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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군신의 귀환: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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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번쩍거리는 외제차 3대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그랜드 센트럴 호텔로 향했다.알렉스와 통화를 끝낸 서재원은 한껏 거들먹거리며 염구준을 약 올렸다."등신이 발악해 봤자 등신이지. 싸움 좀 한다고 네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여기 오너가 너를 쫓아내 버리면 네까짓 게 어쩔 건데? 감히 나와 맞서겠다고? 넌 아직 멀었어!"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진혜린은 그제야 한시름 놓은 눈치였다.염구준의 주먹 한 방에 서씨 집안의 경호원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장면은 그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호텔 오너가 파티홀 대여를 거절하면 염구준도 별다른 수가 없을 테지. 알렉스의 호텔이었으니 그에게도 거절할 권리는 있었다. 기껏해야 위약금이나 대충 던져주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염구준의 기를 꺾어놓기엔 충분했다."구준 씨..."하얗게 질린 손가을이 불안한 목소리로 염구준을 불렀다.이를 어쩌면 좋지? 어렵게 대여했을 텐데... 더구나 생일 파티도 곧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했다. 이런 때에 호텔 오너가 직접 그들을 쫓아내면 어찌한단 말인가?손가을이 입술을 깨물며 간절하게 말했다."우리도 양보하는 게 어때? 사과하라는 말... 취소하자.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떠나라고 하면 저 사람들도 따를 거야. 우리 희주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잖아. 저 사람들 때문에 아이의 소중한 추억이 더럽혀지는 건 용납할 수 없어!"옅은 미소를 지으며 염구준이 입을 열려는 찰나, 진혜린이 잔뜩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염구준, 우리가 파티를 망칠까 봐 이제야 좀 두려운가 보지? 근데 늦었어. 저 망할 계집애의 생일 파티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건 물론이고 네 놈 주제 파악도 제대로 시켜주고야 말겠어."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사실 그는 방금 주먹을 내질렀던 때까지만 해도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버러지가 발악하는 걸 보고 진심으로 분노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진혜린의 '망할 계집애'라는 발언이 그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렸다. 진혜린은 잘못 놀린 혀에 대한 대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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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잠시 망설이던 알렉스가 낯빛을 굳히며 염구준에게 다가갔다.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이 염구준이야? 오늘 파티도 당신이 준비했다지?"염구준이 흥미로운 눈길을 보냈다."그렇다면? 쫓아낼 텐가?"알렉스가 두 손을 허리에 얹으며 그를 노려봤다."물론이지. 내 호텔에서 사람이 다쳤다는데,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 내 말 한마디면 보안 요원들이 전부 움직일 거야. 그뿐인가, 직원들, 매니저, 룸메이드까지... 8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당신이 다 감당할 수나 있겠어? 당신 같은 별 볼 일 없는 인간들이야 안 봐도 뻔하지."눈썹을 치켜올린 염구준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허세가 아주 볼만했다."웃어?"여유로운 그 모습에 진혜린은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짓씹듯이 내뱉었다."알렉스, 당장 쫓아내지 않고 뭐해! 가만, 쫓아낼 게 아니라 잔뜩 두들겨 패서 기어나가게 만들어. 특히 염구준 저 새끼는 그냥 때려죽여 버리라고!"서재원도 거들었다."염구준, 너 싸움 잘하잖아. 어디 다시 한번 보여줘 봐! 8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벌써 기대되는걸."그러나 염구준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알렉스를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어조로 반문했다."알렉스, 정말 이 호텔 사람들이 당신 명령대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나?"흠칫한 알렉스가 잔뜩 허세를 부렸다."내 호텔이니 당연히 내 말에 따라야지! 한 번만 더 말대꾸하면, 당장 맞아 죽고 싶은 걸로 간주하겠어."염구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손을 들어 올린 그가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작은 박수 소리는 이내 넓은 홀에 집어삼켜졌다. 그러나 이때, 탁탁탁, 느리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발소리가 염구준의 박수 소리에 맞춰 점점 가까워졌다. 건장한 경호원을 대동한 이가 웃음 띤 얼굴로 홀의 2층 계단에서 내려왔다.그자를 발견한 알렉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진혜린과 서재원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도시의 갑부이자 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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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분주하게 눈치를 살피던 서재원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얼른 용성우의 비위를 맞추려 들었다."가주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서재원이라고 합니다. 저희 고모님 성함이 서 정자 숙자 이십니다. 제가...."그의 소개를 들은 용성우가 코웃음 쳤다. 확실히 서정숙은 용씨 집안에서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여인이었다.그러나 이번에 서재원이 건드린 사람은 전신전 전주였다. 나라님도 예를 갖춰 대우하는 이 나라 최고 전쟁의 신이었다. "자네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네."서재원을 흘깃 쳐다본 용성우가 알렉스에게 눈길을 돌리며 코웃음 쳤다."중요한 건 알렉스 김, 자네가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야. 감히 내 호텔에서 소란을 피워? 당장 꺼지지 못해?"온몸이 땀범벅이 된 알렉스는 혼비백산하며 얼른 제 수하들을 데리고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쳤다."가주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비로소 염구준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감사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용성우는 마음이 잔뜩 들떴으나 손가을을 흘깃 쳐다보고는 얼른 표정을 갈무리했다. 허리를 숙이며 용성우가 인사를 올렸다."과찬이십니다, 주... 아니, 염 선생님. 저희 호텔 전체를 대여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할 따름이지요. 하면 편히 즐기다 가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용성우도 자신의 경호원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그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린 서재원이 분한 듯 씩씩거리며 염구준을 노려봤다."젠장, 저 양반이 호텔을 매입했을 줄이야! 내가 잘못 계산했어. 너 운 좋은 줄 알아.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어."아직 화가 덜 풀린 서재원은 연신 욕설을 중얼거리며 진혜린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이 떠나려는 찰나, 염구준의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순순히 보내준다고 했던가?" 서재원이 우뚝 멈춰 서며 눈을 희번덕거렸다."뭐? 네가 감히 내 앞을 막겠다고?"염구준은 몹시 어이가 없었다.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서재원은 아직도 상황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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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신호음이 3번 울리는가 싶더니 어딘가 언짢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재원 군? 이 시간에 웬일인가?"염구준을 뚫어지게 노려보던 서재원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삼촌, 별일은 아닙니다만, 그랜드 센트럴 호텔에 일이 좀 있었습니다. 제 수하들이 많이 다쳤고요. 네, 듣기로는 군인이었는데 지금은 퇴역하고 배에서 일한다고 하더라고요. 집안도 별 볼 일 없어요. 주먹질은 좀 하는데 그것만 믿고 설쳐대는 꼴이 어찌나 우습던지. 이곳 청해는 삼촌 관할이잖아요. 그래서 삼촌이 나서 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청해 군사작전부 수장 곽승환은 현재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있는 상태였다.일주일 전, 전신전 전주 염구준이 아내의 병을 고치려 했을 때 빌어먹을 손태진이 글쎄 자신더러 훼방을 놓으라고 하지 않겠는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유분수지! 손태진은 여태 작전부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일주일 동안 단 두 끼의 식사만 주어졌으며 그것도 쉰내 나는 주먹밥이 전부였다.하마터면 이 일로 주군의 미움을 살 뻔한 그는 일주일 동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침 잘 됐군, 나도 화풀이할 데가 필요했거든."핸드폰을 꽉 움켜쥔 곽승환이 이를 사리물며 말했다."재원 군, 조금만 기다리게. 곧 출발하지. 아마 십 분 정도 걸릴 거야."통화를 마친 서재원이 악랄하게 웃어 보였다. 곽승환이 왜 짜증이 났는지는 몰랐으나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화가 잔뜩 난 곽승환을 상대해야 할 염구준이 벌써 가여워졌다. 이번에는 결코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곽승환의 실력과 세력, 그 무엇도 염구준이 감당하지 못할 테니. 곽승환을 등에 업은 서재원의 콧대는 하늘을 찔러댔다."염구준! 넌 끝났어, 이 새끼야."그는 염구준을 손가락질하며 잔뜩 비웃음을 흘렸다."홀로 내 부하들을 상대한 실력은 인정해 주지. 하지만 거기까지야. 우리 서씨 집안의 위대함은 너 같은 등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네놈이 뒈지는 데 십 분도 안 걸릴 거니까 두고 봐."발악하는 서재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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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이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12시에 파티가 시작되면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절을 올리는 거로 하지. 하나라도 빼먹었다간 네놈들 머리통을 부숴 버리겠어."VIP 전용 패키지와 순금 배지를 바라보고 이 호텔에 모여든 인파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심지어 호텔 근처의 거리에도 차가 꽉 막혀있을 정도였다. 저마다 화려한 연회복을 걸치고 호텔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얼핏 훑어보아도 수만 명은 될 법했다.모든 사람에게 절을 올리라고? 서재원이 미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네놈도 제정신이 아니군."시계를 확인한 그가 사납게 웃어 보였다."10분 지났네. 넌 뒈졌어."불현듯 요란한 헬기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군용 헬기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그랜드 센트럴 호텔 정문에 착륙했다. 곽승환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모두 물러서!"묵직한 군화 소리가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눌러 댔다. 그 걸음에서 범접할 수 없는 지배자의 위엄이 느껴졌다. 인파가 붐비는 호텔 밖 상황은 이미 고공에서 지겹도록 지켜봤다. 그러나 호텔 앞에 떡하니 걸려 있는 금색 간판의 글씨는 미처 보지 못한 곽승환이었다. 사실 거기에는 공주님의 이름 석 자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곽승환의 등장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파도처럼 갈라지며 3미터 남짓한 통로가 만들어졌다. 곽승환은 전신 무장한 정예 전사 4명을 거느리고 성큼성큼 파티홀에 들어섰다."삼촌!"서재원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진혜린과 함께 그를 맞이했다.그는 현재 한껏 들떠 있었다.곽승환은 그의 고모 서정숙의 동문이었다. 대학 시절 잠깐 연애도 한 사이였지만, 인연이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나 곽승환은 서씨 집안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서씨 집안이 청해에서 명문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곽승환 덕분이었다.그런 사람이 친히 걸음 했으니 염구준도 더는 날뛸 수 없으리라. 오늘 싸움은 서재원의 승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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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방금 염 선생님이라고 하신 거예요? 설마... 아는 사입니까? 저 사람은..."짝-곽승환은 가차 없이 서재원에게 따귀를 날렸다.눈앞에 불이 번쩍거렸다. 서재원은 비틀거리며 3바퀴를 돌다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곽승환이 공손하게 염구준에게 사죄했다."염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몰라뵙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염구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재력가들과 어울리는 건 별말 않겠습니다. 하지만 책무를 게을리하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이만 물러가세요."곽승환은 죄를 사면받은 사람처럼 좋아했다. 바닥에 주저앉은 서재원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진혜린은 알 바가 아니었다. 네 명의 전사들을 거느린 그가 재앙으로부터 도망치듯이 파티홀을 빠져나갔다.쿵-호텔 정문을 꼼꼼하게 닫아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서재원과 진혜린은 벙찐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얼음 창고에 갇힌 사람처럼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부들부들 떨려왔다.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있던 서재원은 마침내 반항할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제야 염구준을 잘못 건드렸다는 게 실감이 났다."이... 이게 대체..."유치원 교사와 어린이 학부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손태석과 진숙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두렵고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일전에 병원에서 곽승환이 손태진을 개 패듯이 패던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손가을이 유일했다. 남은 사람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청해 군부의 수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고작 퇴역 군인을 이토록 두려워한다고?염구준은 정말 '평범한' 군인이 맞는 걸까? 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지?"염구준, 대체 무슨 속셈이야!"서재원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운 진혜린이 비참하게 울부짖었다.곽승환에게 얻어맞은 서재원은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으며 이도 몇 개 나갔다. 피투성이가 된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삼킨 그가 원한을 담아 짐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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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바닥에 싸늘하게 굴러떨어진 머리와, 머리도 없이 축 늘어진 진혜린의 시체를 보더니 서재원은 그만 똥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잔뜩 혼비백산한 그가 울음을 터뜨렸다."염, 염... 어르신." 가슴이 찢어질 듯 울부짖던 그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진혜린의 머리 없는 시체에 달려들어 주먹과 발길질을 해댔다. "다 이 여자 탓이야. 당신 딸이 개한테 물렸다는 말도 이 여자한테서 들은 거라고.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나를 먼저 유혹한 것도 저년이야.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게." 서재원은 무릎을 털썩 꿇고 엉엉 울며 염구준을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쿵쿵- 열몇 번 바닥에 머리를 찧었더니 이마가 터져 피가 주르륵 흘러냈다. 진혜린의 피와 섞여 사방에 핏물이 툭툭 튀었다.진혜린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염구준이 재빨리 손가을의 눈을 가렸었다.주작에게 눈짓한 그가 바닥에 있는 핏자국과 진혜린의 시체를 치우라고 지시했다. 파티홀은 언제 끔찍한 일이 벌어졌냐는 듯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바닥에 꿇어앉은 서재원을 내려다보며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살려 줄 수는 있으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거야.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빌어. 한 번이라도 모자라면 바로 네놈을 죽여버릴 거다." 시체를 치우고 돌아온 주작이 다시금 장검을 빼 들었다. 그의 목에 정확하게 겨눠진 칼날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자기 목숨 귀한 줄 아는 서재원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어느덧 시계가 정확히 12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랜드 센트럴 호텔 정문 밖, 전체 호텔 직원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귀빈 여러분, 환영합니다." 사람들이 밀물처럼 거침없이 몰려들었다. 눈으로는 도저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화사한 연회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그들은 홀에 들어서기도 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 희주를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희주 아가씨, 네 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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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서재원. 내 말 잘 들어."염구준이 서재원에게 섬뜩한 시선을 보냈다."돌아가서 마음 다잡고 새사람으로 살아. 그러면 살려는 두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면 네놈은 그날로 끝이다. 그 자세 그대로 꺼져버려." 쿵쿵- 밀물처럼 몰려드는 하객들에게 일일이 머리를 조아리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서재원은 염구준의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열몇 명의 사람들에게 절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동작을 멈춘 그가 무릎을 꿇은 채 오줌을 질질 갈겨대며 기어나갔다. 아직도 귀에 피를 흘리던 서씨 가문의 경호원들도 주작의 손에 이끌려 전부 대문 밖으로 내던져졌다. 제대로 상황파악도 못 한 그들은 귀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허겁지겁 택시나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주변이 깨끗해졌다. 뒤돌아선 그가 손가을의 부드러운 손을 잡아끌며 온화하게 시선을 마주했다.생일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의 딸 염희주는 화려한 꽃으로 꾸며진 무대 중심에 서서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가 두 팔을 벌렸다."엄마, 아빠! 이모, 삼촌들이 전부 제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어요." 빙그레 미소 지은 염구준이 손가을의 손을 맞잡은 채 무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겨우 몇 발 옮겼을 때, 아이의 연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엄마... 아빠-"방금 전까지 방방 뛰며 좋아하던 희주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흥분한 탓인지, 아니라면 노느라 체력을 전부 소진했는지 몇 번 비틀거리다 그만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아이의 머리가 무대 앞에 세워진 빔프로젝터 상자 모서리를 향해 느리게 기울어졌다."안돼!" 희주가 쓰러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염구준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손가을의 손목을 놓은 그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무대 중심에 나타났다. 아이가 모서리에 부딪히기 전, 작은 몸을 안정적으로 품 안에 껴안을 수 있었다. "희주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손가을도 달려왔다. 축하 인사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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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2분 뒤, 굳게 잠겨 있던 그랜드 센트럴 호텔 옥상 문이 묵직한 발길질 한 방에 활짝 열렸다. 정신을 잃은 희주를 꼭 끌어안은 염구준의 몸에 백색 기운이 솟구쳤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음이 더없이 초조해졌다. 희주가 무대에서 쓰러진 건 피곤해서가 아니었다. 이건 매우 드문 불치병인 '한열증'이었다. 아이의 맥박은 한없이 약하게 뛰다가 때로는 거세게 뛰었다. 체온도 차가웠다 뜨거웠다 들쭉날쭉했으며 호흡도 가빠졌다 느려지기를 반복했다. 이는 한열증의 발병 전조였다. 현재 염구준은 자신의 거대한 기력을 아낌없이 딸아이에게 전달하며 아이의 심맥을 단단히 보호하고 있었다. 아니라면 희주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주군." 염구준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기운을 보며, 뒤따르던 주작이 헛숨을 들이켰다.5년 내내 전쟁을 치르며 무수한 적들을 마주했을 때도 주군은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었다. 그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공주님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희주는 죽지 않아."염구준은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도착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신의 이제마에게 당장 연락해. 긴급상황이야. 절대 지체되어서는 안 돼."주작이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이제마에게 연락했다. 그는 오늘날 용제국 최고의 의원이었다. 독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으며 해박한 의술로도 이름을 떨쳤다.10분 뒤, 전투기 '눈보라'가 그랜드 센트럴 호텔 옥상에서 이륙하며 눈 덮인 용제국 북부를 향해 날아갔다. ……3일 뒤. 청해. "구준 씨, 정말이야?"사람들로 붐비는 번화가, 염구준의 손목을 덥석 움켜쥔 손가을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불신이 가득했다.생일 파티 현장에서 희주를 안고 훌쩍 떠났던 염구준은 무려 하루가 꼬박 지난 뒤 홀몸으로 돌아왔다. 염구준의 말에 의하면 희주는 용제국 북부에서 병 치료 중이라고 했다. 그곳에 남은 주작이 아이를 돌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언제 완치될 수 있을지,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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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현재 냉기와 열기를 번갈아 공급하며 아이 체내의 한열증을 치료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희주의 병은 반드시 나을 수 있을 터였다.여긴 보통 사람들이 견딜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손가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실력이 막강한 주작이나 의술이 뛰어난 이제마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즉 한열증에 걸려, 냉기와 열기의 공급이 꼭 필요한 희주만이 그곳에서 편히 잠들 수 있었다."희주는 꼭 나을 수 있을 거야." 염구준은 손가을의 가느다란 손목을 그러쥐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용운 그룹과의 협력 프로젝트도 적당히만 해, 당신 힘들면 내 마음도 아프니까."끈질긴 위로 끝에 손가을을 안심시킨 뒤 두 사람은 길가에 주차된 포르쉐로 향했다.차 내부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바라보면서 손가을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최근에 벌어졌던 일들이 모두 꿈 같이 느껴졌다."구준 씨, 정말 이 5년 동안… 군대에 있었어?"일개 군인이 어찌 이다지도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단 말인가? 뒤를 봐주고 있는 거대한 세력은 다 뭐란 말인가?염구준은 그저 조용히 웃었다."당연하지. 내가 왜 당신에게 거짓말하겠어?"손가을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염구준의 최근 행보는 그녀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빨간 포르쉐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머지않아 은빛 아파트가 눈앞에 보였다.은빛 아파트.손태석을 부축한 진숙영이 아파트의 작은 공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이때,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이웃이 그들을 향해 은근히 다가왔다."어머, 자기 오랜만이다?"진숙영과 비슷한 나이대의 이웃집 여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비아냥댔다."참, 사위가 돌아왔다면서? 여기 같이 살아?"진숙영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별다른 말을 보태지 않았다."흥, 우리 사위가 얼마나 대단한데."하지만 사실 그녀의 가슴은 몹시 두근거리고 있었다. 염구준의 행보는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기에 어딘가 켕기는 느낌이었다.대체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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