청해에서 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성도에서 세력을 쥐고 있는 친형 덕분이었다. 설호는 성도 어둠의 세력 중에서도 독보적인 권력을 장악하는 인물로 청해 세력들과는 감히 비교도 되지 않는 존재였다.“뭐라고? 용준영이?”상황을 보고받은 설호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렸다.“일개 장사치가 감히 내 동생을
잔인무도하기로 악명 높은 청해의 저승사자가 동생의 복수를 하러 돌아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람들은 용준영이 주제를 모르고 설친다고 생각했다. 물론 용운그룹이 일류 기업이고 어둠의 세계에서도 일정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기업이 강대하다고 그 사람이 강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설호를 건드린 이상 그가 살아남을 길은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감히 설호의 동생을 건드렸으니 죽음을 자초한 거지!청해시의 지하 세력들이 은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혹시라도 엮이지 않기 위해 설호에게 로비로 적지 않은 금액을 건넸다. 일부는 관망의 태도를 취했다. 용준영이 어떻게 죽는지 지켜보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가 200억이라는 돈을 준비하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겠지만 설호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돈도 주고 팔다리 하나 정도는 내줘야 이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보았다.“형님, 설호가… 돌아왔습니다.”용준영은 직접 우린 차를 염구준에게 건네며 공손히 말했다.“형님 200억이라는 돈은 저에게 큰돈이 아닙니다. 하지만 설호의 기를 살려주고 싶지는 않아요.”“설호? 종이호랑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염구준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한마디 했다.용준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설호를 종이호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염 전주가 유일할 것이다. 염구준의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설호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으니까!염구준이 현역 때 날아다녔다고는 하지만 이미 은퇴한 사람이고 설호는 극악무도하기로 소문난 인물이었기에 누가 이길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차를 다 마신 뒤, 염구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용준영에게 물었다.“용 대표,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아니면 내가 못미더워?”식은땀이 용준영의 이마를 타고 흘렀다.그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고 염구준을 바라보았다.무서운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며칠 전, 염구준은 청해시를 새로 물갈이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사람의
“용준영 녀석이 돈이 궁하긴 궁한가 보구나. 손에 쥔 황금거위까지 다 처분하는 걸 보면.”설호는 모델의 몸을 주물럭거리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용준영, 별거 아니잖아? 결국 내 앞에서 설설 길 거면서!’“용준영도 두렵겠죠. 아마 설호 형님에게 줄 돈을 마련하는 것 같아요!”“당연히 두렵지, 그럼 안 두렵겠어? 설호 그 녀석 우리 나라 국적도 아니잖아. 사람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용준영이 최근 들어 세력을 넓히기는 했지만 설호를 건드리면 못 살아남지!”“200억! 아마 용준영도 피똥 좀 싸겠어! 그러게 하필이면 설호 동생을 건드려서는!”청해시 지하세력들은 모두가 용준영의 몰락을 기대하고 있었다. 표범을 쓰러뜨릴 때는 좀 멋져 보였지만 이제 진짜가 나타났으니 당연히 두려울 것이다!200억을 설호에게 주는 건 기본이고 자신이 두들겨 팬 표범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게 생겼으니 이 얼마나 망신인가!예전에 용준영의 압박에 시달리던 중소기업 사장들이나 조폭 두목들은 이 기회에 용준영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용준영의 경쟁사가 이 사건을 주시한 건 당연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언제든 뿔뿔이 흩어질 그의 산업을 인수하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형님, 용준영 그 녀석 요즘 업소 사업은 거의 다 정리했으니 아마 오늘쯤 형님을 찾아올 것 같네요!”표범의 부하가 아양을 떨며 말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형님, 용준영이 오면 절대 놈을 살려서 내보내지 마세요! 표범 형님 복수를 해야죠!”설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당연한 거고! 돈도 내 거고 그놈 목숨도 내 거야!”성도 지하세력에 몸담은 몇 년 동안 그가 싸움기술만 연마한 건 아니었다.그가 보건대 용준영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2백억이라는 배상금을 물고 나면 아마 자금 운영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그러면 용준영은 산하의 사업을 하나씩 정리할 수밖에 없을 테고 점점 입지를 잃어가는 건 당연지사!설호의 얼굴에
그들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봤다.표범을 중환자실로 보낸 것도 모자라 감히 제왕클럽에 찾아와 설호에게 시비를 걸다니!그들은 클럽 안팎만 봉쇄하면 나머지는 설호가 알아서 처리해 줄 거라 굳게 믿었다.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하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그래, 나야. 네가 동생 교육을 똑바로 안 하니까 귀찮게 내가 나섰잖아.”설호가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그러니까 용준영 그 자식은 혼자 살려고 너 혼자 이곳으로 보낸 거야?”염구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 세상에 나한테 명령할 수 있는 인간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 너, 죽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내 말 좀 들어볼래?”설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제 목숨 하나 부지 못할 인간이 누굴 훈계하는 거지?“그래. 젊은 놈이 아주 패기 넘치는군!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설호는 손목을 우드득 소리 나게 비틀더니 다짜고짜 염구준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분노에 이성을 잃은 그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격투기 현역 선수가 와도 이 정도의 위력이 주먹에 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이걸 정통으로 맞았다면 아마 염구준은 두개골이 박살났을지도 모른다.“하, 이것 봐라!”염구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손을 뻗어 그의 주먹을 쳐냈다.설호의 온 힘을 실은 공격은 그렇게 허무하게 상대에게 잡혀 주먹을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주변에서 지켜보던 조직원들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설호였다!과거 청해를 평정했던 인물인데 그 주먹을 저렇게 가볍게 잡는다고? 염구준 그는 도대체….“난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넌 아닌가 봐.”담담히 말하던 염구준이 갑자기 손에 힘을 주었다.우지끈!“악!”자지러지는 비명과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설호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달려들어 염구준의 팔뚝을 물려고 했으나 염구준은 가볍게 그를 쳐내더니 다리를 들어 명치를 걷어찼다.
살기를 느낀 설호는 그제야 두려움을 느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다가오지 마… 너, 청해 사람 아니구나!”설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뒤로 뒷걸음질쳤다.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발 한발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한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저승사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겁에 질린 설호가 고함을 질렀다.“아… 안 돼! 죽고 싶지 않아! 너희들 빨리 와서 안 도와주고 뭐 하는 거야?”하지만 조직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설호는 깊은 절망을 느꼈다.염구준이 벌써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우드득!발차기 한번에 설호의 오른팔이 부러졌다.“악!”설호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리고 바닥을 굴렀다. 그의 두 눈에 극한의 두려움이 가득했다.“너 같은 인간도 두려운 걸 아는구나.”염구준은 차갑게 비웃으며 다시 발길질을 했다.이번에는 설호의 두 다리가 부러졌다.밖에 있던 부하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솜털이 곤두섰다.도대체 이게 사람인가 싶었다. 표범을 반신불수로 만든 것도 부족해서 설호까지 거의 빈사상태로 만들다니…. 저승사자가 따로 없었다.설호는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절대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그냥 나 죽여! 차라리 죽이라고!”“내 손에 죽고 싶어? 미안하지만 너한텐 그럴 자격이 없어.”“네가 쌓아놓은 업보가 있으니 지금 네 몸 상태를 알면 자연히 사람들이 알아서 널 없애버리려 하겠지.”말을 마친 염구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푸흡!설호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사지가 부러지고 하얀 셔츠에는 그가 흘린 피가 가득했다. 그는 완전히 무너졌다.어둠의 세계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놈들은 대부분 체면과 위신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오늘, 염구준은 그가 몇 년을 걸쳐 쌓아 올린 위신을 한 순간에 박살내 버렸다.복수하겠다고 날뛰다가 오히려 상대에게 당했으니 설호는 수치심에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었다. 그는 곧 청해에서 모든 발언권을 잃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 그의 손에 칼이 있다면
거물급 인사들은 용준영에게 설호에게 사과하라고 설득하고 있었다.물론 그들이 의도하는 바는 명확했다. 용준영만 고개를 숙이면 앞으로 그는 지하 세계에서의 위신을 잃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가 이뤄낸 세력들을 흡수하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용준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설호 그 인간 뭐라도 된대요?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것을!”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 설호한테 종이호랑이라니!누군가가 조용히 호주머니에서 녹음펜을 더듬었다. 그는 이걸 설호에게 전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이 말 한마디로 용준영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용 대표, 사태가 아직 최악은 아니니까 지금 마음을 돌려도 늦지 않아요.”또 다른 조직 두목은 이렇게 말했다.“우리가 용 대표 도움을 받은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당연히 이런 일에서는 우리가 나서서 도와야지요. 물론 용 대표는 관대한 분이니 우리의 은정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사람들이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어차피 이 바닥에서 서로 자주 부딪치게 될 텐데 용 대표가 성의만 보이면 설호도 사람을 건드리지는 않을 거예요.”용준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이 가식적인 인간들은 하나같이 이득만 챙길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가 설호에게 고개를 숙이고 기반이 약해진 그의 사업체를 흡수하는 게 그들이 바라는 결과인 것이다.“지금 바쁜 사람 불러서 설호한테 사과하라고 설득하시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여기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네요. 전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용준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비웃음을 머금고 그들에게 말했다.“그렇게 다들 한가하시면 나가서 활동 좀 해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꾸 시대 뒤처지는 얘기만 하지 말고!”말을 마친 그는 쿨하게 자리를 떴다.“용준영 저 건방진 자식!”“죽을 날을 받아놓고도 어쩜 저렇게 당당하지?”“우리가 옛정을 생각해서 업소들을 사들이지 않았으면 자기가 무슨 수로 200억을 마련했겠어요?”
상대는 설호였다! 돌아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반 병신을 만들어 버리다니!도대체 이 도시에 그런 실력을 가진 자가 누가 있지?혼자의 힘으로 표범과 설호 형제를 지옥으로 보낸 자라면 섬뜩할 정도로 무서웠다.설마….“용준영?”각 조직의 수장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조금 전까지 설호를 종이호랑이라고 비웃었던 용준영이었다.설호가 당한 건 무조건 용준영이랑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용준영의 부하 중에 저런 고수가 있다니! 정말 잘도 숨겼군요!”한 조직 수장이 갑자기 인상을 쓰며 말했다.“아니, 용준영이 이런 실력을 가졌으면 왜 돈 버는 업체들을 다 우리한테 넘긴 거지?”그 말에 아무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용준영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조직 폭력배들과의 전쟁을 불사했다. 최근에는 경찰 쪽에서도 별도의 움직임이 없는데 그가 갑자기 검은 사업을 그만뒀다는 건 이 바닥에서 손 털고 성실한 기업인으로 살아가겠다는 의미란 말인가? 그들은 믿기 어려웠다.이때, 차로 이동 중인 용준영에게 문자가 왔다.사실 이미 예측하고 있던 결과이긴 하지만 심장이 벌렁거렸다.너무도 충격적이었다.염 전주는 역시 설호와 동일 선상에서 놓고 얘기할 레벨이 아니었다. 이렇게 빨리 문제를 해결하다니!경외심, 감탄… 이라는 단어밖에는 형용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이사회를 소집할 거야! 바로 준비시켜!”잠시 고민을 끝낸 용준영은 결연한 표정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중대 발표가 있으니 전원 참석하라고 해!”그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용운그룹을 손가을에게 넘기기로 했다.인생은 도박이라고 했다.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는 전혀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확신했다.염구준은 그에게 다른 일을 맡길 것이다. 염구준에게만 충성한다면 나중에 용운그룹이 아니라 더 큰 업적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한편, 손태진은 사무실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시공현장의 작업 진행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초기 준비 단계는 곧 마무리 될 것이고 그전에 손가을을 손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
세라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세 가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약화시킨 것이다.“그렇다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네요.”그 말을 믿은 가주들은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때 레온 가주가 기회를 잡고 질문했다.“노신기와 아타 영감을 제거하면 조각 여섯 장을 전부 얻게 되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해도와 관련된 귀한 보물은 여러 세대가 거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벌써 마음이 급해졌다.“당연히 찾아내서 네 가문에서 평등하게 나눠야죠. 그때면 군대를 모집하여 우리의 패권을 손에 넣을 겁니다.”세라는 나이가 많아도 그녀의 욕망을 채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전에 스텔라성을 굴복시킨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건배합시다!”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 가주는 와인잔을 들며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패권을 쥐면 모두의 우상이 되는데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큰일 났습니다. 노신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쳐들어왔습니다.”기쁨에 취해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은 1분도 되지 않아서 싸늘하게 굳어져버렸다.“참 빨리도 왔네. 함께 나가서 보시죠.”세라는 와인잔을 놓고 지팡이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녀까지 합쳐서 반보천인 무술인이 네 명이나 모였으니 자신감이 넘쳤다.유일한 변수는 부하들이 아직도 염구준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캐틀린성 밖.염구준은 열 명을 거느리고 성 내에서 쓸어 나온 수백 명의 정예병과 대치하고 있었다.숫자로 보면 벌써 결과가 예상되겠지만 정작 싸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천기문 노신기가 세라 부인에게 알현을 청합니다!”노신기는 큰소리로 외치며 배첩장을 성문에 붙여버렸다.그는 용하 세력의 분파로서 항상 예의를 갖춰 대했다.“…”그런데 한참이나 지나도 누구도 배첩장을 가져가지 않았다.“저들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냥 쳐들어가요.”쿵!염구준은 이미 검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오늘
젊은이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노신기가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염 선생, 저들이 레온 가문과 대어당, 안설홍의 자식들입니다.”솔직히 그들도 노신기와 아는 사이었지만 지금 너무 취한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하, 이런 우연이 있네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말한 것 같았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휘청거리면서 발을 들어 염구준을 차려고 했다.“꺼지라고 했잖아!”쿵!그런데 젊은 남자는 발을 차기 전에 누군가에게 차여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감히 염 선생한테 무슨 무례입니까? 죽고 싶어요?”나서서 막은 사람이 그레이었다.“아…”차인 곳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던 젊은 남자는 갑자기 술을 깼는지 눈을 번쩍 떴다.반보천인이 가볍게 발차기를 날려도 고작 종사 실력으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레이에게 차여서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나머지 두 젊은 남자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방지게 굴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았다.“노신기, 아타!”그제야 세 가문의 도련님들은 이미 적이 된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잡아!”노신기는 무시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오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단 잡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이거 놔. 지금 우리 가문이 캐틀린성에 있어. 우릴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천기문! 너희들 이젠 끝이야!”그런데 도련님들이 얌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왜냐면 예전에 천기문은 그들 세력들 중에서 최하급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아타와 노신기를 제외한 남은 가문이 동맹을 맺었으니 천기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시끄러우니까 기절시켜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였다면 이 참에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퍽퍽!노신기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잠시 기절시켰다.지금 그의 눈빛과 표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
“하아... 원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너희 부자 중 하나를 반보천인으로 키워낼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그랬다면 우리 핏줄도 나락갈 일이 없을 테지.”“근데 이렇게 둘다 폐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운명이 참 가혹해.”세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보다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아 보였다.그녀의 오랜 바람은, 이로써 완전히 끊겨버렸다.“어머니의 체면을 구겨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아무도 없자 한참 침묵하고 있던 포스가 입을 열었다.눈가에 맺힌 눈물은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무리 캐틀린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그도 세라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자식일 뿐이었다.“할머니, 꼭 복수해줘요. 노희연을 꼭 뺏어오는 거 잊지 마세요. 그 여자랑 결혼할 거니까요.”그는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노희연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평생 옆에다 잡아두고 괴롭힐 생각이었다.“좋아. 너희 바람은 내가 반드시 이루어주마.”“너희 상태가 나아지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마. 돈 걱정없이 평생 편히 살 수 있도록 말이야.”세라는 자신의 계획을 말한 뒤, 판을 짜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반은세집안에서 무공을 잃은 사람은 살기 힘들었다.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그녀가 죽는 순간, 포스와 코니는 권력다툼에서 죽게 될 게 분명했다.포스 부자 역시 그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기에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조용히 세라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실력이 모든 걸 대표했다. 이제 아무 능력도 없는 그들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거다.그렇게 거대한 다툼의 서막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열렸다.한편, 천기문에서.노신기는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염 선생님, 주위의 세력들이 곧 전부 캐틀린성에 모인다고 합니다. 수장들도 전부 참석한답니다.”“알겠어요.”염구준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밤은 깊었지만 염구준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이번에 옥패에 관한 단서가 너무 적었다.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왜 자꾸 보시는 거예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이미 한참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무표정하게 물었다.다 큰 성인 남자가 머뭇거리는 게 좀 거슬려서였다.“염 선생님, 왜 포스를 그냥 보내신 겁니까? 그 사람의 손엔 그 물건이 있는 데요.”노신기가 말하는 건 바로 유동심연에 관한 남은 지도였다.“안 급하니까요. 저는 전부 동시에 해결할 생각입니다.”염구준은 남은 지도를 잊은 게 아니라 판을 짜고 있는 것 뿐이었다. 괜히 먼저 놀래키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나머지 지도는 총 여섯 장으로, 한 장이라도 빠지면, 아무 쓸모가 없었다.만약 오늘 포스에게 있는 지도를 억지로 빼앗았더라면, 모두가 그가 지도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고, 그럼 스텔라성에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오오! 과연 생각이 깊으십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상대방이 아까 포스를 놓아주었던 이유를 깨달은 노신기는 감탄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이제서야 그는 염구준이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염 선생님, 아까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맞아요, 오늘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천기문은 벌써 무너졌을 겁니다.”“이 술은 저희의 마음입니다. 받으시죠!”사람들은 몰려와서 염구준을 향해 감사인사를 하며 존경이 담긴 마음으로 술을 따랐다.“별말씀을요. 캐틀린 가문과의 일은 저 때문에 벌어졌는 걸요.”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한 뒤,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다.지금 사근사근한 모습을 보면 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어대던 강자였다는 게 전혀 믿겨지지 않았다.강대한 캐틀린 가문의 가주의 무공을 두말없이 없애버리는 건 염구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축제 분위기인 천기문과는 달리, 캐틀린 가문의 사설 병원의 분위기는 매우 숨 막혔다.중환자실의 두 침대에는 각각 코니와 포스가 누워있었다.무공을 못 쓰게 된 두 부자는 전부 눈에 빛이 사라진 채로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지금 포스는 반보천인 두 명을 상대해야 했다. 승산 따위는 1도 없다는 거다.“쿨럭, 그만해...!”포스는 더 이상 염구준을 시험할 배짱이 없어 피를 토한 뒤 명령을 내렸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천기문이 큰 타격을 받고, 캐틀린 가문이 합당한 명분을 가진 이 타이밍이 바로 천기문을 삼길 절호의 기회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염구준이 모든 걸 다 망쳐서 다시 계획을 짜야만 했다.“가주를 보호하라!”정예들은 재빨리 뒤로 이동해 포스를 지키면서 주위를 경계했다.겉으로 보면 충성심이 넘쳐보이나, 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저 살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포스가 죽으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 말이다.“죽고 싶으면 계속 덤벼.”염구준은 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기운은 그의 감정처럼 요동쳤다.만약 포스가 정도를 모른다면 그도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X발, 가자!”포스는 염구준을 원망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그러나 욕을 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포스를 향해 돌진했다.방금 전에 많이 봐줬는데도, 제게 욕을 내뱉은 상대방을 그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얼른 막아!”포스는 허겁지겁 명령을 내리며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더러 염구준을 에워싸라고 했다.그는 거의 스무 명이 되는 전신과 전신위 경지의 강자들이라면 잠깐이나마 반보천인을 막는데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포스는 명령을 내리고는 차마 더 머무르지 못하고 바로 밖으로 도망쳤다.어마어마한 살기에 심장이 떨려와서였다.쿵!!그러나 염구준의 일격에 거의 스무 명의 강자들이 합심하여 만든 방어선이 단숨에 깨졌으며, 여럿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검결을 만들며 포스를 향해 공격했다.살기를 느낀 포스는 급히 몸을 돌려 막으면서 쇠망치를 날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큰 지금으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쾅!그러나 염구준
“그건...”노신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아무리 그래도 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표면적으로 보면 캐틀린 가문은 그들을 도와주러 온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그 사람은 제가 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불만 있어요?”염구준은 천기문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서서 말했다. 이미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동심연에 관한 항해 지도 때문에 캐틀린 가문과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포스와 사이가 틀어져도 상관이 없었다.염구준이 불쑥 나서자 상대방이 이렇게 쿨하게 나설 줄은 몰랐던 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체 저희 아들이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까지 한 거죠?”전에 집사에게 염구준이 매우 강하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그는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누가 그랬는지는 알지만, 염구준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이걸 핑계 삼아 천기문을 삼키려고 했다.“그쪽 아들이 손버릇이 안 좋더군요. 그리고 제 물건을 훔친 것도 모자라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제가 당신을 대신해 교육까지 해줬는데, 싫습니까?”염구준은 간단하게 설명하며 상대방에게 다시 되물었다. 이건 포스의 체면을 깎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오만하다고?’천기문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포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였다.‘남의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 놓고, 불만있냐고 묻다니. 대단해.’그들이 생각했다.“너, 너무 오만하게 굴지마! 여긴 스텔라성의 영향권이니까!”완전히 화가 나버린 포스는 그동안의 가식은 전부 벗어던지고, 등 뒤의 거대한 권력을 앞세워 염구준을 압박하려 했다.이 지역에서, 스텔라성은 절대적인 왕이었다. 아무도 그곳을 거스를 수가 없다는 거다.그는 그의 협박이 통해서 상대방이 더 이상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는 염구준이 스텔라성 따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